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58화 (58/412)

타자 인생 3회차! 58화

10. 저 선수가 바로 박유성입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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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캐스터 박성구입니다.

오늘은 2028 U-18 야구 월드컵 개막전을 중계해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오늘도 제 옆에는 한윤재 혀설 위원께서 함께하셨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게 인사 하시죠.

-안녕하세요. 한윤재입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대회가 연기될지 모른다는 말들이 나왔습니다만 결국 개최지가 서울로 바뀌었습니다.

-네. 자세한 사정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쿠바 측에서 대회 개최를 거부해서 좀 걱정이 많았었는데요. 다행이 이곳 신성 고교 야구 전용 경기장을 통해 세계적인 대회를 유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신성 고교 야구 전용 경기장에 대해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지금 자막으로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신성 그룹에서 11구단인 스타즈를 창단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서울 입성을 조건으로 아마추어 야구발전을 위해 신성고교 야구 전용 경기장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덕분에 서울 지역야구 선수들은 양질의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고요.

-평소에는 500석 정도고 가끔 중요한 대회가 열릴 때마다 1000석까지 확장을 했는데 지금 보니까 관중석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네. 세계 야구 협회의 요청에 따라 2천석으로 좌석을 늘렸는데요. 스탠딩 석까지 감안하면 최대 3천명도 수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프로 야구 구단들의 전용 경기장과 비교하면 관중석이 많은 건 아니겠지만 이게 또 아마추어 야구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도 개막전을 맞아 제법 많은 관중이 찾아 주셨는데 전체 관중석의 60퍼센트 정도밖에 채우지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2천 석으로 이번 대회를 치르는 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관중석을 쭉 훑은 중계 카메라가 양측 더그아웃을 비췄다.

-오늘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과 네덜란드 청소년 대표팀이 개막전을 치르는데요. 한운재 해설위원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일단은 대한민국 대표팀이 전력적으로 조금 더 우위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U-18 야구 월드컵 성적만 놓고 봐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앞서고 있고요.

역대 최악이라 불렸던 지난 대회 때도 네덜란드 대표팀보다는 성적이 좋았거든요.

-네덜란드 대표팀이 성인 무대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아직 유소년 야구 쪽에서는 이렇다할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안심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닙니다. 방용택 감독이 어제 무조건 결승에 올라가겠다고 호언장담을 했거든요? 결승 진출을 하려면 최소 4승 이상은 거두고 가야 합니다.

-4승이라면 일단 일본을 제외하고 무조건 승리를 챙겨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습니다. 오늘 맞붙는 네덜란드와 내일 있을 대만전에서 승리를 따낸다면 일단 결승으로 가는 9부능선은 넘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네요.

-경기 전에 양 팀 감독과 인터뷰를 나눠봤는데요. 네덜란드 대표팀의 마르코반바스텐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을 해볼만 한 상대라고 평가했습니다.

-네덜란드 대표팀은 이번 대회 슈퍼 라운드 진출이 목표라서요. 우리나라와 대만, 둘 중에 한 나라는 꼭 이겨야하다 보니까 그런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지난 대회 때 대한민국이 대만보다 순위가 낮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겁니다. 지난 대회 때 보다 일찍 합숙을 시작했고 대학 리그 팀들을 상대로 만만찮은 경기력을 보여줬거든요.

-총 7경기를 치르는 동안 2승 5패를 거뒀습니다만 중요한 건 경기력이니까요.

방용택 감독은 준비 과정에 상당한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박성구 캐스터와 한윤재 해설 위원이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경기 준비가 모두 끝이 났다.

-선공에 나서는 네덜란드 대표팀의 스타팅 라인업을 살펴 드리겠습니다. 1번 타자 3루수 라이네르 폴레우니스, 2번 타자 2루수 티라스 켐프. 3번 타자가 요주의의 선수인데요. 우익수 루세텐 얀센 선수입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죠. 친형이 현재 로키스 트리플 에이에서 활약중입니다.

-이어서 4번 타자는 좌익수 다릴 콜린. 5번에 1루수 샤네 콰트레. 6번에 나티엘 벤투라, 지명 타자고요. 7번에 중견수 미구엘 콥스, 8번에 포수 레안드로 아가스티, 그리고 마지막으로 9번 타순에 유격수 막스 모스 선수가 출전합니다.

-오늘 선발 출전한 선수 중에 좌타자가 무려 6명인데요. 스위치 히터인 라이 네르 폴레우니스 선수까지 좌타석에 선다고 가정하면 7명의 좌타자들과 싸워야 합니다.

-이에 맞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에이스인 김신우 선수를 선발로 내보냈는데요.

-김신우 선수. 현재 고교 야구에서 가장 빼어난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투수입니다.

-흔히들 좌관우 우신우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그 쌍신우 중에 우신우가 나온 겁니다.

-쌍신우라고 하니까 무슨 무협 소설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소설 속 무협 고수처럼 우리 김신우 선수가 초반 기세를 잡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중계 카메라가 다시 마운드 위를 비췄고.

김신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로진 가루를 주무르는 모습이 잡혔다.

그런 김신우를 매섭게 째려보던 1번 타자 라이네르 폴레우니스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갑자기 경기장의 외야가 넓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든 것이다.

“뭐지?”

라이네르 폴레우니스는 냉큼 타석 밖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상한 외야를 꼼꼼히 살폈다.

좌익수. 중견수. 그리고 우익수.

분명 세 명의 야수가 전부 서 있는데 좌중간과 우중간이 텅 빈 것처럼 보였다.

“선상 수비를 하는 건가? 왜 저렇게 선 거야?”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라이네르 폴레우니스는 타석으로 돌아와 방망이를 움켜쥐었다.

빈 공간이 많다는 건 그만큼 안타를 때려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

대한민국 대표팀 벤치의 속셈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방용택 감독도 괜히 좌우를 벌인 게 아니었다.

전력 분석팀이 분석한 라이네르 폴레우니스의 타구 분포 방향은 좌익선성과 우익선상이 주를 이루었다.

몸쪽 공은 철저하게 잡아당기고 반대로 바깥쪽 공은 철저하게 밀어 쳐서 안타를 만들어내는 유형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타구가 라이너성이라 미리 수비 위치를 잡지 않는 한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좌익선상이나 우익선상에 안타를 내주면 빠른 발을 이용해 2루를 파고드니 상대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너무 공간이 빈 거 아니야?”

손가락으로 중견수와 좌익수 사이를 가늠하던 전근우 수석 코치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선두 타자 라이네르 폴레우니스를 잡아내겠다는 의지는 좋은데 타구가 빈 곳에 떨어지면 2루타를 넘어 3루타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자 방용택 감독이 괜찮을 거라며 웃었다.

“유성이를 믿어 보자.”

“유성이 수비 범위 넓은 건 알겠는데 혼자서 다 커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좌익수와 우익수가 동시에 라인 선상 쪽으로 이동하는 이 극단적인 수비 전술이 가능한 건 중견수 자리에 박유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좌익수 자리에 들어간 고우일의 수비 범위도 상당히 넓은 편이긴 하지만 박유성의 넓은 수비 장악력이 없었다면 애당초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후우······.”

박유성도 평소답지 않게 길게 숨을 골랐다.

국제대회라고 해도 또래의 선수들과 싸우는 거라 떨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나니까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침착하게만 하면 돼.”

김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가자 박유성은 자세를 낮추고 움직일 준비를 했다.

퍼엉!

초구는 바깥쪽에 꽉 차는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157km/h가 찍힌 걸로 봐서 김신우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이러면 타구가 먹힐 가능성이 높겠어.”

박유성은 처음 위치보다 두 걸음 정도 앞쪽으로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

드롭 성으로 떨어지는 타구는 어쩔 수 없겠지만.

구위에 밀려 내야를 살짝 넘기는 타구만큼은 어떻게든 잡아내고 싶었다.

퍼엉!

초구 스트라이크를 허용한 라이네르 폴레우니스는 2구 째 몸 쪽 깊숙한 슬라이더를 침착하게 골라냈다.

국내 고교야구 심판이었다면 스트라이크를 줬겠지만.

국제 야구 협회에서 파견된 대만 심판은 몸쪽 코스에 인색하게 굴었다.

“이러면 바깥 쪽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겠어.”

박유성은 다시 오른쪽으로 수비 위치를 옮겼다.

프로 선수도 아니고 아마추어 선수가 코칭스테프의 지시도 없이 멋대로 위치를 조정하는 건 도를 넘는 짓이었지만 프로 40년차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박유성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움직였다.

포수석에서 박유성의 움직임을 확인한 주전 포수 송산아는 3구 째 바깥쪽 빠른 공을 요구했다.

라이네르 폴레우니스가 바깥 쪽 코스를 노릴 가능성이 높았지만 김신우의 구위와 박유성의 수비를 믿고 승부를 건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포수의 리드를 거절하지 않는 김신우가 단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송산아의 미트를 향해 있는 힘껏 공을 내던졌다.

후앗!

김신우의 손 끝을 빠져나간 공이 송산아의 생각보다 살짝 낮게 깔려 들어왔지만.

따악!

빠른 공에 자신 있던 라이네르 폴레우니스는 망설이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고.

방망이 끝부분에 걸린 타구가 유격수 채준영의 머리 뒤로 솟구쳤다.

“젠장할!”

타구 방향을 확인한 채준영이 다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차라리 좌우를 깨끗하게 빼내는 안타라면 모를까.

경기 시작부터 이런 바가지 안타를 허용하고 싶지 않았다.

바로 그때 채준영의 뒤통수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잡아!”

“······!”

채준영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텅 비어 있을 줄 알았던 내야 뒤쪽 공간을 향해 박유성이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제발 잡아 줘!’

발걸음을 멈추면서 채준영이 간절히 빌었다.

그 순간 박유성이 마치 미끄럼틀을 타듯 슬라이딩을 하더니 팔을 쭉 뻗어 떨어지는 공을 낚아챘다.

“나이스!”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지켜 본 채준영이 두 팔을 들어올리며 소리쳤고.

그 포효 소리에 김신우의 얼굴에도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박유성이 글러브에서 새하얀 공을 꺼내자 2루심이 마지막으로 주먹을 들었고.

1루 베이스에 서서 기적을 기다렸던 라이네르 폴레우니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3루 쪽 더그 아웃으로 몸을 움직여야 했다.

“유성아!”

제 자리로 돌아가는 박유성을 향해 김신우가 엄지를 추켜 들었다.

평소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방금 전 타구는 박유성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잡아내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그러자 박유성이 큰 목소리로 야수들을 독려했다.

“자, 자! 두 개 남았다! 빨리 잡고 들어가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방용택 감독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이래서 유성이를 좋아한다니까?”

“진짜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쟤만 보면 나 한창때가 생각 나. 나도 대표팀에서 묵직하게 후배들을 이끌었는데 말이야.”

“감독님. 이상한 소리 그만하시고 경기 보시죠. 다음 타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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