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62화 (62/412)

타자 인생 3회차! 62화

10. 저 선수가 바로 박유성입니다! (5)

네덜란드의 에이스 도니오 브릭을 강판시킨 이후에도 대한민국 대표팀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5번 타자 홍상철이 바뀐 투수 티렐 블린트의 초구를 잡아당겨 안타 행진을 이 어갔고.

6번 타자 오대석의 볼넷과 7번 타자 홍우진의 희생 번트로 만든 1사 2,3루 상황에서 포수 송산아가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채준영은 3루 베이스를 직격하는 행운의 땅볼로 2루까지 들어갔고.

다시 만들어진 1사 2,3루 찬스에서 박유성이 바뀐 투수 마르턴 클라시의 포심패스트 볼을 잡아당겨 다시 한번 좌중간을 갈랐다.

-3루 주자 홈 인! 2루 주자까지 홈을 밟습니다. 스코어 8대 0!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울어졌습니다!

-박유성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방금 공도 몸 쪽 꽉 차게 들어왔거든요? 그걸 정확하게 받아쳤습니다.

-네덜란드 대표팀 마르코 반바스텐 감독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고 있는데요.

-고민이 많을 겁니다. 벌써 세 번째 투수인데 아직 아웃 카운트를 하나밖에 잡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콜드 게임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이번 대회 콜드 게임 규정을 설명해 주시죠.

-고교 야구의 경우 5회에 10점차 이상 벌어지면 콜드 게임을 인정하지만 국제룰은 조금 다릅니다. 5회에 15점차 이상이 나야하고 7회부터는 10점차 이상 벌어져야 콜드 게임으로 인정됩니다.

-그럼 콜드 게임까지 이제 절반 온 거네요.

-하지만 분위기는 좋으니까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윤재 해설위원의 바람대로 대한민국 대표팀 타자들은 매 이닝 점수를 뽑아냈다.

1회에 10점을 꽉 채운 데 이어 2회에 오대석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을 보탰고.

3회에 박유성과 고우일의 연속 안타와 더블 스틸로 만들어낸 무사 2,3루 찬스에서 이동엽이 3점포를 쏘아 올리며 14점째를 채웠다.

승기가 완전히 넘어갔다고 생각한 네덜란드 대표팀은 투수 교체 없이 네 번째 투수 노아 베뤼우스에게 경기를 맡겼고.

4회 말 2사 만루에서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선 박유성이 싹쓸이 3루타를 때려 내면서 콜드 게임을 완성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경기 끝났습니다.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이 네덜란드 청소년 대표팀을 18대 0으로 대파하고 5회 콜드 게임 승리를 따냈습니다.

-정말이지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는데요. 이 기세 그대로 내일 경기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 MVP는 4타수 4안타에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박유성에게 돌아갔다.

선발로 등판한 김신우도 5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에 탈삼진 7개를 잡아내며 호투를 펼쳤지만.

결승포를 포함해 종횡무진 맹활약한 박유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짧게 진행된 MVP 인터뷰에서 박유성은 새까만 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박유성 선수. 배트를 들고 나온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제가 오늘 이 배트로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거든요. 그래서 이 배트를 후원해 준 분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들고 왔습니다.”

“그 고마운 분이 누구죠?”

“현민이 형. 메이저리그 활약상 잘 보고 있어요. 항상 응원하고 존경하며 사랑합니다! 형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겠습니다!”

TV 중계는 시간 관계상 인터뷰가 잘렸지만.

미튜브 채널을 통해 문제의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자 국내 최고의 야구 관련커뮤니티인 베이스볼 파크가 들썩거렸다.

내가 고교 야구를 거의 안 봐서 그러는데 대체 박유성이 누구야? 좀 침?

ㄴ박유성. 신성 고등학교 3학년. 좌투좌타. 주 포지션은 중견수. 지난 대통령 배 타격 1위. 득점 1위. 타격 1위. 안타 1위. 출루율도 아마 1위. 타점 장타율도 상위권일 듯. 어쨌거나 현장의 평가는 리틀 기종범임.

ㄴㅅㅂ 또 기종범이야? 우리 종범신 좀 보내주자. 언제까지 우려먹을거야?

ㄴ종범신은 기정후 낳고 할 도리를 다 했어. 이제 그만해. 육수도 안 남겠다.

ㅋㅋ

ㄴ리틀 기종범은 베이스볼 패치 쪽에서 먼저 쓴 거고. 고교 야구 팬들은 리틀송현민이나 리틀 기정후로 부름.

ㄴ리틀 송현민은 김현중 아니었음?

ㄴ그 김현중 박유성한테 밀려서 벤치인뎁쇼?

ㄴ헐, 김현중 어디 아픔? 왜 밀렸지?

ㄴ노노. 순수 실력으로 밀림. 지금 김현중이 박유성 백업임.

ㄴ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원래 박유성은 대표팀 명단에 없었어요.

올 해 대회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해서 주말 리그 상위권 팀에서 선수를 선발했는데 대통령배 때 신성 고등학교가 광일 꺾고 4강 올라가면서 박유성이 눈에 들어 온 겁니다.

ㄴ이게 맞음. 뒤늦게 추가 선수로 합류했고 외야수들끼리 자체 테스트 했는데 거기서 박유성이 1등 함.

ㄴ꼴등은 누군데?

ㄴ배성열이 밀리지 않았음?

ㄴ헐, 배성열 경성 4번타자 아님?

ㄴ방용택 감독이 박유성 안 뽑으면 감독 때려치겠다고 했다고 함. ㅋㅋㄴ그럼 박유성 낙하산임? 백 써서 들어온 건가?

ㄴㅅㅂ. 백써서 들어온 선수가 사이클링 히트를 치냐? 뇌는 장식품이야?

ㄴ아니면 아니지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ㄴ너님이 열받게 하잖아. 국적이 바다 건너야? 아니면 대륙인가? 개막전 MVP한테 낙하산 드립 치는데 화를 내는 내가 이상한 거야?

ㄴ워워, 님 진정하세요. 그냥 야알못인거 같으니까 무시하시죠.

ㄴ솔직히 낙하산이면 어때? 아니 저런 낙하산이면 무조건 뽑겠다.

ㄴ요즘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 낙하산 성능표 - 4타수 4안타. 1루타 1개 2루타 1개 3루타 1개 홈런 1개. 8타점에 4득점. 도루 1개(3루 도루). 호수비 여러 차례. 결승타. 경기 MVP.

ㄴㅅㅂ ㅋㅋㅋㅋㅋㅋ

ㄴ아니 꿀빨랬더니 왜 혼자 다 하냐고 ㅋㅋㅋ

ㄴ소설 제목 나왔다. 낙하산이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

ㄴ그것보다 청대에 천재 낙하산이 들어왔다가 더 나을 듯. ㅋㅋ

50만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현민 사랑 팬카페에도 모처럼 새글들이 올라왔다.

뭐죠? 오늘 우리 오빠 잘 했나요? 아니면 스캔들?

ㄴㅅㅂ 또 언년이야?

ㄴ진짜 우리 오빠 좀 그만 건드려어어어!

ㄴ저기 님들. 진정하세요. 언년이 아니라 언놈입니다.

ㄴ놈??????

ㄴ설마 우리 오빠 취향이 그 쪽인가요?

ㄴ하아. 님들아. 제발 링크 걸어놓은 기사 좀 보고 댓글 다세요.

ㄴ링크를 클릭하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우리 현민러버들을 위해 간략 요약. 1.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개막전에서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를 18대 0으로 이겼어요.(와우) 2. 박유성 선수가 가장 잘 해서 경기 MVP로 꼽혔는데 은인으로 우리 오빠 언급했네요.(기특) 3. 우리 오빠가 박유성 선수 야구용품 후원해줬대요.(역시 송천사) ㄴ그냥 야구 용품이 아니라 현민 오빠가 쓰는 거하고 똑같은 걸로 지원했대요. 글러브에 스파이크까지! 방망이 부러지면 리필도 쌉가능!

ㄴ리필 ㅋㅋㅋㅋ

ㄴ어쨌거나 우리 오빠 지원 없었으면 MVP도 못 받았다는 거죠?

ㄴ그······쵸?

ㄴ아마 그럴걸요?

ㄴ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ㄴ역시 기승전갓현민. ㅋㅋㅋ

ㄴ여러분! 우리 오빠가 박유성을 키웠습니다! ㅋㅋㅋ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송현민도 모처럼 팬카페에 들러 글을 남겼다.

오늘 훈훈한 기사가 들려오던데 다들 보셨나 모르겠네요.

박유성이라고 제가 최애하는 동생입니다.

알고 지낸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만약에 제 2의 송현민이라는 별명을 단 한 명만 써야 한다면 저는 망설이지 않고 이 친구에게 허락 하고 싶네요.

농담 안 하고 제가 중견수로 뛰던 시절 판박이에요.

이대로 조금만 더 경험을 쌓으면 저를 뛰어 넘을지도? ㅎㅎ그러니까 박유성 선수 많이 응원해 주세요.

트윈스 올 시즌 성적 보면서 가슴 아팠는데 어쩌면 유성이가 제 자리를 대신해 줄지도 모르겠어요.

송현민의 카페 글이 기사화되자 그 불똥이 트윈스 스카우트 팀으로 튀었다.

“현민이 이 자식은 진짜 끝까지 말썽이네.”

“그러게요. 메이저리그에서나 잘 할 것이지 왜 성적 얘기는 해가지고 참······.”

지난해.

트윈스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송현민을 앞세워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시리즈 전 인터뷰에서 송현민은 흔쾌히 해외 진출을 허락한 구단과 팬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매 경기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팀의 공격을 이끈 끝에 나눔 리그 MVP와 한국 시리즈 MVP를 동시에 거머쥐는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지난 1994년 우승 이후 33년만의 우승에 메이저리그 트윈스 팬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을 정도였지만.

올해 트윈스의 성적은 우승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참담했다.

서울 지역 라이벌인 스타즈는 물론이고 랜더스와 타이거즈에 밀린 4위.

그것도 5위 라이온즈와 반 경기 차이고 최하위 자이언츠와는 고작 한 경기 반차이였다.

포스트 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3위보다 최하위로 떨어지는 게 더 쉬워 보이는 시즌 초반 상황에서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였던 송현민이 성적을 운운해 버렸으니 억지로 화를 삼키던 팬들조차 발끈하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FA를 영입해서 현민이 빈자리를 채워야 했습니다.”

언제나 입바른 소리만 하는 박남중 대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승 축하 잔치도 좋았지만 송현민의 이적료로 FA 선수들을 영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러자 황영수 과장이 한마디 했다.

“우리가 FA 영입을 안 하고 싶어서 안 했어? 현민이 돈을 제 돈마냥 불러대니까 못한 거잖아!”

송현민이 레인저스에 입단하며 받은 계약 총액은 4년 기준 6천만 달러.

덕분에 트윈스도 1125만 5천달러라는 이적료를 챙길 수 있었다.

한화로 160억에 달하는 거금이면 송현민에 준하는 FA 대어 영입도 가능했지만 결과적으로 트윈스의 스토브 리그는 실패로 끝이 났다.

트윈스와 연락하는 에이전트들마다 송현민 프리미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송현민 이적료 받는 거 있지 않습니까? 저희 선수한테 조금만 더 쓰시죠? 솔직히 트윈스 하나만 보고 FA 신청한 겁니다.

-송현민 대체 선수로 들어가는 건데 송현민 급 대우를 해 주셔야죠. 20억만 더 쓰십시오. 진짜 싸게 가는 겁니다.

-이러면 구단 이미지만 나빠집니다. 쓸 땐 써야죠. 막말로 송현민 이적료로 국 끓여드실 거 아니잖아요?

-스타즈에서 130억 부른 거 일단 킵 했습니다. 트윈스에서 130억 맞춰 주면 무조건 트윈스로 갑니다. 네? 옵션이요? 에헤이. 옵션은 별개죠. 스타즈도 120억 보장이었는데요?

에이전트들의 언론 플레이에 트윈스 팬들은 매일같이 희망 고문을 당해야 했고 그 원성은 자연스럽게 구단을 거쳐 모기업으로 향했다.

그러자 모기업은 일부 에이전트들의 말장난으로 시장이 망가지고 있다며 FA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때 사표 쓸 각오로 회장님을 설득했다면 좀 달랐을까요?”

스카우트 팀 막내 조영식이 눈치 없이 한 마디 보탰다. 그러자 황영수 과장이 대번에 눈치를 줬다.

“야. 네 사표는 약발도 안 먹히는 거 몰라? 이게 누굴 죽이려 들어? 너 스파이야? 누가 보냈어? 베어스냐?”

“베어스 얘기가 또 왜 나옵니까.”

“너 베어스 어린이 회원 출신이라며?”

“전 월급 주는 곳에 충성하는 직장인일 뿐입니다.”

“시끄럽고. 그래서? 지금 팬들이 원하는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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