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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인생 3회차-74화 (74/412)

타자 인생 3회차! 74화

11. 원더 보이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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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일본 3대 1 격파! A조 선두 질주!

서울에서 열린 2028 U-18 야구 월드컵 조별 예선 3일차 경기에서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이 일본 청소년 대표팀을 상대로 3대 1, 신승을 거두었다.

대한민국과 일본, 대만, 네덜란드, 이탈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묶인 A조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은 나란히 2승을 거두며 A조 공동 1위에 올라 있었다.

대한민국은 다크호스 네덜란드를 18대 0, 5회 콜드 게임으로 대파한 뒤에 대만을 3대 1로 잡아냈고 일본 역시 대만을 6대 4로 이긴 뒤에 이탈리아를 11대 1, 7회 콜드 게임으로 제압했다.

네덜란드 대표팀의 전력이 예상보다 못하다는 걸 감안했을 때 오늘 경기의 승자가 A조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국내 언론은 이 경기를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고 평가했지만 일본 언론의 분위기는 달랐다.

꼭 잡아야 하는 경기.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

지난 대회 때 6위로 추락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반영된 냉정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전체적인 경기 흐름은 시종일관 팽팽하게 진행됐다.

대한민국은 안경호를, 일본은 하라구치 유타를 각기 선발로 내세웠는데 두 투수 모두 최고의 피칭으로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안경호는 5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 승리에 기여 했고 하라구치 유타도 수준 높은 포크볼을 앞세워 6.2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어쩌면 이번 대회 최고의 명품 투수전이 될 수 있었을 경기의 변수를 만든 건 이번에도 박유성이었다.

1회 초.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고른 박유성은 2루와 3루를 연거푸 훔쳐냈다.

경기 시작부터 무사 3루의 득점 기회를 얻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2번 타자 김현중까지 추가 볼넷으로 진루하자 더블 스틸이라는 과감한 작전을 걸었고.

일본의 포수 미즈시마 게이가 2루로 뛰는 김현중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박유성이 과감하게 홈을 훔치면서 선취점을 가져갔다.

이어진 1사 3루 상황에서 4번 타자 강준혁이 큼지막한 희생 플라이를 때려내며 김현중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박유성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회 초.

1사 이후 또 다시 볼넷을 골라 낸 박유성은 2루와 3루를 훔치며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비록 후속타 불발로 추가 득점을 뽑아내지는 못했지만 일본 대표팀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었다.

5회 초.

또 다시 볼넷을 골라 나간 박유성은 3연속 볼넷의 아쉬움을 수비로 풀었다.

5회 말 선두 타자 스즈키 지로의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잡아낸 것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박유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엄지를 추켜 들었고.

역전의 분위기를 기대했던 일본 대표팀 벤치에서는 무거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5번 타자 나시모토 준야가 안경호를 상대로 홈런을 때 려내면서 일본 대표팀의 아쉬움은 배가 됐다.

만약 여기서 경기가 끝났다면 오늘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은 승부처라는 데 이 견이 없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박유성은 박유성이었다.

7회 초.

하라구치 유타를 대신해 좌완 사이드암 사사키 고지가 구원 등판하자 박유성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2사에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 일본 대표팀도 승부를 걸었다.

2대 1까지 쫓아 온 상황에서 박유성을 또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기에는 추가 실점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 타석 연속해서 볼넷을 당하다시피 했으니 박유성의 타격감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일본 벤치는 우익수 쪽으로 수비수를 미는 수비 시프트까지 감행해 박유성과 승부를 진행했지만 박유성은 영리하게도 텅 빈 좌익수 방면으로 공을 밀어 쳐 3루타를 때려냈다.

따악, 하는 타격음이 울리기가 무섭게 박유성은 쏜살같이 1루를 밟고 2루로 내달렸다.

박유성이 2루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는 좌익수 미야기 히로야마가 타구를 찾지 못한 상태.

박유성은 그대로 2루를 돌아 3루로 내달렸고 좌익수 미야기 히로야마의 송구가 3루수 사카시마 쇼타의 키를 넘긴 사이 홈까지 파고들며 오늘 경기의 마침 표를 찍었다.

비록 실책이 겹쳤다는 판단에 따라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은 취소가 됐지만 오늘 보여준 박유성의 퍼포먼스는 타격은 슬럼프가 있어도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 격언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아울러 다시 한 번 전성기 시절의 기종범을 연상시켰다.

야구 천재 시절 기종범은 루상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상대 내야진을 숨막히게 만들었다.

오늘 경기에서 박유성도 기종범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1회에 홈스틸 포함 도루 3개(스틸 포 더 사이클 달성) 3회에 도루 2개.

5회에 도루 1개.

그리고 7회에 3루타에 이은 득점까지.

역대 최강을 자처하는 일본 청소년 야구 대표팀은 강했지만 박유성의 빠른 발을 잡아내지 못하면서 오늘 경기를 맥없이 내주고 말았다.

경기 후 일본의 나가타 유이 감독은 박유성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씁쓸히 패배를 받아들였다.

대한민국의 방용택 감독은 모든 선수가 잘해 줬지만 특히나 박유성을 추가 선발한 자신에게 칭찬을 해 주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은 내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레 이탈리아와 경기를 치른 뒤 하루 쉬고 슈퍼 라운드에 돌입한다.

다크호스인 네덜란드와 강호 대만, 숙적 일본을 잡아내고 전승으로 A조 1위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대회 목표인 결승 진출을 넘어 전승 우승을 달성하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베이스볼 패치 나영진, 공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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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후 베이스볼 파크는 박유성 관련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 맞음. 3루타 준 주최 측이 안티임.

ㄴ이게맞지. 좌익수가 송구하기 직전에 박유성은 3루 거의 다 돌았는데 무슨 실책 타령이야?

ㄴㅅㅂ 남들이 보면 일본에서 대회하는 줄 알겠음.

ㄴ박유성 홈런 아까운 거 알겠는데 우리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실책 맞아요.

ㄴ실책이야. 이미 비슷한 전례가 있음.

ㄴ아니 우리 냉정하게 그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고요. 박유성 탄력 받고 3루돌아 홈 찍는 게 빠름? 아니면 좌익수 허접 송구가 노바운드로 정확하게 포수미트에 빨려 들어가는 게 빠름?

ㄴ일단 박유성이 3루 밟기 전에 좌익수가 송구를 했으니까 실책이라고 판단한 거 아닐까요?

ㄴ아니죠. 플레이의 연속성을 봐야죠. 수비를 떠나 박유성은 거의 멈춤 없이 달렸잖아요.

ㄴ이거 미국 쪽에서도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라고 인정함. 언쟁 노노요. 게임 세스코입니다.

ㄴ미국에서 뭐라고 하건 공식 결과는 3루타입니다. 박유성 선수도 쿨하게 받아들였고요.

ㄴ그럼 박유성이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함? 양신처럼 기록실 문 박차고 들어가서 방망이 함 휘두를까?

ㄴ양신 일화는 과장된겁니다. 그리고 그 시기는 기록 잘못된 게 많았어요.

ㄴ프로 선수들 SNS 반응 대부분이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알까요? 아니면 프로 선수들이 더 잘 알까요?

ㄴ아니 이미 판정은 나왔다니까요? 왜들 미련을 못 버려요. 3루타입니다. 그냥 박유성이 잘 한 걸로 하자고요.

ㄴ박유성 잘 했음. 진짜 개잘했음.

ㄴ인정 받고 인정 더요. 나 원래 청대 야구 안 보는데 진짜 박수치면서 봤음.

ㄴ저도요. ㅋㅋ 우리 아버지도 무슨 야구를 이렇게 일찍하냐고 보셨다가 박유성 보고 감탄함.

ㄴ아버지 어디 팬임?

ㄴㅅㅂ 묻지 마. 지금 급 우울해지셨으니까.

ㄴ자이언츠네. ㅅㅂ

ㄴ아니면 파이터즈일 듯. ㅋㅋ

ㄴ트윈스입니다. 송현민 미국에서 다시 데려와야 한다고 지금도 난리에요.

ㄴ이렇게 된거 박유성 트윈스 가자!

ㄴ님아. 양심좀요. 송현민으로 볶아 먹었으면 됐지 무슨 박유성 타령입니까?

ㄴ박유성 1차 지명권은 저희 파이터즈에게 있습니다. 꿈도 꾸지 마세요. 엣헴.

ㄴ응. 아니야~ 이제 곧 지명권 장사할거야~

ㄴ지명권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ㅋㅋㅋ

ㄴ그러지 마 형들아. 파이터즈 팬들도 야구 좀 보자 ㅠ.ㅠ

공윤경 기자가 박유성과 관련한 연작 기사를 쓸 때 까지만 해도 시큰둥했던 베이스볼 파크가 프로야구 경기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박유성과 관련된 글들을 쏟아내자 각 구단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나 성적 부진으로 코치진을 물갈이한 트윈스는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박유성 사줘 청원 행진을 보며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팬들 반응은 알 테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박유성이, 1라운드로 뽑아야 합니까?”

외출을 했다가 서둘러 돌아 온 박영석 단장은 송영기 운영팀장과 김인호 스카우트 팀장을 불러다 놓고 물었다.

그러자 송영기 운영팀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박유성 선수가 잘 하긴 하지만 1라운드 픽을 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로 야구는 용병 농사로 결정된다는 말이 많다.

최대 4명으로 늘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얼마나 해 주느냐에 따라 순위가 달라 진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최대 28명까지 등록 가능한 1군 엔트리에서 24명은 국내 선수로 채워야 했다.

잠깐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하면 바로 교체해버리는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국내 선수들은 팀의 근간이었다.

그리고 그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게 바로 신인 드래프트였다.

김인호 스카우트 팀장과 자주 대화를 나눠 온 송영기 운영팀장은 우선 지명을 포함해 3라운드 픽까지 투수를 뽑아야 한다고 여겼다.

12구단 체제로 접어들고 외국인 타자가 2명으로 늘어나면서 프로야구 모든 구단은 수준급 선수들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고교 야구 팀의 숫자는 고정적이고 눈에 띠는 선수들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경쟁만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5라운드가 넘어가도 괜찮은 선수들이 남아 있었지만.

최근 드래프트 시장에서는 3라운드만 끝나도 쓸 만한 선수를 찾는 게 어려워졌다.

그중에서 수준급 투수를 찾기란 더 어려운 일.

‘박유성이 잘하긴 하지만 대졸 타자들도 많으니까.’

송영기 운영팀장이 동의를 구하듯 김인호 팀장을 바라봤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박유성의 신들린 플레이를 돌려보고 왔던 김인호 팀장은 송영기 운영팀장의 방침에 동의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김인호 스카우트 팀장의 속내를 읽은 것일까.

“김 팀장 생각은 어때요?”

박영석 단장이 김인호 스카우트 팀장을 콕 찝어 물었다.

그러자 김인호 스카우트 팀장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박유성은 3학년이 되어서야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박유성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상 이력부터 시작해 플레이 스타일. 장점.

단점. 개선점. 성장 가능성과 방향성. 교우 관계 등등 아무것도 아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요? 아는 게 없으니까 1라운드 지명은 무리라는 겁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야구를 기똥차게 잘한다는 거. 이건 아마추어 레벨의 플레이가 아닙니다. 당장 1군 붙박이로 써도 어지간한 신인급 선수들 보다는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 김 팀장!”

김인호 스카우트 팀장이 엉뚱한 말을 꺼내자 송영기 운영팀장이 다급히 소리쳤다.

한 번 꽂히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박영석 단장 스타일에 또 일을 벌일까 봐겁이 난 것이다.

하지만 방금 전에 모그룹 임원으로부터 1차 경고를 받고 온 박영석 단장에게는 도박이 필요했다.

“1라운드 1차 지명권이 파이터즈에게 있죠?”

“다, 단장님!”

“송 팀장은 일단 조용히 좀 해 봐요. 김 팀장하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성급하게 생각하실 게 아닙니다.”

“계속 그럴 거면 나가 있던가요.”

송영기 운영팀장의 입을 틀어막은 뒤 박영석 단장이 김인호 스카우트 팀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김인호 스카우트 팀장이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파이터즈에서 원하는 선수들이 있을 겁니다. 카드만 잘 맞추면 지명권 받아 올 수 있습니다.”

“미안한데 리스트 좀 뽑아 줄래요?”

“네. 단장님.”

“송 팀장은 그만 나가 보고요.”

쫓겨나듯 단장실을 나온 송영기 운영팀장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박유성이 U-18 야구 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고작 고졸 중견수를 얻자고 이러는 건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송영기 운영팀장은 미처 알지 못했다.

다른 구단들 역시 박유성을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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