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인생 3회차! 82화
13. 박유성은 못 말려 (1)
1
슈퍼 라운드 1일차 결과
1경기장
대한민국 2 2 2 ┃ 1 0 1 ┃ 1 2 1 ∥ 12
쿠 바 0 0 0 ┃ 0 1 0 ┃ 0 1 1 ∥ 3
승리투수 : 김신우(6이닝 1실점)
패전투수 : 라파엘 산체스(1.1이닝 3실점)
MVP : 박유성(3타수 3안타 2타점)
2경기장
일 본 1 0 1 ┃ 0 0 1 ┃ 1 0 0 ∥ 3
도미니카 0 0 0 ┃ 0 0 0 ┃ 2 0 0 ∥ 2
승리투수 : 요시다 코헤이(6이닝 0실점)
패전투수 : 이스마엘 크루스(6이닝 2실점)
MVP : 스즈키 지로(4타수 2안타 2타점)
3경기장
미 국 0 0 1 ┃ 0 0 0 ┃ 0 1 0 ┃ 2 ∥ 4
대 만 0 0 0 ┃ 1 1 0 ┃ 0 0 0 ┃ 1 ∥ 3
승리투수 : 제레미 라이트(1이닝 1실점)
패전투수 : 리자오쉰(1이닝 2실점)
MVP : 타일러 브릭스(4타수 2안타 3타점)
2028 U-18 야구 월드컵 슈퍼 라운드 경기는 앞선 조별 예선처럼 신성 고교 야구 전용 경기장에서 동시 진행됐다.
가장 먼저 경기가 끝난 건 제 2경기장.
요시다 코헤이와 이스마엘 크루스라는 에이스 카드 간 맞대결에서 집중력을 앞세운 일본이 한 점 차 신승을 거두었다.
제 2경기장의 경기가 끝나고 10분 뒤에 제 3경기장의 소식이 전해졌다.
대만의 에이스 왕웨이신의 호투에 꽁꽁 눌려 있던 미국 대표팀은 8회 초에 터진 4번 타자 타일러 브릭스의 동점 홈런에 기사회생했고.
이어진 승부치기에서도 타일러 브릭스가 2타점 안타를 때려내면서 가까스로 승리를 챙겼다.
“일본과 미국이 너무 힘겹게 이겼는데?”
“그만큼 전력 평준화가 됐다는 거야. 솔직히 아마추어 레벨에서 잘 해봐야 뻔한 거잖아?”
“그런데 제 1경기장은 아직 경기를 하는 거야?”
“점수가 많이 나나 본데?”
“그렇다면 쿠바가 이기나보네.”
“한국 타선도 만만치 않을 걸?”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거면 쿠바가 유리하지. 한국은 스몰 야구 스타일이잖아.”
“그렇게 궁금하면 인터넷 중계로 확인하면 되잖아?”
“에이. 그럼 재미없지.”
“맞아. 이렇게 담배를 태우면서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낭만이라고.”
“낭만은 개뿔.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성격 급한 기자 하나가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 중계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눈을 똥그랗게 떴다.
“뭐야? 11대 1?”
“11대 1? 한국 선발이 무너진 거야?”
“무슨 헛소리야. 한국이 11점이야. 쿠바는 이제 1점 땄다고.”
“뭐? 지금 몇 회인데?”
“9회 초.”
“8이닝 동안 쿠바가 고작 한 점밖에 못 냈다고?”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지난 조별 예선 5경기에서 쿠바 대표팀의 총 득점은 43점.
B조 최약체인 중국을 상대로 12점을 낸 걸 빼더라도 31점에 경기당 평균 8점에 가까운 점수를 뽑아냈다.
물론 대한민국 대표팀도 5경기에서 49점을 올렸지만 한 수 아래인 네덜란드와 대회 최약체급인 이탈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상대로 43점을 몰아낸 만큼 쿠바 대표팀의 공격력이 대한민국 대표팀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타격전으로 가면 쿠바가, 투수전으로 가면 대한민국이 유리할 거라 내다봤는데 대한민국 대표팀이 쿠바 대표팀을 흠씬 두들겨 팰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0분 후.
1경기장의 최종 결과가 전달됐다.
“12대 2?”
“9회에 한 점씩 주고받고 끝났어.”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1경기장을 취재한 기자 말로는 또 그 녀석 때문이래.”
“그 녀석? 설마 썬?”
“라파엘 산체스를 상대로 연속 3루타를 때려 냈다던데?”
“연속 3루타? 대체 라파엘 산체스는 뭘 얻어맞은 거야?”
“보나마나 뻔하지 뭐. 동양인이라고 무시하고 한복판에 포심을······.”
“아니. 커터.”
“······뭐?”
“커터라고. 두 번 다 커터를 맞았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라파엘 산체스의 커터는 플러스 피치라고. 아마추어 레벨이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공이 아니야!”
U-18 야구 월드컵이 예년보다 일찍 진행되면서 해외 아마추어 계약이 전체적으로 늦춰진 상태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눈여겨보는 선수들 상당수가 이번 야구 월드컵에 참가하는 만큼 잠재력만 보고 투자하기보다 조금 더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물론 각 구단에서 우선적으로 찍은 선수들은 대회 결과와 상관 없이 계약이 확정적이었다.
그 중 쿠바의 에이스 라파엘 산체스는 쿠바 국적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계약이 됐을 거라는 게 북중미 쪽 스카우트들의 중론이었다.
스카우트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라파엘 산체스의 스카우팅 리포트 상 평가는 수준급이었다.
20-80 스케일 기준으로
99mile/h(≒159.3km/h)까지 나온다는 패스트 볼은 65점을 97mile/h(≒156.1km/h)까지 찍혔다는 커터는 60점을 받았다.
커브와 체인지업은 평균 이하고 쿠바 선수답게 제구가 살짝 불안했지만 플러스 피치(60점 이상)가 두 개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이 높은 투수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그런 라파엘 산체스의 커터를 공략해 연속 3루타를 때려냈다고 하니까 다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연은 아니겠지?”
“한 번이면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연속해서 때려낸 거잖아. 그렇다면 실력이라고 봐야지.”
모든 경기가 끝나고 슈퍼 라운드 최종 순위와 개인 기록이 업데이트되자 기자들은 다시 한 번 호들갑을 떨어댔다.
2028 U-18 야구 월드컵 슈퍼 라운드 순위(1일차)
1. 대한민국 3승
1. 미 국 3승
3. 일 본 2승 1패
4. 쿠 바 1승 2패
5. 대 만 3패
6. 도미니카 3패
2028 U-18 야구 월드컵 개인 순위
- 타격
1위 박유성(한국) 1.000 (11/11)
2위 스즈키 지로(일본) 0.500 (9/18)
3위 이동엽(한국) 0.476 (10/21)
박유성이 쿠바 전에서 3타수 3안타를 추가하면서 10할 타자의 존재감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썬의 타율 봤어?”
“봤어. 처음에 잘못 본 줄 알았다고.”
“잘못 본 거 아냐. 나도 의심스러워서 기록을 확인해 봤는데 10할이 맞아. 심지어 전 타석 출루 중이라고.”
“썬은 안타를 치거나 볼넷을 골라 나가. 둘 중 하나야.”
“한국에서의 성적은 어때?”
“0.677인가 그럴 거야. 삼진은 한 번도 없었고.”
“이번 대회 때 성적이 더 좋아진 거야?”
“나도 그게 의문이야. 어떻게 국제 대회에서 성적이 더 좋을 수가 있지?”
“가끔 큰 경기에서 더 강한 선수들이 있잖아. 썬도 그런 스타일인가보지 뭐.”
고작 6경기 성적 가지고 너무 과대평가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없지 않았지만.
박유성은 타율 뿐만 아니라 최다안타 부분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안타보다 하나 더 많은 12개의 볼넷을 골라 나갔지만 정교한 타격으로 일본 대표팀의 간판타자인 스즈키 지로는 물론 이동엽보다도 많은 안타를 때려낸 것이다.
거기에 도루와 득점도 1위를 차지하자 박유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도대체 썬, 그 녀석은 정체가 뭐야? 어디서 그런 선수가 갑자기 튀어 나온 거야?”
“도핑을 의심하는 거라면 그만 둬. 썬은 신성 병원 도핑 센터에서 벌써 몇 차례 검사를 받았으니까.”
“뭐? 그게 정말이야?”
“썬은 올해 갑자기 치고 나온 케이스야.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상하게 생각했겠지.”
“이번 대회 직전에 도핑을 했을 가능성은 없는 거야?”
“그렇다면 그 전에 보여준 퍼포먼스는 뭐라고 설명할 건데?”
“아니, 그렇게 따질 필요도 없어. 네덜란드 전과 일본 전때 이미 도핑 검사를 받았으니까.”
“네덜란드 전 다음이 일본 전 아니었어?”
“네덜란드가 첫 경기고 일본이 세 번째였어. 네덜란드전 때는 히트 포 더 사이클 때문에 주최측에서 지목한 거고. 일본전 때는 일본에서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
“그런데 아무 문제 없었다는 거지?”
“전혀. 참고로 신성 도핑 센터 검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야. 올림픽 위원회는 물론이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젠장할. 그럼 대체 어떻게 저렇게 잘하는 거야?”
“그야 나도 모르지. 하지만 확실한 건 도핑 쪽은 아닐 거라는 거야.”
“나도 같은 생각이야. 썬의 플레이는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 약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그럼 뭐야? 소설 속 주인공처럼 회귀라도 한 거야?”
“모르지. 인생 2회차일지도.”
다음 날에도 박유성은 10할 타율을 유지했다.
2타수 2안타에 1홈런, 볼넷 3개.
추가로 5득점과 3타점, 4도루까지.
만화 같은 활약상으로 지난 쿠바 전에 이어 경기 MVP에 선정됐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브루어스와 이미 구두 계약을 마쳤다는 100mile/h(≒160.9km/h)의 강속구 투수 안드리아 메나를 선발로 내세웠을 때만 해도 박유성의 전 타석 안타 행진이 끝날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정작 박유성은 빠르기만 한 안드리아 메나의 공을 여유롭게 골라낸 뒤에 그라 운드를 흔들면서 안드리아 메나를 자멸하게 만들었다.
믿었던 안드리아 메나가 3이닝(6실점)만에 강판당하자 도미니카 공화국도 힘을 쓰지 못했다.
타격만큼은 대회 최강이라 자부해 왔지만.
퍼엉!
“스트라이크, 아웃!”
대표팀 합류 이후 한 차원 더 성장했다는 이관우의 괴력투를 이겨내지 못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도미니카 공화국을 9대 1로 잡아내면서 4승으로 결승 진출을 확정 짓는 동안 미국과 일본, 대만과 쿠바의 경기가 동시 진행됐다.
제 2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의 승자는 일본.
3대 3으로 팽팽히 맞서던 8회 말, 일본 대표팀의 4번 타자 스즈키 지로가 결승 홈런을 때려내면서 갈 길 바쁜 미국의 발목을 잡았다.
제 3경기장에서도 쿠바 대표팀이 대만 대표팀을 상대로 4점 차이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펼쳤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대한민국의 결승 파트너가 누구일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이 한국을 잡으면 세 팀 모두 4승 1패가 되는 거지?”
“일단 일본이 쿠바를 잡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세팀이 TQB를 따져야 해.”
“그렇다면 미국이 가장 유리하지 않을까? 한국의 선발은 안(안경호)이잖아.”
“킴이 나오는 게 아니었어?”
“킴은 쿠바 전 때 등판했어. 리는 오늘 나왔고.”
“킴도 6이닝을 소화했으니까 내일 경기에 등판하는 건 무리야.”
“그렇다면 안이라는 건데······. 안으로는 미국 대표팀 타자들을 이기기 힘들걸?”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야. 블레이크 마틴과 마이크 아벨을 써 버렸잖아.”
“미국의 선발은 누구야?”
“글쎄. 순서상으로는 마르쿠스 고든인데 로버트 줄리안이 나올지도 몰라.”
“이런, 한국보다 미국이 더 문제 같은데?”
“일본도 쿠바를 이긴다고 자신할 수는 없어. 미국이 한국을 잡고 일본이 쿠바에게 패배한다면 미국이 한국의 파트너가 될 거야.”
난적 미국을 잡아내고 결승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일본 언론도 대한민국과 미국 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작가의말
무료 연재 마지막 회차입니다.
월요일 10시 경에 유료화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유료 전환이 가능하도록 애독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완결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첫날 연재는 12시 쯤 올라갈 것 같습니다.
내일 연재분에 한해 골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오니 유료 연재 공지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