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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인생 3회차-181화 (181/412)

타자 인생 3회차! 181화

24. 역대급 신인(2)

공인 중계사가 보여준 타운 하우스는 이선영의 마음에 쏙 들었다.

지상 2층에 지하 1층으로 지어졌는데 두 동 면적에 한 동을 지었다는 말처럼 주변의 집들에 비해 훨씬 크고 고급스러웠다.

게다가 마당도 상당히 넓었다.

“다 해서 방이 몇 개예요?”

“1층에 3개가 있고 2층에 4개 있습니다. 지하실에도 방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2개 있고요.”

“화장실은요?”

“1층에 2개 2층에 2개입니다. 아, 물론 지하실에도 하나 더 있습니다.”

“원래 대가족이 썼나 보네요?”

“미국에서 아들 내외가 들어온다고 해서 크게 지으신 거거든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 아들 내외하고 다시 미국에 가시기로 했답니다.”

“그럼 입주는 언제쯤 가능해요?”

“입주야 언제든 가능하긴 합니다. 집주인분도 내년 초쯤에 이민 예정이라고 하셔서요. 그전까지만 정리가 되면 된다고 합니다.”

“저희도 지금 살고 있는 집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데 잘됐네요.”

“정말 구매하실 의사가 있으시다면 10퍼센트 정도 계약금을 거셔야 합니다.”

“대신 집주인분하고 잘 얘기해서 조금만 더 깎아주세요.”

“아이고, 사모님. 이것도 급매로 나온 겁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조정해 주세요.”

“하아. 알겠습니다. 제가 집주인 분하고 잘 얘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내일 가족들하고 집 한번 볼게요. 그때 다들 괜찮다고 하면 바로 계약금 넣고요. 어때요?”

“네. 그렇게 하십시오. 여기, 제 명함입니다.”

이선영은 집으로 돌아와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그러고는 사진으로 찍은 집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러니까 1층에 방이 3개나 된다는 거지? 그럼 하나는 내 서재로 쓰면 되겠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남은 방 하나는 손님용으로 꾸미면 될 것 같고요.”

박명철은 자신만의 공간이 생겼다며 만족했다.

박유성과 셋이 살 때까지만 해도 서재가 있었지만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서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저도 좋아요. 2층에 화장실이 2개 있으니까 유신이하고 싸울 일 없겠네.”

“그래. 아예 유선이 전용 화장실을 만들어줘.”

사춘기라 화장실 사용에 민감한 박유선도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형아. 그럼 나 여기서 이제 공놀이해도 돼?”

“대신 축구는 안 돼. 야구 해야 해.”

“축구 할래.”

“까불지 말고 야구 해 인마.”

미니 축구를 해도 될 만큼 넉넉한 잔디밭은 박유신의 차지였다.

구축 아파트 특성상 놀이터가 협소하고 부족했지만 이제는 주변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뛰어놀 수 있었다.

“유성이 너는 어때?”

“저도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피트니스 센터를 다녀야 하나 고민했는데 지하 공간에다가 만들면 되겠어요.”

“오오,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다. 겸사겸사 나도 운동 좀 하자.”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유선이하고 유신이도 운동해야죠. 운동은 결국 얼마나 하느냐의 싸움이에요. 벤치 선수라고 대충 하면 절대 주전 못 돼요.”

비록 3학년이 되어서야 경기에 뛸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훈련을 게을리했던 건 아니었다.

집 근처 실내 야구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공을 치고 또 쳤다.

만약 1회차 시절 초반을 대충 보냈다면 지금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지도 못했을 터.

“유신이 너는 형이 제대로 조기교육 시켜줄게.”

“조기교육?”

“그래. 너는 중학 야구부터 씹어 먹자.”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거리는 박유신을 보며 박유성이 씩 웃었다.

2회차 시절에도 박유신을 굴리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그 시기를 조금 더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내일 바로 계약할까요?”

“일단 가서 보고 문제 될 게 없으면 계약하자고. 유성이 통장에 들어 있는 돈으로 계약금 치르고 나머지는 급한 대로 대출받으면 될 테니까.”

“바로 들어가려고요? 집주인이 내년 초까지는 시간이 된다고 하던데요?”

“뭐 하러 그래? 그 양반도 빨리 집을 처리해 줘야 이민을 가지.”

“그렇게 해요. 기왕이면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낫죠.”

“그럼 내일 엄청 꼼꼼하게 살펴봐야겠네요.”

이사를 갈 생각에 가족들은 다들 들뜬 모습이었다.

“어, 김 사장. 다른 게 아니고 최 사장네 서재 있지? 그만큼 하려면 얼마나 들어?”

박명철은 벌써 서재에 넣을 가구를 고민했고.

“이건 가져가고…… 이건 새로 사야겠네.”

이선영도 가전제품들의 상태를 살피며 새로 장만할 살림을 확인했다.

“오빠. 지하에서 나도 운동해도 되는 거지?”

“당연하지. 유신이 크기 전까지는 유선이 네가 제일 많이 쓰게 될걸?”

“그럼 나한테 도움이 되는 운동 기구도 사줘.”

“알았다. 조만간 촬영하니까 그때 내가 소영이 누나한테 물어볼게.”

“근데 오빠 한소영 언니하고 친한 거 맞아?”

“친한 거 맞다니까. 여기 깨톡 안 보이냐?”

“4일 전에 깨톡 오고 끝인데?”

“운동선수들끼리는 서로 안부만 묻고 지내도 친한 거라니까 그러네. 그리고 우리는 종목이 다르잖아. 암튼 이 오빠를 의심하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훠얼씬 잘나가는 중이니까.”

“내 친구들 중에 오빠 아는 사람 아무도 없던데?”

“그건 네가 내 동생이라고 말을 안 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

박유성은 박유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1회차 때는 물론이고 2회차 때도 딱히 못 나갔던 건 아니지만 박유선은 박유성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거의 숨기고 살았다.

오죽하면 제부마다 상견례 때 자신을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을 정도.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놈을 데려오려나?’

박유성이 옛 생각을 하며 피식 웃자 박유선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뭐가?”

“웃음이 기분 나빴어.”

“내 웃음을 왜 평가하고 난리야? 암튼 가서 유신이하고 놀아줘. 또 송흔민 스페셜 보면 나한테 말하고.”

“암튼 오빠 별로 안 유명하니까 으스대고 그러지 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댔어.”

휙 하고 방을 나가는 박유선을 보며 박유성이 다시 웃었다.

“앞뒤 말이 다르잖아, 인마. 암튼 저 녀석은 3회차가 되어도 달라지질 않네.”

1회차였다면 살짝 상처를 받았겠지만.

3회차인 지금은 박유선이 무슨 말을 해도 타격이 없었다.

“그런데 대출이 제때 나오려나? 그냥 현민이 형한테 한 40억쯤 빌려달라고 할까?”

박유성은 망설이지 않고 송현민에게 깨톡을 보냈다.

[박유성 – 형. 바빠요?]

[박유성 – 남는 돈 있으면 40억만 빌려줘 봐요.]

잠시 후 손에 쥔 핸드폰이 지잉 울렸다.

[레인저스 송 - ????]

[레인저스 송 – 보이스 피싱이냐 뭐냐?]

[박유성 – 집 근처에 타운 하우스가 싸게 나와서 거기로 이사 가려는데 대출받기 귀찮아서요. 형이 좀 빌려줘 봐요. 이자는 드릴게요.]

[레인저스 송 – 헐, 넌 내가 은행으로 보이냐?]

[박유성 – 송뱅킹 아님?]

[레인저스 송 – 이 자식이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하늘 같은 선배를 지갑으로 알지?]

[레인저스 송 – 그래서 필요한 금액이 40억이야?]

[박유성 – 지금 사는 집 팔고 내년에 계약금 받으면 얼추 될 거 같긴 한데 대출은 시간이 걸리잖아요. 내 앞으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레인저스 송 – 참, 너 미성년자지?]

[레인저스 송 – 내가 삼촌한테 말할 테니까 필요한 만큼 가져다 써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 빌려주는 거면 삼촌도 별말 안 할 거다.]

[박유성 – 고마워요 형. 대신에 이번에 촬영할 때 무조건 형 이름 10번 말함.]

[레인저스 송 – 그렇지 않아도 SBX에서 촬영 온단다. 시간 좀 내달라는데 귀찮아 죽겠어 아주.]

“귀찮긴. 좋아 죽겠으면서.”

송현민의 돈을 뜯는 데 성공한 박유성은 그 사실을 박명철과 이선영에게 알렸다.

“뭐 하러 그래? 그냥 대출받으면 되는 건데.”

“번거롭잖아요. 이자도 내야 하고.”

“현민이한테 빌리는 돈은 무이자냐?”

“이자는 줘야겠지만 일단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죠. 그거 무시 못 해요, 아버지.”

“참. 중간에 갚으면 이자 내야 하지? 내가 그 생각을 못 했네.”

“어차피 현민이 형도 통장에 넣어놓은 돈 빌려주는 거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나중에 저도 현민이 형 돈 필요할 때 빌려주면 되는 거고요.”

“그래. 적금을 깨는 것도 아니고 있는 돈 빌려주는 거라면 네 말대로 하자.”

“그럼 광철 아저씨한테 부탁할게요.”

때마침 송광철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박유성은 전후 사정을 전했다.

-단기간만 쓰는 거라면 현민이한테 빌리는 게 낫겠다.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언제까지 입금해야 하는지만 알려주렴.

“네. 아저씨. 감사합니다.”

* * *

모든 준비를 마친 박유성 가족은 다음 날 이사할 집을 보러 갔다.

그런데 공인중개사 옆에 40대쯤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인사하세요. 집주인 아들분이십니다.”

“아, 그 미국에서 박사 학위 받으셨다는 그분 말씀이시죠?”

“처음 뵙겠습니다. 정영훈이라고 합니다.”

“박명철입니다.”

정영훈이 웃으며 박명철과 인사를 했다. 그리고 천천히 가족들을 살피다가 키 큰 청년을 보고 흠칫 놀랐다.

“자, 잠깐만요. 혹시……?”

“아, 우리 큰아들입니다. 유성아. 인사드려라.”

“안녕하세요. 박유성입니다.”

“어이구, 박유성 선수! 완전 팬입니다. 이야, 내가 박유성 선수를 실물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선영에게 대학교수라 전해 들었던 정영훈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박명철은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모님. 왜 말씀을 안 해주셨어요? 박유성 선수 가족인 줄 알았으면 제가 책임지고 더 깎았을 텐데요.”

심지어 공인중개사까지 진심으로 서운해하자 이선영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졌다.

“일단 집부터 보시죠. 제가 이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이 집, 제가 설계한 겁니다. 부모님 모시고 살려고 제가 아는 건축사 통해서 직접 지었고요. 솔직히 고생해서 지은 집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찹찹했는데 박유성 선수가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집 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영훈은 현관문부터 시작해 방 하나하나를 어떤 의미로 설계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전날 공인중개사를 통해 대충 들었던 이선영은 물론이고 박명훈과 박유성도 정영훈의 말에 홀리듯 빠져들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로 계약하시겠습니까?”

“저희는 좋습니다.”

“제가 듣기로 지금 사는 집을 파셔야 한다고 하던데 잔금은 마련이 되셨을까요?”

“네. 주변에서 일단 융통하려고 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잔금은 천천히 지급해 주세요. 계약서에 잔금일 명시만 해주시면 먼저 들어와서 지내셔도 상관없습니다.”

“교수님. 그럼 매매 금액 조정은……?”

“아, 참. 그랬죠? 사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거라서 1억 정도 조정해 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또 박유성 선수 팬이니까 42억에 하시죠.”

“그렇게 깎아주셔도 괜찮으세요?”

“하하. 사실 이 집 절반은 제 지분입니다. 그리고 제가 외아들이라 결국 제가 물려받을 재산이니까 괜찮습니다. 대신에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부탁이요?”

“나중에 박유성 선수 메이저리그 오면 그때 저희 학교 한 번만 방문해 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영훈의 배려 속에 계약을 마친 박유성 가족은 곧바로 이사를 시작했다.

“유선이 네가 안쪽 방을 써. 나하고 유신이가 계단 쪽 방을 쓸게.”

“오빠가 안쪽 방을 써야 하지 않아?”

“너 프라이버시 지켜주려고 그래.”

“나도 그래서 말하는 건데? 오빠도 남자잖아.”

“유신이가 계단 쪽 방을 써야 어머니도 편하니까 네가 안쪽 방 써.”

“그럼 나하고 유신이가 계단 쪽 방을 쓸게.”

“그렇게 되면 유신이하고 화장실을 같이 쓰게 되잖아. 유신이 성격에 가까운 화장실 갈 텐데 그걸로 싸우지 말고 네가 안쪽 방 써.”

간단히 방 배정을 마치고.

박유성은 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트로피들만 따로 챙겼다.

그러자 박명철이 와서 한마디 했다.

“그걸 왜 건드려?”

“이사하면 제 방에 두려고요.”

“놔둬, 이놈아. 그거 내 서재에 둘 거야.”

“아버지 서재요?”

“그래. 너 스타즈 입단하면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 텐데 이거라도 보고 있어야지. 주인도 없는 방에 둬서 뭐 하려고?”

“그럼 제 방은 뭐로 꾸며요?”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말해. 그때 절반쯤 떼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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