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189화 (189/412)

타자 인생 3회차! 189화

24. 역대급 신인(10)

기사를 접한 베이스볼 파크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속보! 박유성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

└ㅋㅋㅋ 내 이럴 줄 알았음.

└유성아. 잘 생각했다. 프로 야구판은 너무 좁아. 넌 메이저리그 가야지! ㅋㅋㅋ

└아까 계약 기사 때 박유성 빠졌을 때 아니라고 빼액거리던 스타즈 팬들 다 어디 갔음?

└나 박유성하고 협상 잘 안되는 거 아니냐고 댓글 달았다가 비추 폭탄 먹음 ㄷㄷㄷ

└쉿! 조심해요. 그들이 몰려옴. ㅋㅋㅋ

└이때다 싶어서 비아냥거리는 인간들 또 나왔네. ㅉㅉㅉ

└메이저리그 오퍼 기사는 이관우도 났음. 그럼 이관우도 메이저리그 가겠네?

└김신우도 메이저리에서 관심 있다고 나왔었죠.

└그래요. 그렇게 정신 승리 하세요. ㅋㅋㅋ

박유성이 해외 진출 쪽으로 마음을 돌린 거라며 불타오르던 커뮤니티는 송광철 대표의 추가 인터뷰 기사가 나면서 잦아들었다.

└송광철 대표. 스타즈와 성실히 협상 중. 해외 진출 가능성도 남아 있어.

└그러니까 뭐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기사 낸 거임? 와, 진짜 어이없네.

└어이없을 거 없습니다. 원래 에이전트들 하는 일이 이런 겁니다.

└저는 오히려 송광철 대표가 스타즈와 협상 이어간다고 해서 고맙네요. ㅠ.ㅠ

└그런데 최소 계약금이 250만 달러라는 거 사실일까요?

└박유성이 저 정도도 못 받을 거라는 얘기??

└아뇨. 생각보다 너무 낮아서요.

└저는 그래서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요즘 메이저리그도 해외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거액을 주지 않는 분위기라서요.

└요즘은 예전하고 달라서 300만 달러쯤 받으면 잘 받는 겁니다.

└그래도 여전히 이중 계약이 많지 않나요?

└예전처럼 뒤로 감으면 해외 아마추어 계약 페널티뿐만 아니라 사치세에 페널티를 엄청나게 물려서 이중 계약 사라졌습니다.

해외 아마추어 계약 보너스 풀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쿠바나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에서 야구 좀 한다는 유망주들을 경쟁하듯 데려갔지만 요즘 트렌드는 달랐다.

북중미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앞다투어 시설 투자에 나섰고.

자신들이 만든 인프라를 통해 성장한 선수들의 지분을 통해 적정 가격에 계약을 맺었다.

물론 아직도 여러 구단을 찔러보며 시장을 어지럽히는 에이전트들이 남아 있지만.

어마어마한 페널티를 감수하고 악마의 유혹에 넘어갈 메이저리그 단장은 이제 없다고 봐야 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최소 250만 달러라는 건 그보다 더 쓴 구단들도 많다는 거고 15개 구단에서 오퍼가 왔으니까 경쟁이 붙으면 300만 달러 이상도 가능하다는 건데 이 타이밍에 기사를 낸 의도가 뭐겠습니까?

└알아서 잘하라는 거죠.

└그렇죠. 스타즈도 박유성 같은 케이스는 처음일 겁니다.

└박유성 계약 기준 가지고 말이 많은데 송현민보다 조금 더 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네? 누구요?

└송현민 팬이신가?

└송현민 프로 야구 판 처음 들어왔을 때 플레이하는 걸 못 보셨나보네요. ㅋㅋ

└현시점 기준 커리어는 박유성이 송현민 압살합니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이 전국 대회 타이틀인데 청룡기에 봉황기 싹쓸었죠.

└압살까지는 아니지 않나요?

└송현민은 U-18 야구 월드컵에서 비공식 타격 8관왕과 10할 타율, MVP를 차지한 적이 있습니까? 송현민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국제 대회에 나가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차지한 적이 있습니까? 송현민은 게릿 벌렌더와 크리스 반스를 상대로 홈런을 친 적이 있습니까?

└송현민 팬이지만 인정. 솔직히 고교 시절 기준으로 송현민 가져다 대는 건 송현민 팬들도 안 하는 짓임.

언론에서 박유성을 운운할 때마다 발끈하던 송현민 팬들도 <사부열전> 방영 이후 박유성맘이 됐다.

박유성이 의도적으로 송현민을 언급한 게 제대로 먹힌 것이다.

└우리 현민이가 가장 아끼는 후배가 박유성인 거 알죠? 다들 이간질에 넘어가지 맙시다.

└어그로성 기사는 반응하지 말고 조용히 싫어요를 눌러주세요.

└저는 민병규 선수 옆에 두고 가장 친한 선수로 현민이 오빠 꼽은 거 보고 섭섭한 거 다 풀렸습니다. ㅎㅎ

└현민이 오빠 인터뷰 영상은 어떻고요? 완전 꿀 떨어지던데요? ㅋㅋ

└오죽하면 올림픽 기간에 한방 쓰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의심하잖아요. ㅋㅋㅋ

└박유성 선수 욕하는 건 현민이 오빠 얼굴에 침 뱉는 행동입니다. 다들 명심하자고요!

송현민 팬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재미를 보았던 일부 기자들도 <사부열전> 방영 이후로는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걸 자제했다.

“포털 사이트 말이야. 비추천이 많으면 기사가 내려가?”

“몰랐어? 얼마 전에 개편됐잖아.”

“그러면 기사를 어떻게 쓰라는 거야?”

“그것 때문에 정치부 기자들은 머리가 다 빠진다잖아. 조금만 눈에 거슬려도 비추부터 찍으니까. 그런데 무슨 기사를 쓴 거야?”

“그냥. 베팍에서 하도 박유성을 빨아대길래 송현민 좀 끌고 왔지.”

“요즘 그거 안 먹혀. 박유성 팬카페 10만명 넘은 거 알지?”

“박유성이 팬카페도 있어?”

“암튼 사부열전 방영된 이후로 가입자 수 확 늘었는데 그중에 절반이 송현민 팬이라는 소문이 있어.”

“하아. 그걸로 재미 좀 봤는데 아쉽게 됐네.”

“그럼 김 기자도 그거 건드려 봐.”

“어떤 거?”

“이번에 스타즈에서 신성고 선수만 7명이나 지명했잖아. 그거 김석률 감독이 뒷돈 받고 받은 거라는 소문이 있더라고.”

“뭐? 정말?”

언론의 반대를 무시하고 스타즈 구단이 박유성을 우선 지명하면서 스타즈 구단에 대한 반감을 갖는 기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 일부가 커뮤니티에 떠드는 낭설만 듣고 스타즈 구단에 사실 문의를 해왔지만.

이번 드래프트에 김석률 감독이 관여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기자들도 참 단순하네요.”

“왜? 또 무슨 소릴 했는데?”

“신성고 선수를 7명이나 받은 이유를 말해달래요.”

“이미 우리가 노렸던 예상 선수들 명단 공개했잖아? 그런데 뭘 더 말해달래?”

“그야 저도 모르죠.”

“다음번에 전화 오면 이렇게 말해.”

“어떻게요?”

“청룡기와 봉황기에 가중점을 두고 뽑았다고. 그럼 아마 찍소리 못할걸?”

청룡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스타즈 구단에서는 박유성 이외의 신성 고등학교 학생을 뽑을 생각이 없었다.

6라운드 이후 명단에 장태수와 손지원이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그마저도 우선 순위 선수가 아니었다.

스네이크 방식으로 진행되는 드래프트 특성상 앞에서 한 명만 어긋나도 지명이 줄줄이 꼬이게 마련.

그때 우왕좌왕하지 않기 위해서 예비 선수로 포함시킨 것뿐이었다.

그런데 신성 고등학교가 경복 고등학교와 광일 고등학교를 완파하고 청룡기 정상에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성고 전력이 많이 좋아졌는데?”

“그러게요. 스카우트 팀 자료에는 거의 쓸 만한 선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미 해체된 스카우트 팀은 무시해. 팀장부터 그랬는데 제대로 된 의견이나 나왔겠어?”

“그런데 스카우트 팀 인력은 언제 뽑는 겁니까?”

“일단 이번 시즌 끝나봐야지. 왜? 스카우트 팀 대신해서 드래프트 자료 만드는 게 귀찮아?”

“그게 아니라 용병 때문에 그렇죠.”

“나도 그게 걱정이긴 한데…… 단장님이 따로 생각하신 게 있으시겠지.”

고명환 팀장을 가차 없이 잘라 버린 김재식 단장은 김대철 차장에게도 사표를 받아냈다.

하루아침에 팀장과 차장을 잃은 스카우트 팀 직원들은 불의에 항변하듯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김재식 단장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표를 처리해 버렸다.

스카우트 팀이 사실상 해체되면서 전력분석팀에서 임시로 스카우트 팀의 업무를 대신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신성 고등학교 선수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팀장님. 손지원이 괜찮은데요?”

“배 과장이 보기에도 괜찮아 보이지?”

“일단 올해 성적은 나쁘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고교 투수들 중에서 20위 안에 듭니다.”

“20위면 2라운드에서 3라운드 사이겠네.”

“2라운드는 조금 부담스럽고 3라운드 어떨까요?”

“그전에 뽑히지만 않는다면 최고지.”

박유성 게임을 통해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손지원은 청룡기와 봉황기에서 5승에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다.

김신우와 이관우, 안경호 같은 검증된 에이스급 투수들에 비해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후반기 퍼포먼스만 놓고 봤을 때 뽑아서 키워볼 만했다.

“장태수는 어때?”

“장태수도 좋죠. 제가 자료 정리하다 하나 발견한 게 있는데요. 장태수가 고교 야구 타자들 중에서 6번째로 볼넷을 많이 얻어냈습니다.”

“1위는 박유성일 테고 이동엽보다 많아?”

“경기 수 때문에 이동엽이 더 많고 평균으로 치면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1루수인 게 걸리는데…….”

“아마추어 때 포지션 그대로 유지하는 선수가 몇이나 된다고? 막말로 민병규도 내년 시즌 외야로 전향하잖아?”

LA 올림픽에서 미국전 패배의 주범이 될 뻔했지만 민병규는 외야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준수 녀석보다 1루 수비를 잘하긴 힘들 거 같으니까 외야로 가자. 그게 낫겠어.”

이미 한 차례 1루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민병규는 제2의 송현민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절친한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프링 캠프 때 코너 외야수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병규야 중고등학교 때 코너 외야수로 뛴 경험이 있으니까 쉽죠. 장태수는 계속 1루만 봤습니다.”

“그건 이동엽이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우리에게는 수비 요정 박유성이 있잖아?”

“하긴. 박유성에 다니엘 브리토면 한 자리는 마네킹을 세워놔도 되긴 하죠.”

“그러니까 길게 보자고. 기왕이면 김 감독님도 직접 가르친 제자가 편하지 않겠어?”

전략분석팀이 재검토한 드래프트 선발 명단에도 신성 고등학교 선수는 손지원과 장태수뿐이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후순위 지명 선수에서 우선 지명 선수로 바뀐 정도.

그 외 나머지 선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 드래프트 당일에 타 구단에서 노골적으로 스타즈를 견제하면서 계획이 꼬였다.

“뭐야? 우리가 뽑으려던 선수들을 전부 뽑아 갔잖아?”

“왠지 일부러 저러는 거 같습니다.”

“일부러라니?”

“구단 스카우트들 대부분 선수 출신이잖아요. 서로 알게 모르게 커넥션이 있을 텐데 다 잘라 버리고 우리가 대신 나왔으니 대놓고 엿 먹이려는 거 같은데요?”

궁지에 몰린 윤경태 전략분석팀장은 플랜 B를 꺼내 들었다.

“까짓거 우리도 막 나가자.”

“어떻게요?”

“쟤들 우리가 신성고 선수들 못 데려갈 줄 알고 저러는 거 같은데 제대로 보여주자고.”

아직 구단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박유성의 우선 지명으로 신성 고등학교 지명 관련 제약은 없어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윤경태 전략분석팀장은 노골적으로 신성 고등학교 선수들을 지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내야수 하나 뽑기로 했는데 누가 좋을까?”

“그럼 오진욱으로 가시죠.”

“오진욱 포지션이 어디였지?”

“2루수입니다. 오른손 타자고 주로 박유성 뒤에서 쳤습니다.”

“그럼 작전 수행 능력도 좋겠네. 좋아. 오진욱으로 가자.”

스타즈가 신성 고등학교 선수들로 전력 보강에 나서자 타 구단 스카우트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대놓고 신성고를 뽑잖아?”

“이동엽 뽑고 장태수까지 데려갈 줄은 예상 못 했습니다.”

“이제 신성고에 남은 선수가 누가 있어?”

“솔직히 나머지는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투수는 다 뽑혔고 김산하고 김경준, 김병욱이 남았는데 지금 뽑기에는 애매합니다.”

신성 고등학교의 전국 대회 2연패를 박유성 덕분이라 생각한 타 구단 스카우트들은 남은 선수들을 외면했지만.

스카우트 팀을 대신해 신성 고등학교 경기 영상을 눈이 빠져라 돌려 본 윤경태 전략분석팀장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신성 고등학교 선수들을 호명했다.

“팀장님. 이렇게 다 뽑아도 되는 걸까요?”

“뭐 어때? 못 뽑을 선수 뽑은 것도 아닌데.”

“그렇긴 한데 나중에 말 나올까 봐 걱정입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적어도 전략분석팀에서 한 해 농사 망쳤다는 소린 듣고 싶지 않으니까.”

윤경태 전략분석팀장을 통해 드래프트장의 상황을 전해 들은 김재식 단장도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그리고 혹시나 쓸데없는 얘기 나오면 그룹 차원에서 대응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 약속대로 스타즈 구단에서 드래프트 관련 악의적인 루머는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베이스볼 파크를 비롯해 야구 관련 커뮤니티가 깨끗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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