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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인생 3회차-193화 (193/412)

타자 인생 3회차! 193화

25. 스타즈의 신성(2)

김재식 단장은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안재희 운영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단장님.

“지금 얘기 중인데 송 대표님이 옵션 추가를 요구했습니다.”

-옵션이요? 금액을 올려달라는 건가요?

“그거 말고요. 윤 팀장님이 추가하자고 했던 거 있잖아요.”

-아아, 세부 기록에 따른 보너스 말씀이시죠?

“네. 그것 좀 빨리 정리해서 이쪽으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단장님.

“그리고 상한선을 확 높이세요.”

-네?

“박유성 선수는 목표 지향적인 선수입니다. 목표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집중하는 스타일이에요.”

-아,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럼 모든 기록의 상한선을 최대한 올리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질적인 보너스가 줄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보너스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에 다시 이어가도 상관없겠지만 김재식 단장은 오늘 어떻게든 확답을 받아내고 싶었다.

신상욱 회장이 박유성의 계약 소식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1시간 후.

“단장님.”

운영팀 임세영 대리가 직접 추가 서류를 들고 찾아왔다.

“고생했어요. 임 대리.”

“아닙니다. 그리고 노트북 들고 왔으니까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만 해 주세요.”

“이럴 줄 알았으면 다 함께 동석하는 건데 그랬습니다.”

“아니에요. 단장님. 협상은 단장님이 하시는 게 맞습니다. 저희는 열심히 서포트 하는 역할이고요.”

“그래요. 고마워요.”

김재식 단장은 임세영 대리가 가져온 서류를 빠르게 훑었다.

앞서 윤경태 전략분석팀장이 만들었던 내용에 조금 더 살이 붙었는데 자신이 보기에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대표님. 이것 한 번 봐 주시겠습니까?”

“어이구. 이건 또 언제 준비를 하신 겁니까?”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까지는 집에 못 가신다고요.”

“이거 집에 전화해서 속옷 좀 가져다 달라고 해야 하나요?”

너스레를 떨던 송광철 대표가 서류를 받아 들었다.

박유성의 성격을 정확하게 짚어줘서일까.

보너스 옵션이 세부적으로 들어가 있었다.

타율 3할 이상 시 보너스 5천만 원.

이후 1푼마다 2천만 원 추가.

타율 4할 이상 시 추가로 보너스 1억 원.

이후 5리마다 2천만 원 추가.

타율 5할 이상 시 추가로 보너스 2억 원

이후 3리마다 2천만 원 추가.

타율 6할 이상 시 추가로 보너스 3억 원

이후 2리마다 2천만 원 추가.

타율 7할 이상 시 추가로 보너스 5억 원

이후 1리마다 2천만 원 추가.

“타율이 7할까지 있네요?”

“박유성 선수 고교 리그 성적을 참고했습니다.”

전후반기 주말 리그를 포함해 박유성이 올해 고교 야구에서 기록한 타율은 0.766

프로 야구에서 7할을 칠 수는 없겠지만 이미 7할 타율을 기록한 전례가 있다 보니 7할까지 옵션을 집어넣었다.

“이러다 박유성 선수가 7할을 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미국에도 일본에도 7할 타자는 없습니다. 그런 타자가 우리 팀에 있다면 기둥뿌리를 뽑아서라도 대우해야죠.”

“하하. 단장님도 성격이 화끈하시네요.”

“화끈한 게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7할에 5억이라는 보너스를 걸었고요.”

김재식 단장의 말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으로 넘어갈수록 더 많은 보너스가 붙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 수령 가능 보너스가 적은 건 결코 아니었다.

박유성이 3할 5푼을 치면 기본 보너스 5천만 원에 5푼에 해당하는 1억이 추가가 되고.

4할을 치면 3할 구간의 2억 5천만 원에 추가로 4할 보너스 1억 원이 얹어진다.

‘만약에 5할을 친다면 최소 9억 5천만 원.’

이런 세부 옵션은 타율에만 붙는 게 아니었다.

박유성에게 유리한 최다안타와 출루율, 도루, 득점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불리할 거라 평가받는 홈런과 타점, 장타율에도 먹음직스러운 보너스가 걸려 있었다.

‘대충 3할 중후반에 30홈런, 50도루 정도만 해도 보너스로 10억 가까이 챙기겠는걸?’

모든 계산을 마친 송광철 대표가 이래도 괜찮겠냐는 얼굴로 김재식 단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김재식 단장이 씩 웃으며 말했다.

“제 걱정을 하시는 거라면 괜찮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박유성 선수가 이 모든 옵션을 전부 달성해서 수십억을 타간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그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해외 아마추어 계약상 당장에 초대형 계약을 맺지는 못하겠지만.

오타니 쇼헤의 예처럼 구단에서 박유성을 눌러 앉히기로 마음먹으면 FA가 되기 전에 일찌감치 장기 계약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았다.

추가된 옵션 상으로는 평범한(?) 수준의 성적을 내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송현민이 받는 돈이 1년 평균 1500만 달러.

세금을 떼도 한화로 100억에 가까운 돈을 보장받고 있고 추가로 옵션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으니 박유성에게 이 정도 옵션을 걸어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거 협회에서 반려하는 건 아니겠죠?”

“반려할 이유가 있을까요? 계약은 어디까지나 구단 재량이고 박유성 선수가 7할을 친다면 협회도 좋지 않겠습니까?”

“하긴. 박유성 선수가 프로 야구 역사를 새롭게 써 버리면 흥행에도 도움이 되겠죠.”

“아마 이 계약서를 보면 외부에 흘리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릴 겁니다.”

구단과 선수의 계약 내용은 상호 합의에 따라 축소해서 발표하는 게 가능했다.

다만 계약 원본은 프로 야구 협회에 보내야 하는데 프로 야구 협회도 추후 문제가 생길 경우 계약의 준수 여부만을 따지기 때문에 계약 내용을 공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조건들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건가요?”

“아니요. 오직 박유성 선수에게만 적용이 됩니다. 다른 선수들은 내부 고과를 통해 연봉을 받는 게 나을 거라서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모두가 성적을 내겠다고 이기적으로 굴면 팀이 굴러가지 못할 겁니다. 물론 박유성 선수도 이 세부 옵션을 보면 눈이 돌아가겠지만요.”

“저는 개인적으로 박유성 선수가 이타적인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타적인 선수는 아닐 겁니다. 다만 팀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선수입니다. 이번에 청룡기와 봉황기 우승시키는 거 보셨지 않습니까?”

“네. 저도 그걸 보면서 올림픽 때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신성 고등학교가 청룡기와 봉황기를 연거푸 들어 올릴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까놓고 말해서 없죠. 거의 꼴찌들의 반란 수준이니까요.”

“박준수 선수와 송찬우 선수가 그러더라고요. 박유성 선수는 나이를 떠나 주장 감이라고. 실력으로 모범을 보이니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요.”

“그래도 루키 시즌에는 좀 봐주십시오.”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적어도 내년에는 박유성 선수가 온전히 야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김재식 단장과 협상을 마친 송광철 대표는 곧장 박유성의 집을 찾아갔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지만 박명철은 물론이고 박유신까지 자지 않고 송광철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구, 유신이 아직 안 잤어?”

“형아가 자지 말랬어요.”

“유신이는 재우지 그랬어?”

“유신이도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해야죠. 안 그래요, 아버지?”

“그럼. 오늘 같은 날은 모든 가족이 다 참석해야지.”

박명철은 거실로 송광철 대표를 안내했다.

새로 이사한 타운하우스는 지난번에 살던 아파트보다 거실이 두 배 가까이 컸다.

“여기 올 때마다 빨리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이 집 괜찮죠? 여기 단지에서도 이 집보다 큰 집이 없습니다. 하하하.”

“남가주 대학 교수님이 직접 설계하신 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양반이 뭐랬더라? 여보. 거 있잖아.”

“미국과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집이라고요.”

“맞아. 하이브리드. 난 그게 자동차 용어인 줄만 알았지 뭐야?”

“집 자랑은 나중에 하시고요. 그래서 계약은 어떻게 됐나요?”

이선영이 채근하듯 물었다.

품에 안은 박유신은 물론이고 박유선도 하품을 해대는 게 빨리 결과부터 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자 송광철 대표가 목을 한 번 풀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계약금은 20억입니다.”

“20억이나요?”

“그것도 세후입니다. 어머님. 세전 기준으로 하면 34억 쯤 될 겁니다.”

34억이라는 말에 박명철과 이선영은 물론이고 박유선까지 입을 쩍 벌렸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42억인데 거의 그 집값만큼 계약금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 박유선을 보며 박유성이 놀리듯 물었다.

“유선아. 이게 오빠야.”

“뭐래.”

“너 이제 마음 편하게 배구만 할 수 있어.”

“세금 떼면 20억이잖아. 현민이 삼촌한테 빌린 돈 갚으면 남는 거 없지 않아?”

박유선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자 송광철 대표가 냉큼 말을 이었다.

“참고로 계약금만 20억이고 박유성 선수는 별도 옵션이 많습니다.”

“옵션이요?”

“신인왕만 받아도 1억이고 리그 MVP 후보에 오르기만 해도 5천만원이 추가됩니다. 타격 타이틀마다 1억씩 걸려 있고요.”

“어이구. 그럼 그게 다 얼마야?”

“거기에 박유성 선수는 특별히 성적마다 옵션이 걸려 있습니다. 3할을 치면 5천만 원이고 10홈런을 쳐도 5천만 원입니다. 도루 10개를 기록해도 5천만 원, 50안타만 쳐도 5천만 원입니다. 거기서 계속 추가 보너스가 붙고요.”

박유성은 다시 박유선의 표정을 살폈다.

리그 MVP 얘기가 나올 때만 해도 시큰둥해 하던 박유선이 다시 반쯤 입을 벌리고 있었다.

“유선아. 입에 파리 들어간다.”

“뭐, 뭐래. 나 입 안 벌렸거든?”

“그래서 어때?”

“뭐?”

“이 오빠가 어떠냐고? 이제 막 존경심이 들어?”

“오빠 야구 잘하는 거 모르는 사람 있어?”

툭 하고 내뱉은 말이 부끄러웠던지 박유선은 후다닥 위층으로 올라갔고.

“누나아. 같이가아아.”

박유신도 이때다 싶어 박유선의 뒤를 쫓아갔다.

그렇게 동생들이 사라지자 박유성도 참았던 기쁨을 토해냈다.

“아저씨. 진짜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무슨. 솔직히 내가 한 거 하나도 없다? 나는 별 말 안했는데 스타즈에서 알아서 대우해 준 거야.”

“그래도 아저씨가 고생하셨죠. 안 그래요, 아버지?”

“그럼. 송 대표 아니었다면 우리 유성이가 이렇게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었겠어?”

“대표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하하. 아닙니다. 오히려 인사는 제가 두 분께 드려야 합니다.”

“……?”

“이렇게 좋은 아들을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성이, 아니 박유성 선수의 에이전트라는 게 정말 뿌듯했습니다. 하하하.”

그 날.

박명철과 송광철 대표는 말 그대로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그리고 이틀 후.

송광철 대표와 박유성 부자는 스타즈 구단에 조용히 방문해 최종 계약서에 사인했다.

“공식 발표는 며칠 있다가 하겠습니다. 아직 밥이 덜 되어서요.”

“메이저리그 쪽 반응 말씀이신 거죠?”

“다저스가 포문을 연 이후로 다른 구단들도 적극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어서요. 조금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발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저스의 올인 선언 이후로 지구 라이벌인 자이언츠와 애인젤스, 레인저스, 양키즈, 레드삭스까지 빅 마켓 구단들이 앞다투어 박유성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다들 박유성이 한국에 잔류할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만에 하나 다저스가 박유성을 헐값(?)에 하이재킹하는 걸 막기 위해 움직였다.

덕분에 박유성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오르는 중이었다.

“이제 곧 한국시리즈가 끝이 나니까요. 발표는 그다음에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송광철 대표도 한마디 보태자 살짝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박명철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랜더스와 히어로즈가 맞붙은 2028 한국 시리즈가 랜더스의 승리로 끝이 나고 며칠 후.

박유성의 계약 기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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