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13화 (313/412)

타자 인생 3회차! 313화

37. 어나더 레벨(4)

[8월 한 달간 갓유성 기록 일지]

08.01 vs 위즈(홈) 한 시즌 최다 볼넷 경신(기존 127개)

08.08 vs 베어스(홈) 시즌 300득점, 최연소 최단기간 300득점

08.14 vs 이글스(원정) 사이클링 홈런(세계 최초)

08.14 vs 이글스(원정) 한 경기 5연타석 홈런(세계 최초)

08.14 vs 이글스(원정) 한 경기 14타점(세계 최초)

08.14 vs 이글스(원정) 한 경기 2연타석 만루 홈런(국내 최초)

08.15 vs 이글스(원정) 7연타석 홈런(14일 경기 연속, 세계 최초)

08.16 vs 이글스(원정) 한 시즌 최다 타점 경신(기존 146개)

08.17 vs 히어로즈(홈) 시즌 11호 히트 포 더 사이클

08.19 vs 히어로즈(홈) 한 시즌 최다 홈런 경신(기존 56개)

08.21 vs 다이노스(원정) 시즌 12호 히트 포 더 사이클

08.23 vs 다이노스(원정) 시즌 홈런 60개(국내 최초)

08.24 vs 파이터즈(홈) 10경기 연속 홈런 경신(세계 최초, 기존 9개)

08.25 vs 파이터즈(홈) 시즌 4호 만루 홈런(국내 기록 타이)

08.25 vs 파이터즈(홈) 시즌 300안타 달성, 최연소 최단기간 300안타

08.26 vs 파이터즈(홈) 시즌 13호 히트 포 더 사이클

08.31 vs 라이온즈(홈) 시즌 14호 히트 포 더 사이클(세계 최초)

[8월 월간 기록]

71타수 59안타 0.831 22홈런 61타점 77득점 20도루

히트 포 더 사이클 4회

└미쳤다. 미쳤어. 진짜 이게 박유성 혼자 세운 기록임? ㄷㄷㄷㄷ

└뭘 그렇게 놀라세요? 7할 타자 처음 보시나? ㅋㅋ

└박유성 곧 7할 붕괴될 거라더니 8월 타율은 8할이네 ㅋㅋ 이러다 9월에 9할 칠 듯.

└에이. 아무리 그래도 9할은 좀…….

└아직도 박유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네. ㅋㅋㅋ

└그 누구도 박유성이 7연타석 홈런을 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ㅋㅋ

└님들 그거 아세요? 박유성이 사이클링 히트 못 한 단 하나의 구단이 바로 이글스라는 사실!

└오오, 정말요?

└네. 올 시즌 다른 구단들 상대로는 전부 사이클링 히트 성공했는데 이글스한테는 못 했습니다.

└하지만 이글스를 상대로 사이클링 홈런을 쳤죠.

└님들. 사이클링 히트 아니고 히트 포 더 사이클이요. 사이클링 홈런 아니고 홈런 사이클.

└그냥 우리끼리 알아들으면 됐죠 뭐.

└맞아요. 해설위원들도 섞어 쓰던데요?

└다른 구단은 몰라도 이글스는 까지 맙시다.

└옳소! 이글스가 박유성의 본능을 일깨워 줌. ㅋㅋ

└이글스가 아니었다면 갓유성의 각성도 없었죠. ㅎㅎ

└이글스의 살신성인. 잊지 않겠습니다.

박유성의 맹활약 속에 스타즈도 매직 넘버를 모두 지우고 나눔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8월에만 무려 25승 3패를 달성하며 시즌 성적 102승 22패를 기록, 2위 타이거즈와의 승차를 36경기 차이로 벌렸다.

승률은 무려 0.823.

프로 야구가 시작된 이래 최고 승률 기록이었다.

“지금까지 최고 승률이 라이온즈지?”

“네. 회장님. 1985년 77승 1무 35패로 0.706을 기록했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몇 승을 해야 깨는 거야?”

“106승을 하면 0.707이니까 이제 4승 남았습니다.”

“하하. 한 실장. 들었어?”

신상욱 회장이 웃으며 한용준 비서실장을 바라봤다.

스타즈를 만들면서 죽기 전에 한국 시리즈 우승을 맛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프로야구 역대 최다승에 팀 최고 승률까지 바라보고 있으니 모든 게 그저 꿈만 같았다.

한용준 비서실장도 스타즈의 눈부신 성적이 믿기지 않았다.

지난해 스타즈의 성적은 74승 75패 1무.

승률 5할 달성에는 아깝게 실패했지만 창단 이후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박유성이 LA 올림픽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MVP를 받았다 해도 야구는 팀 스포츠인 만큼 10승 이상의 성적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울 거라 내다봤건만.

무려 32경기를 남겨놓고 매직 넘버를 지워 버릴 만큼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할 줄은 미처 몰랐다.

“이 모든 게 회장님의 관심과 지원 덕분입니다.”

“내 덕은 무슨. 다 선수들이 잘한 거지.”

“회장님께서 박유성 선수를 잡아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성적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런가? 박 과장 생각은 어때?”

“저도 한 실장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지금의 말도 안 되는 성적의 중심에는 박유성 선수가 있지만 박유성 선수를 스타즈에 입단시킨 건 결국 회장님이시니까요.”

“하하. 이거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은데?”

딱히 공치사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스타즈에 대해서만큼은 신상욱 회장도 슬쩍 숟가락을 얹고 싶은 마음이었다.

스타즈의 창단부터 시작해 박유성을 국내에 주저앉힌 것까지 자신이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스타즈의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 낸 박유성의 공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 유성이 시즌 타율이 얼마지?”

“0.751입니다. 6월 이후 다시 7할 5푼대를 회복했습니다.”

“허허, 7할 5푼이라. 그럼 4타석 중에 3타석은 안타를 때려낸다는 말이잖아?”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기록이지요.”

박원호 과장이 혀를 내둘렀다.

신성 스포츠에 근무할 때부터 전 세계 스포츠 스타들의 동향을 살피는 업무를 맡아왔지만 박유성처럼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는 선수는 처음이었다.

“8월에 갑자기 잘 치는 이유가 뭐야? 더위에 강한 건가?”

“7월부터 김석률 감독이 박유성 선수의 출전 시간을 관리해 왔던 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도 평균적으로 4타석 정도 소화하고 있고요.”

“그럼 순전히 체력 관리 때문인 거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글스전 이후 박유성의 방망이가 폭발했을 때 대다수 전문가들은 무더위에 적응한 게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들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횟수만 생각하는데 박유성 선수는 중견수입니다. 프로야구 전체 외야수들 중에 가장 수비 범위가 넓고 가장 많이 뛰어다니는 선수입니다.”

“여름 들어 도루 시도 자체가 줄어든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박유성 선수도 평소보다 체력 손실이 크다는 걸 아는 겁니다. 그래서 체력을 수비와 타격에 집중했던 겁니다.”

박원호 과장도 처음에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박유성이 연이은 홈런포로 프로 야구판을 뜨겁게 달궈놓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글스전부터 박유성 선수가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좋은 공이 들어오지 않으면 무리해서 타격을 하지 않았는데 이글스전 이후로는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잡고 투수들을 압박해서 실투를 강요하는 느낌입니다.”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잡고 투수들을 압박한다라. 그건 보통 힘 있는 타자들이 하는 거 아니야?”

“네. 회장님. 힘이 좋고 어느 정도 정확도를 갖춘 타자들이 그런 식으로 타격을 하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투수들이 좋은 공을 던져주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유성이의 타격 스타일이 테이블 세터에서 클린업으로 넘어왔다는 건데 보통 그러면 정확도가 떨어지지 않아?”

“그렇습니다. 정확도가 높은 타자들이 중장거리 타자로 전환을 시도할 때 거의 대부분이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유성이는 아니잖아?”

“어쩌면 6월과 7월, 다소 부진했던 게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박유성의 타격 스타일이 바뀐 건 이글스전 이후였지만.

박원호 과장은 어쩌면 6월 이후로 스타일 변화를 추진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4월에 이어 5월까지 압도적인 타격을 이어가자 투수들이 승부를 피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타일 변화를 염두에 뒀을 거라 짐작했다.

“그러니까 이미 6월과 7월에 과도기를 거쳤다는 거지?”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회장님.”

“한 실장 생각은 어때?”

“박 과장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당시 아웃이 된 타구 대부분이 외야 플라이였으니까요.”

“정말 그런 거라면 이 녀석, 사업을 시켜야겠어.”

“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야? 시장을 빠르게 읽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거잖아?”

어디까지나 박유성은 프로 40년 차의 경험을 바탕으로 3회차를 사는 중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신상욱 회장은 박유성의 직감을 높이 평가했다.

“참, 민아하고는 어떻게 되고 있어?”

“일단 세 번 정도 식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 번 정도는 뭐야?”

“데이트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지켜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느낌에 몇 번 더 만났을 거라는 거야?”

“남녀 사이의 일은 당사자들 말고는 알 수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후원 행사 때 다시 만난 이후.

박유성과 신민아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식 교제 여부까지는 알 수 없지만 박유성이 시즌을 치르느라 거의 시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휴식일마다 만남을 가졌다는 건 서로 호감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그래. 원래 자주 얼굴을 봐야 정분이 드는 거야. 민아한테 야구장에 더 자주 가라고 해.”

“박유성 선수 동생 기사가 터지기 전까지는 경기장을 자주 찾아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생 기사가 왜? 그거 눈치 보여서 못 가는 거야?”

“아무래도 쓸데없는 기사를 낼 수도 있으니까요. 박유성 선수 생각해서 경기장 출입을 자제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신상욱 회장이 고개를 돌려 박원호 과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원호 과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민아 양과 기사가 난다고 해서 박유성 선수의 경기력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동생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팔자 좋게 연애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서로 조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거 참. 이래서 미국 가기 전에 날 잡겠어?”

박유성에게 관심을 보였던 손녀들 중에 살아남은 건 신민아뿐이었다.

신주희는 유학 중에 찍힌 파티 사진들이 갑자기 공개되면서 도망치듯 미국으로 돌아갔고.

신주연은 아직 고등학생이라 신민아처럼 데이트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신민아의 유일한 경쟁자였던 유세영은 모 모델과의 스캔들이 터진 상태.

“세영이 건은 알아봤어?”

“확인해 봤는데 세영 양과 잠깐 만났던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정리를 한 상태고요.”

“유성이하고 밥 먹을 때는 정리가 안 됐다는 거잖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녀석들이 제 할애비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이런 식으로 망신을 주나?”

신상욱 회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한용준 비서실장이 위로하듯 말했다.

“그래도 별도의 만남이 있기 전에 일이 터진 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없게 했어야지.”

“자식 일이 뜻대로 되겠습니까.”

“하아……. 한 비서처럼 참하면 좀 좋아?”

“회장님께서만 좋게 봐주시는 겁니다. 가율이도 알게 모르게 사고 많이 쳤습니다.”

“자네는 기준이 너무 엄격해.”

“다 회장님께 배운 겁니다.”

“왜 또 날 끌어들여? 암튼 우승도 확정됐으니까 다음 홈경기 때 유성이 특별관 오픈하라고.”

“네. 회장님. 그렇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유성과 옵션 계약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신상욱 회장은 별도의 선물을 약속했다.

처음에는 물질적인 것을 고려했는데 신민아가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박유성 선수는 메이저리그 가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텐데 물질적인 보상이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지 말고 스타즈 파크에 박유성 선수만의 공간을 만드는 게 어때요? 팬들이 평생 박유성 선수를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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