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20화 (320/412)

타자 인생 3회차! 320화

38. 한국 시리즈는 처음이라(2)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유성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초구와 2구, 바깥쪽으로 완전히 빠지는 공을 지켜본 뒤에 3구째 몸 쪽 높게 날아든 공을 피하며 3볼을 만들었다.

그리고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바깥쪽으로 던진 공을 결대로 밀어 때리며 3명의 주자를 전부 홈으로 불러들였다.

-3루 주자 홈으로! 2루 주자도 홈으로! 1루 주자까지 홈을 밟습니다! 박유성의 싹쓸이 2루타! 스타즈가 다시 넉 점 차이로 점수를 벌립니다.

박유성의 적시타 이후에도 트윈스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제이슨 마이너가 내려가기가 무섭게 3점을 따내며 다시 한 점 차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하지만 8회 말.

1사 이후에 타석에 들어선 박유성이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인 김수찬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려내면서 스타즈의 발목을 붙들던 트윈스의 팔을 떨쳐냈다.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홈으로 돌아가 연패를 끊는다면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1차전과 2차전을 전부 내준 트윈스 윤지현 감독은 홈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그러나 윤지현 감독의 바람대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팬들은 많지 않았다.

└윤 감독은 무슨 홈버프 타령이야?

└그러게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원정 경기라서 연패한 줄 알겠습니다.

└지금 분위기상으로는 솔직히 1승 하기도 힘듭니다.

└타이거즈 상대로 힘 다 빠진 상태에서 스타즈 만났잖아요. 챔시 올라온 것만으로도 만족하자고요.

└3차전 송찬우 vs 마이크 스마일리, 4차전 김혜성 vs 임민호 맞대결입니다.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송찬우도 포시는 처음이지만 국대 우완 에이스입니다. 김혜성 공은 제대로 공략하는 타자가 없고요. 둘 다 트윈스 상대로 시즌 3승입니다.

└송찬우 올 시즌 21승 3패, 평균자책점 2.11 나눔 리그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승률 1위 vs 마이크 스마일리 16승 7패 평균자책점 2.96, 맞대결 성적 2경기에 송찬우 1승. 마이크 스마일리 1패. 이래도 마이크 스마일리에게 기대를 건다고요?

└근데 송찬우는 팀발 아님?

└송찬우 파이터즈에서 3년 연속 10승 찍었는데 무슨 팀발 타령임?

└김혜성 vs 임민호도 트윈스 열세인가요?

└김혜성 올 시즌 18승 5패 2.75 vs 임민호 11승 9패 3.45, 맞대결 3번에 김혜성 3승, 임민호 2패입니다.

└하아. 이길 카드가 하나도 없네요.

시즌 123승을 거두면서 스타즈는 선발 투수 전원이 15승을 넘어섰다.

1선발인 저스틴 스몰이 21승 3패에 255탈삼진, 평균자책점 2.43으로 나눔 리그 다승 및 탈삼진 1위에 올랐고.

2선발 제이슨 마이너도 시즌 막판 6연승 행진을 달리며 20승 고지를 밟았다.(20승 4패, 평균 자책점 2.75)

3선발이자 국가대표 우완 에이스 송찬우는 데뷔 후 처음으로 국내 투수들과 20경기 이상 맞붙으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했다.

21승 3패 2.11의 평균자책점으로 다승과 평균 자책점, 승률 1위.

양대 리그 체제 이후 토종 투수 첫 트리플 크라운이라 팀 동료인 저스틴 스몰을 제치고 골든 글러브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올해 프로에 데뷔한 4선발 김혜성도 박유성이 아니었다면 신인 최대어였다는 평가를 입증했다.

18승 5패에 평균 자책점 2.75.

시즌 막판에 연거푸 승리를 날리며 20승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신인 최다승 타이 기록을 달성하며 류현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거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손지원까지 15승 6패를 기록, 5명의 선발 투수가 96승을 합작하는 전무후무한 시즌을 만들어냈다.

반면 랜더스와 함께 막강 투수진으로 성적을 냈던 트윈스는 선발승이 57승밖에 되지 않았다.

└개인 성적만 놓고 봤을 때 마이크 스마일리가 이길 수 있는 건 손지원뿐임.

└손지원 포스트 시즌 선발 탈락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이길 투수가 없다고요 ㅠ.ㅠ

└팀발 빼고 하면 송찬우보다 마이크 스마일리가 낫지 않음?

└왜 자꾸 팀발을 빼라고 하는 거야. 야구가 팀스포츠인데. ㅋㅋㅋ

└송찬우 트윈스전 빼고 마이크 스마일리 스타즈전 빼더라도 송찬우 >>>> 마이크 스마일리입니다. 적당히 하세요.

└외국인 선발로도 못 이기고 홈 버프도 기대 못 하고 총체적 난국이네.

└스타즈가 지방 팀도 아니고 같은 서울 팀이라 홈 원정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나요?

└1, 2차전 때도 트윈스 팬이 거의 절반이었습니다. 홈 시리즈 땐 스타즈 팬들도 엄청 몰려오겠죠.

└스타즈 팬으로 트윈스 파크 절반 채운다고요? 농담이죠?

└스타즈 팬은 아니지만 박유성 팬인 사람들 엄청 많습니다. 박유성이 스타즈 유니폼 입고 직관 온 팬들 유니폼에 사인해 준다고 해서 지금 박유성 유니폼 완판됐어요. ㄷㄷ

└진짜요? 다른 팀 팬도 박유성 유니폼 입고 가면 사인해 줍니까?

└제 친구 위즈 팬인데 박유성 유니폼 사서 그날 바로 등판에 사인 받음요.

스타즈 구단에서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박유성이 자신의 유니폼을 입고 찾아온 팬들에게 사인을 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스타즈와 박유성 팬들이 대거 트윈스 파크로 몰렸다.

“여기 트윈스 파크 맞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지현 감독은 그저 헛웃음만 났다.

홈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연패 탈출을 하고 싶었는데 1루 쪽 응원석보다 3루 쪽 응원석이 더 빨리 채워지고 있었다.

“대부분 유성이 팬이라서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진형 수석 코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경기장을 찾아온 박유성의 팬들은 스타즈가 한국 시리즈에 올라가길 바랐다.

“우리 유성이 한국 시리즈 MVP 타는 거 봐야지.”

“123승이나 해놓고 코시 못 가면 그것도 이상하다니까?”

“나 스타즈 응원 하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지?”

“그냥 적당히 구색 맞추면 되는 거지 뭘. 응원가 모른다고 야구 못 보냐?”

“그래. 맞아. 포스트 시즌은 어차피 축제야. 그냥 즐겨.”

1회 초 박유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3루 쪽 관중석에서 스타즈 파크 이상의 함성이 쏟아졌다.

“X발 뭐야? 스타즈 파크야?”

“박유성이잖아. 그러려니 해.”

“마이크 스마일리가 박유성을 잡을 수 있을까?”

“그게 가능했다면 마이크 스마일리도 20승을 찍었겠지.”

트윈스 팬들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1, 2차전 모두 1회에 출루한 박유성 때문에 분위기가 넘어갔으니 이번 3차전에서는 어떻게든 박유성을 봉쇄해야 했다.

선발로 등판한 마이크 스마일리도 이를 악물었다.

“무조건 잡아내야 해. 절대 선취점을 주면 안 돼.”

비록 올 시즌은 기대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2027년의 마이크 스마일리는 지난 해 로메오 클레멘스(랜더스)에 버금가는 피칭을 선보였다.

194㎝라는 큰 키에서 내리꽂는 최고 구속 155㎞/h의 포심 패스트 볼은 묵직했고.

153㎞/h까지 나오는 하드 싱커는 방망이 중심에 맞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거기에 완성도 높은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곁들인 마이크 스마일리는 18승 6패, 2.56의 평균자책점으로 스타즈의 통합 우승에 기여하며 골든 글러브 트로피에 제 이름을 새겼다.

로메오 클레멘스의 각성투에 밀린 지난해에도 18승 7패, 2.7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박유성의 등장으로 리그 평균 타율이 소폭 오른 올해 역시 16승(7패)에 2점대 평균 자책점(2.96)을 기록하며 에이스로서 제 몫을 다 해주었다.

앞선 플레이오프 성적은 1승 1패.

1차전에서는 경기 초반에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이 걸린 5차전에서는 7이닝 동안 단 1점만을 내주며 타이거즈 타선을 꽁꽁 묶었다.

두 경기 모두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인 임찬기를 상대했던 만큼 경기 초반의 흐름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무조건 나가자.”

타석에 선 박유성은 방망이를 단단히 움켜 들었다. 그러고는 몸 쪽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 빠른 공을 침착하게 골라냈다.

-초구는 볼. 152㎞/h의 빠른 공이 몸 쪽에 꽂힙니다.

-공 반개 정도 빠진 느낌인데요. 박유성 선수가 일단 지켜봤습니다.

-노리는 공이 아니었을까요?

-아무래도 마이크 스마일리 선수가 제구가 좋은 투수는 아니니까요. 무리해서 볼을 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국내 스카우트들이 제구가 좋은 외국인 투수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외국인 투수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부터 마이크 스마일리는 힘으로 타자들을 찍어 누르는 편이었다.

팔꿈치 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지금보다 구속이 5㎞/h 정도 더 나와서 보더 라인에 적당히 맞춰 공을 던져도 쉽게 얻어맞지 않았다.

그 피칭 스타일은 트윈스에 입단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분명 실투가 들어올 거야. 가능하면 싱커를 노리자.’

2구째 바깥쪽 꽉 찬 코스로 153㎞/h의 빠른 공이 날아들었지만 박유성은 다시 방망이를 멈춰 세웠다.

그러다 마이크 스마일리의 손끝을 빠져나온 3구가 한복판 낮게 날아들자 망설이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따악!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타구가 좌중간을 향해 뻗어 나갔고.

박유성도 곧장 1루 베이스를 향해 내달렸다.

-박유성 1루를 돌아 2루로! 2루에서 다시 3루까지 뜁니다!

-이거 승부가 될 것 같은데요?

-볼 3루로! 3루에서…… 3루에서 세이프! 박유성 선수가 첫 타석에서 3루타를 때려냅니다!

“빌어먹을!”

백업도 잊은 채 마운드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이크 스마일리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저 하나 보여주기식으로 던진 싱커였는데 설마하니 그걸 노려칠 줄은 미처 몰랐다.

윤지현 감독도 마운드에 올라와 마이크 스마일리를 달랬다.

“안타는 신경 쓰지 마.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라고. 알았지?”

윤지현 감독은 포수 이용기에게 줄 점수는 주라고 당부했다.

“쓸데없이 투구수 늘리지 말고 바로바로 승부해. 마이크 스마일리가 최소 7회까지는 버텨줘야 한다는 거 명심하고.”

1차전과 2차전에서 불펜을 총동원한 트윈스는 오늘 경기를 최소한의 투수로 잡아내야 했다.

당초 구상은 선발 투수인 마이크 스마일리가 7회 이상을 채운 뒤에 셋업 조성일과 마무리 투수 김수찬으로 경기를 끝내는 것.

조성일을 건너뛰고 마이크 스마일리에서 김수찬으로 바로 넘어가는 게 베스트였다.

하지만 박유성은 윤지현 감독의 바람대로 경기가 흘러가도록 놔둘 생각이 없었다.

스윽. 스윽.

마이크 스마일리가 투구판을 밟자 박유성도 보란 듯이 리드를 넓혔다.

홈스틸을 시도할 게 아닌 이상 3루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었지만 박유성은 일부러 마이크 스마일리를 자극했고.

가뜩이나 부담감에 짓눌려 있던 마이크 스마일리의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좌익수 앞에 안타! 블레이크 테일러 선수가 박유성 선수를 홈으로 불러들입니다.

-한복판으로 들어온 실투였는데요. 블레이크 테일러 선수가 놓치지 않았네요.

선취 타점을 올린 블레이크 테일러는 마이크 스마일리의 초구를 노려 2루를 훔쳤고.

따악!

박준수의 우익수 앞 안타 때 홈을 파고들어 두 번째 득점을 신고했다.

“미치겠네.”

경기를 지켜보던 윤지현 감독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지난 플레이오프 5차전 때처럼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이길 바랐건만.

1회 초부터 연속 안타를 내주는 걸 보니까 플레이오프 1차전이 재현될 것 같았다.

“지금 준비시킬 투수가 누가 있어?”

“감독님. 아직 1회입니다. 조금 더 지켜보시죠.”

“오늘 경기까지 힘없이 내주면 내일 경기는 해보나 마나야. 지금은 불펜 챙길 때가 아니라고.”

다니엘 브리토를 뜬공으로 잡아낸 마이크 스마일리가 다시 장영호에게 안타를 내주자 윤지현 감독은 곧장 불펜을 준비시켰다.

그러고는 2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박유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좌완 황인석을 마운드 위로 불러올렸다.

-윤지현 감독이 오늘 경기에서도 일찍 불펜을 가동하는데요.

-아무래도 마이크 스마일리 선수로는 박유성 선수를 이겨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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