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자 인생 3회차-337화 (337/412)

타자 인생 3회차! 337화

39. 카운트다운(5)

올 시즌 123승이라는 압도적인 승수로 통합 우승을 차지한 스타즈지만 모든 선수들의 성적이 다 오른 건 아니었다.

특히나 불펜은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박경호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랜더스에 보낸 불펜 에이스, 조승주의 부재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6승 4패 36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던 김정석의 올 시즌 성적은 5승 5패 34세이브, 평균자책점 2.96.

타선이 폭발하면서 세이브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하지만 지난해보다 배로 늘어난 블론 세이브 횟수와 3점대에 육박하는 평균 자책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김정석은 고등학교 때 혹사 후유증으로 입단 후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김정석 선수 팔꿈치는 어때요?”

“팀 닥터 말로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연투는 어렵고, 한 번 등판 시 30구 이내로만 던져야 하고요?”

“그렇긴 하지만 마무리 투수로 활동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이야 박유성 선수가 경기 초반부터 흔들어주니까 대량 득점이 나는 경기가 많지만 박유성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한 다음에도 그럴까요?”

시즌 직후 스타즈 전력분석팀은 김재식 단장으로부터 숙제를 하나 받았다.

바로 올 시즌 박유성의 영향력을 분석하는 것.

단순히 박유성이 얼마나 잘했는지를 떠나 대체 선수를 기용했을 때의 팀 전력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상세한 데이터를 요구했다.

그렇게 보름 가까이 전력분석팀 전원이 매달려 내놓은 결과는 김재식 단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안 팀장도 전력분석팀 자료 봤죠?”

“박유성 선수 영향력 조사 말씀하시는 거라면 봤습니다.”

“전력분석팀에서 보수적으로 잡은 영향력만 40퍼센트입니다. 박유성 선수 한 명이 스타즈 전력의 40퍼센트를 책임지고 있다는 겁니다.”

올 시즌 스타즈의 총득점은 1,029점.

경기당 평균 6.86점으로 양대 리그로 재편된 이래 최고 수치였다.

지난해(총 688점, 평균 4.58점)와 비교했을 때 1.5배 가까운 점수를 뽑아냈으니 박유성의 영향력을 40퍼센트로 잡은 것도 결코 지나치지 않았다.

“박유성 선수가 라인업에서 빠지면 아마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겁니다. 이동엽 선수와 장태수 선수가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더라도 박유성 선수의 공백을 메울 수는 없겠죠.”

“박유성 선수는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니까요.”

“이번에 단장 회의를 다녀왔는데 다들 박유성 선수의 포스팅을 궁금해하더라고요. 박유성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범국민적인 관심사인 것과는 별개로 구단에서 박유성 선수의 발목을 잡을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박유성 선수가 스타즈에서 뛰는 한 다른 구단의 한국 시리즈 우승이 쉽지 않을 테니까요.”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하죠. 박유성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해서 포스트 시즌 전 경기에 결장하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아직 스토브 리그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야구 전문가들은 스타즈의 2연패가 유력하다는 전망을 쏟아냈다.

박유성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을 제외하고 스타즈의 독주를, 정확히는 박유성의 폭주를 막을 팀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스타즈 구단 내부적으로도 내년과 내후년 시즌까지 우승해 통합 3연패를 달성하는 목표를 기정사실로 잡고 있었다.

“회장님께서는 박유성 선수가 없더라도 스타즈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조금 더 견고한 마무리 투수를 키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안이 있으십니까?”

“전력 분석팀장님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고우혁 선수 구위가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김정석 선수와 한 살 차이이긴 하지만 군 문제도 해결했고 무엇보다 연투 능력이 좋다고요.”

“올 시즌에도 궂은일을 도맡아 했으니까요. 선발에 대한 욕심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지만 불펜에서 조금 더 경험을 쌓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우혁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김정석 선수는 최대한 냉정하게 평가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풀타임 3년 만에 연봉 3억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니까요.”

김재식 단장은 직접 김정석의 에이전트를 만나 장기 계약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선수 차별하시는 겁니까? 최일준 선수도 되는데 우리 김정석 선수만 안 되는 이유가 뭡니까?”

“최일준 선수는 내년 시즌 FA 예정자입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우승의 주역이고요.”

“김정석 선수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합류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3시즌째를 채운 선수에게 장기 계약을 제안하는 건 이르지 않을까요?”

“김정석 선수의 입장도 생각을 해주세요. 동기인 송찬우 선수는 이적한 지 1년 만에 190억을 받았는데 김정석 선수 속이 어떻겠습니까?”

“송찬우 선수는 올 시즌 투수 부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습니다. 생에 첫 골든 글러브까지 수상했고요.”

“김정석 선수도 2년 연속 리그 세이브 2위입니다. 블론 세이브가 조금 많긴 하지만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해 주세요.”

“그래서 100퍼센트 연봉 인상을 제안해 드렸지 않습니까?”

“다른 선수들도 보너스로 1억 넘게 챙기고 있는데 100퍼센트 인상이 의미가 있을까요?”

“보너스는 보너스고 연봉은 연봉입니다. 그리고 운영팀장님을 대신해 제가 나선 건 추가 협상은 없다고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단장님!”

“연봉 100퍼센트 인상. 이것이 구단에서 제안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이런 식의 협상은 없습니다!”

김정석의 에이전트가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껏 협상 테이블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놓고 이제 와서 통보하듯 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김재식 단장은 김정석의 에이전트에게 더는 끌려다닐 생각이 없었다.

“앉으세요. 이대로 나가시면 김정석 선수는 스프링 캠프 명단에서 빠지게 될 겁니다.”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협박이 아니라 구단 방침입니다. 재계약을 하지 않은 선수는 캠프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후우……. 좋습니다. 그럼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의 제안이 최선입니다. 다음번에는 마이너스 옵션이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마이너스 옵션이라니요! 박유성 선수에게는 그렇게 보너스를 퍼주면서 마이너스 옵션을 거는 게 말이 됩니까?”

“원하면 김정석 선수에게도 똑같은 수준의 옵션을 추가할 의사가 있습니다. 50세이브 이상부터 1세이브마다 1천만 원 보너스. 평균 자책점 0.49 이하 달성 시 보너스 1억. 80경기 이상 등판 시 1경기당 1천만 원 보너스. 어떻습니까?”

“말이 되는 소릴 하세요. 그게 무슨 보너스입니까?”

“박유성 선수와 같은 수준의 옵션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참고로 박유성 선수는 기존 최고 기록을 기준으로 옵션을 추가했습니다. 역대 최다 세이브가 47세이브고 불펜 투수 최소 평균 자책점이 0.49니까 그에 맞춰서 옵션을 걸어드리겠다는 겁니다.”

“박유성 선수는 달성 가능한 옵션이잖아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박유성 선수 이전에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성적이죠. 그래서 구단에서도 선심 쓰듯 옵션을 추가했던 거고요. 김정석 선수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플러스 옵션을 걸어줄 수 있습니다. 대신에 마이너스 옵션도 함께 받으셔야 합니다.”

“하아. 김정석 선수하고 잠깐 통화 좀 하겠습니다.”

마지못해 제안을 받아들인 김정석의 에이전트는 언론을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기사를 접한 야구팬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러니까 김정석이 원하는 게 뭔가요? 박유성만큼 대우해 달라는 건가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박유성 대우는 아니죠.

└에이전트가 언급한 건 구단이 박유성 눈치 보느라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지 않는 것 같다……인데 어쩌라고?

└그러게요. 보다 나은 대우를 원하면 잘하든가요. 김정석 지난 시즌보다 못하지 않았음?

└지난 시즌보다 WAR이 낮죠. 블론은 리그 전체 1위고요.

└헐, 마무리 투수가 리그 전체 블론 1위인데 123승을 한 겁니까? 갓유성 그는 대체 ㄷㄷㄷ

└기승전갓유성입죠. ㅎㅎ

└기사만 보고 너무 까는 거 같은데 저는 김정석 심정 이해가 갑니다. 김정석이 송찬우하고 동기입니다. 고교 시절에는 송찬우 임찬기에 김정석까지 껴서 빅4로 부르기도 했고요.

└고교 시절에 빅4면 뭐 해요? 송찬우는 국대 에이스인데.

└팩트) 김혜성도 박유성과 함께 드래프트 최대어로 불렸다.

└박유성은 고교 최대어였고 김혜성은 대학 최대어였죠.

└최대어는 말 그대로 가장 큰 물고기인데 무슨 최대어가 이리 많나요? ㅋㅋㅋ

└스타즈 팬인데 저만 김정석 이해 안 되나요?

└저도 이해 안 됩니다. 연봉을 깐 것도 아니고 100퍼센트 인상이라면서요?

└헐, 진짜요? 100퍼센트 인상이에요?

└저도 기사 제목만 보고 연봉 동결이나 소폭 인상인 줄 알았는데 2배 올려준 거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야 하지 않음? 대체 뭐가 불만이지?

└제 친구가 스포츠 기자인데 김정석 장기 계약 요구했답니다. 박경호와 송찬우에 최일준까지 장기 계약하니까 묻어가려던 거죠.

└김정석한테 장기 계약이요?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김정석 정도면 리그 톱클래스 마무리 투수 아님?

└리그 톱클래스 마무리 투수는 시즌에 10경기 넘게 블론을 하지 않아요;;;;;;

└김정석 터프 세이브 상황에 올라오면 불안해서 경기 못 봐요. 안타 안 맞고 깔끔하게 끝내는 경우 별로 없음.

└맞아요. 주자 1, 2루는 깔고 가잖아요.

└아마 다른 구단 팬들은 잘 모르겠지만 박유성 아니었으면 김정석 블론 세이브 2배로 늘었을 겁니다.

└인정. 여름에 김석률 감독이 박유성 체력 관리해 준다고 경기 후반에 뺀 이후로 블론 엄청 늘었잖아요.

└그때 싹쓸이 안타 처맞고 어이없어하던 표정 아직도 생생함.

└앜 ㅋㅋㅋ 뭔지 알 거 같음 ㅋㅋㅋㅋ

└그거 짤로 돌아다니잖아요. 박유성이면 잡아줬을 텐데 하는 거. ㅋㅋㅋㅋ

야구팬들의 반응을 살피던 베이스볼 패치 한지선 기자는 사수인 공윤경 기자 쪽으로 의자를 끌었다.

“선배님. 질문있습니다!”

“귀찮아. 나 선배한테 물어봐.”

“나 선배님 안 계시는데요? 그리고 나 선배님이 질문은 사수인 선배님에게 하라고 했는데요?”

“하아……. 그래서 뭐? 또 뭐가 문제인데?”

“김정석 선수요. 혹시 제가 모르는 뭐가 있나요?”

“네가 모르는 뭐라니?”

“그래도 우승팀 마무리 투수인데 너무 욕을 먹고 있는 거 같아서요.”

수습 기자 신분인 한지선 기자가 보기에 김정석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과한 감이 없지 않았다.

블론 세이브가 많긴 하지만 34개의 세이브를 잡아내며 우승에 기여했으니 보다 나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나영진 기자로부터 하산(?)을 명받은 공윤경 기자의 생각은 달랐다.

“그럼 하나 물어보자. 우승팀 마무리 투수가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야?”

“꼭 그렇지는 않죠?”

“그렇지? 스타즈가 우승했다고 해서 모든 선수들이 포지션별 최고 선수는 아니야. 골든 글러브 수상자만 봐도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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