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PROJECT_TABGHA (1/152)



〈 1화 〉PROJECT_TABGHA

PROJECT-TABG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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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끝났다."


모니터 위에는 스텝롤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실 스텝롤이라고 해봐야 1인 제작 게임이니 모든 스텝에 한 사람의 이름만 반복해서 써있을 뿐이었지만.


내가 하고 있던 게임은 발매직후 2000만장을 판 인기 게임도 X튜버 들이 자기 채널에서 열심히 방송하는 게임도 아니었다.


이제는 방문자도 몇 없는 오래된 창작 사이트 한쪽에 걸린 1인 개발 자작 게임이었다.

아무도 모를법한 이 게임을 하게  계기는 옛날에 활동했던 사이트를 퇴근 후 문득 생각이 나서 들어가 봤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도 혼자서 게임툴을 통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면서 제작강좌를 보러 몇 번 들어왔었던 사이트였는데 게임개발을 그만두면서 기억 속에 잊혀진 사이트였다.

거의 20년 만에 찾아온 사이트는 몇 번 도박장 광고가 올라오다가 그마저 끊긴 채였지만 예전에 올라왔던 게임이 아직 남아있을까 하는 마음에 창작 게시판을 열어봤더니 2주에 한 번씩 자신의 게임을 올리는 사람이 남아있었다.

제목은 프로젝트 타브하

장르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이라기 보단 간단한 턴 전투를 구현한 SRPG 게임이었다.

차원문이 열린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한 게임이었다.

기갑을 가지고 진행하면서 강화부품도 얻고.. 동료도 얻는 어떻게 보면 고착화  장르의 게임이었다.


단순히 이런 아마추어 게임이라면 실행해볼 생각도 안들었을텐데 개발자가 직접 그렸다는 히로인들이 마음에 들어서 시작했다.

옳게 된 게임이란 이런 거겠지


여캐들이 마음에 든 게 가장 큰 이유였지 아무도 봐주지 않는데 묵묵히 1인 개발을 하고 있다는걸 보니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에  게임을 받아서 시작해봤다.

플레이 타임은 3시간 정도


그것도 턴을 구현하면서 쓸데없는 로딩 애니메이션 덕분에 시간이 늘어진 것이었지만 내가 예전에 혼자 개발하며 했던 실수들이 몇 가지 비슷한게 보여서 플레이어라기 보단 디버거 라는 느낌으로 게임을 했었다.

비록 기술면에선 엉성한 게 조금 보였지만 느낌은 좋았다.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었고.

적합자라며 어른들의 손길에 억지로 전장에 내몰린 소년 주인공, 그리고 같이 성장해나가는 히로인들 거기에 믿음직한 스승까지.. 뭐 스승은 어이없게 죽긴 했지만


고전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으로 나눈 에피소드 방식까지 혼자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여 스텝 롤에 있던 이메일로 개발상의 문제점과 함께 감상문을 보내기도 했었다.

직업병 때문인건지 문제점을 짚는 내용이 더 많은 것 같았지만 순수하게 팬심으로 감상문을 보낸 게 맞다..


다음날 직장에서 스마트워치의 알림을 확인해보니 어제 보낸 감상문의 답장이 도착했었다.

자기가 혼자 만든 게임을 재밌게 즐겨주셔서 감사하며 현직 개발자분에게 좋은 어드바이스를 들을 수 있어서 좋기도 했고 다음 업데이트도 올렸으니 꼭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퇴근 후 다시 창작 사이트에 들어가니 새로운 버전이 올라왔고 문제점을 집어준지 하루 만에 수정한 것을 보며 개발자가 대단하다고 느끼고 새로 추가된 30분 언저리의 시나리오도 재밌게 즐겼다.

피드백 이메일을 보내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길 대략 6개월이 지났다.


비록 내가 게임 개발자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겹치는 영역은 도움을 줄 수 있었고 개발자와도 여러 소통 끝에 친해지게 되어서 간접적으로 게임 개발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조금 아쉬웠던 스토리를 보강할 시나리오를 권해준다거나 몇몇 캐릭터 디자인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내가 그림은 젬병인 탓에 그림은 개발자 분 스타일로 그리게 되었지만.

어느 정도 게임 개발이 더 진행되었을 때는 다른 곳에 올려보는것도 어떻겠냐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자기는 완성 전까지 많은 사람의 관심보다는  혼자만의 피드백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대가 미소녀라면 설렐만한 이야기였겠지만 이쪽 일이나 취미 하는 사람들이라곤 나처럼 퇴근 후 배나 긁고 있는 아저씨겠지.


그래도 직장 외에 새로운 분야의 개발을 함께한다는 즐거움 덕분에 나도 둘만의 토이 프로젝트라 생각하고 개발을 도왔다.

어느 날처럼 퇴근  책상 앞에 앉아 게임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개발툴을 켜고 메신저를 키자 곧바로 인사  메세지가 왔다.

= = toy_project(2) = =


[안녕하세요 -님]

[이모티콘:안녕!]

[드디어 1.0버젼 런칭 앞이네요]



[이모티콘:축하해]


[아니 맨날 쓰시는 그 파자마 입은 애 이모티콘만 쓰지 마시고..]



[넵]

[ㅎㅎ..]


[새로 추가한 거 커밋 하셨어요?]

[네 아까 올렸어요.]

[이게 마지막 버전 업이에요]


[이제 1.0런칭이니깐 베타는 끝이네요]

[아뇨 진짜 마지막 버전이에요]


[예?]

마지막이라는 소식을 듣자 잠깐 키보드를 놀리던 내 손이 멈췄다.


사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긴 했었다.. 개발자라지만 상대는 딱히 본업도 없이 하루 종일 개발하는.. 어리게 본다면 학생, 아니면 취준생 정도일 텐데 이런 1인 개발의 끝은 언제나 생계문제지..




[아..왜 그래요]


[이모티콘:훌쩍훌쩍]


[역시 취업 때문에?]

[그런건 아니에요]



[개인적인 일 때문에 게임 개발은 여기까지 밖에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정식 버전은 올리고 갈  있었네요]



반년간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정은 알려줄  없나보다...



[취직문제에요?]

[게임 개발은 아니지만.. 이쪽으로 일자리 구하는 거라면 제가 이사님께 말씀드려볼 수는 있을 텐데..]

[말씀은 고맙지만 취직 문제는 아니에요]

[단지 조금..]




[그래도 6개월간 즐거웠어요.
다른 사람이랑 같이 뭘 해본 건 처음이었네요]

[아니 왜 못볼 사람처럼 이야기를해요 개발 안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연락하믄 되지..]

[아 그리고 처음만날때부터 쭉 이야기하셨던 은발 미소녀 캐릭터..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긴 한데.. 꼭 넣어달라고 하셨던 게 기억나서 이번에 추가했어요.
설정은.. 음 직접 플레이 해보시는 게 이해하시기 빠르겠네요
전용 기체도 있구요. 제가 개발자님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나중에 어디선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네요]

[이모티콘 : 삐질]




<채팅을 사용하지 않거나 메세지를 받을 수 없는 대화상대입니다.>


 메신저까지 탈퇴할 줄이야.. 정말 사라지고 싶었던 걸까 그치만 연락을 주고받았던 메일이 남아있는걸

FWD - Mail Sending fail
to : [email protected]
from : [email protected]


와 메일까지 파기한 건가 철저하네


이렇게 아저씨가 또 친구를 한명 잃었다는 생각에 울적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부탁한 최후의 버전 업은 내가 해야겠지.


그렇게 원격저장소에서 마지막으로 그가 추가한 소스를 업데이트 받았다.

우와.. 한두 개가 아니라 거의 프로젝트를 반 이상 바꿨네 정식 버전이라고 엄청 준비했구나..

뭐가 바뀐 건지 업데이트 내역을 읽기도 벅찰  같아서 업데이트 내역은 읽지 않고 바로 받은 소스를 개발툴을 통해 빌드했다.

늘 그렇듯 빌드가 한번만에 될 거란 생각은 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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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 :: TEST SKIP

[INFO] :: PROJECT-TABGHA.1.0.0-SNAPSHOT

[INFO] :: BUILD COMPLETE

[INFO] :: Trace log on logFactory with .lo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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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어  번에 됐어.

그래도 켜보면 바로 튕기겠지..

마우스로 클릭해도 되겠지만 있어 보이려고 cmd를 켜서 실행했다.

C:\Users\Bishoujo\Dev\PROJECT-TABGHA\Launch.exe

그렇게 실행파일을 기동시켰고 새하얀 초기 로딩화면이 눈부시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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