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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영구동토 (21/152)



〈 21화 〉영구동토

흑요석 처럼 검게 빛나는 이음새 없는 관.

나의 꿈 속에 두 번이나 등장했던  수 없는 물건이었다.

영구동토의 빙하 속에서 잠든 비야키를 꺼내자  곳에서 발견  관.

비록 온전한 모습은 아닌 파편뿐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와 개발자군이 만든 세상 속에 존재하는 모르는 오브젝트.



- 털썩

그것을 보자 알  없는 감정이 느껴져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하하..."


이 세계는 나라는 이레귤러 하나만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었다.



---


차디찬 얼음의 바닥이었지만 아무런 냉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미약하게 어딘가 위에 앉아있다는 다리 아래에서 느껴지는 촉각뿐.

방금  까지 여유가 넘치는 태도로 인양을 지켜보고 있던 내가 제 자리에서 주저앉자 틴달로스는 성체에서 내려 곧바로 달려와주었다.

"그대..!"

바닥에 주저앉아 빙하 속에 처박혀있는 관의 조각을 보고 입만 움직여 마냥 웃고 있던 나의 어깨를 틴달로스가 잡아주었다.

"틴달로스군... 다시 물어볼게. 저게 뭐야?"

" 하늘 너머에서 온 위대한 자.. '사도' 의 그릇이다."

"그릇이라는 건 뭐야?.."

"육과 혼이 나뉘어 진 사도의 혼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것이다.."

틴달로스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나의 눈은 초점이 풀린 채 그 빙하의 속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꿈 속의 나는 언제나  관에서 깨어났다. 그렇다면  관에서 깨어난 나는 대체 뭘까?



그리고 나의 시선이 점차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나쁜 버릇  하나다.


외면하고 싶은 것, 알고 싶지 않은 것,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것을 보면 눈의 힘을 풀어 정신을 보호하듯 시야에서 멀리하려던 버릇.


내가 모르는 것...


내가 모르는 것..


내가 모르는 것.

개발자군과 내가 같이 만들어낸 세계인데, 내가 모르는 것..? 시나리오에 없던 것..?

그런 것은 존재해선 안 돼... 엘에게 지시해서 사도를 통해 저걸 부숴버리면..? 사도? 내가 사도인데..?



"정신 차려라 !!"




틴달로스가 나의 어깨를 잡고 강하게 흔들자 혼탁하게 풀려있던 시야가 점차 돌아왔다.

내가 만든 아이들의 삶을 관찰하며 지내다가 잊고 있었다.


이 세계는  이상 버젼 0.9의 세계가 아닌, 1.0의 완성된 세계다. 이전 세계와 다르게 변해있더라도 이상할게 없었다.


바보 같네. 새로운 삶을 얻게되어놓고 이전 삶의 방식으로 지금의 세계를 평가하려 하다니.

"하.."


방금까지 자기패닉에 빠졌던 내 꼴이 웃겨서 한숨을 동반한 옅은 웃음이 나왔다.


미친 것처럼 제자리에 쓰러져 혼자 웃던 나의 모습을  틴달로스의 표정은 매우 걱정이 가득해보였다.


걱정을 끼쳐버렸네.

"이제 괜찮아. 틴달로스. 조금 놀랬을 뿐이야."


"정말로.. 정말 괜찮은 게 맞는가..?"

"아.. 그래도 다리 힘이 풀린  정말일지도.. "

몸은 다친 곳 하나 없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치 가련한 히로인 같네. 히로인은 내 옆에 있는 아름다운 틴달로스인데.


"틴달로스군. 부탁이 있어요."


"어떤 것인가..?"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저 붉은 두 눈. 방금 전 까지 잊혀져있던 형제를 구원해 준 존재답지 않은 약한 모습이 걱정을 끼친  같았다.


"안아주세요."


걱정이 가득 담겼던  눈이 놀람과 약간의 기쁨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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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동토의 깊고 깊은 바닥의 아래 모두에게 잊혀졌던 순교자가 잠들어 있던 곳에서.


위대한 자의 혼의 그릇이 발견 된 곳에서.

틴달로스는 무너져 주저앉은 나의 뒤에 앉아 등 뒤로 팔을 감아  배를 당겨 살짝 안아주고 내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따뜻한 체온.

이 세계에 오고부터 추위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었지만. 따스함만큼은 느껴지는 것에 감사했다.

계속 아이 취급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나보다 훨씬 성숙한 어른이라는  느껴졌다.

나의 은백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섞여 흐르는 틴달로스의 고운 검은 머리카락.


가까이서 느껴지는 사람의 온도에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어갔다.



"틴달로스군. 사도라는건 어떤 존재야? 좋은 쪽? 아니면 나쁜 쪽?"

"..."

아까 사도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듣고 주저앉고 의식을 거의 놓아버린 내가 걱정되는지 말을 해주지 않고, 그저 팔을  당겨 나를  안아주었다.

"이제 괜찮으니깐. 말해줘. 이번엔 쓰러져도 기댈 곳이 있잖아?"

"정말로..."

"괜찮다니깐 이제."

나의 괜찮다는 말을 듣자 틴달로스는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사도는.. 아까도  했지만 하늘의 너머에서  위대한 자다."


위대하다는 것은 전지전능한 권위적인 것일까. 아까까지 모든 것을 다 알고있던  처럼 굴던 나 처럼.



"우리들의 무너져가던 세계에서.. 사도는 스스로의 육신을 나누어 주어 우리를 다른 하늘의 너머로 인도해주었다.. 우리는 그의 육신을 통해 하늘을 넘나드는 힘을 받게 되었다."


"신성한 육신을 통한 성찬식.."


"그렇다... 그 것이 성찬식."

"희생을 통해 우리를 구원한 그는 스스로를 사도라고 불렀다. 하지만 우리들은 존경을 담아 그 자를 교단을 구원한 자.. '성자' 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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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던 교단의 설정은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침략자 정도라는 거였다.

차원의 뒤틀림과 그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형의 존재들로 인해 살고 있던 세계가 무너져버린 옛 세계의 주민들.


무너져가는 세계에서 도망쳐나오던 중 그들은 자신이 살아갈  있는 세계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살아갈 세계를 빼앗기 위한 교단의 선전포고가 바로 시나리오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옛것이 되어버린 시나리오에서 교단은 어떻게 세계를 넘나드는 힘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정은 잡혀있지 않았다.


그저 알 수 없는 테크놀로지를 가진  넘어온 이방자라는  뿐.. 그 설정의 틈을 매꾸어주듯 사도라는 존재가 새로 등장하게 되었다.

스스로 육신을 나누어 세계를 잃은 주민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힘을 넘겨준 자가 바로 사도..


이 별에 살던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침략자들에게 힘을  존재이지만, 교단의 입장에서 보면 구원자이며 가장 성스러운 자다.

그렇구나. 나쁜 쪽은 아니네. 성자 대우라니 다행이었다. 내가 만든 세계 속에서 미움받는 존재는 아니어서.




개발자군은 정말로  세계를 완성해주었구나.

"성자는 지금 혼만 남은 채 교단에 잠들어있다..  것은 성자가 잠든 것과 같은 사도의 혼의 그릇이다."


빙하 속에 잠들어있는 검은 관의 조각을 가리키며 틴달로스는 혼의 그릇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교단에 육신을 나누어준 사도는 혼만 남게 되어 잠들어있다는 이야기를 듣자 어째서 아까 틴달로스가 나에게 울면서 감사를 표했는지  수 있었다.

자신의 세계를 구원해준 성자의 조각이 바로 성체니깐. 성자의 육신을 되찾았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이제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사도는 그저 내가 타고 있는 차원기가 아니었다.

사도는 바로 나의 육신이다.  소녀의 몸은 사도의 혼이고.


내가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 품었던 결심인 모든 히로인의 구원. 어떻게 보면 나도 사도로써 소명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자기 품에 안고 마치 어린아이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한 틴달로스.


그녀가 내가 성자와 같은 사도라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지만  생각은 아직 내 마음속에만 묻어두기로 결정했다. 자신이 모르는  앞에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여 놓고 성자와 동등한 자 라고 말하면 신성모독이나 다름없지 않는가.

언젠가 내가 완전해지는 때가 오면 그녀에게 가장 먼저 말해주도록 하자. 나는 하늘 너머에서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위대한 자. '사도'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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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틴달로스."

"그대에게 받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도의 정체와 검은 관의 정체를 알게 되자 다리에 힘이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느끼고 그녀의 손을 가볍게 풀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돌아가자. 아, 저것은 내가 가져가도 괜찮을까?"


"..정말 괜찮겠는가?"


"틴달로스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던 덕분에 이제는 괜찮아."

"그렇다면 괜찮겠지. 저 것은 성자가 잠든 곳이 아닌, 다른 사도의 그릇이었을 테니 말이다.. 다만  가지만 약속해다오."


"약속?"

조건이 붙을 줄은 몰랐는데, 어떤 걸까. 교단에 와달라는 건 역시 안되는데.


"아까처럼.. 그대가 힘들어 할 일이 생긴다면 나를 의지해주었으면 한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틴달로스에게 의지해볼게."


"그거면 된다.."

정말 친절한 아이라니깐.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는 얼어붙은 빙하에서 꺼내어낸 다른 사도의 혼의 그릇이었던 조각을 들고 사도에 탑승했다.

이제는 탑승이라기 보단 합일이라고 봐야 했다. 사도가 바로 나니깐.


이 기체에 코어가 없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비어있는 육체의 혼에 해당하는 코어는 바로  자신이었다.



[기억의 일부를 찾아내셨군요 마스터.]


"응. 사도라는 건.. 나와  육신  다 였구나."

틴달로스에게 들리지 않게 통신을 끄곤 엘과의 대화를 짤막하게 나누었다.



- 쌔애액..




잠시 후 차원이 갈라져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와 틴달로스는 활주로에 돌아왔다.

그 후 틴달로스는 은익의 비야키를 가지고 교단으로 돌아가며 한 번 더 말했다.


힘들 때는 자신을 의지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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