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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IF) ENDING 1 : 하얀 신부 (22/152)



〈 22화 〉(IF) ENDING 1 : 하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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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피소드는 IF  입니다.
만약 ~ 라면 어땠을까 하는 서비스 에피소드니 만큼 본편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본편과 상이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니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건너뛰셔도 괜찮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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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생명도 품지 못하는 얼어붙은 영구동토. 그 가장 깊숙한 지하의 끝.

내가 모르는 것. 사도.


이 세계는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아니다.


내가 만든 세계가 아니다.

이 세계는 어디?


나는 누구?

...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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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성한 곳이면서 또한 가장 불경한 곳인 교단의 신전.




- 싸아아아악..!

신전의  구석 공간을 찢어내듯 일그러짐이 발생하며 그 안에서 거대한 붉은 거신 틴달로스의 왼팔이 공간을 잡아 찢어 나왔다.


붉은 틴달로스를 따라 열린 게이트를 통해 두 기의 차원기가 이송되었다.

붉은 일그러짐 앞에 서있는 한명의 남자.


하얀 사제복을 입은 남자였다.


남자의 앞에 나타난 두 기의 성체.

한 기는 은익의 비야키. 은색의 거대한 괴조는 그가 처음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그 것이 자신들의 성자의 육신에서 나온 성찬을 나눈 형제임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기는 아무도  수 없었다.


거대한  쌍의 뿔이 머리 앞을 향하고 있는 백색의 거인. 그 얼굴은 갑주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으며, 눈이 있을 자리에 붉게 빛나는 한 개의 수정만이 이 곳을 응시하듯 비추어질 뿐이었다.

저것은 신성하지만 우리의 성자에게서 나온 형제가 아니다.

저것은 성체이지만 우리가 가려는 세계에서 온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저 성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하얀 사제복을 입은 남자의 의문에 틴달로스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한 가지 만을 말했다.

저 알지 못하는 성체를 교단 가장 깊은 곳에 봉인 해두겠노라고. 그리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며

틴달로스는 교단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는 통로를 백색의 성체를 이송한 채 내려갔다.



하얀 사제복을 입은 남자는 이계의 성체보다, 알지 못하던 형제가 돌아온 것을  중요하다 생각하였는지 교단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는 틴달로스를 막지 않았다.


보라 비록 자신의 몫을 먼저 받아 나간 형제였지만 이제는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았는가.

우리의 곁을 떠난 죄를 지었지만 그 성체만큼은 돌아와 회개하였다.


오늘은 기쁜 날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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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되고, 교단은 세계에 선전포고를 했다.

 세계는 너희에게 주어지기엔 너무 과분하다. 정당한 계승자가 될 하늘의 너머에서  우리가 이 약속의 땅을 가질 자격이 있노라고.

세계에 다발적으로 습격이 이루어졌다. 현대의 병기로는 이계의 침략자들에게 아무런 손상조차 주지 못했다.

군사시설들은 파괴되었으며 세계는 이대로 의문의 내방자에게 점거되는 것인가 절망이 가득한 순간.

희망이 사라져가는 그 때, 폐허 속에서 나타난  기의 푸른 차원기가 열려진 게이트를 닫아냈다.

이계에서 온 것들을 추방하기 위해 탄생한 시험기.

이계의 침략자들에게 맞설 힘이 태동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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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안에는  가지 소문이 돌고 있었다.

완전히 현현한 교단의 사냥개 틴달로스.


왼팔로 붉은 태도를 휘둘러 하늘을 찢고다니며 오른 팔로 적의 사지를 분시하는 최강의 붉은 성체.

약속의 땅에 거주하는 거짓된 백성들에겐 공포의 대상인 무인 틴달로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신부를 기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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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다."

교단의 깊은 곳에 위치한 세례자 틴달로스의 거주구역.

홀로 지내는 곳이라면 외출할 때 조명을 켜둘 필요도 없었지만 그 방은 밝았다.


무인 틴달로스는 정복에 얹힌 먼지를 현관에서 털어내곤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걸곤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인에게 안락은 필요 없다는 것일까. 넓은 방이지만 사무용 책상과 의자, 그리고 조금 넓은 침대와 옷장 한 개가 전부인 방이었다.


하지만 그 삭막한 회백색의 방 분위기를 바꾸는 존재가 있었다.


방 가운데 있는 푹신한 백색의 소파.


틴달로스의 성격과는 맞지않는 안락한 가구였지만 그 것은 틴달로스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위에 하얀 신부의 예복과도 같은 원피스를 입은 초점을 잃은 붉은 눈의 소녀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소녀를 바라보자 최강의 무인이더라도 굳은 표정이 풀리며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의 신부 앞에서 조차 강직한 이는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깨어나지 않는 인형과도 같은 소녀였지만 작은 숨소리가 그녀가 살아있음을 의미했다.


"여전히... 그대는 아름답구나."



그녀는  신부의 출처에 대해 교단의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가 정신적으로 가장 의지하던 성녀에게 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최강의 무인인 그녀에게는 세계를 약탈해도  권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교단의 다른 간부들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틴달로스는 웃으며 하얀 옷의 소녀를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설픈 무력만 가지고 덤벼오던 이계의 푸른 성체를 자신의 오른팔로 찢어버렸다고.


그 애송이의 표정을 너도 봤다면 웃었을 거라고.

곧 있으면 약속의 땅이 우리에게 들어올  날이 다가올 것이라고.

"약속의 땅이 우리의 손에 들어오는 그 날. 그대를 나의 신부로 맞이하겠다.."

수줍은 고백을 말하며 틴달로스는 이제는 깨어나지 않게 된 신부의 고운 은백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틴달로스의 품에 안긴 소녀는 그 대화를 이해하긴 하는 걸까. 그저 틴달로스의 품속에 기대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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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 새벽 어스름이 오를 무렵.

무인 틴달로스는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의 옆에는 하얀 네글리제를 입은 신부가 그녀의 품에 안겨서 잠들어 있었다.

작게 숨을 쉬며 어깨를 들썩이는 신부를 바라보며 틴달로스는신부의 맨 어깨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조심스럽게 소녀를 품에서 떼어 낸 틴달로스는 아직 잠에서  깬 신부를 안아 올려 세면실로 향했다.

출정에 나서기 전 신부와 함께 세면을 마친 틴달로스는 조금 잠에서 깬 신부의 옷을 갈아 입혀준  방 가운데 있는 소파에 앉혀두었다.

"... 언젠가 그대가 다시 깨어나, 강해진 나를 봐줬으면 좋겠구나."




틴달로스는 신부의 이마에 작게 입맞춤 하고, 신부를 맞이할 약속의 땅을 얻기 위해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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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천장이 높은 고풍스러운 붉은 대리석의 방.

그 곳에 몇몇 간부들이 소집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숙하지만 동시에 밝은 분위기. 약속의 땅에 안주할 날 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그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다.



".. 그래서, 이번엔내가 직접 가볼 거니깐. 싸워보고 싶기도 하거든. 파란 가짜 성체."

넓은 원탁 위에 하얗고 매끈한 맨 다리를 올린  허벅지에 달라붙는 핫팬츠를 입었으며 위에는 소매가 없는 옷을 입고 양 손에는 붕대를 덧 감은 소녀.


'투신'  하나인  소녀는 그렇게 말했다.

"사냥개가 분명 직접 처리했다고 하지 않았어? 아니면 벌써 회복한 거야? "

분명 틴달로스가 직접 처리했을 테인데 어째서인지 푸른 성체는 전장을 활보하고 있다고 했다.

"이봐 사냥개... 듣고 있는 거야?"

"듣고 있다."


"듣고 있으면 말 좀 하라고.."


"그 것은 고작 이 정도로 패배할 리가 없었단 건가."

뭐 비록 자기가 손대중으로 봐주긴 한 것이었지만 이라며 틴달로스는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갔다.


언제든지 압도할 수 있는 적을 상대로 진심을 다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우와 이 녀석 또 혼자 웃고 있어. 요즘 자주 그러네.."

그 광경을 보던 '투신'의 소녀는 질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신부에 대한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아니겠습니까."

원탁 다른 자리에 앉은 노란 법의 위로도 드러나는 다부진 체격의 건강한 구릿빛 피부를  금발의 남자.

'노란 옷의 왕'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고 그렇게 말했다.

"무.. 무슨 말인가! 나는 앞으로 형제들이 나아갈 길을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지만 틴달로스는 다른 간부들의 시선을 피해 딴청을 피웠다.

"아.. 역시나. 깬다... 로리콘..."

'투신'의 소녀는 그 모습을 보고 질렸다는  말했다.


어찌하다가 교단에서 가장 냉혈한 사냥개가 저렇게 얼빠진 표정을 짓는 사랑에 빠진 청년 같은 표정을 짓게  것이란 말인가.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닌 것인지 이제는 다른 간부들도 다들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단지 '투신'의 소녀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성자의 뜻에 따라 인도 된 새로운 세계에서 앞으로의 일도 생각해 보아야 목표가 생기는 게 아니겠습니까."

'투신'의 기분을 풀어주기라도 하려는  '노란 옷의 왕은' 분위기를 풀며 앞으로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건 그렇긴 해.. 뭐 나도 슬슬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봐야 하는 거겠지. 약속의 땅은 곧 우리 것이니깐."


그만큼 교단의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리라.


변수인 푸른 성체가 신경 쓰이지만 아직은 언제든지 꺾을  있는 상대였다.

곧이어 회의가 끝나고 간부들은 각자의 일을 위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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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딘가의 검은 공간.

아무것도 없는 암흑 속에서 붉은 빛이 서서히 감돌기 시작했다.


 공간에는 흑요석처럼 검게 빛나는 석판 세 개가 서로를 마주 해 삼각형을 그린 채 공중에 떠 있었다.

석판은 균열이  있었으며 온전하지 못한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한 석판에 붉은 빛이 감돌더니 곧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의 예언서와는 다르게, 이 별에 알 수 없는 것이 내려왔다. >



다른 석판이 그 목소리에 공명하듯 붉게 물들었다.

< 하지만 예언이 시작하기도 전에 소실. 우리의 예언은 다시 원래의 예정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



마지막 석판도 또한 붉은 빛을 띄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이대로 침묵을 지키면 된다. >




모든 석판이 공명하여 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걸로 된 것이다. >

석판의 붉은 빛들은 사라지고 공간은 다시 암흑 속에 가라앉았다.




신은 그의 나라에 여전히 계시며, 세상은 변함없이 평온하였다.







(IF) ENDING 1 : 하얀 신부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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