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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 〉베타니아 (28/152)



〈 28화 〉베타니아

김현진 하사의 안내를 따라 아까 기사가 내려주었던 행정계 정문으로 가자

3M 크기의 이족보행 운반기인 워커가 주차되어 있었다.


저번에 옷 사러갈 때 지나가는 건 봤는데 멈춰있는걸 보는 건 처음이네..

"워커는 처음이신가요?"


"아 네.. 몇 번 보긴 했는데 타볼 일은 없더라고요."


"주로 정비쪽에서 모는 거라.. 아직 민간엔 안 풀려서 그럴검다."


그가 워커의 뒤쪽 문을 열어주자 투박한 철제 사다리가 펼쳐졌고 그가 먼저 올라가며 내 캐리어를 한쪽에 실어주었다.


"이리 타심 됩니다. 잡아드릴까요?"

"아뇨 이 정도야."


가볍게 탓 하고 뛰어 곧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뭐 주차해두면 높이래봐야 1M 안되니깐.

"역시 베타니아.. 그럼 관사까지 모시겠슴다."


아니 그냥 몸이 가벼워서  뛴 건데.. 뭐 됐다. 멋대로 생각하라지.

나의 특수한 위치 때문에 -요 체와 다나까를 섞어 쓰는 김 하사를 보며 살짝 속으로 웃었다.


내가 탑승한 것을 확인한 김 하사는 워커의 뒷문을 닫고 시동을 걸자 내가 보는 눈높이가 올라가듯 천천히 올라갔다.


와.. 생각보다 엄청 높네. 따로 지붕이 없는 오픈형이라 그런지 갑자기 풍경이 높아지자 살짝 놀랬다.


옛날에 휴가로 태국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코끼리를 탔을 때 느낌이 딱 이랬다..

"이게 생각보다 기술력이 좋아서.. 흔들리진 않을 검다."



- 위잉




곧 워커가 두발로 걷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하게 안에서 흔들리는걸 느끼지 못했다. 이것도 코어에서 온 기술력인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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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워커가 걷기 시작하자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다.

기지 내에서 밟는 자동차 정도는 되는 속도여서 슥슥 나가는 게 느껴졌다.


기본 베이스가 전투기 비행장이라 그런지 평지가 많은 덕분에 정말 슥슥 나아갔다.


"야 현진아!"

그렇게 워커의 신비한 승차감을 느끼던  누군가가 김하사를 부르는 소리를 듣곤 워커가 멈췄다.

워커 옆의 인도에 있던 것은 딱봐도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상사 계급장을 단 사람.

"아 송 상사님 필씅!"


"어 그래 필승. 어디 가냐?"


워커를 멈추고 경례를 한 김 하사의 경례를  상사라는 남자가 받아주었다.

이거 나도 경례해야하나?

"베타니아 베이스 관계자가 오셔서 짐 옮겨드리고 있었슴다."

"아니ㅆ 그 짝 기지꺼를 우리가 왜 해?"

무어라 욕이라도 말하려다가 김 하사 옆 좌석에 앉은 나를 보고 욕은 멈춘 것인지  상사는 잠깐 말을 멈췄지만

결국 그쪽 일을 우리가 왜 하냐는 말을 했다.

"사령부 명령임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사령부 명령이라는 말에 바로 납득해버린 송 상사...


"아.. 안녕하세요"


제가  베타니아 베이스 관계자입니다..

어설프게 오른팔을 들어 살짝 경례를 했다. 지금 내 입장은 민간 협력자인데 경례를 하는게 맞나..? 뭐 안하는 것보단 낫겠지.


"어 안녕하세요. 파일럿 분 따님?"


내 경례를 그냥 귀엽게 본 것인지 방금까지 짜증이 있던 송 상사의 표정이 풀어지고 가볍게 내 경례를 받으며 웃어주었다.



"아뇨.. 제가  베타니아 베이스의 파일럿인데요.."

"허어.."

"예에??!!"

"아하하.."



어색하게 웃는 송 상사와 정말 크게 놀라는  하사.


아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 하사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옮겨주고 있던 건가..


방금까지 씹으셨던 베타니아 베이스 관계자.. 민간 협력자가 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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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실례했습니다.."

송 상사가 땀을 흘리며 사과를 했다. 무려 사령관 직속의 사람을 눈앞에서 씹은 거니깐.

"아녜요.. 그러실 필요는. 제가 도움 받는 입장인데 감사하죠.."

"전 그러면 정비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 넵. 안녕히 가세요.."

송 상사는 정비 일 때문에 가봐야 한다며 자리를 빨리 비우려는 듯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야 맞다 현진아. 오늘 일과 끝나고 족구 허니깐 정비관님이랑  모이시라 해라. 알겠제?"


"네..넵 알겠슴다.."


 말을 하곤 송 상사가 사라지는 것을   하사는 다시 워커를 움직였다.

"아.. 파일럿 분이실 줄은 몰랐슴다.."


"괜찮아요.."

이 어색해진 분위기를 어쩌나 싶었던 중 금방 독신자 숙소 구역에 도착했다.

5층정도 될까 싶은 낡은 느낌의 건물. 주로 부사관들이 많이 쓰겠지..

BOQ에 도착하자 김 하사는 워커를 세우고 먼저 내려서  짐을 내려주었다.




"302호는 저기 왼쪽 여자 독신자 숙소 A동 들어가셔서 바로 올라가심 됨다.."


"네 고마워요 김현진 하사님."

"아님다.. 그... 아까 일은 사령관님께 비밀로.."

"어떤 일이었는지 기억도  나는걸요?"

아까 일이 걸렸던 건지 비밀로 해달라는 그의 말에 어떤 일이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며 웃자 그는 안도한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감사함다.. 그럼 전 가보겠슴다.."

"고마워요. 조심히 들어가 보세요."

김 하사가 떠나며 점점 멀어지는 워커를 한번 슥 바라보곤 캐리어를 끌고 독신자 숙소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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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 생각보다 깔끔하게 치워져있길래 놀랬다.

그.. 다리 많은 벌레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솔직히..

심지어 수건이랑 세면도구도 제법 마련되어있었다. 이런 것도 챙겨줄 줄은 몰랐는데.



잘 도착했으면 사령관님한테 전화라도 해야지 싶어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교단에서 받은 스마트폰과 다른 스마트폰.

교단에서 준 것은 비밀연락용이니 이런 공적인 통화엔 안쓰는게 좋겠지..


- 뚜루루..

'네.'


전화를 받자 들려오는 짤막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 사령실 전화가 아니라 그냥 핸드폰으로 건거라 딱히 직위는 말 안하시네


"사령관님. 기지  도착했어요"


'묘월양.. 도착하셨나보군요.'



멋쩍게 웃는 목소리. 그에 보답해주듯 나도 조금 웃으며 말했다.

"숙소 잡아주신데도 좋네요. 깔끔하기도 하구요"


'다른 스태프들이 잘 치워주신  같군요.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찾아가서 인사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바로  쪽으로 안내해주시길래.."


'괜찮습니다. 어차피 지금 기지 밖입니다.'

아 여기 안계셨구나.  쉬고 싶었는데 쉬어도 되겠다.

'그리고 내일 기체 성능실험 겸 테스트 해보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내일이면.. 공휴일이긴 한데 상관없겠지. 이 쪽 기지의 인원이 된 이상 그 정도는 따라줘야했다.


메인 시나리오까지 시간이 얼마 안남기도 했고. 내일모레 부턴 제 1 공고에 입학해야 하니깐 내일이 적기겠지.

"괜찮아요. 그러면 내일 언제 뵐까요?"

'사람 보내겠습니다. 아홉시 쯤 찾아뵙지요.'

"네 사령관님. 그러면 내일 뵐게요. 숙소 고마워요."

'하하.. 아닙니다. 오히려 이 쪽 일 도와주시기로 한게 고맙죠..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사령관과의 전화를 마치곤 깔끔한 침대 위에 바로 엎어져 뻗었다.


아 부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들어오면 왠지 불편하고 피곤하네..

그렇게 엎어져있자 계속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엘이 비집고 튀어나왔다.




[고생하셨어요 마스터]


"응 너도 계속 들어있느라 고생했어어.."


잠이 오네..

[마스터. 사도를 그렇게 멀리 놔도 괜찮을까요..?]


"괜찮아. 여차하면 네가 여기로 부를 수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요.. 아 오늘부턴 사도 밖에서 주무시는 건가요?]


"격납고 가서 잘 수는 없잖아."

[사도 밖에서 생활하시면.. 자동 정화는 안되는  아시죠?]

"엇.."

사도의 안은 온갖 더러움이 허용되지 않는 신성한 공간... 이어서  동안 샤워도 안하고 지냈다.


안 해도 스스로 깨끗해지니깐 괜찮잖아 그런건.. 폐 격납고에 샤워  만한 시설이 없기도 했고..


하지만 사도의 밖이라면 이제 씻는 것 정도는 해야겠지.

솔직히 몸은 깔끔했지만 그동안 정신적으로 찝찝하긴 했다.


워낙 일이 바빠서 그랬지. 신경 쓰이긴 한 문제였다.



"그러네.. 그러면 씻고 올게.."

[다녀오세요]



다행히 스태프가 미리 준비해주었던 세면도구 덕에 갑자기 샴푸나 바디워시를 사러 나갈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아..


여자라고 배려해줬는지 오이비누 한개만 딸랑 있는 일은 없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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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면도구를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가자 한 쪽에 자그마한 샤워부스를 나타내기라도 하는지 유리벽이 있었다.

요즘 BOQ는 시설도 좋네..

옷을 한쪽에 벗어두고 거울을 바라봤다.


조금 마른 여자아이의 몸.



어깨 살짝 너머 기른 은발이 찰랑거리는걸 보고  번 머리를 쓸어보기도 했다.

정말 특별히 관리를 안 해도 예쁜게 참 신기했다.

가슴은 좀.. 고등학생 보단 작은 것 같은데.


성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일단 난 인간이 아니니깐 그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샤워기를 틀었다.



- 쏴아아..

조금 미지근한 물부터 틀다가 점차 물 온도를 올렸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 하는 샤워네.

개인적으론 몸을 푹 담그는 목욕 쪽이 좋은데. 다음에 외출하면 목욕탕이라도 들러봐야겠다.


누군가 목욕은 영혼의 세탁이라는 말을 했던 게 기억났다.


그러면 지금 샤워는 영혼의 손빨래 정도는 되겠지.



한참이나 물을 맞다가 바디워시를 써서 몸을 닦고, 머리를 감고 린스도 한 뒤

준비되어있던 드라이기를 써서 머리를 말렸다.

아직 시간이 오후 8시 언저리였지만.. 너무 졸리니깐 이대로 자야겠다.


그대로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쏟아졌다.


내일...테스트는..어떻게든..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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