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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입학식 (32/152)



〈 32화 〉입학식

입학식 준비를 위해 류하연과 함께 3반의 맨 뒷줄에 섰다.


그리고 나의 앞에 홀로 서있는 남학생.

그가 바로 주인공군 이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학생처럼 보이는 특징 없는 외모다.

키는 주변 학생들과 비슷하게 170대 언저리에 교복 위로 보이는 몸은 따로 하는 운동은 없는 것인지 밋밋한 느낌

머리도 어디 적합자처럼 색이 예쁘게 들어간 것도 아닌 그냥 검은머리였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냥 아무 특징 없는 17살 남학생 이라는 느낌이었지만

다른 점을  가지 꼽자면 그의 눈이었다.

주변에 있는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어딘가 철이 일찍 든 것처럼 보이는. 다르게 말하면 약간 슬퍼보이는 눈이었다.


10년 전 주인공군은 어머니와 외출을 나갔다가 게이트가 열리는 사고로 인해 어머니를 잃게 된다.

어머니가 죽은 것은 자신의 탓 이라고 생각하며 아버지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의 아버지 또한 게이트에 대한 증오심만으로 차원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한  그 뒤로 아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결국 주인공군은 바쁜 아버지 대신 친척집에 맡겨져 10대 생활의 반 이상을 보내게 된 것인데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아버지가 있는 도시로 올라오면서 타브하의 파일럿이 된 후


시나리오가 진행되면서 아버지나 히로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덜게되고

아버지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다시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게 된다.

무려 며느리까지 생기면서 말이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후반부의 이야기.

지금은 아버지의 뒤를 따라오듯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해 더 배워보고 싶어서 학교에 막 들어온 신입생일 뿐이었다.


외지에서 왔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그저 단상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힘내 주인공군. 여름만 넘기면 다른 미소녀 히로인과 두근두근한 이벤트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도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일 뿐인데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와 같은 시선으로 주인공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계속 응시하고 있던 것을 눈치 챈 것인지 그의 고개가  쪽으로 돌려졌다.


"..."


말없이 내려 보는 주인공군의 시선.

아마 자기를 뒤에서 계속 쳐다보고 있던 것이 요만한 여자아이일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나보다.

키 차이가 나서 제법 내려 보는 구도가 되었지만 나는 그 시선에 지지 않으려고 오히려 그의 눈을 마주봤다.

'안녕'

소리를 내지 않은  입만 살짝 움직여 입 모양으로 안녕이라는 인사를 그에게 전하고 그대로 살짝 웃었다.


나의 인사를 본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에 위치한 단상을 쳐다봤다.



 미소녀면 다 두근두근 하는 쉬운 사춘기 남자애인줄 알았는데


제법 노련한 녀석 같아보였다.


역시 주인공군이 허투로 주인공이 아닌 것인가.

- 꽈악



어떻게 해야 그와 거리감을 좁힐  있을까 하고 그의 뒤통수를 째려보며 고민하고 있던 중 왼쪽 손이 꽉 쥐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토끼씨..?"


내 손을 세게 쥔 것은 류하연..

또 설마 쓸데없는 오해를 산건 아니겠지..


그녀와의 오해를 풀던  3반의 줄로 남교사가 와서 줄을 정돈하는 것이 보였다.


"줄 똑바로 서주세요.  사람 어깨에 맞춰서 서주세요."

우리 앞에  학생들 사이를 정돈하며 걷고 있던  했다.

"줄 똑바로.. 응? 학생 얼굴이  그렇게 빨갛죠? 어디 아픈거나 열 있는건 아니죠?"


교사는 나의 앞에 선 주인공군에게 어디 열이라도 있는게 아니냐며 물었다.

입학식  날이라고 들떠서 열이라도 오른 건가.

참 소년답구나 주인공군. 좋을 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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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입학식이 시작되었고

계속 쥐고 있던 류하연의 손을 놓고 선 채로 강단의 교장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듣는 교장 연설은 지루했던 탓에 조금 하품이 나왔다.


대충 앞으로 이 학교에서 꿈을 펼쳐라 라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었는데 아마 내일부터 사회 혼란이 시작될걸..

그래도  학교에 있는 인원으로 수습이 되니깐 다행이지.

마지막으로 평화로울 수 있는 날이나 다름없었다.


지루한 연설대신 다른 히로인도 이 자리에 있는 건가 둘러보고 싶었지만 키가 작은 탓에 살펴볼  없었다.

단상이라도 올라갔으면 살펴볼 수 있었을 테지만 내가 뭐가 잘난게 있다고  자리에 올라갈 일이 있겠는가

애초에 저렇게 남들의 시선이 팍 꽂히는 자리는 이쪽에서 사양이다.

교장의 훈화가 끝나고 교가가 틀어졌지만 1학년 신입생 중 교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MR만 강당에 깔렸다..

그리고 입학식이 끝나자 박수와 함께 교사의 안내에 따라 각자의 교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안내를 따라 교실에 도착하자 자리는 스무 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거의 40명 가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출산이긴 한가보네 정말.


나와 같이 따라 들어온 류하연과 함께 창가쪽 맨 뒷자리에 앉았다.

예전엔 수업좀 열심히 들으려고 앞자리를 고수했었는데 이번 학교생활은 그냥 적당히 살련다.



"묘월씨.. 뒷자리 안 불편해? 안보일것 같아.."


 뒷자리에 앉아보니 사실 불편하긴 했다. 앞에 몇몇 학생들이 앉으니깐 걔들 키가 커서 앞이 거의 안보여..

아예 앞이 안보이는건 좀 그렇겠다 싶어서 결국 고집을 꺾고 중간쯤 되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내 옆이야 당연히 류하연이 앉아 있었지만 반대쪽 옆을 돌아보자  곳엔 주인공군이 있었다.

또 만났네. 아무래도 감시 대상이 옆에 있는게 지켜보기 좋겠지.

어차피 교실 자리라는 건 멋대로 앉아도 결국 담임이 와서 재 편성해주는거잖아.

이동수업이 대부분이니 이 자리에 계속 앉을 일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교실 앞문이 열리더니 교사가 한 명 들어왔다.


임용을 일찍한 것인지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 교사.

세미 정장 스타일로 입긴 했지만 왠지 제대로 각이 잡히지 않은게 적당적당해 보이는 복장의 남자였다.

그래도 이런 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거겠지.

"반갑습니다 여러분.. 1년간 담임을 맡을 최종식 입니다.. 담당 과목은 정비입니다."


칠판에 자기 이름  자를 적고 간단한 소개를 하는 남자.

담당 과목은 공업 특화임을 나타내듯 정비라고 말했다.

보통의 공업 고등학교였다면 자동차 정비쪽이었을텐데  학교의 정비란 무조건 차원기를 의미한다.

그렇게 소개를 끝내고 학생들이 앉은 자리를 보더니 적당히 잘 앉은  같으니 이대로 앉아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한명씩.. 출석번호 순으로 나와서 자기소개 해주세요."




지금 내 성씨가 백씨니깐.. 중간쯤 되지 않을까.. 아니겠네 ㄷ,ㄹ,ㅁ 로 시작하는 성씨는 거의 없잖아..


 한명 있네. 류하연..



담임의 말을 듣고 김 씨 성을 가진 학생 두어 명이 나와서 자기 소개를 마쳤다.

 다음으로 나선 것은 주인공군이었다.


"안녕하세요. 김주혁입니다. 지방에서 올라왔어요. 좋아하는 건.. 아직 없지만. 학교다니면서 찾았으면 좋겠네요."


무난한 인사. 앞에서 소개하던 다른 학생처럼 깐죽거리지도 않고  필요한 내용만 담긴 인사였다.


이름은 디폴트 이름을 그대로 따라갔나보네.

생각보다 빨리 끝난 자기소개에 그냥 박수만 두 번 정도 짝짝 처주었다.



다음은 내 옆에서 안절부절 하고 있던 류하연..

"아..안녕하세요.. 류..류하연이에요.. 자..잘 부탁 드려요.."

시선도 앞을 제대로 못보고 말도 꽤 더듬었지만 그래도  정도면 잘 했다.


자리로 돌아와 고개를 숙이는 그녀에게  했다고 한 번 더 말해주었다.

그럼 다음은 내 차례인가.


"안-녕하세요. 백묘월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있다가 여기 왔구요. 1년간 잘 지내봐요~"

조금 긴장해버린 탓에 목소리가 높고 빠르게 말해버렸다.


정작 긴장하지 말아야지 해놓고 내 나이 반 토막쯤 되는 애들 앞에서 제일 긴장했다.

"아하..아하하.."

민망해진 탓에 그냥 한번 웃고 손을 흔들어주고 자리로 돌아왔다.

'쟤가 아까.. 선배한테..'




뒷자리에서 가십이 좀 들린 듯 했지만 별로 신경은  쓰였다.

그 외에 몇 명 더 소개가 있었지만. 별로 중요한 애들은 아니었다.

반에서 지금 챙길 건 주인공군과 류하연 정도였으니깐.


그냥 적당히 흘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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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룸과 같은 시간이 끝나자 담임은 오늘 따로 배정된 수업은 없고 이어서 OT만 하고 오전 중 끝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앗싸아 조기퇴소 하는 느낌.

나만 좋았던 건 아닌지 다른 학생들도 좋아하는  눈에 띄게 보였다.

내일부턴 정상수업... 으윽 싫은데.



따로 쉬는 시간을 갖지 않고 담임이 커리큘럼이 담긴 책자와 간단한 안내를 해주곤 한 시간 정도 설명한 뒤 마쳤다.


열한시 쯤  된 시간인데 학교가 끝나다니 엄청 이득을 본 느낌이었다.

학교가 끝난 후 류하연과 헤어지고 기지에 들어가기 전 필요한 쇼핑을 마쳤다.


틴달로스가 준 카드도 있지만 교단과 관련없는 일에 쓰는건  그렇지.


법인카드라는게 함부로 쓰기엔 무서운 법이다.

쇼핑이래봐야 가벼운 책가방 한개랑 일용품 정도였다.

학교에서 기지까지는 별로 멀지 않은 덕분에 학교 근처  앞에서 지하철을 타자 기지가 있는 역까지 갈 수 있었다.


오전엔 제대로 감사하단 말도 못했는데 사령관에게 전화라도 해봐야겠다.


뚜루루..



'안녕하세요. 묘월양.'

바로 받자마자 나인것을 알고 인사를 하는걸 보니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건가.


"안녕하세요 사령관님. 바쁘신건 아니죠?"


'잠시 이동중이라 괜찮습니다.'

"아침에 데려다주신거 감사했어요."

'별말씀을.. 협력에 대한 감사일뿐입니다.'



서로 간을 보는듯한 대화. 서로가 본 목적이 이런 신변잡기 대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겠지.

"내일. 1호기의 인계작업때 제가 참석할게요."


'... 알고 계셨던겁니까.'


"네. 다른기지에서 마지막 테스트가 끝났다는 것 정도지만요."

이럴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게 좋았다.


'.. 알겠습니다. 베타니아의 기체도 가져가실겁니까?'

"아뇨. 몸만 갈거니깐요. 견학 괜찮죠?"

'현장사람들에게 전해두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용건이 끝나고 전화를 마쳤다.

이 것으로 내일부터 시작  메인 시나리오의 준비는 끝났다.

남은것은 주인공군.. 디폴트네임 김주현군의 선택에 달렸다.

그를 어떻게 1호기가 있는 역까지 불러낼까가 가장 큰 문제였지만.

큰 틀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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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3일'


드디어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일찍 잔 덕에 컨디션은 좋았다. 중요한 날인만큼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겠지.


사도는 여전히 베타니아 베이스의 격납고에   등교를했다.


아직은 내가 직접 나설 때가 아니니깐.



교실에 도착하자 아직 서로 어색한듯한 학생들이 보이기도 했고

어느정도 친해졌는지 서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도 보였다.

난 지금 아는 사람은 류하연 밖에 없지만.. 그녀는 먼저 도착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하연씨. 좋은 아침."


"아..안녕 묘월씨.. 좋은아침이야.."


키가 큰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비슷한 신장이라 안도가 놓이는 상대였다.

이쪽은 열다섯이고 하연은 열일곱인데 신장이 비슷하다는게 좀 안쓰럽긴 했지만..


책가방을 책상에 걸어두고 읽던 책을 덮어 손에 들고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하연씨. 오늘 학교 끝나고 뭐해요?"


"나..? 오늘 아무것도.."



딱히 정해진 예정은 없었나보다.






"그러면 오늘 둘이서 데이트 할까요?"

나의 말을 들은 그녀는 들고 있던 책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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