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베레시트 계획 (39/152)



〈 39화 〉베레시트 계획

수저를 건네주자 주인공군은 한 손으로 수저를 받았다.


다행히 폭행한 흔적은 없는 것 같네. 중범죄자라고 해도 일단은 어린애에다가 솔직하게 대답했을 테니 폭력은 없던 것 같다.


설마 때렸다면 사령관에게 직접 항의했을 것이다.


손목의 자유를 뺏긴 채 책상에 결박되어있던 것은 답답했던 것 같아 보이네..



"숟가락 들 수 있겠어?"

".. 이젠 괜찮은 거 같아."

지쳐 보이는 그를 대신해 나머지 밑반찬의 랩을 뜯어 올렸다.

생수병도 두개 가져다 준 덕분에 하나를 따서 건네주자 목이 말랐던 것인지 바로 들이키는 것이 보였다.




"다행이네. 못 들겠으면 떠먹여주려고 했는데"



푸웃


나의 말을 들은 주인공군은 사레라도 들린 것인지 먹던 물을 조금 옆으로 뿜어버렸다.


테이블매너는 조금 부족하구나. 나중에 천천히 가르쳐줘야겠다.


"진담이야."


"애도 아니고.. 그럴 필요까진 없어."



나의 호의를 거절하는 그에게 냅킨을 건네주곤 나도 내 식사를 해야 했기에 접시에 있던 소면 한묶음을 집어 설렁탕에 넣고 풀었다.


아.. 맛있겠다.

"너는 정말 잘 웃네.."

"응?  웃고 있었어?"

표정관리 안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나보다. 금방 티가 났나보네.


"일단 밥부터 먹자. 해줄 이야기가 많아."


살짝 숟가락으로 다데기를 떠서 설렁탕에 풀곤  숟갈 들었다.

---


20분쯤 지나서 식사를 끝냈다.

입이 줄어서 한 그릇은 전부 못 먹었다.. 아깝네.

반공기 남은 공기 밥을 주인공군에게 권했지만 거절했다.


한창 젊을 때인데 조금 더 먹지. 나 때는 두 그릇도 뚝딱이었어...

물을 한잔씩 마시고 남은 그릇은 내가 정리해서 문 앞에 놔두었다.

"그럼 이제 이야기를 해볼까?"


책상에 양 팔꿈치를 붙이곤 손을 모아 턱을 괸 채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선... 베레시트 1호기는 어떻게 탄 거야?"

내가 알고 있던 시나리오와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게 기초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주인공군의 등장시간도 예정보다 3분이나 빨랐으니깐. 뭔가 변한게 있을지도 몰랐다.




"차원수가 나타났는데.. 다른 차원기도 없이 혼자 싸우는  보여서..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어."

올바른 마음이네.


"도와준다는 뜻은 좋지만 그게 훔쳐서라도 해야 할 일이야?"

하지만 절도는 나쁘지.

"그건.. 처음엔 어른들을 찾으려고 했는데 아무도 없었어.."

비상시라해도 운송작전 인원들이 현장을 버리고 도망친 건가..


전투 중에 역의 일부가 무너졌으니 대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혼란을 틈타 탑승한 거겠지.




"조종방법은 어떻게 알게 된거야? 보통 고등학생이라면 모르는 게 정상일텐데."


"아버지가 타브하의 차원기 개발부장이셔.. 집에서 훈련 소프트로 몇 번 연습해봤어."



설정 그대로네. 그래도 수사관들이 듣기엔 어이없는 소리였겠지.

집에서 자동차 게임좀 자주해봤다고 차를 몰고 운전한 거랑 비슷한 감상..

하지만 1호기에는 무기도 달려있었고. 그걸 사용하기까지 했으니  중죄가 되었을 거다.

자칫하면 징역이지.



"오늘 역에 1호기가 온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아니.. 그냥 서점에 가기 위해 들렀다가 경보가 울리길래 대피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거야."


아무리 개발부장이라 하더라도 자기 아들에게까지 극비정보는 노출하지 않았나보네.

 번 더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그가 조금 일찍 등장한 것 빼고는 달라진 게 없었다.


다행이다. 내가 알던 시나리오 그대로라서.



"베레시트 시리즈는 일반적인 차원기와 다른거 알고있어?"

"분사구가 하나도 없는 설계인거?"

아니. 맞긴 한데 지금 그런걸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 공돌이 같은 점을 지적하네.

"60점... 내가 말하려는  그런게 아니야."


"60점이라니.. 그러면 어떤 거야?"

"베레시트의 코어는 최초 탑승자를 인증해서 영원히 고정되어버려. 코어를 교체하지 않는다면 다른 파일럿은 베레시트를 절대 조종할 수 없어."

"뭐!..."


주인공군이 당황하는 게 보였다. 멋대로 군사기밀을 용기만으로 몰고 갔는데  기체는 이제 자신에게 묶여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다니.


그에게 책임을 지라는 이야기였다.

"베레시트 계획은 타브하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적 같은 프로젝트.. 이제와서 코어를 교체하긴 너무 늦었어."


"나는.. 그럴 줄 모르고.."


"책임을 져야한다는건 알고 있잖아?"

"..."



책임이라는 이야기가 직접 나오자 주인공군은 할 말을 잃은듯했다. 아직 열 일곱에게 무언가 책임을 지라는 것은 무거운 이야기겠지.


"너에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첫 번째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징역을 사는 것."


"두 번째는 베레시트 계획에 책임을 지고 1호기의 전속 파일럿이 되는 것."

"어떤 것을 고를 거야?"




나의 선택지를 듣자 주인공군은 한참을 망설이는  같았다.

---



"나는..."


고민을 끝낸 것인지 주인공군이 나의 눈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고작 학생이야."

"이제 갓 입학한 1학년 학생일 뿐이야.."

아.. 설마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건가. 원래 시나리오대로 계속 수사가 강압적으로 진행되어야 했던 걸까.



"하지만.. 오늘 전장에서 싸우는 너를 보고.."

"저런 작은 아이라도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구나 하고 느꼈어.."


"결정했어.. 나는 그 차원기의 파일럿이 되겠어."



"역시 힘들.. 응?"

당연히 거절하는 말을 할  알았는데 순순히 파일럿이 되겠다는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것도 나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래도 작은 아이라는 말은 좀 상처가 되지만.. 사실이긴 하니깐.

"으응..  결정했네. 잘했어."



어떻게 해야 1호기의 책임을 지우나 고민하고 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질 만큼 주인공군은 올바른 결정을 해주었다.

원래대로라면 이틀 내내 심문을 받다가 등장한 아버지에게 한대 얻어맞고 억지로 책임을 지게 될 텐데..

긍정적인 변화였다.

지금 시간은 21시 40분.. 식사와 설득까지 한 시간 걸리지 않아 제법 여유가 남았다.


앞으로 20분인가..



"너는..  파일럿이 된 거야?"

"어? 나?"

주인공군에게서 이런 질문이 들어올지 몰랐던 탓에 조금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버렸다.


자꾸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신비한 이미지가 깎이는데..



"아까 차원수를 한 팔없는 차원기로 때려 눕힌 것도 그렇고.. 분명 더 어릴 때 부터 파일럿이었던 거지?"


... 아까 베테랑 놀이를 한다는 게 너무 몰입해버려서 그런 퍼포먼스도 보여줬었지.



"그건 비밀."


"응?"

"비밀이야."

 손가락을 펼쳐 입가에 대고 한쪽 눈을 찡긋하고 감았다.

비밀은 여자를 아름답게 만든 댔던가.

"아.. 알았어."

나의 대답에 주인공군은 더 이상 이전 경력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다행히 잘 넘어간 것 같았다. 이전 경력은 설명하기 곤란했으니깐..


서로 말이 없으니 이 장소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산책이라도 할래?"




---




원래 어색할 때는 밖을 걷는 게 최고다.


애초에 수사의 목적이 베레시트 1호기의 코어에 고정되어버린 그를 설득하는  목적이었으니

수사관은 못마땅해 하면서 그와 나를 수사실 밖으로 보내주었다.

"..내가 이런 곳에 와있었구나."

타브하의 사령부.

얼굴에 천이 씌워진  강압적으로 호송당했을테니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게 당연했다.


타브하라고만 들었지 어디인지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눈을 떠보니 군 시설 한가운데라니 아직 미성년자가 겪기엔 이른 경험이다.


나중에 스무  넘으면 꿈으로 자주 꿀 거야... 힘내.


"여기가 나의 직장. 그리고 앞으로의 네 직장이기도 해."


어둑해진 사령부 주변을 그와 같이 걸으며 이 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는 정말 학생이야?"

학교에 잠입한 특수요원 정도로 생각한 걸까. 서로 이야기하기 편해지자 그런 질문도 받았다.


"학생은 맞아. 열일곱 고등학생. 너와 똑같지?"


"그렇네.."


부정은 안했지만 일부러 애매하게 대답했다. 상상은 자유니깐.



- 삐이이이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기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낮은 소리가 들렸다.




- 들ㄹ..가.. 하늘..여



시작 된 건가.

"뭐지 이 소리는.."

스피커에서 들리는 드문드문 끊기는 방송을 듣자 주인공군은 의아해했다.




- 우ㄹ..는.. ..다.. 약ㅅ..



이런 내부 방송망까지 점거할 줄은 몰랐는데.

"폰 가지고 있니? 아 .. 아까 뺏겼겠네. 조금 이쪽으로 와봐."

그에게 폰을 꺼내보라고 이야기 하다가 아까 수사를 위해 뺏겼던 것을 기억하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쪽으로. 같이 봐야  거니깐."

내 주변에 서서 머뭇거리는 그에게  쪽으로 오라고 그의 교복 손목 깃을 잡아 당겼다.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켜자  곳에는 내 밋밋한 기본 배경화면이 아닌 영상이 틀어지고 있었다.

화면에는 노란 법의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얼굴을 반쯤 가리는 금색의 가면 아래로 보이는 구릿빛 피부의 가지런한 금발의 남성이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들리는가. 하늘 너머의 백성들이여.>

<우리는 성자의 인도에 따라 이 곳을 찾아온 자.>



<약속의 땅을 되찾기 위해 이 곳에 왔다.>



교단의 선전포고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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