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베레시트 계획 (40/152)



〈 40화 〉베레시트 계획

나의 스마트폰 화면을 가득 채운것은 종료를 눌러도 사라지지 않는 방송이었다.


노란색 법의를 입은 금발의 남자.

그가 쓴 황금색 가면 아래에는 구릿빛 피부의 입가가 보였다.


그는 마치 화면을 넘어 이쪽을 응시하기라도 하듯 시선을 마주한  말했다.

<들리는가. 하늘 너머의 백성들이여.>

<우리는 성자의 인도에 따라 이 곳을 찾아온 자.>

<약속의 땅을 되찾기 위해  곳에 왔다.>



나의 폰을 같이 보고 있던 주인공군이 조금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

"뭐야 이건.. 예능?"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종교 예복과도 같은 것을 입은 남자가 알  없는 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한 것이니깐.

기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기지 방송망이 이상해진 것을 확인했는지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 시간으로 17시에 열렸던 게이트는 우리들이 일으킨 것이다.>

충격적인 범행발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여겨졌던 게이트를 직접 열었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우리 '교단'은 약속의 땅을 찾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대들도 우리들의 성자의 뜻을 따라  땅을 내놓아라.>

<09시까지 시간을 주겠다.>

<그대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겠다.>



일방적인 발표가 이어진 후 화면이 한번 끊겼다.

<들리는가. 하늘 너머의 백성들이여.>


...

아까와 같은 내용이 반복되었다.


---


 번정도 같은 방송이 반복되더니 방송이 완전히 끝난 듯 스마트폰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정상으로 돌아온 스마트폰에 문자가 한통 와있었다.

'연락 바랍니다.'

사령관에게서 온 문자.

아마 이 사건에 대해 알고있는게 있으리라 짐작해서 연락을 준거겠지.


일단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방금 전 방송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인공군의 팔을 툭툭 쳤다.

"정신 차려."

하루 만에 혼란스러운 사건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얼을 빼놓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살짝 건드려주니 금방 정신을 차렸다.


"벌써 시간이.. 늦었네. 내일 학교 가려면 일찍 돌아가봐야지."


거대한 게이트가 열렸어도. 의문의 조직이 테러 선언을 했어도.


특별한 지침이 없으면 학생은 학교에 가야하는 법이다.

끼이익..

때 마침 보호자가 온 것인가.




낡은 승용차 한대가 우리들을 향해 다가온 후 정지했다.


차에서 내린 정비복을 입은 백발이 많이 섞인 중년 남성.

타브하의 차원기 개발부장이자 주인공군의 아버지였다.

"너란 녀석은 대체.."


그는 화가 난 듯 한 표정으로 이쪽을 향해 주먹을 쥐고 다가오다가 주인공군의 옆에 있는 나를 보곤 잠깐 멈춰섰다.

"베타니아.."


역시 그에게도 나의 소문은 들렸던 것일까.



자식의 일탈을 훈계하러  부모라도 제 3자가 있으면 조금은 주춤해지는  같았다.

그를 향해 조금 눈웃음 짓곤 살짝 손을 흔들어줬다.


"아드님은 협조적으로 수사에 응해주셨어요."

"..."


원작대로라면 그는 1호기를 탈취한 뒤 무리하게 전투에 임했다가 미숙한 조종실력 때문에 역을 반이나 부순다.

그 후 차원수 다섯을 잡고 체력이 다해버려 1호기 안에서 기절해있던 것을 타브하에서 연행하고..

2일 동안 계속 심문만 당하면서.. 정신적으로 몰린 주인공군은 책임을 피하려고 하다가 아버지에게 얻어맞고 1호기의 파일럿이 되는게 원래 스토리였다.

하지만 내가 개입한 덕분에 큰 피해도 없었고, 그를 설득하기까지 2일이 걸릴 일을 1시간 만에 단축시켰다.


잘됐네 주인공군.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일찌감치 결정하는  좋잖아.



"너무 혼내진 말아주세요. 어디까지나 선의에서 온 행동이었으니깐요."


".. 알겠네."

나의 말에 조금은 화가 누그러진 것인지 그는  쥐고 있던 주먹을 가볍게 풀었다.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초보군"

아버지와 함께 남겨진 그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응.."


그도 조금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약간 한심하게 자식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나를 향해 경계를 띈 개발부장의 시선을 뒤로한 채 나는 사령관실로 향했다.




---


심문실이 사령부에 붙어있던 덕분에 금방 사령관실에 도착할  있었다.



- 똑 

'들어오시죠'



입구에서 노크를 두 번 해주자 곧바로 응답이 돌아왔다.


대답을 듣고 바로 사령관실의 문을 열자 그 곳에는 책상에서 방금 전 교단의 방송을 다시 돌려보는 사령관이 있었다.


"아까 잡은 식사 약속 치고는 너무 빨리 왔나요?"

가볍게 대화를 던졌으나 그는 나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여전히 영상에서 시선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 저들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네."



곧바로 본론인가.


여유로운 성격의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급한 것 같았다.


10년 전과 같은 형상의 게이트가 나타났는데 그 게이트를 직접 연 남자라니.

그의 입장에선 자신의 아내와 연관이 있는 사건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교단."

사령관실 가운데에 놓인 회의용 의자에 앉아서 그를 쳐다보고 이야기했다.

"교단..? 무엇의 교단입니까"


"그냥 '교단'이에요. 굳이 앞에 뭔가를 붙이고 싶다면 무명교단 이라고 부를  있겠네요."

역시 나에게 기대하는 구석이 있던 것인지 그는 방금까지 돌아가던 영상을 멈추곤 나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교단도.. 묘월양과 같은 곳에서 온 겁니까?"


"네 맞아요."

"..!"


나의 긍정을 듣자 그는 흠칫하며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내가 게이트를  교단과 같은 패거리가 아닌가 경계하는 것이겠지.


"오해는 하지마세요. 저는 교단 소속이 아니니깐요."


진정하라는 의미로 손을 들어 제스처를 취하자 그는 다시  이야기에 집중했다.

"먼저 저와, 사령관님의 아내분, 그리고 교단이 있던 세계에 대해 설명해야겠네요."


"제가 살던 세계는  세계와 닮은  하면서도 전혀 달랐어요."


"무엇보다 다른 건 이 세계에서 차원기라 부르는 것.. 그래요. 그게 우리 세계에는 흔한 기술이었죠."

차원기는 애초에 이 세계에서 만들어진 기술이 아니다.

이 세계에서 만들어진 계기는 사령관의 부인이 15년 전 차원 너머에서 타고 왔던걸 기본으로 개발된 것 뿐.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던 우리도. 세계의 파괴는 막을  없었어요."

"그  도망쳐나온 사람들은 차원 속에서 두 부류로 나뉘어졌죠."

"저와 사령관님의 아내 분처럼  세계와의 공생. 그리고 이어지는 파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 '성자' 라고 불리는 자를 중심으로 종교적인 집단이 되어버린 '교단' 그들은 무너진 원래 세계를 대신할  세계를 원하고 있어요."




어느 쪽이건 이방인임은 다를 바 없다.


사실 나도  곳은 다르지만 이방인이긴 하니깐. 그에게 시니컬하게 말하며 교단의 목적에 대해 말해주었다.




"저 자도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까?"


나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사령관은 손가락을 펴 화면속 노란 법의를 입은 남자를 가리켰다.




"네.  사람은 교단을 이끄는 간부 중 한명."

" '노란 옷의 왕' "


"간부  한명이라면.. 저자와 같은 자가 여럿 있다는 것입니까?"




노란 옷의 왕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자 사령관은 침착하게 나의 이야기를 짚었다.



"예리하시네요. 교단의 간부는 한명이 아니에요."

"그 밖엔 누가 있는 겁니까.."

"정확히 전부 기억은 하지 못하지만.. "


여기서 교단의 정보를 전부 넘겨주는 것은 노골적으로 타브하의 편을 들게 되니깐 적당히 추릴 필요가 있었다.



" '틴달로스', '투신', '란테고스'... 제가 알고 있는 간부는 아까 '노란 옷의 왕'을 포함한 네 명이네요."


정확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당장 그에게는 세력의 구성원을 파악했다는 것만으로 큰 정보가 되겠지.



"그들 모두가.. 게이트를 여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겁니까?"

"전부는 아닐 테지만.. 아마 대부분은 가능할거에요."

나의 대답에 그는 긴장한 듯 미간에 옅은 주름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게이트가 하나 열려도 큰일인데 그것을 자유롭게 여는 자들이라니. 간부 한명 한명이 최대의 위협이나 다름없었다.




"오늘 열렸던 게이트는 여기만 열린 게 아니었죠?"


"그렇습니다.. 이 곳을 포함한 각 국의 주요 시설주변에서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어째서 이런 동떨어진  주변에 열린지 모르겠지만.."



그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시치미를 잘 때시네요."


"그게 무슨.."



"베레시트 1호기의 코어."


"사령관님의 아내분이 타고 오셨던 시험기에서 복제한 거죠?"


나의 추궁에 그는 말하던 것을 멈추었다.

"거기까지 알고 계셨을 줄은... 죄송합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이 은폐하려던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


"저 너머에서 열리는 게이트는 원래 세계의 물건에 가장 이끌리는 법이에요. 그게 모조품이더라도."


게이트에서 넘어오는 차원수들은 이 세계가 아닌  너머의 세계의 것에 대해 민감하다.


교단에서 여는 게이트는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범위를 지정해 열  있는 것이지 아무 곳에나 열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면 교단과 같은 세계에서 넘어온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여 열리기도 한다.

지금쯤 교단도  예상했던 곳과 전혀 다른 곳에서 열렸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언제는 딸처럼 봐주시더니 거짓말이라니 조금 서운하네요."


소꿉놀이나 다름없는 잠깐의 장난이었지만. 일부러 조금 섭섭한 감정을 담아 그에게 이야기했다.



"..."


그는 나의 핀잔에 할 말이 없어진 것인지 입을 다물었다. 농담조로 말한 건데 이러면 분위기가 좀..



"저는 베레시트 계획이 제가 넘어온 세계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어요... 하지만 교단이라면 모르겠네요."

이럴때는 자리를 일찍 벗어나는게 정답이다.

"제가 사령관님께 충고해드릴건 하나에요."

"항상 교단을 조심하세요."


그럴싸한 말과 함께.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사령관실을 나섰다.



---

사령관에게 작은 경고를 해주듯 사령관실을 빠져나가는 것은 나름 있어보여서 좋았으나

여기서 독신자숙소까지 걸어서 돌아갈 것을 생각하니 막막해졌다.


기지 자체가 비상 상황에 들어간 듯 다들 바빠 보여서 누군가에게 태워달라 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아까 사령관에게 온 문자만 아니라면 그냥 주인공군 아버지 차를 얻어 타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는건데..


그건 좀 그런가 역시..


지나간 일을 후회해봐야 취침시간만 줄어들 뿐이다. 천천히라도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조금 걷다가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고 기지의 가로등만 놓인것을 보고 주변을 한번 더 살폈다.



"엘. 감청 체크를 해줘."

오늘 하루종일 교복 주머니 속에서 악세사리마냥 있어주었던 엘을 불렀다.



[알겠어요. 마스터.]


주머니 속에서 곧바로 빠져나와 엘은 가만히 공중에 멈추어 있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다지만 지금 상황에서 거는 전화는 적어도 타브하의 안에서는 신중하게 걸어야했다.



[주변에 듣고 있는 것은 없네요.]



엘의 보고를 들은 뒤 주머니에서 까만 스마트폰을 꺼내 그 곳에 저장된 두개의 번호  두 번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 탁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은 것인지 달칵 하는 소리가 났다.

"잘 지냈어? 사냥개군."

교단의 사냥개.


틴달로스와의 접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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