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트레이닝 (48/152)



〈 48화 〉트레이닝

- 타다다닷

나의 외침과 함께 주인공군은 시뮬레이션 모듈을 향해 달렸다


그가 달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타이머를 돌렸다.

주인공군은 필사적으로 달려서 시뮬레이션 모듈의 아래 프레임을  쳤다.


'13.47'

꽤 하네?

이쪽을 향해 다시 달려오기 시작하는 주인공군..

"허억..."

"28.56.. 나쁘지 않네."


보통 애들 평균이 몇이었더라. 솔직히 저기서 여기까지가 딱 100M 직선거리는 아닌  같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30초 안에 주파했네.

"이런 게..헉...조종이랑..무슨..흐억..의미가.."


달리는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금방 숨이 차는 것을 보니 젊음에서 온 순간적인 힘 인것 같았다. 원래 운동을 하던  같지도 않으니 이런 게 평범한거겠지.

뭐 나야 맨날 꼴지쯤이라 30초는 절대 무리겠지만.


"본 교관의 지도 방침에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런.."

양 손을 무릎에 얹고 허리를 숙여 헐떡거리는 주인공군.

"교관에게 말대답을  체력이 아직 남아있군요. 다시 한  달리고 오도록 합니다"

"앗.."


"대답은?"

"..네!"




- 타닥 타다닥..



결국 주인공군은 다시 시뮬레이션 모듈을 향해 달렸다.

---


"흐윽..억.. 헉.."


- 털썩..

한번 다녀온 주인공군을 또 한 번 더 뛰게 했더니 정말 지쳤는지 무릎을 손에 얹고 있던 자세가 무너지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렸다.

"보라매군의 정신력은 그것밖에 안됩니까? 곤조.. 아니 근성이 없습니까?"


무릎을 꿇은 주인공군을 위에서 선글라스를 낀  내려 보며 그를 닦달했다.

나와 주인공군의 트레이닝을 보던 연구원이 보다 못해 온 것인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베타니아의 파일럿씨.. 이런 정신론적인 훈련이 의미가 있는 겁니까?"

연구원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하는 행동은 단순한 똥개훈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네 물론 의미가 있죠. 한번 그를 스캔해보시겠어요?"

"모듈에도 탑승하지 않았는데 그런  무슨 의미가.."

"해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 삑

연구원은 가지고 있던 측정 장치를 꺼내 무릎을 꿇은 채 헐떡이는 주인공군에게 한번 쬐듯 버튼을 눌렀다.


"이런다고 적합률이.. 어? 미묘하게 올랐다..?"


어제 1호기에 탑승했던 기록과 방금 측정한 기록이 그가 가지고 있던 단말에 교차되어 표시되었다.




"의미 없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타브하 모두의 귀중한 시간을 빌린 것이니깐요."


"..납득이 안가지만 이런 걸로 적합률이 올라간다는건.. 신기하군요"


결과가 보여주었는데 어쩌겠는가.


사실 이 적합률이라는 것은 심리 상태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지금처럼 100M 전력돌파를 6번이나 시켰으면.. 심리적인 변동이 크게 일어났겠지.

그 변화로 인해 적합률이 늘어난 것이다. 설정인 동시에 나의 가정일 뿐이었지만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걸로 된 거다.


혹시나 해서 대기하고 있던 응급반이 가져온 음료를 열어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주인공군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1번 보라매군"

- 푸하..


"부정은 못하겠네.."

내가 입가에 가져다 준 음료병을 어느 정도 마신 주인공군이 기운을 차렸는지 지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정신이 들었다면 일어나도록 합니다. 훈련은 아직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블레이저 윗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그의 이마를 닦아주자  주인공군은 자신의 두 다리로 일어섰다.

---

- 찌익 찍



"어제는  좋게 1호기를 탑승했지만 원래 차원기는 그렇게 마구잡이로 타는 물건이 아닙니다."


연구원이 준비해준 바퀴가 달린 화이트보드와 보드마커를 가지고 주인공군을 바닥에 앉혀두고 강의를 시작했다.

"항상 탑승 전에 주변에 장애물이 있나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 점검을 잊으면 인명 사고를 낼  있습니다."

십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크기지만 그 거체는 사람보다 거대하다. 자칫하면 건물을 무너뜨리거나 사람이나 동물을 뭉개버릴 수 있는 것이다.



"탑승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탑승 후에도 역시 안전입니다."


조종하면 기체의 세심한 컨트롤이나 운동능력을 생각할 텐데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안전이 제일인 법이지.

"탑승 후에도 꼭 안전장치를 착용할  있도록 합니다. 어제는 비상시였지만 평소에는 파일럿 슈트를 입어주어 충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학교 교과에도 있는 조종항목의 가장 첫 페이지에 담겨있는 핵심내용 중 하나기도하다. 조종을 배우면서 학교 시험도 준비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네. 일타 파일럿의 강의라고 무려.



"알겠습니까 1번 보라매군?"

"엇... 네"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게 맞긴 한걸까 왠지 얼빠진 대답이 돌아왔다.

"조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내 뒤의 화이트보드를 본게 왠지 컨닝한 것 같은데

"본 교관이 탑승 시에는 뭘 착용해야 한다고 했습니까?"


"...헬멧?"


제대로 안 들었구나..


"모듈 앞 찍고 옵니다. 27초."


"너무해.."

"뛰엇!"

집중하지 않은 죄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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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초강의와 몇 번의 달리기를 시키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저녁에 가까워졌다.


18시가 되자 업무 종료를 알리는 기지 방송망의 방송이 들렸다. 국기 하강식도 이 시간쯤이었던가. 실내니깐 딱히 하던일을 멈출 필요는 없겠지.


결국 오늘 시뮬레이션 모듈에 탑승시켜주지도 않았지만 시간이 이렇게 되었으니 다른 직원들을 위해서도 오늘은 여기서 돌아가는  맞았다.


"훈련 1일차는 이것으로 종료."

결국 교복 셔츠가 땀으로 다 젖어버린 주인공군은 나를 조금 원망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악마야.. 진짜"

"본 교관은 보라매군이 하는 것에 따라 신도 악마도  수 있습니다... 수고했어 초보군."

여태 눌러쓰고 있던 빨간 조교모와 선글라스를 벗어 다시 상자에 차곡차곡 넣으며 작은 불만을 토로한 그를 내려보며 웃어주곤 마치 강철의 거신과도 같은 말을 했다.


훈련이 끝났으니 명칭도 보라매군에서 초보군으로 다시 변경이다. 업무때와 사적일때는 분리해야하니깐.

평소엔 친절하게 대해주더라도 가르칠 때는 악마. 완전 루시퍼네.

이것은  교육방침이니깐 어쩔 수 없다. 주인공군이 참고 견뎌주는 수밖에.




"훈련장 안에 샤워실 있는데 쓰고 갈래?"

예전에 베타니아 베이스에서 첫 테스트를 받았을 때의 시설과 전체적인 구조가 똑같았으니 아마 샤워시설도 있겠지.


"..평소 같으면 아니라고 했을 텐데 쓸게."

아마 속옷까지 축축하게 땀으로 젖었겠지. 정장이나 다름없는 교복을 입고 뛰는건 힘들테니 내일부터는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히고 훈련을 시킬까. 아니면 미리 적응시키기 위해서 훈련용 파일럿슈트를 입히는 것도 괜찮겠다.

몸에 딱 달라붙어서 배로 힘들어지겠지만..

주인공군은 훈련시설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남자 탈의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갈아입을 옷을 전달해주질 않았네. 바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땀에 푹 젖은 셔츠와 속옷을 다시 입긴  그렇겠지.

사령관에게 부탁해서 남성용 속옷과 기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한  부탁했었는데 전달해주는걸 잊고 있었다.


퇴근하려는 스태프들 시키기도 그렇고 그냥 직접 가져다 줘야지.

딱히 스태프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한쪽 벽에 준비되어있는 비품 상자에 FOR BETHANYA 라고 적힌 상자가 보였다.

다른 훈련을 위해 요구한 비품들도 들어있긴 했지만 내가 부탁했던 여분의 옷이 어디에 있나 찾다보니 금방 찾았다.

포장을 뜯지 않은 티셔츠와 속옷을 챙긴  그가 있을 남자 샤워실을 향해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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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해서 아직 퇴근하지 않은 스태프에게 물었더니 지금  시설을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1호기의 파일럿뿐이니 다른 사람이 없을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괜히 옷을 전해주러 들어갔다가 다른 파일럿이랑 마주치면 성군기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깐 이런 것은 조심해야지.


모르는 처자가 남자 탈의실에 들어왔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그것도 사령부 직속인 의문의 천재 파일럿(자칭) 베타니아의 파일럿이 그랬다고 한다면...

그러면 결국 주인공군이 있는 탈의실에 들어가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 걸까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모르는 사람이랑 마주쳤을  위험한 거지 아는 사람이면 괜찮다. 아무튼 괜찮음.

어두운 기지의 복도를 따라 조금 걷자 혼자 불이 들어와있는 구역이 보였다. 아마 저곳이 샤워실 겸 탈의실이겠지.



- 쏴아...


문을 열자 락커들이 있었고 그 너머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주인공군이 샤워실에 들어가 있는 건가...


혼자에 아무리 지쳤어도 그렇지 마치 탈피하듯 벗어두고  옷을 보자 인상이 조금 찌푸려졌다. 이런 사소하게 흐트러진 행동이 나쁜 버릇을 만드는 것이다.


갈아입을 옷을 샤워실 문 앞쪽에 놔둔  그가 벗어두고 간 옷을 주웠다.

원래의 나보다 키가 큰 것 같은데 바짓단은 안 줄여도 되서 좋겠네 라는 시시한 생각을 하며 교복 바지를 줍고 땀에 푹 절은 셔츠도 손으로 집어 올렸다.


훈련시설의 스태프에게 세탁까지 요구하기엔 염치가 없는 행동이겠지. 셔츠에 잔 구김이 가지 않도록 양 어깨 부분을 잡고 조심히 개었다.


셔츠 안쪽에 보이는 사이즈 표는 100.. 키는 커 보이는데 어깨는 그렇게 넓지 않아서 100을 입는 것 같았다.

"음.."


왠지 모르게 그 셔츠의 목깃 냄새를 조금 맡았다. 땀에 절긴 했어도 30대가 넘으면 나기 시작하는 홀아비 냄새는 아직 없네. 좋을 때다.

머리숱도 풍성하니깐 이대로 쭉 자라준다면 훌륭한 사나이가 되겠지. 힘내라 주인공군.



"..뭐하는 거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손에 들고 있던 주인공군의 셔츠를 바닥으로 놓쳐버렸다.



"손에 들린 건..  옷 아니야?"


샤워실 문에서 얼굴만 내민 채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인공군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이상한 오해를 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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