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트레이닝 (50/152)



〈 50화 〉트레이닝

'113%'


측정 장치의 모니터에 표시 된 숫자는 113%였다.

방금 전 까지 100%가 불가능한 수치라고 했던 주제에 113%라니.. 말도  되는 정도가 아니라 자칫하면 혼란을 일으킬  있는 수치였다.

이 숫자는 나와서는 안 되는 숫자였다. 인간이 가질  없는 숫자라고 말한 주제에 이 숫자를 띄우면 스스로 인간이 아닌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나와서는 안  숫자가 나와 버리자 긴장되기 시작했다.


'뭐? 113%라고?'


저 멀리 연구실에서  소리가 들렸다.


나와 주인공군을 모니터링 하던 연구원도 놀란 표정으로 이 쪽을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베타니아의 파일럿씨! 방금  숫자는 대체.."


주인공군도 연구원도 나의 초조함을 알지 못하는 것인지 측정 장치의 모니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


- 스스스..

'...87%'

마치 나의 곤란함을 눈치라도 챈 것처럼 모니터의 숫자가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왕 내려간다면 더 낮게 내려갈 수 없을까. 87%는 여전히 너무 높은 숫자다..

'......74%'




조금만 더..



- 삑




'61%'


모니터에 가득 차있던 붉은색은 마치 스스로 색을 바꾸기라도 하는 것처럼 한쪽 구석이 푸르게 물들어가더니 반에 가까운 도트를 채우곤 멈추었다.


"측정오류인가..?"

연구원은 점차 줄어들다가 61%에 고정된 숫자를 보곤 이상하다는  장치를 살폈다.


"측정 장치라는 게 정확한 숫자가 표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변동이 크진 않습니다.."


오차라는 것은 보통 한자리수 단위로 나기 마련이지 이렇게 큰 변동 폭을 가지진 않는다. 측정이 완료된 채 반에 가까운 숫자가 떨어질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장치는 언제 들여오신 건가요?"

"아마.. 2년쯤 되었을 겁니다."


"그러면 장치에 달린 소형 코어가 오염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슬슬 바꾸셔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방금 전에 생각만으로 적합률을 내린게 스스로도 잘 믿기지 않았지만 적당한 변명을 지어내서 말을 넘겼다.

"그럴 리가 없는데.."



- 까드득... 깡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장치에 달린 소형 코어가 마찰음을 내더니 검게 변하며 금이 가더니 깨져버렸다.

.. 혹시 저거 내가 방금 한  때문에 깨진 건 아니겠지?

"거봐요. 역시 오래되긴 한 것 같네요."

"아.. 장치가..."


측정 장치에 달린 코어가 깨져버리자 연구원은 방금까지의 대화를 멈추곤 깨져버린 코어를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전문연구장치인만큼 단가가 비쌌을 텐데 장비가 깨져버렸다는게 방금 전의 측정오류 해프닝 보다 더 중요한 듯 했다.


"..사령관님께 따로 말씀드릴게요. 장비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연구원은 코어가 깨진 측정 장치를 가지고 연구동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 잘은 모르겠지만 사령관님께 꼭 새 장비 요청은 해둬야겠다.

"장치가 정확하지 않았나봐요 초보군."

재밌는 일이라도 되었던 것처럼 방금까지의 긴장이 담겼던 표정을 풀고 그를 향해 웃어보였다.

"...정말로?"


하지만 주인공군의 표정은 의심이 조금 남아있었다.


방금 70~80%가 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 주제에 말한 당사자가 불가능한 숫자를 찍었으니 믿지 못할 만도 했다.



"잘못 나온 숫자를 보고 저를 차원수 같은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던건가요?"


"그런건.. 아니긴 한데"


아직 의문이 풀리지 않은 듯한  표정..  어색한 의심이 섞인 분위기를 풀고 싶었다..



"크앙!"

그를 향해 양 손을 높이 올리고 손을 앞으로 뻗어 얼마 전에 상대했던 중형 차원수와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사실 그 지네와도 닮은 차원수의 소리는 크앙이 아니라 가르르르륵.. 이긴 했지만.

"..."

나의 퍼포먼스를 본 주인공군은 나를 말없이 쳐다봤다.



"크아 앙.."

"..."

"..앙"


여전히 말없이 쳐다볼 뿐이었다.



"크...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봐요.."


"아니.. 어떻게 반응해줘야할지 모르겠어서.."


받아주지 않는 농담은 슬퍼질 뿐이다. 부끄러워져서 들어 올린 팔을 내렸다.



"아무튼.. 제가 차원수처럼 보이진 않죠?"


"응..."


"그러면 된 거에요. 초보군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해주려다가 다른 곳으로 새버렸네요.. 그러면 계속해서 설명해도 될까요?"

"알겠어."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방금 전의 퍼포먼스가 아무 의미가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떻게 적합률을 스스로 내릴 수 있었던 걸까.. 역시 사도이기 때문인건가 싶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다시 그에게 강의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



"적합률이라는 것은 코어와 동조율이라고 말했죠? 뭐가 중요한 건가 싶겠지만 조종에선 안전 다음으로 매우 중요해요."


어수선한 분위기가 사라지자 다시 강의를 시작하면서 보드에 10%와 61%  숫자를 쓰고 별을 그렸다.



"차원기가 코어를 기본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적합률이 중요하다는거야?"

주인공군은 나의 발언에 의문을 가진 듯 작게 손을 들고 질문했다.


"적합률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드리자면.. 초보군. 차원수는 보통 무슨 모양을 하고 있나요?"

그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해버렸지만 그 의문을 대답해주려면  질문은 꼭 해야 했다.

"보통  발달린 짐승이나.. 그런 모양 아니야?"

"네 맞아요. 저번에 상대했던 소형 차원수도 들짐승 같은 모습이었죠."


늑대와 닮은 모습이지만 확실히 늑대는 아니라고 할  있었던 3m 크기 정도의 차원수.


실제론 더 다양한 모습의 차원수들.. 지네와 닮았던 중형 차원수나, 더 거대한 형태의 차원수도 있지만 지금 그가 알고 있는 것은   가지가 전부일 것이다.

"그때 역에서 봤던 차원수는  발로 걸었었죠. 하지만 차원기는 어떤가요?"

"사람처럼  발로... 아."

두 번째 질문에 그는 혼자 무언가 깨달은 것처럼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감이 잡히나보네요. 보통 차원수는 사람과 다른 형태로 움직이죠. 차원기는 사람과 같이 움직여요."


"하지만 차원기에 쓰이는 코어들은 대부분 차원수의 것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보드 위에 조금 데포르메 되어버린 늑대와 사람을 그리고, 늑대와 사람사이에 빨간 화살표를 그려 이어 주었다.




"네 발로 걷는 차원수의 코어가 두 발로 걷는 형태에 자리 잡기는 힘들어요."

늑대와 사람 사이의 화살표에 X를 덧그렸다.

"그래서 코어를 설득하는거에요. 이 두발로 걷는 몸이 너의 원래 몸이 맞다고."

보드 위에 그린 사람의 가슴 속에 둥근 원을 붉게 그렸다.

"적합률은 즉 원래와 다른 육체에 설치 된 코어를 얼마나 잘 설득할 수 있는가를 나타낸거에요. 적합률이 높을수록 파일럿의 생각과 가깝게 움직이고, 낮을수록 움직임이 어설퍼져요. 조금 딱딱하다고 해야 하나?"


그렇기 때문에 훈련과정을 통해 적합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그저께 움직인  어떻게 된거야? 내 적합률은 10%라면서"

"베레시트를 기동하기 위한 최소 적합률. 그게 바로 10%에요"

"최저 커트라인이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일반인은 보통 3~5% 정도에요. 10%정도면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수치에요. 그리고 베레시트의 코어는.. 아니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해줄게요."


베레시트 계획에 쓰인 1호기의 코어는.. 평범한 차원수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아직은 그에게 해줄  없었다.


"아무튼 적합률은 한 달간 훈련을 통해 확실하게 올려드릴게요. 음.. 혹시 질문 있나요?"


오늘 가르쳐줄 내용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하나 있는데.. 워커는 적합자가 아니라도 움직일 수 있잖아. 똑같이 코어를 쓰는데 어떻게 일반인도 움직일  있는 거야?"

주인공군의 질문도 타당했다. 적합자가 아닌 기지의 직원들도 실제로 워커를 종종 몰고 정비고를 이동했으니깐.



"좋은 질문이네요. 워커에는 최소 적합률이 없어요."

"워커는 단순히 소형 코어를 동력으로만 사용할 뿐, 구동의 중심이 되는 게 아니에요. 워커는 엄청 기계적으로 움직이죠? 움직일때마다 소리도 시끄럽구요."

워커는 단순한 탈 것일 뿐. 워커에 달린 코어는 거대한 동체를 움직이는 배터리 역할만  뿐이다.


"하지만 차원기는 이동할 때도 관절에서 나는 소리를 빼면 조용하지 않나요? 바닥에 내려앉더라도 바닥이 무너지는 일도 없었죠?"


"그런 거대한 게 움직이는데 도로에 금도 안가는건 이상하긴 했어.."


"그게 바로 코어의 힘이에요. 불가능한 물리현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신비한 힘.. 그 덕분에 땅이 무너지지 않은거에요."

중력의 영향을 줄여주어 자유로운 기동을 하게 해주는 효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코어에서 제대로 규명  얼마 안 되는 효과다.



"그러면 적합자가 워커에 타면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도 있는거야?"

"이해가 빠르네요. 다음에 직접 보여드릴까요?"


워커조종 면허가 없긴 하지만 군용 차원기도 모는 내 실력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까짓거 해보죠.

"아니.. 왠지 난폭할 것 같아."

첫 만남에서 케루브를 거칠게 몰던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신뢰를 사지 못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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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처음 배우는 게 많아서 어렵지 않았어?"


그 뒤에 몇 개의 강의가 마저 끝나자 다시 주인공군에게 말을 편하게 놓았다.

가르쳐 줄때는 진지하게. 평소에는 친근하게 나가야 좋은 관계를 쌓을 수 있는 법이다.

나도 조금 쉬고 싶어져서 앉아있을 곳을 찾아보았으나  곳에 있는건 주인공군을 위해 준비한 책상과 의자뿐이기에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걸터앉게 되었다.



"조금 복잡하긴 했는데.. 따라갈 만 했어."

"다행이네. 어제처럼 졸면 다시 달리기라도 시킬까 했는데."

"..그건  봐줘."

"힘들어지면 아침처럼 안마해줄 수도 있는데?"


"아..아니야! 괜찮아!"

내 안마 실력이 그렇게 시원찮았던 건가. 안받느니만 못한 것 같았나보다. 실력을 정면에서 부정당하니 아쉬운걸...



"어쨌건 오늘 수업을 잘 들었으니깐 약속한대로 실습 해보자."


책상 위에서 내려와 어제부터 방치되어있던 시뮬레이션 모듈을 가리켰다.

시뮬레이션 모듈 아래쪽에서 쉬고 있던 정비원들은 내가  쪽을 가리키자 어이쿠! 시작인건가.. 하는 느낌으로 자리를 비워주었다.




"저걸 타면 되는 거야?"

"응 자세한건 타고나서 설명해줄게.  나도 같이 탈거야."


"...너도?"

"혼자타면 조종할 줄 알아?"

"..기본 정도만?"


"실전 기록은?"


"..한번"

"같이 타야겠지?"

"응.."

나의 타당한 설명에 주인공군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군과 시뮬레이션 모듈 아래로 가자 그 옆에 연결된 사다리를 통해 올라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 푸슈우..


압축실린더의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리며 사다리가 연결 된 시뮬레이션 모듈의 뒤쪽이 열렸다.

베타니아 베이스에서 테스트  때처럼 사다리차로 올라갈 줄 알았는데.. 높이가 얼마 높지 않은 탓에 직접 올라가게 되어있었다.


모듈에 타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어제 계단에서 조금의 높낮이만으로도 치마 속이 다 보일 정도로 짧은 치마였는데 사다리라면 왠지 다 보일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올걸 그랬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주인공군이 나의 등을 툭툭 쳤다.

"응?"

주인공군의 손에 들린 것은 지퍼가 달린 트레이닝복 자켓.

트레이닝 복 상의 자켓을 벗은 주인공군은 속에 어제 내가 건네주었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올라갈 때.. 이거라도 허리에 감고 올라가."

그가 건네준 자켓의 길이라면 사다리를 타도 바로 밑에 붙어있는게 아닌 이상 치마속이 보일 위험이 없었다.


"고마워!"


자켓의 팔을 허리에 감아 묶자 치마 뒤쪽이 여유롭게 가려졌다.

역시 주인공군도 빨리 타보고 싶었던 걸까. 이런 작은 트러블을 바로 해결해주다니.


이럴수록 시간을 끌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모듈 안으로 들어갔다.

모듈에 들어갈 때 정비원들이 에이 텄다 텄어!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정비관련 일이려니 했다.


내가 들어가고 나서 잠시  주인공군도 따라서 모듈 안으로 들어왔다.



---



모듈 안에서 보이는 것은 메인 조종 모듈이 달린 조종석과 그 뒤에 간이형 조종 장치가 달린 모듈이 계단처럼 높이를  채 설치되어 있었다.

"좌석이.. 하나가 아니네?"


안을 보자 주인공군은 생각한 것과는 달랐던 건지 신기하다는 듯 조종석을 살폈다.

"훈련 담당 교관이 동승하게 되어있으니깐. 왜 운전면허도 보러 가면.. 아 아니다. 본적 없겠구나."


운전면허용 차량이랑 비슷한 구조다. 여차할 때는 교관이 대신 제어할 수 있도록 교관석에 제어장치가 달렸을 뿐이다.


하지만 아직 열일곱 살인 주인공군은 운전면허를 딸  없으니 어떻게 생긴 건지 모르겠지. 그런데 더 위험한걸 몰다니 참 아이러니했다.


"아무튼 내가 뒤에 앉아서 감독할거야. 영 아니다 싶으면 정지도 시킬 거고."

"뒤에서 지켜본다니.. 부담좀 되겠는데."

마치 학교에서 컴퓨터 실습을 할 때 뒤에서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부담이 좀 되나보다.



"뒤쪽에 있는게 부담되면 저번처럼 무릎 위에 앉아서 가르쳐줄까?"


이 구조라면 뒤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외치는 것만 하게 될 것 같아서 주인공군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가까이서 붙어서 가르쳐주는 쪽이 효율도 더 좋을 것 같기도하고. 뒤가 아니라 앞에서 같이 앉아서 설명해주면 부담도  되지 않을까?


"아..아니야 그냥 이대로 할게!"

나의 질문에 결사코 부정하는 주인공군. 안마도 그렇고 내가 붙는  싫은건가..

친척 조카가 어릴 땐 잘 따르더니 조금 머리가 굵어지니깐 자기랑 붙어있지 않으려 하더라~ 라는 동료 아저씨들에게 종종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라 약간 슬퍼졌다.

"그래.. 그러면 난 뒤에 타고 있을 테니깐. 잘 모르겠다 싶으면 바로 물어봐."

"응.."


하루에 두 번이나 부정당하니깐 조금 슬퍼요.. 그래도 그게 주인공군의 뜻이라면 어쩔 수 없지.



- 기이잉..


< 해치 닫겠습니다. >

잠시 후   다 좌석에 앉은 것을 확인한 연구원이 시뮬레이션 모듈의 해치를 닫아주었다.

모듈의 해치가 닫히자 내부의 모니터와 조종 장치에 라이트가 들어왔다.

"지금부터 시작할게요. 기록 개시해주세요."

교관석에 달린 송신장치에 기록을 요청했다.

"그럼 초보군. 시작해봐."


- 찰칵 탁


그는 침착하게 기초 모듈의 전원을 하나씩 넣었다.



- 우우웅..

"시뮬레이션 모듈 타입 베레시트. 기동합니다."



주인공군이 시동을 넣고 기동 시작을 알리자, 훈련용 코어가 가동하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랜더링된 가상의 화면이 나타났다.


모니터에 나타난 것은 세 마리의 소형 차원수.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네. 기대할게?"

"기대해도 좋아."

모니터에 비치는 시야가 앞으로 좁혀져가며 차원수를 향해 시뮬레이션의 베레시트는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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