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3화 〉트레이닝 (53/152)



〈 53화 〉트레이닝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바닥을 멍하니 보고 있던 나의 앞에 나타난 것은 주인공군이었다.

"아..안녕"


그래도 학교는 그만두지 않았나보네. 사실 파일럿일과는 무관하게 배우고 싶은  있어서 지방에서 진학한 것이니깐 그만둘 리는 없겠지.

왠지 조금 피곤해보이기 때문인 건지 평소의 표정과는 달라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주인공군.

"저기.."


 동안은 후임을 가르치는 느낌으로 말을 걸었었는데, 마치 인수인계도  받기 전에 퇴사를 결정한 사람을 본 것 같아 더더욱 말을 붙이기 힘든 느낌이었지만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

- 푸슈우..

하지만 나의 말은 곧 도착한 기지 버스의 소리에 묻혀버렸다.

나를 둔 채 먼저 버스에 올라타는 주인공군을 따라 급하게 버스에 올라탔다.


나보다 먼저 버스를 올라탄 주인공군은 곧바로 창가자리에 앉더니 그대로 눈을 붙였다.

창가자리는 내껀데..

혹시 일부러 이야기를 피하려고 눈을 감은 채 하는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정말로 눈을 감자마자 그는 잠에 빠진 듯 작은 숨소리가 들렸다.

정말 자는 게 맞는 건가 싶어서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어보기도하고 코 밑에 손을 가져다 대봤는데도 반응이 없는걸 보면 정말 자는 것 같았다.



누구는 진짜 그만두면 어쩌지 하고 잠도 제대로.. 아니 오히려 하루 종일 잠만 잤구나.


- 찰칵



아무튼 걱정하느라 주말을 그냥 휙 보내버렸는데 태평하게 자는 모습을 보니 조금 열받길래 스마트폰을 꺼내 그의 자는 얼굴을 찍었다.

예전에 친구와 여행을 갔을 때 누구는 계획을 짜고 나머지 인원을 인솔하느라 피곤해죽겠는데, 도착하면 알아서 깨워주겠지 하고 태평하게 자는 친구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정말 많이 피곤했던 건지, 카메라 소리가 들려도 주인공군은 일어나지 않았다.



---

"..일어나."


버스가 역에 도착했는데도 일어나지 않는 주인공군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의식이 잃은 사람을 발견하면 일단 어깨를 가볍게 잡고 흔들.. 아니 툭툭 치는 거구나. 잘못하긴 했는데  딱히 의식 불명은 아니니깐 상관없겠지.



"어..."

비몽사몽으로 일어나는 주인공군.

대체 주말에  하다가 늦게 잤길래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지. 아버지랑 같이 쓰는 관사니깐 집에서 혼자 뭘 했을 리도..

아.. 개발부장이라면 지금 한참 바쁠 때구나 주말출근도 할거고.. 집은 비었었겠네.. 뭔가 하느라 늦게 잠든 걸까.


"다 왔어. 내리자.."

겨우 눈을 뜬 주인공군에게 도착했으니 내리자고 말하며 먼저 버스에서 내렸다. 깨우는걸 핑계로 이야기를 나눌까 했지만 그런다고 뭔가 말해줄  같지도 않아서 먼저 내려버렸다.

주인공군은 내 옆에 서서 걷긴 했지만 아무런 이야기도 꺼내지 않고 그저 피곤한듯한 표정을 짓고 따라 걸을 뿐이었다.


결국 역까지 도착했을 때도 아무 말을 하지않다가 지하철에 올라타자 인파에 끼인 탓에 결국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어색하게 교실까지 도착하게 되었다.

"안녕 묘월씨.."

교실에 들어오자 류하연이 나를 반겨주었다

"..지난 57시간 동안 둘이 싸우기라도 한거야?"

나와 주인공군의 어색한 모습을 보고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직구로 바로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싸운 건 아니에요.. 단지.."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일방적인 내 잘못이나 다름 없던 데다가 아직은 기지 내의 이야기라 선뜻 꺼내기가 힘들었다.


그런 내 심정을 알긴하는건지 주인공군은 곧바로 자기 자리에 앉더니 그대로 엎드려서 눈을 붙였다.


아무런 해명조차 할 생각도 없는  태평하게 엎드려 자는 주인공군의 등짝을 한대 후려주고 싶었으나 잘못의 원인은 나에게 있었기에 아무런 행동도  수 없었다.

"..둘 다  학교에서 처음 사귄 친구니깐 싸우지 않았으면 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녀에게 그저 무서운 감정만 갖고 있었는데 속으로는 나와 주인공군 모두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역시 히로인은 방향성이 조금 다르더라도 히로인이구나 싶어서 조금 안도가 되었다.



"..무슨 일 인진 모르겠지만 힘내."

"고마워요 하연씨."

주인공군만 챙기느라 요즘 조금 거리를 두고 있던 게 반성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 계약서 가져왔어."

그녀는 가방에서 서류봉투를 꺼내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부모님이 내용도 확인해보시고.. 좋다고 하셨어."


학생이 학업과 일을 동시에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절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흔쾌히 허락이 났다는 듯 했다.


"이제 오늘부터 1일인거야..?"

전속 오퍼레이터 계약에 대한 이야기겠지.




"네 오늘부터 1일이네요."


베타니아의 첫 번째 요원 영입  1일차다.


"...잘 부탁해."


그녀는 나에게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내밀어진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어주었다. 악수는 비즈니스를 성립시키는 중요한 요소니깐.


이런 감격스러운 자리에 주인공군은 축하해주기는 커녕 엎드려 자는 모습을 보니 조금 서운하긴 했다.




---



결국 쉬는 시간에도 주인공군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자기는 점심을 거르겠다며 그저 엎드려 잠만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류하연과 둘이서만 식사를 끝내고 왔다.

그렇게 오후 수업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하교시간이 되자 그때서야 표정이 평소의 표정에 가깝게 돌아온  했다.



"..미안 하루 종일 잤네."

수업 때만 겨우 깨서 수업을 챙겨듣던 주인공군이 하교시간이 되서야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아니야.."

갑작스럽게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자 하교 준비를 하던 나의 손이 허공에서 잠깐 멈췄다.

아침부터 나에게 아무 말도 안하길래 저번 테스트 때문에 나에게 다시는 말을 안걸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나보다.

"..주말에 조금 일이 있었어."

그래서 그렇게 피곤해 했던 건가. 한창 체력이 넘치고도 넘칠 10대의 나이인데 무엇을 했길래 저렇게 피곤한 건지 궁금했다.



"김하사님 기다리시겠다. 가자."


주인공군은 결국  때문에 피곤했던 것인지 설명해주지 않고 먼저 교실을 나섰다. 뭔가 다급해보이네.

"하연씨?"


오늘부터 그녀도 기지에 같이 가주어야 했기에 옆에서 나와 주인공군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그녀를 불렀다.


"둘이 싸운 게 아니라 다행이네.."

"그러게요.."

그녀가 안도하는 것처럼 나도 안도할  있었다. 조금 미움은 받더라도 파일럿을 그만둬주지 않는다면 다행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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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하연의 준비가 끝나고 학교 정문으로 나서자 김하사의 승용차가 보였다.

주인공군은..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 거기 내 자리인데..


"안녕하심까 베타니아씨.. 어 그쪽은?"

교문에서 헤어져서 각자 갈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류하연이 나와 함께 오자 누구냐며 물었다.

하긴 저번 역에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김하사는 기지 안에 있었으니 그녀가 누구인지 모를 만도 했다.

"오늘부로 베타니아의 전속 오퍼레이터가  류하연양이에요."


"아아 그렇슴까. 어... 그러면 베타니아가  분이 되는데 뭐라 불러야.. 베타니아의 오퍼레이터씨?"

"..류하연으로 충분해요."

나와 김하사의 이야기를 듣던 그녀가 그냥 이름으로 부르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알겠슴다 하연양."

그런 이야기가 끝나자 류하연과 함께 뒷좌석에 타고 기지를 향해 이동했다.


주인공군과의 어색한 침묵이 지속되는 게 조금 걸렸지만 그럴 생각을 끌 틈도 없이 금방 기지안의 훈련시설에 도착했다.


"하연씨의  업무는.. 일단 훈련 견학으로 할게요."

당장은 내가 출격하는 것도 아니고 분석업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깐 주인공군의 훈련을 견학하는 것으로 정했다.

일은 하지 않더라도 근무시간에 들어가긴 하니깐 제대로 오늘부터 근무로 체크할 것이다.



"잘 오셨습니다. 오늘도 보여주실 실력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훈련시설에 셋이 나란히 들어오자 연구원이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아뇨.. 어디까지나  백업역할이니깐 저보단 그의 체크를 부탁드릴게요."

저번에 이 대화 때문에 사이가 틀어지는데 영향을 줬던  같아 연구원에게 나보다는 주인공군을 봐달라고 이야기했다.


"아 그렇습니까.."

연구원은 그게 못내 아쉬운  조금 서운해했다.



"바로 시뮬레이션 사용 가능할까요?"


그런 분위기를 깨듯 옆에 서있던 주인공군이 갑자기 연구원에게 말을 걸었다.

"네?  됩니다.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연구원은 당황해 하면서도 시뮬레이션 모듈을 바로 사용할  있다고 알려주었다.

"묘월아."

"응?"

아까 학교에서 말을 걸었던 것처럼 갑작스러운 부름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연구원과 대화를 하고 있던 것을 듣고 있었기에 침착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주인공군은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교복 마이를 벗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거 걸치고 바로 따라와줘."

"아.. 알았어."


교실에서 다급해보이던데 혹시 계속 시뮬레이션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하연씨는 연구원님과 함께 안쪽에서 견학해주세요."

"..알았어."

탑승허가가 나오자마자 주인공군은 시뮬레이션 모듈을 향해 빨리 걸어갔기에 류하연에게 안에서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기곤 나도 재빨리 뒤따라갔다.

무슨 바람이  것인지는 몰라도 그가 훈련을 잘 따라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가 준 교복 마이를 허리에 감아 두르고 사다리를 타고 시뮬레이션 모듈에 탑승했다.



---




"바로 시작 부탁드릴게요."


내가 시뮬레이션 모듈의 교관석에 앉는 것을 확인하자 주인공군은 바로 연구원에게 시작을 요청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1차 테스트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너무 다급해하는 것 같은데.."

결국 참지 못하고  밖으로 말을 내버렸다. 저번 주에 나에게 기만을 당한게 분했더라도 이게 이렇게 급한 일 인걸까.


- 삐이


그의 말을 듣기도 전에 시뮬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이전 모의전투와 동일하게 소형 차원수 세 마리와 시가지를 배경으로 파란 베레시트 1호기가 나타났다.


- 그르르륵..


이전 여섯 번의 테스트와 똑같이 곧바로 차원수 세 마리가 1호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당해버리는걸까.. 혹시 자기가  이상 실력이 없으니 포기하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자리에 나를 데려온게 아닐까..


- 케에에엑!

그러나 움직임에 곧바로 반응한 1호기가 다리를 들어 올리더니 가장 왼쪽에 달려드는 차원수를 걷어차며 앞으로 달려갔다.



기잉.. 탕! 탕! 탕! 탕! 탕!



차원수를 걷어찬 1호기는 그대로 자세를 돌리더니 들고 있던 라이플을 견착하고 남겨진  마리중 가운데에 있던 차원수를 향해 사격했다.


총탄이 명중하지는 않았지만 곧바로 뿜어져오는 사격에 달려오던 차원수가 조금 주춤한 게 보였다.




- 탕! 탕! 탕! 파악! 탕!


앞서 세발을 소모했던 1호기는 다시 다섯 발을 쏴 가운데 있던 차원수를 격파했다.

가르르륵!!

옆에 있던 차원수가 격파 당하자 가장 바깥쪽에 있던 차원수가 곧바로 달려왔다.




- 기이잉.. 파아악!!




1호기의 어깨 양옆에 있던 미익이 푸른빛을 날리며 공중으로 가볍게 뜨더니 차원수를 피하더니 그대로 곧바로 내려와 차원수를 짓밟았다.

- 파악! 빡! 빠악!


짓밟은 차원수의 머리를 향해 라이플을 들이대곤 곧바로 연발로 라이플을 갈겨 차원수의 머리를 터뜨렸다.


- 가르르르륵..!!


 마리를 막 해치운 참인데 처음에 걷어차였던 한마리가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 덜컹.. 파샷.. 기이잉..!!

라이플을 버리고 양 허벅지에서 단검의 손잡이를 두개 꺼내 1호기의  손에 쥔 단검에서 푸른 빛날이 모였다.

단검을 양손에 쥔 1호기가 다가오는 차원수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에서 달려  품으로 뛰어들었다.



- 카아아악!!



하나의 단검이 소형 차원수의 가슴에 꽂히고 다른 단검으로 그 옆을 깊게 베어냈다.

- 파사악..



- 삐이!

단검에 베인 차원수가 쓰러지는 것으로 시뮬레이션은 종료되었다.




---




1차 테스트 종료하겠습니다.. 교전기록 35초 입니다..!>


연구원이 놀란  목소리가 높아진  스피커 너머로 들렸다.


"..대단해."

나의 입에서 작게 감탄이 흘러나왔다.

나도 그의 전투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저번주까지만 해도 30초도 안 걸려서 격파를 여섯번이나 당한 주인공군이 정말 맞는 건가.

원래 시나리오대로라면 1회차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4월 전까지는 세 마리를 다 잡을 수 없었던게 원래 그의 기량이었을텐데, 대체 무슨 일이 그를 이렇게 만든걸까.



"하..하하"

내가 멍하니 감탄하는 사이 나의 앞에 앉아있던 주인공군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 봤어?"

"응.."

무언가 미련을 떨쳐낸 것처럼 환하게 웃는 그에게 나도 같이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너는 분명히 굉장해.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도 전투경험이 여러번인 베테랑이잖아. 스스로 1호기의 책임을 지겠다고  주제에 너에 비해 아무 실력도 없는 내가 한심했어."

어느새 조종석에서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 주인공군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금요일날 여길 나서고 바로 아버지의 연구시설로 가서.. 1호기는 아닌 이전 세대의 모델이었지만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죽어라 연습했어. .."

"아버지라면.. 개발부장님?"

"응. 아버지의 연구시설에는 이것과 비슷한 시뮬레이션 모듈이 있으니깐."


베레시트의 시뮬레이션 모듈이라면 여기밖에 없지만 케레브나 이전 세대의 모듈이라면 다른 연구시설에도 많이 있었겠지.


"처음엔 아무리해도 이길 수 없어서 포기할까 했지만.. 그래도 너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어."

나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본 채 말하는 주인공군.


"어제 새벽에.. 겨우 길이 보였어. 너처럼 15초만은 무리지만.. 그래도   있었어."

적합률도 10%인 주제에.. 기체에 휘둘리기만 할 정도의 적합률인데도 그는 노력으로 마침내 해냈다.




"그러면.. 오늘 계속 졸던 것도 새벽까지 한 연습때문에?"

"응.. 솔직히 졸려 죽을  같아서 어떻게 학교에 갔는지.. 학교에서 뭘 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


"..날 일부러 무시하던게 아니고?"


"내가? 왜..?"


아침부터 보여주던 그 태도는 나에게 거리를 두던게 아니라 단순히 피로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거였다.


"나.. 잘한 게 맞지? 너가 보기엔 아직 한참 부족할지 모르지만.. 계속 훈련 받아도 될까..?"

나는 주인공군이 단지 나의 기만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나에게 서운하게 대한건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나의 지도가 부족한 자신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못미덥다면.. 여기서 그만둘게. 1호기를 탔던 벌은 벌대로 받겠어."

그래도 자기가 부족하다면 여기서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꺼내고 나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바보야."

"응..?"


주말 내내, 그리고 방금 1차 테스트가 시작되기 전 까지 주인공군이 정말 떠나버리면 어쩌지 하고 고민하는 내가 바보 같아졌다.


정의감만으로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차원기를 탈취한 소년이 고작 그런 이유로 파일럿을 그만 둘리가 없잖아.

"..정말 바보야."


주인공군을 끝까지 믿어주지 못하고 흔들렸던 내가 바보다. 아마 사령관은 이런 그의 심지를 알고 있었던 거였겠지.

"..역시 안되는 거야?"

테스트에 대한 평가가 없이 바보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주인공군이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는게 보였다.


"너가 아니라, 내가 바보였어.. 이렇게 잘 해낼 수 있는데.. 믿어주질 못했어.."

그는 단순히 주인공감이 아니었구나. 해피엔딩을 위해 도와주기로 한 주제에 그를 믿지 못하고 흔들렸다는 사실을 반성했다.



딱딱한 조종 모듈이 배에 닿았지만 교관석 아래로 몸을 숙이고선, 그의 머리를 당겨안아 품에 품었다.

"어.."


나의 팔에 조금 당황한 주인공군의 머리를 품 속에서 쓰다듬어주었다.

"정말 잘했어.. 최고야."


역시 이 소년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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