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폐쇄 도시 (56/152)



〈 56화 〉폐쇄 도시

어제 해산하기 전 주인공군과 류하연에게 집합장소를 알려주었다.

현장 실습.. 실전을 위해 준비된 장소는 바로 기지가 있는 도시 북쪽에 있는 폐쇄된 구역.

10년 전 게이트가 열렸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도시 전부가 차원수에게 넘어가버린 버려진 도시다.

지금은 도시 주변에 높은 장벽을 세워두어서 장벽 밖으로 차원수가 나오는 일은 없지만, 장벽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곳이다.


하지만 언제 열릴지 모르는 게이트를 기다리는 것 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차원수를 상대하는게 더 경험을 쌓기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저번 주말에 사령관에게 이야기를 해두었다.

"초보군은 필참. 하연씨는.. 보호자분께 허가를 받고 오세요. 저와 초보군만 장벽 안으로 들어가고 오퍼레이터나 지휘 인력은 장벽 밖에 있을 거지만요."

목표가 1호기의 테스트 실험이었기에 사실상 주인공군은 무조건 필참이었다.


하지만 오퍼레이터 인력이라면 장벽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지역 가까이에 가는 업무니 미성년자라면 동의가 필요하겠지.

"오늘은 이걸로 해산할까요. 내일 08시 기지 집합이니깐 일찍 돌아가서 쉬는 게 좋겠죠?"

사실상 이미 결정 된 일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워도 어쩔 수 없었다.

"너도 장벽 안으로 들어가는 거면..  케루브를 타고 오는 거야?"

"케루브? 아니. 또 자폭시킬까봐 못주겠다더라.."

가뜩이나 부족한 장비를 현장에서 폭발시킨  소문은 이미 기지 관계자들 사이에 퍼져있었다.

단지 격추 기록을 1호기에 전부 넘기는 바람에 격추가 아닌 원호만 하다가 터뜨린 것으로 기억되었지만..

"..그러면  같이 타는거야?"


"같이 타줬으면해?"


내가 1호기에 같이 타는 건가 하고 주인공군은 내 눈을 슬쩍 쳐다보았다.

훈련용 시뮬레이션 모듈도 아니고 두명이서 같이 타려면 또 무릎위에 타야 할 텐데.


"아니. 내일은 내 전용기를 가져올 거야."


"그렇구나.. 전용기..?"

주인공군의 얼굴에 조금 실망한 듯한 표정이 지나갔지만 전용기라는 이야기에 흥미가  건지 표정이 다시 바뀌었다.

"한 번도 보여준  없었네. 내일을 기대해."

그 이야기를 끝으로 멋지게 훈련시설 밖을 향해 퇴장..

하려 하였으나 결국 김하사님 차를 같이 타고 가야했기에 뒤따라 나온 주인공군과 류하연과 셋이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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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8시가 되자 나와 주인공군, 류하연 세 명은 1번 격납고 앞에 모였다.

트레일러 트럭에 실려 단단히 고정된 후 트레일러의 해치가 닫히자 푸른 1호기는 그 안에 수납되었다.

"1호기 오랜만에 보네.. 거의 한달 만인가?"

주인공군은 한 달 만에 보는 1호기가 반가운 것인지 한참 쳐다보았지만 트레일러의 해치가 닫히자 조금 아쉬운 듯 했다.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계속 함께했지만 실제 1호기는 그동안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토대로 정비나 개선이 이루어지느라 계속 격납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저게.. 네 전용기야?"


1호기의 옆 트레일러에 실린 사도. 1호기와는 다르게 더 엄중하게 천막이 덮혀있어 겨우 실루엣만 알아볼  있는 상태였다.


"지금은 보여줄 수가 없네.. 폐쇄 도시에 도착하면 보여줄게."


지금은 못 보더라도 도시에 도착하면 질리도록 보게 될 테니깐. 그 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자.

"하연씨는 부모님이 허락 해주셨네요."


"..장벽 밖이라면 괜찮다고 하셨어."


오퍼레이션 팀과 지휘 팀은 장벽 밖에서 지휘모듈을 통해 전장 분석만 해주면 되니깐 굳이 장벽 안으로 올 필요는 없었다.


"옷도 잘 어울리구요."

"..고마워."


그녀가 입은 옷은 오퍼레이터의 약복.

정식은 아닌 약식 정복이지만 바쁜 지휘 현장에서 사복으로 있으면 눈에 띄니깐 내가 따로 요청한 것이다.


오퍼레이터복이라 그런지 밋밋해 보이지만 스타킹과 단화, 그리고 약복의 스커트와 재킷이 잘 어울렸다.


단지 다른 것은 그녀의 어깨에 붙어있는 부대마크는 타브하가 아닌 베타니아의 것이 오버로크 되어있었다.


조금 신경쓰이는건 교복치마 처럼 짧은 스커트 길이인데..  세계는 이게 표준인가보다..


그런데 주인공군은 아무 말도 안 해주네.

히로인이 이쁘게 차려입고 왔는데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주지..



"묘월씨는 그렇게 평소처럼 입고 가는 거야..?"

나의 표준 사복. 청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항공 점퍼라는 조합을 보고 현장에 이렇게 입고 가는 것인가 하고 의문을 표했다.

"아뇨. 저는 도착해서 파일럿 슈트로 갈아입을거에요."

"평소엔 그렇게 입고 다니는구나.."

생각해보니 주인공군은 나의 사복차림을 처음 봤구나. 매번 교복차림이니깐.

"어울려?"


일부러 그의 앞에서 살짝  바퀴를 빙글 돌아 옷의 핏을 보여주었다.

"왠지 장난을 잘 칠 것 같은 아이 느낌이라 귀엽네.."

"맞아.."


귀엽다는 평가. 그런건 히로인에게나 해주라니깐.. 아이 같다는 평가를 받자 조금 허탈해서 웃어주었다. 애처럼 보이는 건가...



"그런데.. 우리들만 가는게 아니구나."

주인공군이 뜬금없이 다른 소리를 하는 건가 했지만 실제로 1번 격납고 옆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트레일러가 3대 있었다.


"위험지역이니깐..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인력과 물자 보급과 회수를 위한 팀이야."

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깐. 만약의 사태에는 1호기를 회수해줄 팀이 필요했다.


물론 내가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 서포트 할거지만.

"모두 모였으니 출발 해볼까요?"

사령관도 함께 참관하고 싶다고 했지만, 2호기의 작업 때문에 바빠져서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했다.


원래 예정에 없던, 내가 임의로 계획한 실습 훈련이니 어쩔 수 없겠지.

우리 셋은 기지에서 준비해 준 밴에 올라탄 뒤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분위기 마냥 밴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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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하고 반쯤  걸려서 폐쇄 도시의 장벽 앞에 도착했다.

가는 길이 밀렸다기 보단 가는 길에도 통제가 있었기에 검문 절차를 거치느라 늦어진 것뿐이다.

얼마 전 교단의 선언이 있었기에 게이트와 관련된 지역의 검문이 더 복잡해진 것이겠지.



"드디어 도착했네요."


밴이 쾌적했던 덕분에 따로 차멀미도 하지 않고  도착했다. 몇  떠들다가 중반부터는 모두 잠들었지만..

아무래도 위험지역으로 가는 것에다가 군사 기밀이 탑재  트레일러다 보니 휴게소에 들리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웠다.

이 세계의 휴게소 감자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밴에서 내리자 지휘쪽 팀은 먼저 도착해있었던 듯 장벽을 관리하는 관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곳곳에 천막으로 임시 지휘소가 설치되었다.


"백업팀도 먼저 도착했네.."

장벽 앞에 검게 코팅이 된 케루브가 3기 세워져있었다.


표준 컬러는 국방색일 텐데 커스텀 된 기체인가.. 눈 쪽에는 주황색의 바이저가 추가로 증설되어 있었고  기마다 하드 포인트에 다른 무장이 붙어 있었다.

검은색이 3기.. 검은 삼연성인가..

"묘월씨..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


혼자 잡생각을 하고 있을 때 류하연이 나의 팔꿈치를 툭툭 건드리며 케루브의 아래를 가리켰다.

파일럿 슈트를 입은 남자 둘과 여자 하나..


자세히 보니 월요일에 중국집에서 만난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던 남자와  일행들이었다.

"..하필 백업팀이 저 분들이네요."

 만남이 껄끄러웠던 탓에 가급적 마주하고 싶진 않았다. 특히 대위는 주인공군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같았고.

다행히 저 쪽은 우리를 알아채지 못한  같았지만 1호기가 온다는 사실에서 이미 누가 오는 건지 알고 있겠지..

주인공군도 짐짓 불안한 시선을 하고 있길래 등을 툭툭 두들겨주었다.

"괜찮아. 우리가 잘하면 백업팀이랑 마주칠 일은 없을 거야."

"..그러겠지?"


자신이 파일럿이  것에 적의를 가진 사람을 만난 것이니 불안해할 만도 했다.

"파일럿 슈트로 갈아입고와."


주인공군에게 두꺼운 철제 슈트 케이스를 건네주었다. 조금 무겁네.



"어라..  것만? 너는?"

"내건 준비 되어있어."

엘이 수납하고 있는 것뿐이지만.

갈아입고 오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나도 임시로 설치된 여자 탈의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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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파일럿 슈트로 갈아입은 나와 주인공군이 각자의 트레일러 앞에서 만났다.

파란색을 기조로 한 남성용 파일럿슈트.  부위에는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장갑판이 부착되어있지만 무척 가볍다.

허벅지 쪽에 임시 구명용 키트나 소형 방독면이 들어있기도 해서 조금 몸이 탄탄해진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옷 잘 어울리네. 그 슈트면 넘어져도 전혀 안아플거야."


조종시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으니깐 넘어지더라도 조금 흔들리는 느낌만 줄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얼굴이  그렇게 빨개?"


파일럿 슈트의 내압을 잘못 측정하기라도  건가? 너무 꽉 조이면 풀어주면 될텐데.


"묘월아..  그게 정말.. 파일럿 슈트야?.. 덜 입은게 아니고?"

왠지 나를 향해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주인공군.

엘이 보관하고 있던 전용 파일럿 슈트를 꺼내 입은 것뿐인데 왜 저런 거지?


"옷이.. 너무 달라붙지 않아?"

살짝 손가락을 펼쳐 나의 몸을 가리키는 주인공군.

내 파일럿슈트는 타브하의 기본 공학과는 다른 설계라 장갑판은 전혀 없다.


대신 등 부분의 접합라인이 조금 있고 손목 쪽에 여러 기능이 달린 패널이 설치되어있고. 가슴 부분만 조금 밑에서 받쳐주는 골격이 들어간 여성용 슈트다.


달라붙더라도 워낙 빈약한 몸의 라인이라 볼게 없을 텐데..




"..그렇게보여?"

정비반이나 사령관은 그냥 덤덤하게 쳐다봐주었는데 얘만 왜 이러는 것이지.


"그게.. 조금..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해서"


이유는 몰라도 나 때문에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지. 다른 사람들에게 이 모습이 보이면 불편해할지도 모른다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이야기까지 꺼냈네.



"엘. 사령관이 같이 줬던 그걸 꺼내줘."

< 네 마스터. >

엘에게 부탁하자 엘이  옆으로 올라오더니 엘의 아래에서 회색의 천이 떨어져 나왔다.

 천을 어깨에 살짝 둘러 몸을 조금 감았다.


"이거로  거지?"

파일럿 슈트라곤 이제 종아리 아래만 하얗게 보이게 되었다.



"... 그건 뭐야?"

내가 두른 천 보다 나의 옆에 떠서 비행하고 있는 엘이 더 신경이 쓰인 건지 벌써 나의 패션은 안중 밖이었다.

"이 아이는 내 전용기.. 아르네벳의 보조 시스템 '엘' 이야."




아르네벳. 사도라는 이름을 함부로 꺼내서 쓰기엔 혼란을  수 있어서 사령관이 나의 기체에 임시로 지어준 코드네임이었다. 뜻은  모르겠지만 그럴싸한 이름이길래 그 이름을 쓰기로 결정했다.

< 반가워요. 초보군이었나요? 마스터를 잘 부탁드릴게요. >

항상 내가 초보군이라는 이름을 입에 달고 살았기 때문에 엘도 그를 초보군이라 부르는 것 같았다.

"..사람이 조종하는 거야?"


"비-밀"

나도 원리는 잘 모르지만. 엘은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니깐..


"묘월이의 전용기.. 아르네벳 이라고 부르는구나"


사도를 실은 트레일러의 짐칸이 수직으로 이동하며 사도를 세웠다.

그러나 사도의 얼굴만 부분적으로 밖으로 노출되어 있을  나머지 전신은 내가 지금 걸친 것과 비슷한 회색의 천으로 감싸져있었다.

"응. 이게  전용기야."


"저 천막은 뭐야..? 단순히 운송보호용은 아닌  같은데."


기껏 보기를 기대했던 기체가 꽁꽁 싸매고 있으니 주인공군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핸드폰 카메라로 내 기체를 비춰볼래?"

"이렇게.. 어? 뭐야 왜 화면이 흔들리지?"



주인공군이 카메라로 나의 사도를 비추자 사도가 천을 두르고 있는 부분만 조잡한 노이즈가 일어난 것처럼 화면이 왜곡되었다.


"내 역할은 어디까지나 너의 백업. 조용히 보조하기 위해서 숨어서 활약해야  필요가 있거든.."


사도.. 아르네벳을 감싼 회색의 천막은 사령관이 마련해준 특수 장비였다.

'테나흐의 잎'


아직  세계에는 차원너머의 교단과 같은 수준의 차원기를 제조할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기체를 외부에 감추기 위해 또 활약을 은폐하기 위해 만들어준 전용 은폐 장비였다.

하지만 코어의 힘이 필요한 장비여서 적합자가 아니면 아무 소용없는 그냥 천쪼가리다.

"그리고 나도 찍어봐."

"..진짜?"


나를 찍어도 좋다는 이야기에 주인공군은 핸드폰을 나에게 비췄으나..



"기체랑 똑같이  찍히네.."

지금 파일럿슈트 위에 두르고 있는 천막도 테나흐의 잎이니깐. 표정이 아쉬워보이네. 재밌어할 줄 알았는데..

"투명망토 같지?"

전자장비에만 찍히지 않는 망토지만.

"둘 다 뭐하고 있어?.."

옷을 갈아입으러 간다고 했으면서 한참이나 돌아오지 않자 결국 류하연이 먼저 우리 쪽으로 왔다.



"옷을 갈아입으니깐 왠지 어른 같아 보이네.. 그런데 묘월씨는  거적데기를 두르고 있어..?"


거적데기.. 최신 은폐장비가 한 순간에 부정당한 순간이었다.


"거적데기는 치워봐.."


- 휘익


성큼 다가온 그녀의 손이 내가 두르고 있던 테나흐의 잎을 벗겨냈다.

"... 음란해. 음란토끼야.."


나의 파일럿 슈트를 본 류하연은 음란하다는 말을 입에 담았다.

.. 이게? .. 정말로? .. 어디가?



"아..아니에요..."

내 파일럿 슈트가 음란하다는 평가를 들으니깐 부끄러워져서 내 얼굴이 붉게 익을 것만 같았다.




".. 그런 상스러운.. 노출 취미가 있는지 몰랐어 묘월씨.."


"워... 원래 이런 옷이에요.."

설마 주인공군이 아까 나에게 보낸 시선도 이런 것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녀의 평가가 부끄러워져서 필사적으로 해명했지만..


그녀는 조금 경계하는 표정을 짓고 나에게 테나흐의 잎을 다시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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