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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화 〉폐쇄 도시 (57/152)



〈 57화 〉폐쇄 도시

음란토끼... 해프닝이 있던 뒤 류하연에게도 엘을 소개해 주자 진짜 사람이 조종하는 것이 아닌지 툭툭 쳐보기도 했었다.


엘이 화를 내려는 것을 말리느라 고생을 좀 했다.


한 달 만에 사도.. 코드네임 아르네벳의 조종석에 앉게 되었다.

앉게 되자 조금 몸을 시원하게 감싸오는 느낌이 자동 정화기능이 작동된 듯 했다.

내가 그동안 세속에 많이 찌들어있던 거구나..




 들려? >

주인공군도 1호기에 탑승을 끝낸  통신이 들려왔다.

"응  들려."


통신상태를 확인하고 지휘부와 류하연과의 통신 상태도 점검을 끝냈다.

조종 레버를 움직이자 조금씩 사도가 걸으며 사도의 겉에 두른 테나흐의 잎이 바람을 타고 조금씩 흔들렸다.



베레시트 1호기와 아르네벳. 지금부터 장벽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


지휘부에서 들려오는 통신과 함께 입구 쪽에 준비된 무장 컨테이너를 각자 하나씩 들은  장벽의 문 앞에 섰다.



< 네 거는 컨테이너가  크네.. >


1호기가 든 컨테이너와 다르게 두 배는 될만한 컨테이너 하나를 어깨에 걸치자 주인공군의 신기하다는 통신이 들려왔다.


"내 기체는 손이 좀 커서. 일반 장비는 쥘 수도 없어."


천막 아래로 잠깐 손을 꺼내 1호기를 향해 보여주었다.


1호기의 손 보다는  배는 큰듯한 사이즈의 주먹. 근접 특화기체라서 이렇게 큼직한 거겠지. 덕분에 일반 사격장비는 쥘 수조차 없다.

프로그래밍 제어를 이용하면 발사는 할 수 있겠지만 견착도 안되니깐..

< 특이하네.. >

- 위이잉 !!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장벽의 문 위에 달린 비상등에서 붉은 불이 반짝이며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자 그 안엔  문이 있었다. 혹시나 차원수가 빠져나가게 될까봐 마련해둔 이중문이겠지.



- 탁 ! .. 위이잉



문 안쪽으로 들어오자 우리가 들어간 쪽의 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 앞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자 보인 것은 군데군데 깨져있는 아스팔트 도로의 바닥. 깨진 틈 사이로 식물이 자라 주변 건물에도 가지가 엮여 하나의 숲이 되어있는 공간이었다.



< 지금부터 장벽 안으로 진입하겠습니다. 일정 구역까지는 장벽 위에 설치  대포가 엄호할  있지만.. 구역 밖에선 엄호가 힘들어지니 조심하세요. >


장벽 위를 살피자 거대한 강철의 대포가  개 눈에 보였다.

지금도 작동하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대포는 일정 간격으로 기수를 돌려 움직이는 게 이 곳에서도 보였다.

아마 화약을 이용한 탄환을 사용하는 것 같진 않고 레일건인  같았다.  정도의 크기라면 코어를 이용한 무기겠지..



- 탓


 안쪽의 도시로 들어오고 마지막 문이 완전히 닫히는 것을 확인하곤 나는 바로 고층 건물 위로 뛰어올랐다.


< 묘월아..? >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의문이 생긴 듯 통신이 들려왔다.



"내 역할은 백업. 같이 싸워주는게 아니니깐 이 곳에서 지켜보고 있을게."

방치된  십년은 더 지난 건물이었지만 아직 골격은 튼튼한 것이었는지 8m에 달하는 거체로 옥상을 디디고 있어도 흔들림이 없었다.


"위험해지면 바로 내려와서 도와줄 거지만.. 조심히 움직여. 알겠지?"

< 알았어. >


혼자 가야한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 듯 했지만 내가 지켜보고 있을 거란 이야기를 듣고 안심한듯 등에 장비한 무장 컨테이너에서 라이플을 꺼낸 주인공군은 1호기를 움직였다.

---

- 푸슈욱..




나도 무장 컨테이너를 내려놓은  컨테이너의 버튼을 사도의 발로 밟자 컨테이너가 열리며 대형 라이플이 나타났다.

원거리 보조용 대구경 라이플.


원래는 방아쇠가 작아 손에 쥘 수도 없었지만 정비팀의 개조 덕분에 옆구리에 견착하면 보조 그립과 버튼을 통해 발사할 수 있었다.

고층건물에서 주저앉아 라이플을 옆구리에  뒤 아래를 내려 보자 차원수 몇마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새로운 침입자가 나타난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인지 소형 차원수 몇 마리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마 10년의 세월동안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겠지.


다행인 것은  차원수들이 장벽을 넘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이 곳에서 조용히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가끔씩 장벽을 넘으려고 하는 것들은 레일건 대포에 박살났겠지.

- 푹! 푹! 푸슉!

아래에선 주인공군이 이따금씩 만나는 차원수를 상대가 눈치 채기 전에 소음기를 단 라이플을 통해 사냥하고 있었다.


 달 전만 해도 쌩 초보였는데 3주간의 훈련 덕분에 어느 정도 전투에 감이 잡힌 것 같았다.

벌써 두 마리나 해치우다니.

"잡은 차원수 위에 소형 마커를 남겨놔. 나중에 회수팀이 회수해갈거야."

차원수의 육체는 그저 썩어가는 고깃덩어리이지만 그 안에 있는 코어는 다르다. 각종 산업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물건이니 돈이 될 것은 챙겨두는게 탄약값도 벌  있겠지.


< 응. >

 마리를 잡은 주인공군은 방금 발사한 탄환의 마커 기능을 켜 위치 정보를 남겨두었다.

그 후에도 이따금씩 마주치는 소형들은 잡기 쉬웠다.


3:1 혹은 5:1 까지 트레이닝을 마쳐본 주인공군이니 더 이상 소형의 무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 달각. 빠아악!



탄약이  떨어졌네.. >


어느덧 열 마리를 넘게 사냥하자 기본 라이플의 탄약이 떨어진 듯 쓰러진 차원수의 확인사살을 하려던 주인공군은 개머리판으로 차원수의 머리를 뭉갰다.

효율적이긴 한데 저런 잔인한 처리방법은 누구에게 배운 거지..  나구나..



"보충 보내줄게."

내가 짊어지고 왔던 컨테이너 박스 하나를 손에   발로 걷어차 날렸다.


슈우우욱... 콰악!


약해진 콘크리트 바닥을 깨며 탄약 컨테이너가 주인공군의 옆에 박혔다.


< ..깜짝 놀랐어. >



.. 세 방향에서 소형 무리가 세 마리 씩 접근 중.. >

방금 컨테이너를 던져보낼 때 발생한 소음 때문인지 세 방향에서 차원수가 접근중이라는 류하연의 관측결과가 들어왔다.

공중에 일정 거리를 두고 띄워져있는 비행 관측장비. 아마 저걸 통해 이 쪽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거겠지.


지휘관이 적합자여야 다룰 수 있는 장비인데. 지금 실습에 파견 된 지휘관은 적합자의 소질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세 무리면 혼자선 힘들 텐데 조금 도와줄까.




- 슈우욱... 까아앙!



류하연이 마킹해준 방향을 향해 옆구리에 끼고 있던 대구경 라이플을 쐈다.


멀리서 강철이 때려박히는 소리와 함께 마킹되어있던 세 마리   마리의 마킹이 동시에 사라졌다.




"남은 일곱 마리는 직접 잡을 수 있지?"


< 해볼게. >

아홉은 힘들더라도 일곱에선 배우는 게 있겠지.




---



잠시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주인공군은 세 마리와 세 마리,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를 훌륭하게 격파했다.

처음엔 라이플로 거리를 두고 대처하다가 가까이 왔을 때는 어깨에 장비하던 근접용 산탄총을 사용해 격파했다.

예전엔 부족해보였던 사격실력도 시간이 지나니 향상되는 것 같았다.


"정말 실력이 늘었는데? 이제 초보군이란 딱지는 벗겨줘도 되겠어."

정말? >

근접전으로 들어갈 일도 없이 소형 차원수 사냥을 잘 해내는 것을 보자 조금 대견했다.


하지만 소형만 잡을 거라면 이 곳에 올 필요가 없었지.

- 까드드드득.. 그르르륵..

조금 멀리서 콘크리트 바닥이 갈리는 듯 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정도 소란이 있었으면 오는구나. 라이플은 소음기를 꼈었지만 산탄의 소음은 감출 수 없었기도 하고..

멀리서 중형의 크기를 가진 네발로 달리는 차원수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중형 세 마리 정도를 혼자 잡으면 정말 인정해줄게 초보군.

여태 보았던 지네형과는 다른 타입의 중형 차원수.


네 발로 걷지만 가슴 쪽에는 작은 갈퀴와 같은 팔이 두개 달려있었다.




- 탕 ! 탕 ! 탕 ! 가아아아악 !!


공중에 높이 뜬 차원수는 1호기의 사격을 옆으로 피했다.


- 파악! 팍!


산탄총도 몇  쐈으나 겨우 옆을 스칠 뿐 빠른 속도를 맞추긴 힘든 것 같았다.

- 푸시익..


사격은 그만둔 것인지 어깨에 거치해두었던 대검을 꺼내 오른손에 장비한 1호기.

- 우우웅..



주인공군은 근접에서 곧바로 처리할 생각인지 대검의 검신에 푸른빛이 감돌았다.

- 샤아아아악 !!




중형 차원수여서 그런지 네발로 땅을 딛고 있음에도 1호기의 전고와 비슷한 크기의 짐승이 울부짖었다.




슈우욱 !!

1호기의 양 어깨에 달린 미익이 푸른빛의 입자를 날리며 차원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카아아악!!


근접해온 1호기를 가슴에 달린 양 갈퀴가 쳐내었지만 품 안으로 정확히 파고든 덕분에 한쪽 갈퀴가 잘려 땅에 떨어지자 갈퀴로 가려졌던 코어가 내비쳐졌다.

- 푸욱.. 기이이잉!!




갈퀴를 자른 틈으로 1호기가 대검을 아래에서 위로 수직으로 꽂아 올리자 적색의 코어가 갈려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 그륵.. 극..

차원수는 입에서 검붉은 피를 쏟더니, 곧 그대로 형태가 무너져 주저앉자 대검의 끝이 차원수의 등을 뚫고 나온 채 움직임을 멈췄다.


짧은 교전시간안에 불리한 사격을 포기하고 근접전으로 파고들어 바로 제압하다니. 이제 정말 초보는 아니구나..


---



< .. 우리가 그런 애새끼 뒤처리나 하러 온 거란 말이야? >

같은 시각. 주인공군이 떠난 곳에서는 검은색 케루브 3기가 소형 차원수의 시체에서 코어를 채취하고 있었다.

< 꼬마의 뒷처리라니.. 우리 셋도  데까지 갔구만. >


다른 케루브에서도 한탄하는 듯 한 소리가 들렸다.




<  다 조용히좀 해. 백업으로 왔다는 거 알고 온거잖아. >


마지막  기에서 들려오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

- 후우욱..!

방금 목소리가 들려온 검은 케루브는 코어를 꺼낸 차원수의 시체를 한쪽에 쌓아둔 후 어깨에 장비한 화염 방사기를 통해 그 시체를 소각했다.




< 잠깐만.. 탐지 모듈에 뭔가 잡히는데. >

두 번째로 통신이 들려왔던 케루브의 등 뒤에는 거대한 원반형 레이돔이 장착되어 있었다.

< 아무래도 그 꼬마가 중형과 교전하고 있나본데? >


지휘관의 탐지모듈이 없더라도 감지가 되는 듯 정찰 모듈을 달고 있던 검은 케루브에게서 보고가 들려왔다.


< 베레시트 1호기 만세라는 건가.. 그건 원래 내 것이어야 했다고 >


쾅!

다른 케루브와 다르게 머리에 지휘관용 추가 통신모듈인 뿔을 달고 있는 검은 케루브 에서 조종석 안쪽을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1호기와 천을 둘러싸고 있던 백업 기체와는 다르게  팀은 현장에 지휘관, 정찰, 백업 모두 이루어졌기에 별도의 지휘관과 오퍼레이팅은 필요 없었던 것이다.




< 오.. 벌써 처치한 모양인데? 정말 프로파간다용이 아닌 실력자인가 봐. >

정찰 모듈을 달고 있는 케루브의 파일럿은 재밌다는  웃었다.

< 칫.. 이봐 그 전투가 있던 구역이 어디야? >

< 좌표는 A32.. 거기는 왜? >


슈우욱..

지휘관용 모듈을 달고 있던 케루브는 공중으로 오르더니 고층 건물 위로 올라갔다.


< 그렇게 잘 나신 파일럿이라면.. >

- 위이잉...


지휘관기가 들고 있던 라이플의 끝에서 주황색의 빛이 모였다.



< 다섯 마리 정도는 거뜬히 잡아보실 수 있겠지? >


- 샤아아악..!


라이플의 끝에서 주황빛의 레일건이 쏘아지더니 저 멀리서 명중한  작은 폭발이 보였다.


그리고 폭발 속에서 날개를 가진 다섯 마리의 중형 차원수가 뛰쳐 나왔다.



< .. 정말 우리 대장은 악취미라니깐. >


< 시끄러. 우리가 저런 애새끼를 지키러 온 사람이야? >

< 못 말려. >


검은 케루브 3기로 이루어진 독자 행동권을 가진 놋 베이스 소속의 에이스 팀.


카이나벨.

그들의 통신망 안에서 세 명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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