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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폐쇄 도시 (58/152)



〈 58화 〉폐쇄 도시

- 콰앙!


주인공군이 중형 차원수  마리를 처치했을 무렵, 갑자기 조금 떨어진 곳의 건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어떻게 된 거죠 하연씨?"

1호기는 지금 중형 차원수의 시체에서 대검을 뽑고 있던 터라 화기를 사용한적이 없다.


나도 라이플을 들고 경계만 하고 있었을 뿐 사격을 한 적이 없는데 떨어져있던 건물에서 의문의 폭발이 일어나다니..



< 지금 이 쪽도 원인을 분석중이야.. >

방금 전 폭발에 대해 지휘부도 원인을 모르는 것 같았다.



< 틀렸어.. 탐측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어.. 방벽에 설치 된 대포가 작동한 걸로 잠정 결론.. >

방벽위에 설치된 대포.. 자동방어시스템이 무언가를 감지하고 사격한 것일  있다는 게 지휘부의 판단인  했다.

탐측 장비가 감지하지 못한 폭발이라니.. 무언가 의심이 가는 폭발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때가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는 폐쇄 도시의 생태가 지금 세계에서도 일치하고 있다면..


- 샤아아아악 !!




무너진 건물에서 고음으로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등에 날개가 달린 중형 차원수 다섯 마리가 뛰쳐나왔다.

영장류의 몸에 날개를 붙인 것처럼 생긴 차원수.. 인간과는 다르지만 얼굴을 가지고 있는 생물이었다.


1호기와 전고가 비슷하거나 조금 큰.. 어쨌건 간에 지금의 주인공군에겐 버거운 상대였다.



< ..이것도 실습에 들어가는 거야? >

곧 이어 들려온 주인공군의 통신. 이 상황을 내가 준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물어보는 거겠지..

- 슈우욱.. 슉..

다섯 마리의 차원수는 1호기를 발견하곤 곧바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위를 날개를 펼친 채 원을 그리며 비행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의 초보군에게는 아직 이른 상대야."

이것은 내가 만들어낸 상황이 아니다.


1호기가 비행 장비를 장착한 것도 아닌 이상 날개가 달린 상대는 불리했다. 그것도 수가 다섯이라니.

< .. 조용히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이네. >

다섯 마리의 중형 차원수는 고개를 내려 1호기를 내려 보고 있었다.



- 그 으윽..


- 구욱.. 국.. 극 




차원수는 짐승에 가까운 생물이지만 방금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분명히 웃었다.


마치 만만한 상대를 본 것처럼 여유를 가진 강자의 웃음이 느껴졌다.


차원수는 혼자 지상에 내려있는 1호기를 보고 웃은 것이다. 단순한 짐승이 아닌 지능을 가졌기에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 뭘 하는 거야 저 녀석들.. >


아직 주인공군은 저 행동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다.

"지휘부! 코드 아르네벳.  시간부로 백업 임무를 파기! 교전 하겠습니다!"

< 네?! 잠깐만요 베타니- >


뭐라 답변이 들려왔지만 지금은 긴급사태다. 실습이 실전으로 바뀌게 된 상황이었다.


곧바로 쥐고 있던 대구경 라이플을 차원수 무리에 겨눈  방아쇠를 당겼다.



- 시이익... 까아앙!


- 가으윽!!



지휘부에 짤막한 통신을 날리곤 라이플을 한발 갈겼으나, 지상에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탓에 차원수 한 마리의 날개를 조금 찢었을 뿐. 몸통을 부수지는 못했다.



- 그으윽.. 구욱..

날개가 찢긴 차원수 한 마리와 그 옆을 비행하고 있던 차원수가  쪽을 돌아봤다.

"두 마리..! 초보군. 그 자리에서 최대한 도망쳐! 내가 어떻게든 시선을 끌어볼테니깐!"

여전히 남은  마리는 1호기를 노리고 있지만 다섯보다 셋이라면 도망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 너를 두고 도망칠 수는 없어..! >

하지만 주인공군에게서 들려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바보야! 나는 괜찮으니깐 도망치라고!"

차라리 혼자 도망쳐주고  혼자서 다섯을 상대하는 게 승률이 더 높았다.




기껏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는데 주인공군이 잽싸게 도망치지 않자. 남아있던 다른 세 마리는 점점 주인공군을 포위하듯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쪽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두 마리의 중형 차원수가 날개를 펼친  이 쪽을 향해 맹렬히 날아오기 시작했다..!



---



- 가우우우욱..! 그욱..!

- 카가각..


"크읏.."

 마리의 차원수가 사도의 양 옆으로 강하게 활강하며 대응할 틈도 없이  팔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긁고 지나가버렸다.

사도가 테나흐의 잎으로 가리고 있던 팔 부분이 조금 찢겨 백색의 몸체가 조금 드러났다.

- 카앙.. 캉!


라이플을 두발 더 쏘았으나 일반 라이플이 아닌 대구경 라이플.. 발사속도가 빠르지 못했던 탓에 차원수 두 마리를 스쳐 지나가기만했다.

"역시 사격은 나랑 안 맞아.."

쿵!

대구경 라이플을 옆에 던져 내려두곤 사도의 양 팔을 팔이 찢긴 테나흐의 잎 사이로 꺼내었다.

- 파악!

라이플을 버린 즉시 옥상을 발판삼아 공중으로 뛰어오르자  밑을 스치듯 차원수  마리가 옥상 바닥을 발톱으로 긁어냈다.


- 그 우욱..

방금 전 까지 노리고 있던 상대가 갑자기 사라진 탓에 두 차원수는 잠깐 그 자리에 멈추어 주변을 살폈다.


- 콰아아악! 빠아악!


- 그우와아아악 !!

하지만 날개가 손상된 차원수의 허리가 사도의 발에 짓밟혀 눌리면서 옥상의 건물과 같이 접히면서 뭉개져 터져버렸다.


사도가 두르고 있던 테나흐의 잎의 아랫단이 검붉은 차원수의 핏물로 물들어갔다.



- 그욱.. 그윽..


멀쩡한 차원수는 상황을 판단하고 다시 위를 향해 비행하려고 했으나..

- 까으윽.. 꾸득.. 파사아악!

방금 자신의 동료를 파괴한 사도의  안에서 나온 거대한 손에 머리가 잡아 움켜쥐어지더니 단말마도 남기지 못한 채 그대로 터져버렸다.

"이 쪽은 끝.. 초보군은?"


태세를 정비할 틈도 없이 1호기가 있어야 할 건물 아래를 내려 보았다.


제발 도망쳤어야 할 텐데..



하아아앗..! >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주인공군은 대검을 쥔 채 다른 세 마리와 교전하고 있었다.

1호기는 주변을 둘러 싼  마리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으나 차원수의 발목만 겨우 긁을 뿐 치명상을 입히진 못했다.

- 그윽..  극 그룩..

마치  행동을 비웃는 것처럼 한 마리가 피할 때 마다 다른 한마리가 1호기의 등을 발톱으로 긁어내었다.


- 그윽 국.. 극 구룩.. 극..


세 마리가 사냥하기 전 먹잇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1호기를 유린하고 있었다.



감히.. 괴물 주제에!


파직.. 직..

나의 분노에 이끌리듯 사도의 오른 손 안에서 작은 일렁임과 함께 백색의 창이 꺼내졌다.

- 슈우욱..


손에 쥐어진 창을 뒤로 빼어들어 1호기를 둘러  두 마리를 동시에 꿰어버릴 생각으로 겨누었다..


주인공군을 방해하는 괴물 따위는..


< 묘월아! >


"어?.. 응!"

주인공군에게서 통신이 들려오자 사도는 창을 던지려던 동작을 멈추었다.

< 도망치지 않아서 미안해..! 도와줬으면 하는 게 있어서 기다렸어! >

옥상위의 나를 확인한 1호기는 손에 들고 있던 대검을 등의 하드 포인트에 수납했다.


"도움? 어떤 건데!"

도망치는 것 보다 승률이 높은 것을 생각해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도와주지 못할  없었다.




- 사아아앗..!

1호기가 양 어깨에서 푸른빛의 입자를 날리며 폐건물의 안쪽으로 돌진했다.

< 건물 안으로 유인할게! 밖으로 노출 된 기둥을 저격해서 무너뜨려줘! 이 녀석들을 안에 가두겠어..! >

주인공군이 도망친 건물은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1층이 비워진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벌써 반쯤 무너져 내린 탓에 그의 말대로 기둥을 무너뜨리면 금방이라도 건물이 주저앉을 것이다.

"..알겠어!"

손에 쥐어졌던 백색의 창은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창 대신에 바닥에 내려놓았던 대구경 라이플을 고쳐  채 스코프를 통해 주인공군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 그욱.. 극!


도주에 반응하듯 남은  마리도 1호기를 따라 건물 안으로 날아갔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니. 나와 사도라면 할  있다.




- 사아앗..!

- 깡.. 까앙.. 깡!!!

1호기가 건물을 빠져 나간 것을 확인한 즉시 대구경 라이플의 남은 탄환 세 발을 전부 때려박았다.

콰아악..! 파사삿..!

이미 노후가 되어있던 건물이었던 탓에 밖으로 노출 된 큰 기둥을 쏘아내자 건물의 절반이 함몰되듯 아래로 무너져 내려갔다.


엄청난 소음이 일어나며 주변으로 흙먼지가 넓게 퍼졌다.


< 하아..하.. 해치운 거야? >

잔해에서 빠져나온 1호기의 푸른 외장이 회색의 먼지에 뒤덮여 푸른 안광만 겨우 보였다.



< 아니야..! 모니터에 두 마리가 아직 남아있어! >

해치운 것이냐는 주인공군의 물음에 대답하듯 스피커 너머로 류하연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  욱.. 윽..

그 잔해 속에서 차원수가 두 마리 빠져나왔다.


행동이 빠른 만큼 전부 잡을 수는 없었던 걸까.. 그래도 수를 하나 줄였다.

< 남은 건.. 둘이네. >

"그러게.."

- 슈우욱..

삼대일이나 이대일이 아닌 일대일이다. 탄환을  써버린 나는 주인공군을 돕기 위해 옥상에서 내려와 그의 옆에 마주섰다.



---

우리 둘을 경계하듯 공중에 멈추어있는 차원수는 아까와 같은 여유를 가지지 못한  이쪽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할 수 있겠어?"

< 실습이잖아? 부탁.. 들어줬으면 하니깐 해내야지. >

불리했던 상황이 동등한 상황이 되자 여유가 생긴 것인지 주인공군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학교에서 약속한 부탁을 꺼내며 가볍게 웃는 소리를 냈다.

그랬지. 상황이 조금 급박해지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실습으로 온 것이었으니깐..

"이 상황을 해결하면.. 그 부탁 조금 빠르지만 들어줄게. 이게 마지막 훈련 과제야."

..꼭 성공할거야. >


이 상황을 해결하고 난다면 그의 부탁을 들어줘야지. 한 주 빠르지만 이 상황을 돌파하면 훈련을 끝내도 된다.


"그 쪽은 맡길게."


< 맡겨줘. >


나는 그렇게 주인공군에게 마지막 훈련 과제를 던져주었다.

주인공군은 어깨에 장비한 대검을 들고. 나는 팔 부분의 테나흐의 잎이 찢겨 드러난 거대한 팔을 들어 먼지를 뒤집어 쓴 차원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우어어억!!


이 쪽을 향해 사납게 울부짖는 차원수. 나의 돌진에 반응하듯 이 쪽을 향해 날아 들어왔다.

하지만 근접이라면 이 쪽이 우위다.



"하아앗..!!"

기합과 함께 조종석의 레버를 강하게 뒤로 빼었다가 앞으로 당겨내었다.



- 긋..! 콰아아아아아아.. !!




주먹을 내질렀다.

사도의 손등에 달린 앵클이 위로 열리며 손등 위에 박힌 붉은 수정이 드러났다. 수정이 붉게 빛나며 타올랐다.

이 쪽을 향해 발톱을 세우고 날아오던 차원수는  쪽에 도달하지 못한 채 그 신체가 사도의 주먹에 찢겼다.


아니. 닿기도 전에 터져버렸다는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차원수는 코어조차 남기지 못한 채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 슈우우..


내질러진 사도의 주먹 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팔 주변에 남아있던 테나흐의 잎을 태워버렸다.


압도적인 사도의 성능에 놀랐으나. 지금은 감상하고 있을 시간이 아니다.


주인공군은..?

- 그윽.. 욱.. 구욱..

1호기는 대검을 양 손에 쥔 채 차원수의 가슴을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 같이 꽂아 박았다.



- 그욱..국.. 가아악..!!


그  대검을 아래로 내려 꽂혀진 몸을 수직으로 찢어 내리자 차원수는 그대로 갈라져 땅으로 흩어져버렸다.

하지만 1호기도 쉽게 상대한 것은 아닌지 기체의 표면이 제법 많이 긁혀있었다.


전투는 끝났다..



---



< 상황 종료.. 모니터에 반응 없음. >

두 마리를 해치우자 안도한 듯 한 류하연의 통신이 들려왔다.


"하.. 끝난 것 같네..?"

방금 전의 전투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여태까지의 전투는 모의전이거나 내가 알고 있는 상황의 전투였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전투는 감정의 고양을 일으키는  같았다.

혼자라면 몰라도. 여기엔 아직 초보를 막 벗어나려는 주인공군이 있으니깐.

< 응.. 참 하드한 과제였어.. >

"그래도.. 잘 했어.. 100점이야.."

- 기익.. 긱


비행형 차원수를 상대하기 이전부터 소형 차원수 여럿과  발로 걷던 중형 차원수를 상대하느라 1호기의 상태가 나빠진 듯 움직일 때 마다 거친 마찰음이 들렸다.


기체가 저 상태가 될 때 까지 파손된  없이 싸우다니. 비록 세 마리는 내가 잡았지만 비행형 장비도 없이 날개가 달린 상대를 이겨낸 주인공군이 대견했다.

돌아가면 싫다고 해도 이 쪽에서 잔뜩 칭찬해줘야지.




"초보군.. 아니.. 그.."


그와 학교 계단에서 나누었던 부탁.


훈련을 통과한다면 더 이상 초보군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이야기.

막상 그의 이름을 부르려니깐 조금 부끄러웠다..

그 때.



샤아아앗.. !!


< 2시 방향에서 열원체 5개 감지..! 방금과 같은 비행형..? >

< 1호기! 아르네벳! 들립니까? 당장 대피하세요! >

류하연과 현장 지휘관의 다급한 통신이 회선에 들어왔다.

방금 겨우 다섯을 처치했는데 또 다섯이라니.. 나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주인공군은 더 이상 전투는 힘든데..!



- 그르욱..!

공중에서 아까와 같은 차원수 다섯 마리가 이 쪽을 내려보고 있었다.

바닥과 옥상에는 찢겨있는 동종의 차원수의 시체들.


차원수들의 표정에는 아까와 같은 약자를 향한 웃음이 아닌 분노가 어려 있었다.

아까처럼 상대를 얕보는  아닌 바로 전력으로 달려올 것이다..

이대로라면 1호기를 억지로 쥐고 도망치는 수밖에..!

- 콰가가가각!! 파바박!! 펑!



도주할 준비를 하기 위해 자세를 바꾸던 중 거친 파열음이 들려왔다.


머리 위에 있던 차원수들의 사이에서 그 사이를 빛내는 오렌지색의 폭발이 여러 번 일어났다.

- 뚜둑.. 툭.. 철퍽..

1호기와 사도의 머리 위로 짓이겨진 차원수의 살점과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 여어. 타브하. >


통신이 들려온 곳은 우리를 등진 건물의 위.

그 위에는 각각 특수 장비를 장착한 검은색의 케루브가 3기 있었다.


- 슈우우..



등에 대형 미사일 컨테이너를 짊어진 케루브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 도와주러 왔다고. >

원군을 밝히는 통신과 함께 기분 나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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