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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폐쇄 도시 (59/152)



〈 59화 〉폐쇄 도시

새로 나타난 다섯 마리의 비행형 차원수를 순식간에 제압한 검은 케루브 3기.


아까 입구에서도 보았지만 어깨의 저 표식과 기체마다 다른 커스텀 장비.. 놋 베이스의 카이나벨 부대다.


지금 시점에선 단순히 백업 요원 정도일 텐데.. 어째서  안쪽까지 들어온 것이지..



소문의 에이스는 고맙다는 말도 할 줄 모르는 건가? >

나와 주인공군이 말없이 기체의 카메라로 건너 옥상에 내려앉는 3기의 검은 케루브를 응시하고 있었더니 곧바로 통신이 들어왔다.

"그 쪽은 백업 및 지원 일 텐데. 어째서 전선까지 나온 것이지?"

보이스 체인저를 키고 변조 된 목소리로 검은 케루브를 향해 통신을 보내면서 패널을 조작해 주인공군에게 텍스트 메세지를 보냈다.

'저 쪽 통신에 대답하지마. 비상시에도 나는 콜사인으로 불러줘.'

분명 여기까지 나온 것은 뭔가 속셈이 있는 거겠지. 섣불리 이쪽의 정보를 밝힐 이유는 없었다.




< 그쪽이 소문의 베타니아인가. 음성 변조까지 키다니 너무 경계하는 거 아니냐고. >

먼저 들려온 통신보다 조금 젊은 남자 파일럿의 목소리.

등 쪽에 정찰 모듈과 거대한 레이돔을 달고 있는 케루브가 이 쪽의 통신에 응답했다.

< 소문의 4세대 시작기가 두 대.. 아주 대단한 팀이구만. 누구는 구식으로 죽어라 싸우고 있는데. >


테나흐의 잎을 두르고 있는 사도는 제대로 식별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 1호기와 똑같은 시험기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쪽은 방금  이유를 알  없는 포격을 목격했다. 포격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다."

< 아아 그거 말이야? 아마 근처의 포탑이 오작동한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도와주러 온 거야. >

등 뒤에 미사일 컨테이너를 달고 있는 세 번째 케루브.. 여자 파일럿의 목소리.. 방금 전의 원호는 아마 저 기체가 도와준 거겠지.


자신의 도움을 언급하면서 방금 나의 질문을 다른 이야기로 돌리는 솜씨가 능숙해보였다.. 아마 아까의 의문의 포격에 대해 다시 물어보더라도 저 이상은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다.




"원조는 감사하지. 하지만 시가지에서 미사일 컨테이너라니 제 정신인가?"

대답을 듣지 못할 이야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옵션팩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챙겨온거야. 그 쪽도 이 장비 덕분에 도움을 받았잖아? >


아무리 폐쇄 도시라고 하더라도 시가지에서 미사일 장비는 사용하지 않는게 상식인데 방금 전에 당당하게 사용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만약 여기가 진짜 도시였다면? 저 무기는 차원수를 제압하기 보단 민간 피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게이트가 열리는 곳은 대부분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다. 미사일 같은 무기는 민간 피해를 발생시킬  있기에 불편하더라도 대검이나 단거리 라이플 같은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다.

< 지휘부의 상황을 들어보니  출전에서 10기나 해치운 에이스라도 위험하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


마지막으로 응답하는 검은 케루브  손에는 독자적으로 개조한 커스텀 라이플이 들려있고, 머리에 지휘관임을 나타내는 뿔이 달려있었다.

아마  케루브의 파일럿이 카이나벨의 리더. 대위 계급장을 달고 있던 남자일 것이다.


그들의 구성과 장비를 살펴보니.. 저들의 장비는 원호라기 보단 독자적인 임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차원수를 상대로 하는 전투가 아닌 대인전투를 준비한  한 무장과 구성...

하지만 아직 4월도 되지 않았는데 저들이 다른 속셈이 있다고 보긴 힘든데..




"원호가 끝났으면 돌아가라. 우리도 임무를 완료. 현 시간부로 귀환하겠다."

 이상 깊게 엮이지 않고  곳에선 빨리 퇴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애초에 오늘의 전투는 원래 시나리오에 없던 보너스 전투다.

방금 전 전투로 인해 1호기의 상태도 나빠 보이니깐 불필요한 충돌은 가급적 피하는 편이 상책이다.



< 알겠다. 그러면 그 쪽은 귀환하도록. 이 쪽은 누구네들의 뒷정리를 해야 하니깐 말이지. >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교전 준비를 하려던 찰나 싱겁게 보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설마 이대로 방심 시킨 채 뒤에서  생각은 아니겠지..

하지만 선택지는 없다.


사도라면 차원수 상대로는 거뜬하지만 사람이 몰고 있는 차원기 상대로는 승률을 판단할  없다.. 지켜야  상대까지 있는 상태로는..



'돌아가자.'

나의 지시에 따라 별다른 통신 없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1호기에게 메세지를 보내두었다.




- 슈우우..


1호기를 앞세우고 그 뒤를 엄호하듯 뒤에 붙어 움직였다.


아까의 전투로 조금 손상되긴 했지만 테나흐의 잎 이라면 저들의 스코프에도 왜곡 현상이 일어나 보이겠지.. 정 조준은 못할 것이다.



삐이!



< 타브하! 그리고 카이나벨! 현 지점에서 게이트 반응이 포착됩니다! >

갑작스럽게 현장 지휘관의 통신이 들어왔다.

오퍼레이터가 아닌 지휘관의 직접 통신..


- 삑

사도의 조종석 모니터에도 게이트의 반응이 포착되었다.




---


< 뭐..? 게이트라고? >


카이나벨의 케루브에서 공용 회선을 통해 당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을 응시하고 있던 카이나벨의 케루브 3기가 행동을 멈추고 탐지를 시작했다.



- 삐

1호기에서 개인 회선을 통해 통신 요청이 들어와서 공용 통신 채널을 잠깐 끄고 1호기와의 통신을 열었다.


< 콜사인! 게이트라니 대체.. >


다급하게 들려오는 주인공군의 통신.




"... 콜사인으로 불러달라는건 정말 '콜사인' 이라고 불러달라는게 아니라.. 소속 코드네임으로 불러달라는거야.."

급한 상황이었지만 콜사인이라고 불러준게 어이가 없어서 이 소리는 해야겠다. 카이나벨과의 회선을 닫아두길 잘했다.. 잘못하면 정말 애송이 취급이었겠네.

미..미안.. 그러면 베타니아..? >


"아르네벳."

< 아..아르네벳.. 어떻게 해야 해? >

주인공군의 얼빠진 소리에 조금 한숨이 나왔다. 전투는 잘 하면서 아직 이런데는 어린애같은 면이 남아 있었다.




"퇴각해야지. 빨리 도망칠 준비해."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 다행이다. 폐쇄 도시라면 게이트가 열린  정도로 긴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

카이나벨도 당황한  같았으니  틈을 타 빠르게 빠져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 사아아..

바닥에 흩어져있던 차원수들의 시체위로 드러난 코어에서 붉은 빛이 점점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곧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도망치긴 늦었나.. 1호기. 내 뒤에 붙어있어."

까득.. 까드득...


붉게 물든 하늘은 십자형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 카아아아앙...!!


십자로 금이 간 하늘은 마치 터져버리듯  안에 있는 것을 쏟아내는 것처럼 공간을 쏟아냈다.



지금 장비하고 있는 것은 고작해야 두 주먹 뿐..


여차하면 창을 꺼내거나 빔을 쏠  있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수 없는 비장의 수단이었다.


섣불리 꺼냈다가 교전기록에 남아 소형 게이트에 대해 해명하게 되는 일 만큼은 피하고 싶은 장비다.

하지만 저 안에서 어떤 상대가 나오냐에 따라서는 써야 할지도 모른다..

< A32 지점 상공에 게이트를 확인! 식별  적의 수는... 없어..? >

이어서 들려오는 오퍼레이터의 보고. 하지만 적이 없다는 반응이 보고 되었다.



"지휘부.. 방벽의 모든 포격장비를 상공의 게이트를 향해 조준해주세요."

< 모든 포탑을 말입니까? 그건 우리 권한이.. >

"빨리 해주세요!"


< 나타난 차원수도 없지 않습니까.. >


적이 없는 것이 아니다.

훈련상황에 맞춰진 측정 장비로는 미처 식별하지 못한 것이다.



- 그우우우욱..


갈라진 차원의 틈 안에서 공중에 열려있는 게이트의 크기와 맞먹는 거대한 팔이 하나 솟아나왔다.

팔의 크기만으로도 무너진 건물들과 맞먹는 수준의 크기.

차원기의 크기를 비웃는 듯 한 압도적인 거체.

대형 차원수의 부분적인 등장이었다.

---



대형 차원수.

목격 사례 자체가 적은 차원수였다.

10년전 게이트가 열렸을 때 보고 된 사례 몇 개만 남았을 뿐 그 이후로는 10년간 나타난 적이 없던 차원수다.

하지만 그 위험성만큼은 지금 이 도시가 사람들에게서 버려진 이유를 보면 알 수 있었다.



 ..ㅎ.. ..탑.. 준비.. >

게이트가 거대하게 열리며 대형 차원수가 나타난 탓인지 일시적으로 지휘관의 통신이 점차 흐려졌다.



< 쯧.. 저게 말로만 듣던 대형인가. >

주인공군과의 통신을 마치고 다시 연 공용 회선을 통해 카이나벨의 리더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공에 펼쳐진 거대한 게이트를 이대로 방치하고 갈 수는 없다.

지금은 팔 밖에 나오지 못했지만 정말로 대형이 저 안에서 나온다면  도시가 파괴되는 정도로 그치지 않겠지..

대형 상대로 사도의 승률이 얼마나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시나리오가 크게 바뀌는 것은 피할  없다.


"우리는 저 것이 완전히 넘어오기 전에 막아보겠다. 그 쪽은 어떻게  거지?"

내가 방문한 곳에서 시나리오에 없던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수습해야 하는 일이다.




< 우리는 퇴각. 백업으로 온 거니깐 교전 할 의무는 없어. >

미사일 컨테이너를 짊어 진 케루브에서 답신이 들려왔다. 굳이 리더의 판단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건가.


... 대인전투를 준비한 주제에.



- 슈우우..

 말을 끝으로 카이나벨과의 통신 회선은 닫히고 카이나벨의 케루브 3기는 퇴각하기 시작했다.

결국 저 녀석들은 무슨 목적으로 여기까지  거지? 1호기를  앞에 두고 그냥 떠나는 의도를 알  없었다.



 오옥..



퇴각을 위해 케루브 3기가 공중으로 뜨자 게이트 안에서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거대한 팔을 휘둘러 카이나벨의 3기를 향해 휘둘러 내쳤다.


- 콰아아아악!

거대한 충격파가 솟아나며 3기를 휩쓸었다.




- 콰지직!..

다른 2기는 재빠르게 회피했지만 레이돔을 달고 있던 케루브는 미처 완벽하게 피하지 못한 것인지 레이돔에 직격해 손상이 일어났다.

- 카앙! 두둑..


그러나 본체에  손상은 없는 듯 등에 장비하고 있던 레이돔을 퍼지 하곤 카이나벨은 현장을 이탈했다.


"초보군..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얌전히 있어."

이 공간에 나타난 것이라곤  밖에 없는데도 퇴각 반응을 감지하고 공격을 했다는 사실에 조금 소름이 끼쳤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거지..

통신 회복 완료..! 포탑 가동하겠습니다! >



가까운 장벽에 설치되어 있던 포탑 5개가 하늘에 열린 게이트를 향해 조준되었다.


- 위이잉..


가운데가 벌어진 포구에서 푸른빛이 모였다.

< 발사..! >


- 샤아아아악..! 콰아앙!!



다섯 방향에서 동시에 푸른 빛 줄기가 뿜어져 나와 게이트를 향해 명중시켰다.




- 그오오오옥!!!

대형 차원수에게 방금 공격이 유효했던 것인지 게이트 안에서 크게 울부짖는 소리가 전장 가득 퍼졌다.

방금 포격에 의해 데미지를 입은 것인지 거대한 팔의 살점이 타들어 떨어져 나간 것이 보였다.


대형 차원수! 명중확인! >

아직 완전한 몸이 나오지 못한 탓일까. 방어용 포탑으로도 충분한 데미지를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방금 전의 포격을 받은 차원수의 팔은 게이트 안으로 조금 들어갔다.

충분한 데미지는 줄 수 있었지만 과연 저 공격으로 대형 차원수가 돌아간 걸까..

- 고오오오옥.. !

방금 전 팔이 조금 들어간 틈 사이로 커다란 붉은  .. 대형 차원수의 눈이 나타났다.


- 위잉!


거대한 눈에서 거대한 섬광이 반짝이더니 붉은 광선이 포탑이 세 개 설치되어있던 자리를 휩쓸었다.


- 콰아아앙..!


포탑은 광선에 의해 증발하듯 타들어가며 무너져 내려 일부 잔해만 장벽 아래로 떨어졌다.



- 그오오..오오!!


- 까득..드득..드..

광선이 사라진 게이트의 틈에서 거대한 팔이 공간을 부수려는 것처럼 억지로 게이트를 비집어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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