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다과회
도착한 곳은 기지 내에 있는 종합 병원 시설이었다.
기지 내 병원이라길래 조약한 환경의 1층 건물을 생각했는데.. 겉으로 보니 대학병원이랑 다를 바 없는 규모의 크기였다.
"기지 병원치고 좀 크네요?"
"근처 의료대학이랑 연계된 곳이라.. 엄밀히는 기지 밖 민간 시설에 가까운 곳입니다."
다행이다..
군병원하면 좋지 않은 기억만 있어서 걱정했는데 여기라면 그럴 걱정을 할 필요도 없겠네. 그래도 자주 들릴 일은 없는 쪽이 좋겠지..
병원 입구가 아닌 뒤쪽으로 내려준 덕분에 정문으로 들어와 원무과 쪽을 들릴 필요 없이 이미 이야기가 된 듯 병원 직원을 따라 이동했다.
일반 환자와 다르게 취급해주는 것인지 직원은 보안카드를 찍어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한 곳에 멈췄다.
도착한 곳은 다른 병동과는 조금 떨어진 듯 한 느낌의 병실이었다.
민간 환자랑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인지 따로 공간이 마련된 느낌이었다.
"오늘은 이대로 들어가셔서 쉬고 계시면 되구요. 내일 07시부터 검사가 있을 테니 맞춰서 일어나시면 됩니다."
"저기. 이 애 오늘 머리를 조금 다쳤는데 소독 다시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잠시 후 간호사 한 분 보내 드리겠습니다."
장벽 앞에서도 한번 체크를 받고 붕대를 갈아주긴 했지만 이왕 병원에 온 김에 한 번 더 봐주면 좋겠지.
그 후 몇 마디 더 나누다가 가장 안쪽의 병실을 쓰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실 문을 열었다.
넓은 공간의 병실.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은 하얀 의료용 침대 두개와 약간의 물품들뿐이었다.
아마 공간이 이렇게 넓은 이유는 중상을 입었을 때 필요한 의료 장비들을 신속하게 배치하기 위한 것이겠지.
하지만 오늘 그런 일은 없었다.
앞으로도 내 능력이 되는 한 주인공과 히로인들이 그런 일을 겪게 만들지도 않을 것이고.
텅 빈 공간이 오늘 나의 성과를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침대 위에는 환자복 한 벌과 간단한 세면도구가 놓여있었다. 근데 침대는 두개인데 왜 옷은 한 벌뿐이지.
직원을 다시 불러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내 뒤에 서있던 주인공군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묘월아 너는 왜 여기로 들어온 거야..?"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당연히 오늘 이 병실을 같이 쓰는 게 아닌가
"오늘 여기서 같이 자는 거 아니야?"
"가..같이.."
수련회 감성으로 같이 한 방을 쓰는 게 신기하게 다가온 것인 듯 주인공군은 조금 놀란 듯 했다.
지금 나이에서 3-4년만 더 지나면 싫은데도 12명이랑 같이 한 방에서 자야하는 2년짜리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단다..
- 탁
그런 미묘한 수련회 감성을 깨듯 병실 문이 열렸다.
"드레싱 하러 왔습니다."
아까 직원이 보내주겠다던 간호사가 온 것인지 병실 문이 열리며 미묘한 분위기를 깨주었다.
"어.. 여자 분은 맞은편에 있는 방을 써주시면 됩니다."
간호사는 내가 아무런 비품이 없던 침대 위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내 병실을 알려주었다.
아 그렇지.. 종종 까먹고 있긴 하지만 지금은 여자니깐..
"난 저 쪽으로 가볼게 주혁아. 이따 봐."
간호사가 알려준 맞은편의 병실로 들어가며 머리에 감아 둔 붕대를 풀고 있는 주인공군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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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안내대로 맞은 편 병실로 들어가자 나를 위해 준비 된 환자복과 세면도구가 있었다.
병실에서 지내보는 건 이전에도 없었으니 이번이 처음으로 해보는 입원이었다.
입원이라기 보단 숙박이지만.
주인공군과 다르게 딱히 다친 곳도 없었지만 이왕 온 김에 TPO에 맞는 옷을 입어보자는 생각에 앞에 있는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분명 엑스레이 같은걸 찍을 때 브라 차고 있으면 와이어 때문에 방해된다니깐 브라는 벗는 게 맞겠다는 생각에 벗어서 한켠에 두었다.
어차피 안한다고 신경 쓰일 크기도 아니고... 아니니깐.. 상관없다.
환자복이 조금 크긴 하지만 못입을 정도는 아니어서 그대로 입고 지급받은 슬리퍼를 신은 채 나왔다.
- 똑똑
"들어갈게."
굳이 병실을 노크하고 들어갈 필요가 있나 싶긴 하지만 사춘기 청소년이니 이런 배려는 해주는 게 좋겠지.
일부러 5초정도 조금 기다려준 뒤 병실로 들어가자 머리에 있는 붕대를 때고 반창고를 붙인 주인공군이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채 앉아있었다.
"붕대 풀었네?"
"살짝 긁힌 거라 소독만 하면 된다고 했어."
"다행이네."
크게 다친 게 아니라 다행이었다. 아직 교단과 싸워본 적도 없는데 벌써부터 만신창이가 되선 의미가 없다.
"저녁 먹으러 갈까?"
"응."
폐쇄 도시에서 돌아온 뒤로 계속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뭔가 먹어야 할 시간이었다.
병원도 제법 크다 보니깐 지하에 가면 뭔가 이것저것 있겠지.
딱히 수술을 앞두거나 검사를 앞두고 금식이 필요한 시간은 아니니깐 자유롭게 먹는 정도는 괜찮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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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전에 간호사에게 식당의 위치를 묻곤 손목에 환자임을 나타내주는 종이 띠를 채워주었다.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릴 것 같으면 이걸 보여주면서 직원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주인공군과 지하로 내려와 조금 걷다보니 간단한 식당이 많았다.
아직 그렇게 늦지 않은 밤 시간이라 그런지 전부 영업도 하는 것 같았고.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주인공군이 머리 하나는 더 높은 높이에서 나를 내려 보고 물었다.
항상 이런 일이 있을 때 묻는 건 내가 하던 역할이라 되려 질문을 받으니 신선한 느낌이었다.
"음.."
이럴 때 '아무거나', '다 괜찮은데' 는 가장 나쁜 대답이다. 명확하게 골라주는게 기껏 권유한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겠지.
어디가 적당할까 싶어서 식당을 둘러보자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눈에 띄었다.
"저기 가자."
그 가게를 손가락으로 뻗어 가리키며 권유했는데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시선을 조금 돌리는 주인공군이 눈에 띄었다.
"뭐해. 저기 가자니깐."
웃어른이.. 아니 이제 어른은 아니지만. 여튼 말하고 있는데 집중을 안 하고 다른데를 쳐다보고 있다니. 조금 괘씸해서 그의 환자복 웃옷 소매를 잡아당겼다.
"..알았어."
다행히 내가 고른 선택에 불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나랑 제대로 눈을 못마주치는거지. 설마 내가 너무 보호자처럼 굴어서 좀 부끄러웠던 건가.
나도 저 나이쯤에 부모님이 너무 챙겨주시려고 하면 부담스럽고 왠지 또래한테 부끄러워 보여서 괜한 반항감이 들었으니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
역시 십대에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법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가게로 들어서곤 적당히 키오스크 앞에서 먼저 섰다.
큰일이다.. 전부 맛있어 보인다..
기지에서 사먹는거나 학교에서 주는 급식이나 사령관이 사주는 밥은 전부 건강한 것 위주니깐..
이렇게 기름진 거 저번 회식이후로 거의 처음인 것 같아서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적당히 비싸고 맛있어 보이는 세트를 골랐다.
"주혁아 너도 골라. 내가 사는 거니깐."
기껏해야 이만원도 안넘을텐데 이 정도야 선심 써서 낼만했다. 밥 사는건 호의도 사기 쉽고.
"..주혁아?"
내 뒤에 바로 붙어서있던 그는 또 집중하지 못하고 조금 멍해있던 것을 팔꿈치로 그의 배를 툭툭 쳤다.
"아.. 알았어. 고마워."
그는 황급히 키오스크의 패널을 눌러서 메뉴를 담았다.
급하게 누른걸 보면 어지간히 배고팠던가보다. 집중하지 못하는 건 배고프고 피곤해서 그런거겠지..
든든하게 먹여서 빨리 올려보내서 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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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 특유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다리를 까닥거리며 주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패스트푸드도 오랜만에 먹으러 오는 느낌이었다. 예전에 취준생때 같이 배우던 사람이랑 종종 먹으러 갔는데 누구랑 오는건 참 오랜만이네.
조금 기다리자 내가 뽑은 영수증의 번호표가 모니터 위에 떴고 주인공군이 받아왔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탄산음료의 조합.
뭐 버거 속 재료만 살짝 다르고 구성은 내 것이나 주인공군의 것이나 똑같았다.
"잘 먹을게. 고마워."
감사인사를 표하는 주인공군. 예의는 참 바른 학생이란 말이야.
"뭘. 나중에 제대로 정산금 받으면 그 때 밥이나 한번 사."
아직까지는 정산금을 받은 건 나 뿐이니 내가 사준 거였지만 나중에 주인공군이 정산금을 타서 밥 사주면 뿌듯함에 조금 감동할지도.
"정산금?"
"오늘 얻은 코어 덕분에 번 돈.. 아. 아직 이야기 못 들어봤겠구나."
설명하기 전에 일단 배부터 조금 채워볼까. 배 고픈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깐.
- 부엇
나의 감자튀김을 얇은 종이가 깔린 쟁반 위에 부었다.
- 부엇
그리고 주인공군의 감자튀김을 그 위에 같이 부었다.
"엇..."
나의 돌발 행동에 조금 당황해버린 주인공군.
어차피 지금의 나라면 많이 먹지도 못할 테니깐 이렇게 해주는게 조금 더 주인공군에게 많이 먹여줄 수 있겠지.
다행히 불만은 없는듯했다. 역시 미소녀는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구나.
감자튀김 하나를 손에 집고 조금 먹으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코어가 비싼 건 알고 있지?"
- 우물우물
이 집 감자 잘하네.
"응. 많이 비싸다고 들었어."
주인공군도 감자튀김을 하나 집어먹으며 나의 이야기에 답해주었다.
"오늘 우리가 회수한 코어는 타브하가 연구나 운용 목적으로 회수하는 분량을 제외하고 국가에서 사줘."
"나라에서 사준다고?"
"응. 타브하에게 돈이 돌아가지만 우리한테도 어느 정도 나와. 가격은 이 정도?"
주인공군에게 손을 펼쳐 대충 손가락을 펼쳐 액수를 표시해줬다.
"코어 가격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싼 것 같은데.."
"다른데 팔 데가 없으니깐. 혹시 어디 비싸게 사주는 데 알고 있니?"
"아니.."
비싸게 받아주는 곳이 있으면 나도 거기다 팔고 싶다.
아 한 곳 있긴 하겠네... 교단.
나중에 지갑 사정이 궁해지면 틴달로스에게 좀 찔러볼까..
"어차피 다른데는 못 팔아. 무조건 국가에 매각해야해."
"인터넷에 중고 거래 하는 곳 같은 덴 안되는거야?"
"불법이야."
거긴 벽돌 담아서 보내줄지도 모르고.
"아무나 다루면 위험한 무기를 만들지도 모르니깐.. 개인 간의 거래는 불법이야. 무조건 매각은 국가에 해야해."
"그렇구나..."
"그래서 정산금이 보통 한 주 쯤 뒤에 계좌로 들어올 거야. 다음주쯤 아버지께 여쭤봐."
보호자 계좌로 들어갈 테니 직접 만져보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학생 입장에선 큰 돈이다.
나중에 시간나면 주인공군에게 월급은 어떻게 관리하는 편이 좋은지에 대한 강연도 한번 해줘야겠다.
아 그건 류하연도 같이 불러서 해줘야겠구나.. 뭐 그녀가 나보다 왠지 더 관리 잘 할 것 같은 이미지지만.
버거를 먹자 오랜만에 먹는 기름진 맛에 조금 미소가 나왔다. 병원에서 환자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환자복을 입고 먹으니깐 배덕한 느낌이 또 즐겁네.
탄산음료도 역시 좋았다. 이 검은색의 음료.. 이게 존재한다는게 너무 기뻤다. 이 세계에서도 이게 있을 줄이야.
여기선 이걸 어떻게 만들고 있는걸까.
어딘가의 지하에서 가슴에 창에 꽂힌 하반신 없는 거인의 상처 틈에서 계속 새어나오고 있는걸 떠다 파는게 아닐까.. 라는 쓸데 없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군도 배가 많이 고팠던 건지 잘 먹는 것을 보니 흐뭇했다. 역시 음식은 사줬을 때 잘 먹는 사람이 있으면 기뻐지는법이다.
주인공군 조금 마른 것 같기도 하니깐 잘 먹여서 조금 찌워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여기 묻었네."
조금 멍하니 식사를 하고 있던 주인공군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냅킨을 하나 집어 손을 뻗어서 닦아주었다.
"..고마워."
조금 놀란 것 같아보였지만 주인공군은 순순히 내 호의를 받아들였다.
항상 우리의 대화는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으로 끝나는 분위기였지만. 이런 분위기를 딱히 싫어하진 않는다.
---
"...묘월아."
아직 식사중인데 주인공군은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 처럼 잠깐 먹던 것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한 뒤 나의 이름을 불렀다.
"왜?"
나도 먹던 것을 잠깐 멈추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은 뒤 그의 말을 기다렸다.
"...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어."
"말해봐."
분위기를 봐선 엄청 중요한 이야기 같으니깐.. 조금 진지하게 들어줘야겠다.
"... 이걸 이야기하면 너한테 용서받지 못할지도 몰라."
무슨 이야기길래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것일까.
게다가 용서받지 못한다니. 나는 다 용서해 줄 수 있을 텐데.
설마 오늘 전투가 너무 무서워서 파일럿을 그만두고 싶다. 같은 이야기는 아니겠지..
그의 표정이 퇴사를 앞 둔 입사 일주일 차 신입사원의 것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조금 긴장이 되었다.
"괜찮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뭔가 잘못한 게 있더라도 먼저 용서를 구했으니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지?"
"응. 손가락 걸고 약속이라도 해줄까?"
사람은 물리적 증거가 있어야 약속을 나누었다고 믿는 경우도 있곤 하니깐 손가락 걸고 약속쯤이야 못해줄 것도 없지.
"사실.."
나의 신뢰가 가득한 표정을 본 주인공군은 잠깐 나의 눈을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만약 그가 정말로 파일럿을 관둔다면.. 화를 내진 말고 천천히 다독여주고.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하자. 그는 주인공이니깐..
"아까부터.. 너가 입은 옷이 좀 커서.. 보였어..."
하지만 주인공군의 입에서 나온 것은 내 기대와는 다른 이야기였다.
"보였다니? 뭐가?"
파일럿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라서 안심했다.
그런데 뭐가 보였다는 거지?
"계속.. 위에서 볼 때마다 헐렁한 옷 안으로.. 가슴이..."
"...앗."
숙소에서 편한 옷차림을 하고 있을 땐 늘 풀고 있던 탓에 잊고 있었는데. 지금 브라 걸치고 있지 않았지..
주인공군이 계속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이유를 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걸 이제 알려줬다는 생각에 조금 괘씸했지만 화를 내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깐..
"..변태."
이런 일에 어울리는 클리셰처럼 가슴 앞을 손으로 조금 가리고 그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미안해."
나와 마주앉아있던 주인공군의 표정이 순식간에 침울하게 바뀌는 게 보였다.
"농담이야. 용서해주기로 했잖아. 늦게라도 알려줘서 고마워."
옷 안으로 맨 가슴이 보였다는걸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뭐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주인공군이니깐 이 정도는 괜찮겠지. 어차피 볼 것도 없는 밋밋한 가슴이다.
"응..."
나에게 용서를 받은 주인공군은 안심한 듯 한 표정이 보였다.
정말 얼굴 위로 표정이 잘 드러나네. 어디 협상 자리엔 데리고 가지 말아야겠다..
.. 그런데 왠지 다른 사람에게 맨 살을 처음 보였다는 생각이 들자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틴달로스에게 속옷차림 정도는 보인 적이 있었는데 그건 동성간이었고.. 속옷 차림이었는데..
맨가슴은.. 그것도 슬쩍 보인 건 좀.. 마치 의도한 것 같아서..
계속 생각하니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아서 얼른 식사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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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주인공군에게 맨살이 보였다는게 조금 의식이 되어서 가슴 앞에 팔을 얹곤 병실까지 돌아왔다.
"자..잘자 주혁아."
"너도 잘자.."
이 어색함이 내일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며 병실 앞에서 주인공군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곤 병실로 돌아왔다...
고급 병실인 덕분에 간이 샤워실도 딸려있어서 씻으면서 아까의 부끄러운 생각을 좀 떨칠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엘과 이번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나누다가 금방 잠들어버렸다.
나도 피곤한거였겠지..
그날 밤.
나의 꿈 속에서 이음새가 없는 검은 관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