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유백의 란테고스
어제 밤의 주인공군의 훈련 수료와 류하연의 오퍼레이터 연수 종료 기념 식사는 즐거웠다.
사령관님이나 개발부장님도 부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다들 바빴던 탓에 김하사님을 포함한 네명이서 즐거운 자리를 가졌다.
이 기지의 중식당은 탕수육을 정말 잘 튀겨서 튀김옷이 새하얀 색에 가까울 정도로 깨끗해서 특히 좋았다.
그 위에 바로 소스를 부었을 때 변해가는 세 명의 표정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고.
소스를 부었을 때 다들 아무 말도 안하는걸 보니까 모두 부먹을 좋아하는구나.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
앞으로도 내가 솔선수범해서 종종 부어줘야겠다.
활기찬 십대들과 어울리는 게 이렇게 재밌는 일인 줄은 몰랐다.
감정이 무덤덤한 아저씨들과 일한 세월이 길었는데, 감정이 풍부한 아이들과 같이 있다 보니 즐거웠다.
하지만 이 즐거운 시간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곧 있으면 이 도시에 란테고스를 시작으로 교단이 찾아오기 시작할 테니까..
아직은 혼자만 알고 있는 미래의 일을 걱정하며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자, 저 멀리에서 주인공군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과연 저 소년은 모두를 구하고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옆에서 그를 지켜 줄 것이다.
"..기대하고 있을게. 주인공군."
나를 발견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는 그를 향해 조금 웃었다.
"안녕 묘월아.. 방금 뭐라고 이야기 한거야?"
"그냥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였어."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나와, 아직 나에 대해 모르는 주인공군은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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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도착해 조례가 끝난 뒤 조종 수업을 위해 실습실로 이동했다.
"1학년 백묘월.. 오늘은 나왔군요."
실습실에 주인공군과 류하연 그리고 나를 포함한 셋이 도착하자 교사는 나의 이름을 한번 부르곤 이 쪽을 쳐다보았다.
인상 좋아 보이는 중년의 교사. 그가 이 학교의 조종 과목 담당 교사였다.
교사에겐 찍힌듯했다.. 학기 초 부터 격일 단위로 학교를 나갔으니 찍힐 만도 했지..
"잠깐 둘이서 이야기 좀 할까요?"
교사는 주인공군과 류하연 사이에 있던 나에게 둘이서 이야기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에 둘을 먼저 자리로 보내고 그의 책상 앞에 섰다.
실습실이 곧 그의 교무용 자리인 듯 그의 책상 위에는 교재나 여러 수업관련 자료들이 늘어져있었다.
"여기 앉아요. 묘월양."
그의 자리 앞에 서자 그는 자그마한 의자를 빼서 내 앞에 내주었다.
"감사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권해준 자리니 앉는 게 예의겠지.
자리에 앉은 뒤 손을 무릎위에 모아 올리고 허리를 펴 그를 응시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 혼내려고 부른 건 아니니까요."
당연히 혼나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아파서 학교를 이틀 쉬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몸은 괜찮나요?"
"아..네.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묘월양의 담임인 종식군에게 들었습니다. 반에 또래에 비해 조금 작은 아이가 있으니 잘 챙겨달라고.."
작은.. 아마 내 이야기가 맞겠지. 신체 나이는 열다섯이니까 열 일곱들 사이에 끼면 작아보일만 했다.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군요.."
어제 출석때 분위기가 조금 싸하길래 밉보인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었나보다.
"수업을 이틀 빠지긴 했지만, 기초적인 이론에 대해서만 배웠으니까 조금만 복습하면 금방 따라올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질문하러 찾아와도 좋습니다."
혼이 나기는커녕 교사는 따뜻한 위로의 말로 나를 챙겨주었다. 요즘 교사들은 착하구나.. 학교를 건성으로 다니려던 나의 태도가 조금 반성이 되었다..
"네.. 고맙습니다."
"친구들이 기다리겠네요. 얼른 가보세요."
"고맙습니다!"
그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전하고 주인공군과 류하연이 먼저 앉아 기다리고 있던 자리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
"..묘월씨 혼난거야? 역시 불량토끼라서..?"
멀찍이서 봐도 무슨 분위기인지 알만할 텐데 류하연은 나를 보자마자 혼난거냐고 물었다.. 그녀 안의 내 이미지는 대체 뭐지..
"혼난거 아니에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는 이야기였어요."
"나도 혼나는 줄로만 알았는데.."
주인공군도 류하연의 이야기를 거들어주었다. 이 아이들에게 어른이란 건 대체 어떤 이미지이길래 어른 앞에선 혼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걸까..
"생각보다 좋은 분 같아요. 학교 열심히 다녀야겠네요."
"..힘내. 더 이상 결석하지 않기야."
"그건..조금 힘들지도..."
"...역시 불량토끼야."
교단의 침공에 맞서 싸우느라 빠지는 건 저 선생님도 인정해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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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을 조금 나누고 있자 금방 수업이 시작했다.
기초 이론만 하던 3월과는 다르게 4월이 되니 본격적인 실습도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여태 잠궈져있던 간이용 훈련 모듈이 이제는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잠금이 풀린 채 가장 앞 자리에 놓여있었다.
기지에서 다루던 훈련용 모듈에 비하면 크기도 작고, 오락실에 있는 자동차 시뮬레이션용이라 볼 정도로 작은 사이즈였지만 생각보다 정교한게 그럴싸한 느낌이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이 기대하고 있었던 조종 실습을 시작하겠습니다."
교사가 교육용 훈련 모듈 옆에 서서 실습 이야기를 꺼내자 여학생들은 미적한 반응이었지만 같은 수업을 듣던 남학생 대부분이 환호했다.
내 옆에 있는 딱 한 명만 빼고.
"애들 다 좋아하던데 넌 별로야?"
나도 재밌어보여서 조금 신났는데 덤덤한 주인공군을 보자 조금 흥이 식어서 팔꿈치로 주인공군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글쎄.."
미적지근한 대답..
"여기서 슬쩍 실력 보여주면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아질 거 같은데?"
이 나이대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에게 관심받는거 은근 좋아하니까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의욕이 솟지 않을까.
"..별로 관심 없어."
재미없는 녀석일세.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는데 젊은 애가 벌써부터 30대 처럼 담담해서는.. 으잉.
"실습은 출석번호 순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은 충분하니 천천히 시작해보도록 하죠."
어디.. 나는 조금 뒤에 하겠고.. 주인공군은 김씨니까 금방 하겠네.
출석번호가 가장 빠른 남학생 한명이 신난 듯 모듈 위에 올라탔다. 그 기분 나도 이해해...
남학생이 모듈에 앉자 그가 보는 시야와, 그를 비추는 시야가 실습실 뒤편에 걸린 거대한 스크린 위로 비추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학습이 되어야하니까 혼자 보는 시야는 의미가 없겠지.
스크린 위에는 교육용임을 암시하듯 주황색으로 도장되고, 무장은 제거 된 케루브가 나타났다.
케루브는 정말 여기저기서 사랑받는 기체구나..
"기초 조작법은 3월 한 달 동안 충분히 배웠죠? 일단 걷는 것만 생각해보세요."
교사는 일단 걷는 것만 시도해보라고 말했다.
"네!"
남학생은 활기차게 대답하며 페달을 꾹 눌러 밟았다.
- 구우웅...! 쾅!
오렌지색의 케루브는.. 한 발자국을 땅에서 떼더니 곧바로 넘어져 바닥을 뒹굴었다.
기동한지 2초도 안 걸려서 바닥에 엎어져 온 모니터가 붉게 비춰졌다...
'하하하!'
다른 학생들의 거침없는 웃음소리. 그를 비웃는다기 보다 그냥 지금 상황이 즐거워서 웃는 것이리라.
"항상 출발하기 전에 먼저 각 모듈이 활성화 되었나 확인해야한다고 했었죠? 지금 학생이 한 실수는 뭘까요?"
"..자세제어 모듈을 켜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실수를 저지른 남학생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곧바로 깨달은 듯 했다.
"네 그렇습니다. 표준 조작법에 따라 관련 모듈을 활성화 하고 기동을 시작해야겠죠?"
"네.."
"다음 차례는 한 바퀴 돌고난 뒤가 되겠군요. 자 그러면 2번."
실수를 저지른 남학생은 조금 풀이 죽어서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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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네 명 정도 더 나왔지만 다른 학생들도 조작 실수는 여전했다.. 대부분 표준 조작을 지키지 않아 기동에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우웅..웅..
"오.. 굉장해. 쟤 걷는데?"
몇 번의 실수가 이어지고 다음으로 나온 남학생이 어렵게나마 기동에 성공했다.
오렌지색의 케루브는 평야를 몇 발자국 걷기 시작했다.
- 우웅...
그러나 30초가 지나자 곧바로 움직임이 멎었다.
"모듈은 다 켰지만 끝이 아쉬웠군요.. 그래도 지금까지 가장 우수했습니다. 조금만 더 교본을 읽어보세요. 다음!"
드디어 주인공군의 차례가 되었다. 반에 김씨가 은근 많구나..
"잘 해봐. 응원하고 있을게"
자리를 나서는 그의 팔꿈치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고 웃어줬다.
파일럿이라는 건 비밀 사항이니 좀처럼 어디에서 자랑하지도 못했을 텐데 이런 기회에 인기인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응.."
나를 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주인공군은 실습실 앞으로 나와 모듈 위에 앉았다.
- 틱 틱 틱
모듈을 켜는 순서는 올바르게 지켰다.
4세대 기체인 1호기만 다루느라 2세대에는 익숙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잘 하네.
"케루브. 기동하겠습니다."
바보야.. 기지도 아니니까 그런 말은 할 필요 없어.. 그래도 교사나 다른 애들은 그걸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 위잉
오렌지색의 케루브가 발을 움직였다.
- 쿵 쿵
너무나 능숙하게 땅 위를 걷는 케루브.
'오.. 쟤 대단한데? 잘 걸어.'
'진짜네.. 그래도 아까 걔처럼 엎어지는거 아냐?"
- 쿵 쿵 쿵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다. 주인공군은 벌써부터 필드에도 나선 루키니까 말이지.
- 쿵! 쿵! 쿵!
능숙하게 걷던 케루브는 이내 땅을 달리기 시작했다.
'야! 쟤 뛴다!!'
조종에 별로 관심이 없어보였던 여학생들도 능숙한 조종을 처음보자 흥미가 생긴 듯 주인공군의 조작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남학생들은 아예 몰입해서 그의 움직임을 감상하고 있었다.
- 사아앗..!
주변이 환호하자 주인공군도 들뜬건가. 오렌지색의 케루브는 제자리에서 점프를 해서 땅을 딛고 뛰어오르기도 했다.
'와아아아아!!!'
남학생들의 선망은 이윽고 환호로 바뀌었다.
조작은 정말 잘했다. 만약 사격이 코스에 있었다면 사격실력이 뽀록 났을 텐데 교육용이다보니 무장은 탑재되지 않은게 다행이네.
"하연씨 봐요. 주혁이 엄청 잘하지 않아요?"
그녀도 훈련시설에서 주인공군의 조작을 자주 봐서 그런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약간 지루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늘 보던 거잖아.. 묘월씨는 그거같아.."
"그거요?"
"학부모 참관수업의 어머니.."
내가? 어머니? 어딜봐서?
"아 끝났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인공군의 조작이 끝났고. 완벽하게 제동까지 이루자 모두가 박수를 쳤다.
나도 쳐줬다. 짝짝짝. 잘했어 주인공군. 이걸로 너도 인기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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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군이 내려온 후 다른 학생들도 조작 실습을 했지만 주인공군처럼 잘 하는 학생은 없었다.
출석번호상 류하연도 조작에 참여했지만.. 역시 그녀는 오퍼레이터가 어울렸다...
"다음 차례는.. 백묘월!"
류씨 다음에 ㅂ으로 시작하는 성씨가 나 밖에 없었으므로 곧바로 내 차례가 되었다.
"잘해봐."
아까 내가 응원해줬던 것처럼 주인공군은 나에게 응원을 해주었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앞으로 나섰다.
'쟤가 걔야?'
'그 지휘과 선배랑..'
'이야기 해본 적 있어?'
'귀엽다..'
앞으로 나서자 조금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많은 시선을 받는 건 부담스러운데.. 아무래도 적합자다보니 눈에 더 띄는 것 같았다.
특히 이야기 해본 적 있냐는 이야기가 슬프다.. 이러다 한 마디 하면 '와! 나 묘월이 말하는거 처음 들어봐!!!' 분위기가 될까봐 싫은데..
"괜찮겠나요?"
아마 내 체력이 약해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해준거겠지. 몇몇 여학생은 컨디션을 이유로 실습을 거부하기도 했으니까.
"오늘은 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 눈에 띄고 싶진 않았지만, 주인공군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다행이네요.. 조종이 어렵더라도, 막상 해보면 의외의 특기를 찾을지도 모릅니다."
따스한 교사의 조언.. 그 조언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조종 수업은 열심히 들어야겠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인사를 전한 뒤 훈련 모듈의 좌석에 앉자 교사가 직접 간격을 조정해 페달이 밟기 좋은 위치까지 옮겨주었다.
- 틱 틱.. 위잉..
내가 전장에서 직접 케루브를 몰았을 때는 모든 모듈을 켜지 않았지만 교육인 만큼 절차에 맞춰 모든 모듈의 스위치를 올렸다.
스위치를 올리고 조종간을 잡자 푸른 평야가 눈앞에 펼쳐졌다.
"기동하겠습니다."
- 위잉.. 윙.. 쿵
페달을 내려 밟자 케루브는 자연스레 땅 위를 걷기 시작했다.
"오.."
너무 당연한 것이었기에 별 감흥은 없었는데 직접 기동해보니 생각보다 재밌었다.
맨날 리얼하고 우중충한 전장에서 차원수나 다른 기체를 때려잡는 훈련만하다가 산뜻한 평야를 걸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 쿵 쿵 쿵!
기분이 좋아진 덕분에 조금 더 페달을 내려 밟아 평야를 달리기 시작했다.
교육용이라고 해도 조작은 실제 훈련용과 거의 비슷하구나. 전투는 모르겠지만 주행감만큼은 비슷했다.
"생각보다 소질이 있군요."
옆에서 모니터링을 해주던 교사가 나의 조종 실력을 칭찬해주었다.
단순히 잘 움직인다는 것만 보여주기 아쉬운데.. 교사의 칭찬에 보답해줄만한게..
- 기잉.. 드르륵!
양 조종간의 레버를 뒤로 바짝 당긴 뒤 페달 하나를 꾹 내려밟았다.
- 사아앗..!
그 순간 시야가 거꾸로 회전하며 케루브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내 옆에서 나의 조종 실습을 모니터링하던 교사는 그 행동에 움찔하며 놀란 듯 했다. 아마 주행중 사고로 보이겠지.
하지만 이것은 사고가 아니다.
- 사아아..!!
뒤로 넘어지듯 공중을 높게 뛰어오른 케루브는 높은 곳 까지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돌려 아래를 향해 내려찍듯 강하하기 시작했다. 주인공군이나 류하연은 이미 많이 봐왔던 나만의 조작법이었다.
- 카가각!!!
케루브는 그대로 양 발을 세운 채 땅을 향해 내려꽂으며 바닥을 거칠게 갈아낸 채 착지했다.
어제 마지막 훈련에서 주인공을 끝장낸 것과 같은 자세네..
"드..드롭턴.."
교사는 내 조작을 보자 말이 조금 떨렸다.. 다른 학생들도 모두 말이 없었다..
설마 하면 안 되는 실수를 한걸까.. 조심스럽게 옆에 있는 교사의 눈치를 살폈다..
- 짝짝짝
"대..대단합니다!! 특수 조종팀에서나 볼법한 테크닉..! 그것도 완벽한 착지..!!!"
교사는 방금 전 까지 떨렸던 목소리가 환호로 바뀌어 박수를 크게 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남학생들도 교사를 따라 박수갈채와 환호성,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모듈에 앉아있던 나에게 꽂혔다.
"여..여기까지만 할게요..."
갑자기 많은 시선이 꽂혀서 부끄러워진 나머지 모듈의 전원을 허겁지겁 절차에 맞춰 내리고 재빨리 자리로 돌아왔다..
평생을 아싸로 살아온 나에게 이런 시선과 환호성은 너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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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의 틈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곳.. 가장 불경하면서 신성한 공간인 교단의 본부.
무너진 세계와 하늘 너머를 잇는 문 앞에 란테고스는 서 있었다.
"여어 인형사. 지금 가는건가?"
마치 무예인처럼 보이는 탄탄한 체격을 가진 푸른 도복을 입은 거구의 남자. '투신' 중 하나인 남자는 란테고스를 향해 말을 걸었다.
"네. 이제 노란 옷의 왕이 주었던 유예시간은 끝났으니 말입니다."
란테고스는 조금 빛이 바래 크림색처럼 보이는 정장을 입은 채 자신의 성체. 유백의 란테고스 옆에 서 있었다.
"첫 출전부터 너가 나가다니. 하늘 너머의 인간들도 깜짝 놀라겠어."
투신은 즐겁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 하늘 너머라도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닌 것 같군요."
란테고스는 저번에 문을 통해 내려왔을 때 만났던 성자에 대해 생각했다.
어린 소녀처럼 보이지만 절대 방심은 할 수 없었던 상대...
"호오.. 그 란테고스가 약한 소리를 할 줄이야."
투신은 신중해 보이는 란테고스의 태도를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하늘 너머라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는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위에 있는 노란 옷의 왕 보다 더?"
투신은 잠깐 웃음을 멈추고 신중하게 란테고스에게 물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자의 강함.. 그것은 간부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는 노란 옷의 왕 보다 강할지 모른다.
"그건.. 기대 되는데. 하늘 너머에 하늘보다 높은 강자가 있다면 꺾는 보람은 있겠지."
투신은 그 상대가 성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채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