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A3 UNIT
< 베타니아.. 철수해야 합니다. >
지휘관의 통신이 나를 깨우듯 불렀다. 언제까지 사도 안에서 웅크려 있을 수 없었다..
첫 전투에서 실패해버린 지금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네.. 철수 해야죠..."
사도의 조종간을 잡아 가볍게 조작하여 사도를 트레일러의 위에 눕혔다.
< 아르베넷 이송작업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파일럿님은 안 내리십니까? >
트레일러 위에 올려진 후 고정이 완료되자 아래에서 이송작업을 돕던 정비원의 통신이 들려왔다.
"..이대로 본부까지 부탁드릴게요."
지금 여기서 내리면 주인공군과 같은 밴을 타고 돌아가야 할 텐데.. 아직은 그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란테고스와의 전투에서 도와주지 못한 나를 원망하면 어떡하지. 만약 손찌검을 한 것도.. 전부 내 잘못이나 다름없었다.
...
- 덜컹
< 이송작업 완료 되었습니다. .. 파일럿님 이제 정말 내려주셔야 합니다. >
사도의 안에서 계속 웅크리고 현실을 피하고 있을 수는 없다.
트레일러는 어느 새 타브하까지 도착 해버렸다. 사도의 정비는 필요 없지만.. 이제는 내려야 한다는 정비원의 말이 들려왔다.
"..내릴게요."
조종간을 움직여 사도의 조종석을 연 뒤 그 안에서 내려서 어깨 위에 테나흐의 잎을 걸친 채 격납고를 나서 탈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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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브하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은 뒤 보고를 위해 현장에 있었던 파일럿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회의실에 모였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회의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는지 불이 꺼진 회의실에서 현장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커다란 화면에 슬라이드 되고 있었다.
얼굴에 아직도 붉은 손자국이 남은 주인공군은 먼저 돌아왔던 듯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의 옆에 앉았겠지만.. 아직 그와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 성분 분석 결과 밀랍으로 밝혀졌습니다."
지휘관은 현장에서 전투중인 1호기의 사진과 유백의 란테고스를 찍은 사진을 회의실 앞의 큰 화면에 띄우며 설명했다.
'..밀랍? 그런걸 다뤘다고?'
'.. 생화학병기와 비슷한 것인가?'
지휘관의 브리핑을 들은 오퍼레이터나 정비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웅성거렸다.
"고온의 밀랍이 1호기의 관절에 스며들어 굳어버린 탓에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격납고에서 찍은 듯한 1호기의 분해 작업 중인 사진이 여러 장 슬라이드 되었다. 관절의 깊은 틈 까지 밀랍이 스며들어 외장 장갑을 전부 분해 작업 중인 1호기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정말 마법 같은 일을 부렸다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지휘관은 본인이 하는 말이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 마지막 말은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하지만 아무도 지휘관을 비난하지 못했다. 모두가 현장에서 본 것은 그야말로 마법과도 같은 일의 연속이었으니까.
소속 불명기가 케루브 두 기를 격추하고 코어를 강탈한 뒤 밀랍인형을 보내 1호기를 제압했다.. 작전보고서에 기록하기조차 황당한 일이었다.
지휘관의 브리핑이 끝난 후 회의실은 더 소란스러워졌다..
지휘관이 발표를 마치고 강단 위에서 내려오려고 했을 때 멀리서 사령관의 비서가 걸어와 그의 귀에 뭔가 속삭이고 서류봉투를 건네주고 갔다.
"정보부를 통해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소속 불명기의 출처는.. 한 달 전 범행 예고를 했던 '교단'으로 밝혀졌습니다."
'교단..?'
'한 달 전 방송을 탈취했던 집단!'
교단이라는 두 글자가 지휘관의 입에서 나오자 회의실은 한층 더 혼란스러워졌다.
"오늘 습격이 발생했던 15시를 기준으로 다른 국가에서도 한 달 전과 동일한 게이트가 열렸다고 합니다. 단지.. 차원기가 나타난 것은 이 도시 뿐이었다고 합니다."
비서가 준비해준 것인 듯 화면에는 각 국가의 도시에 열린 게이트가 찍혀 있었다. 일반적인 소형 게이트와는 다른 붉은 십자형의 대형 게이트..
역시 게이트가 열렸을 때 활동할 수 있는 성체는 아직까지 동시에 한 기 밖에 없다..
밸런스를 위해 만들어둔 설정이었지만 현실에서도 모종의 이유로 그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곳에 열렸던 게이트는 우리 도시에 열린 게이트가 사라졌던 시각과 동시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란테고스가 있던 현장을 찍은 화상의 기록시간과, 다른 국가의 게이트가 닫히는 시간이 정확하게 일치했다.
"..사령부는 한 달 전 사건과의 유사성 그리고 게이트와의 연관점을 통해 소속 불명기의 출처를 '교단'으로 특정 하였습니다."
"..정말로 그걸 차원기라고 볼 수 있나요?"
사령부의 공식발언. 소속 불명기의 출처를 교단으로 특정한다는 말에 주인공군은 지휘관을 향해 질문했다.
브리핑이 끝난 후 공식적인 질문 시간이 주어질 텐데 이런 타이밍에 끊고 올 줄이야. 관계자들의 시선이 주인공군에게 전부 꽂혔다.
..아까 해프닝이 없어서 옆 자리에 앉았더라면 허벅지를 꼬집어 줬을 거다.
"차원수처럼 행동하는 것도 아니고 행동을 분석한 결과.. 그 안에 누군가 타고 있다는 것으로... 즉 차원기로 추측됩니다."
지휘관도 비서가 가져다 준 서류를 읽으며 대답해주는게 전부였다. 사령부 소속이라고 해도 아직 이십대 후반인 그가 전부 이해하고 대답하기엔 벅찬 정보들뿐이었다.
"...정말로 사람이 타고 있었구나.."
지휘관의 말을 듣자 주인공군은 자신이 상대한 것이 짐승이 아닌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듯 조금 고개를 숙였다.
"사령부는 교단의 소속 불명기를.. 코드네임 '인형사' 로 명명했습니다."
유백의 란테고스의 코드네임은 인형사.. 그가 성찬식을 통해 받은 능력다웠다.
그 것을 끝으로 준비 된 발표는 전부 끝난 듯 질문 시간이 주어졌으나 나는 그 자리를 바로 빠져 나왔다.
아직 주인공군의 얼굴을 마주하기엔 용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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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이틀정도 지났다.
도시의 일부가 무너지고 국제적인 게이트가 발생해서 학교는 당분간 휴교였다.
하지만 오늘 타브하와 베타니아의 일부 인원.. 주로 작전과 관련 된 인원들은 향후 대처를 논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주인공군과 마주치는 게 삼일이 지난 지금도 불편해서 일부러 가장 마지막에 도착했다.. 원래의 나 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 시간 약속을 깨는 일이었다.
회의실에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하자 아직 회의는 시작되지 않은 건지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선이 나에게 모였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사과를 건네고 뜨문뜨문 비어있는 자리.. 주인공군의 옆이 아닌 류하연과 서예린의 사이에 앉았다.
저번과 같은 회의실이었지만 모인 사람은 몇 안되었다. 지휘관과 주인공군, 류하연과 나, 마지막으로 타브하의 부 지휘관으로 정식으로 들어오게 된 서예린이었다.
아직 졸업도 안한 학생을 사령부에 임관시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녀가 얼마 안 되는 적합자라는 것과 게이트 사건으로 인력이 부족해져 긴급 충원 된 인원이었다.
대충 구겨진 사복을 입은 나와는 다르게 지휘관처럼 정복을 입은 모습이 꽤 어울렸다.
"..전부 모였으니 시작하겠습니다."
지휘관은 나에게 눈길을 한번 주고 리모컨을 눌러 화면을 넘겼다.
"인형사의 행동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인형을 만드는 것.. 그리고 코어를 매개로 인형을 조종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부서졌던 작전 장비의 기록영상이 어느 정도 복구가 된 것인지 흐릿하게나마 란테고스가 인형을 빚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인형의 핵심이 되는 코어가 파괴되면 활동을 멈추지만.. 모습을 이루고 있던 밀랍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 파가 가가각...! 철퍽..!
화면에는 1호기가 대검을 들어 인형의 코어를 부순 순간 대량의 밀랍이 쏟아져 1호기를 덮치는 전투 기록 영상이 재생되었다.
"1호기는 지금 오버홀이 완료되어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비팀이 애써준 덕분에 관절에 굳은 밀랍을 전부 제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 까지가 사령부의 공식 발표입니다."
오늘 우리를 이 자리에 소집한 이유가 인형사의 능력과 1호기의 현황을 알려주기 위해 부른 것 같았다.
"공식 발표라면 비공식 발표도 있는 건가요 지휘관?"
발표가 끝나자 나는 한 손을 들고 연단에 서있는 그에게 물었다.
"... 인형사는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게 사령관님의 판단입니다."
지휘관은 손을 든 나를 바라본 채 사령관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 달 전 도시에 대형 게이트가 열렸던 날 차원수와는 다른 반응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관측 실수인 줄 알았으나 확인결과 인형사와 같은 반응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때 잡혔던 반응.."
역 앞에서 게이트가 열렸을 때 현장에 있었던 류하연이 금방 사라졌던 반응을 기억하는 듯 했다.
"다음번에도 게이트가 열린다면 아마 인형사도 같이 나타나겠죠.."
게이트가 두 번 열렸을 때 나타났으니 세 번째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인형사가.. 다시 온다고?"
지휘관의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군은 그 이야기를 듣자 조금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대상이니까...
"..하지만 세 번째 때는 그냥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어."
주인공군이 좌절하고 있을 때, 서예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연단으로 올라갔다. 지휘관이 당황하지 않은 것을 보면 원래 예정 된 발표였던 듯 했다.
"인형사에게 가까이 접근하면 무기를 사용하고, 멀리 있으면 인형을 보내오는 게 인형사의 전략이야."
서예린은 관측장비에 찍힌 자료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듯 당시의 전투를 재현한 화면을 띄워 보여줬다.
1호기가 나섰을 때는 멀리서 접근하는 것을 보고 인형을 보냈지만 타브하의 케루브 두 기와 싸울 때는 거리가 가까웠었기에 란테고스는 직접 응전했다.
"인형 자체는 강하지 않지만 가까이 붙으면 저번 같은 꼴이 될 거고.. 인형사와 가까이 붙으면 특이한 공격을 걸어와."
그녀가 슬라이드를 넘기자 파손되기 직전 케루브의 전투 영상이 나왔다.
"분명 단검을 멀리서 휘둘렀는데, 공격당한 케루브의 표면은 산탄총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피탄 자국이 가득했어."
건물에 박힌 채 반파되어 있는 케루브는 온몸이 무수한 총탄에 얻어맞은 것처럼 피탄 자국이 가득했다.
".. 화승총을 썼을 때는 베인 것처럼 케루브가 잘려나갔어."
유백의 란테고스의 화승총이 쏘아지자 케루브는 사선으로 절단되었다.
"대체 어떤 수를 부린 건지 알 수 없지만.. 정말 마법일까.."
연단에서 슬라이드를 넘기던 서예린은 현상은 분석했지만 그 원인까지 알고 있지 못했다.
"밀랍."
그래도 짧은 시간 안에 현상을 분석해낸 그녀를 위해 정답을 던져주기로 했다.
"응?"
"두 공격 모두 밀랍을 쏜 거에요."
"..밀랍을 쐈다고?"
서예린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인형사가 보여주는 동작은 모두 페이크.. 단검을 휘두르는 것도, 화승총을 쏘는 것도 전부 가짜에요."
그녀의 설명을 돕기 위해 연단에 올라와 그녀의 옆에서 노트북을 조작해서 전투 영상을 재생했다.
"여기 이 부분.. 단검을 휘두를 때 손목 아래를 자세히 보세요."
유백의 란테고스가 케루브를 격추할 때 영상을 느리게 재생했다.
- 샤악..
유백의 란테고스의 단검을 든 오른손이 휘둘러지며.. 손목 아래에서 무언가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이것도.."
- 타..앙..!
왼손에 든 화승총을 쏘았지만 총구에서는 연기만 나올 뿐 왼손 아래에서 가느다란 무언가가 뿜어져 나왔다.
"들고 있는 무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인형사의 화려한 외관도 공격을 숨기기 위한 기만일 뿐.."
이렇게 화려한 무기를 들고 있으면 무기에 시선이 쏠리겠지 손 아래를 살펴볼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안거야?"
"저도 현장에 있었으니까요."
그녀에게 유백의 란테고스의 공격 패턴을 만든게 나 라는 이야기는 해줄 수 없지만, 현장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조금 납득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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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부른 이유가.. 전투에 대한 감평을 하기 위한 건 아닐 거고, 뭔가 대책을 세우신거겠죠?"
단순히 전투에 대한 분석을 위한거라면 이렇게 한 자리에 모두를 모을 이유가 없었다. 뭔가 대책이라도 세운 거겠지.
"이틀 동안 오빠.. 아니 지휘관님이랑 1호기의 보완에 대해 계획 플랜을 짜봤어."
그녀는 연단 아래에 있는 자리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여동생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던 지휘관을 한번 흘긋 보고 이야기를 이었다.
"인형사에 대항할 장비.. 1호기에 적용 가능할만한 것을 쭉 찾아봤는데, 당장 적용할 만한 것은 이정도.."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던 다른 슬라이드를 열자 1호기의 서브 플랜 몇 가지가 화면에 띄워졌다.
대부분 1호기에 추가 외장을 달거나 특수 장비를 장착하는 위주의 플랜들이었다.
"..왜 너가 나설 수 없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너가 나설 수 없다면 1호기를 강화시키는 게 맞겠지."
서예린이 이번 작전에서 이해할 수 없던 건 현재 가장 강한 것으로 판단되는 아르베넷이 직접 전투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걸 적용해야 할지 너무 플랜이 많아서 몇 가지만 추렸는데.. 인형사의 공격을 알면 이게 적당하겠지."
그녀가 여러 슬라이드 중에 한 가지를 골라 화면에 크게 띄웠다.
[A3 Unit]
"A3 유닛..?"
1호기의 파일럿인 주인공군이 화면에 띄워진 글자를 읽고 아래에 있는 청사진을 살펴봤다.
청사진에는 1호기의 외장 위에 얇은 여러 장의 갑각이 추가되어 있었다.
"극저온의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관절이 얼어붙거나 성에가 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
청사진에는 외장에 추가 된 갑각 외에도 관절부를 덮듯 두꺼운 코팅이 올라가 있었다.
"이거라면 만약 밀랍이 흘러와도 관절에 스며드는 침투 자체를 막을 수 있을 거야.. 단점은 관절의 가동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정도."
관절을 두꺼운 코팅으로 외부 이물의 유입을 막은 대신 그만큼 운동성은 떨어지겠지..
"지금 상황에선 좋은 방법.. 직접 기획하신건가요?"
A3 유닛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던 류하연이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건 아니야. 베레시트 계획에 대한 문서를 찾다보니 발견 된 거야. 원래는 케루브 용으로 10년 전에 기획되었던 것 같아."
서예린은 고개를 저으며 기획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 누가 기획한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류하연과 서예린의 대화를 들으며 왠지 조금 기시감이 생겨 서예린에게 기획자가 누군지에 대해 물었다.
"문서에는 그냥 박사.. 라고만 되어있어. 이름은 지워져있어."
박사라는 직위를 듣자 A3 유닛을 기획한 게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아직 그녀가 등장할 시기가 아닌데 벌써부터 그녀의 흔적이 나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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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 유닛을 1호기에 장착하는 것이 결정되며 회의는 종료 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지휘관과 서예린 그리고 류하연은 사령부 관련 업무 조정을 위해 더 이야기할 것이 남았다며 먼저 돌아갔다.
다 같이 있던 자리라면 주인공군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지만 둘만 남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직 그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셋이 나간 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의 뒷문으로 향했다.
이 문을 열고 나가면 지금은 주인공군을 피할 수 있겠지.. 결국 중요한 때에 나는 주인공군을 피하기만 하는구나..
역시 어른으로써 나는 틀렸을지도..
문손잡이를 잡고 손목을 틀어 문을 열었을 때..
- 쾅!
내 머리 위로 뻗어진 손이 열려지려던 문을 거칠게 닫았다.
"묘월아."
머리 뒤에서 들리는 낮은 목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잠깐 남아봐."
회의실의 어두운 조명처럼 얼굴에 그늘이 진 주인공군이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 나보다 커다란 그가 처음으로 무섭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