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1화 〉A3 UNIT (81/152)



〈 81화 〉A3 UNIT



기지방송을 듣자마자 격납고로 달려서 사도에 탑승한 뒤 라자루스를 들고 출격했다.




기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하늘에 상처를 새기듯 붉은 십자 모양으로 갈라진 게이트가 다시 열렸다.

가까운 언덕에 올라 라자루스를 내려놓은 채 게이트를 관찰하자 게이트의 안에서 백색의 밀랍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철퍽..

떨어진 밀랍 덩어리는 서서히 형태를 굳혀 하나의 성체. 유백의 란테고스로 구현되었다.


저번이랑 다른 점은 차원수가 먼저 나타나지 않고 유백의 란테고스만 나타났다는 점이다.

세 번째 게이트라서 성체만 겨우 가져올  있었던 걸까.. 덕분에 쓸데없는 전투는 건너 뛸  있어서 좋았지만..



유백의 란테고스는 게이트의 정 중앙 아래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인형이 없네..? >


조금 떨어진 도로 위에서 A3 장비로 환장한 1호기에서 주인공군의 통신을 받았다.



1호기의 푸른 장갑은 조종석 주변과 머리에만 남은 채 다른 부위는 전부 흑철색의 갑각으로 덮여있었다.


 어깨에는 간이식 보조 암을 통해 커다란 철갑의 방패를 한 장씩 지탱하고 있었다.

"인형이 없다고 방심하면 안 돼."


저번 전투처럼 주인공군이 방심으로 인해 패배할까봐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인형사를 대비해 특수 장비를 장착했지만 어디까지나 장비일 뿐 파일럿 그 자신이 방심해버려선 패배는  보듯 뻔했다.




걱정 마. 이번엔 지시대로 따를게. >


조금 못미덥긴 했지만 적어도 저번보다는 성장한 것 같았다.

목소리에서 조급함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높게 평가해줄 수 있겠지.



"잘 해봐. 응원하고 있을게."

주인공군을 응원해주며 나는 하늘에 열린 게이트를 응시했다.


---


A3 장비를 걸친 1호기가 기본 무장인 라이플을  채 유백의 란테고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 역시 왔군.. 위작. >




양 쪽의 통신채널을 모두 열어두었던 덕분에 건물의 옥상에서 라자루스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도의 안에 주인공군과 란테고스 두 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따로 회선은 열지 않는  서로 통신은 되지 않겠지만 둘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유백의 란테고스는 손에서 작은 코어를 두개 꺼내어 자기를 향해 거리를 좁히는 1호기를 향해 던졌다.




슈우우..


란테고스의 손을 떠난 코어의 주변에 밀랍덩어리가 모여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 탕! 탕! 탕! 철퍽!

 인형을..! >


1호기는 던져진 코어를 향해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익숙하지 않은 장비를 입은  였기 때문인 것인지 사격의 정밀도는 이전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던져진 두개의 코어 중 한개는 확실히 명중시켰다.

- 철벅..


형태가 완성되기도 전에 깨진 코어는 주변에 모여 붙고 있던 밀랍이 형태를 잃고 바닥에 떨어져버렸다.

하지만 다른 코어는 완전히 형태를 이룬 듯 저번과 같이 케루브의 모습을  백색의 거인이 되어 그 손에는 거대한 메이스를 들고 있었다.



- 후우욱..! 쾅..!

메이스가 바람을 가르며 1호기의 앞을 쓸듯 바닥으로 내려 꽂혔다.

백색의 거인의 가슴에 박힌 코어가 자신을 피한 1호기를 응시하듯, 코어가 밀랍의 몸체에서 움직여 1호기를 올려 보았다.


- 쉬익..

무방비하게 코어가 노출되어 있었지만 1호기는 거리를 벌린 뒤 허벅지의 장갑판 옆에 고정시킨 단검을 꺼내어 코어를 향해 던졌다.

푸욱..!


단검 끝에 맺힌 푸른빛이 궤적을 그리며 심장처럼 뛰고 있는 붉은 코어 위에 적중했다

- 철벅..철벅..


코어가 찔린 거인은 메이스를 들고 1호기를 향해 달려오려고 했으나, 서서히 발목아래부터 녹아 무너져가며 형태를 완전히 잃고 1호기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무너져버렸다.



< 인형놀이는 끝났냐! 인형사! >

순식간에 란테고스의  인형을 처치한 주인공군이 통신 채널을 열고 란테고스를 향해 라이플을 겨눈  도발했다.

주인공군의 목소리가 전장에서 울려 퍼졌다.



< 가짜 주제에 조금은 성장한  같군. >

하지만 란테고스는 그 통신에 응답할 생각은 없는지 통신을 켜지 않고 성체 안에서 작게 주절였다.

그러나 1호기의 도발을 받아들인 것인지 유백의 란테고스는 허리 옆에 매여 있던 단검을 풀어 1호기를 향해 겨누었다.

< 성자의 자비를 받아 목숨을 부지한 주제에.. 좋다. 직접 상대해주지. >


유백의 란테고스의 손에 들린 단검이 손목을 틀어 궤적을 그렸다.



- 사아아..!

< 그 묘한 공격은 받아주지 않겠어! >

1호기는 어깨에 장비 된 장갑판을 앞으로 전개한  자세를 낮춰 대지를 낮게 달려 유백의 란테고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 휘익..!


< 가까이 붙더라도 나의  앞에선 의미가 없다! >

자세를 낮춘 채 달려오는 1호기를 향해 란테고스는 단검을 아래에서 위로 선을 긋듯 허공에서 베어 올렸다.

카가각.. 깡!.. 깡!


1호기는 자세를 틀어 단검의 궤적을 피했지만 앞에 펼쳐져있던 장갑판 표면에 탄환이 튀는 소리가 들리며 장갑판이 크게 떨렸다.


- 후우욱..!

< 맞지 않으면 그만이야! >

어느새 유백의 란테고스의 바로 앞 까지 도착한 1호기는  손에 쥔 채 끌고 있던 대검을 위로 쳐올려 베어내었다.


< 뭣..! >

대검이 닿기  란테고스는 몸을 뒤로 빼 일격을 피해냈다.


자신의 공격이 실패한 것을 알고선 단검을 다시 휘둘렀으나 1호기는 자신의 손동작을 읽듯 건물의 틈으로 피했다.


- 콰가악..!

1호기를 대신해 단검의 궤적에 맞은 건물의 유리창이 깨져 아래로 흩어지며 도심의 바닥에 유리의 비가 쏟아졌다.



- 탕! 탕!


건물을 돌아 빠져나온 1호기는 장갑판의 안쪽에 거치되어있던 핸드건을 꺼내 유백의 란테고스를 향해 사격했다.



< 잘도 잔챙이 같은 짓을..! >

- 슈우우.. 수욱..


유백의 란테고스는 팔을 들어 어깨부터 이어진 유백색의 망토로 1호기의 총탄을 막자, 핸드건에서 발포된 탄환은 밀랍더미에 묻히듯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속도를 가지지 못한 탄환은 밀랍의 성체를 공략할 수 없었다.


---


- 슈우우... 쾅!


건물의 옥상 위에서 대검을 양 손에  채 아래로 뛰어내린 1호기를 옆으로 피한 유백의 란테고스는 화승총을 들어 1호기를 겨누었다.



탕..! 카앙!

화승총의 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화승총을 든 손목의 아래에서 밀랍이 쏘아지려던 찰나 1호기는 장갑판이 장비  팔을 치켜들어  손목을 쳐내었다.



< 나의 술식을 파악한 건가.. >

란테고스가 들고 있는 단검과 화승총은 기만일 뿐 진짜 공격은  손목아래에서 쏘아지는 고온의 밀랍이었다.



< 제법 하는군. 아니.. 성장한건가? >


란테고스는 손에 들고 있던 화승총을 공중으로 던져내자 화승총은 불완전한 밀랍의 거인으로 변해 공중에서 1호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 인형놀이는 이제 질리지 않았어? >

1호기는 화승총이 변한 거인을 향해 라이플의 총탄을 퍼부었다.



- 탕! 탕! 탕!.. 슈우우..



 인형.. 코어가 없어? >

총탄을 맞은 거인은 총탄에 흔들리며 가슴을 드러냈지만  가운데에는 있어야  코어가 없었다.

곧 거인은 다시 밀랍덩어리로 변해 1호기를 향해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 철퍽.. 철퍽.. 뚜욱..


밀랍 덩어리는 1호기의 팔을 묶듯 녹아 얽어 내렸다.






< 쳇..! >


밀랍 덩어리가 엉겨 붙기 시작할 때 1호기는 기체를 뒤로 빼내며 팔의 장갑판을 분리했다.

- 파샤샷..!

분리된 장갑판은 산탄이 터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방으로 퍼져 거인이었던 밀랍의 덩어리를 찢어내었다.

- 슈우우..


흑철의 장갑판이 분리되자 드러난 것은 이음부가 실링으로 덮인 1호기의 프레임이 드러났다.


< 갑주를.. 벗었다고? >

란테고스는 저번과 같은 전략이 통하지 않은 것에 놀람과 동시에 스스로 장갑을 분해한 1호기를 보고 놀랐다.

가벼워져서 움직이기 좋은걸.. >


잠깐 통신을 막은 주인공군의 목소리가 장갑이 벗겨진 팔의 움직임을 체크하듯 제자리에서 팔을 움직여냈다.

"조심해. 가벼워진 만큼 강도도 약해졌을 거야."


< 응. 조심할게. >

저번처럼 나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주인공군은 그 충고를 받아주었다.



- 철컥..

가벼워진 오른손에 1호기는 대검을 쥐고 왼손에는 핸드건을 들어올렸다.




- 슈우우.. 깡!


대검이 빠른 속도로 휘둘러지자 란테고스는 작은 단검으로 그 일격을 흘려 쳐내듯 옆으로 빗겨내었다.

- 끼기긱.. 까악!


대검을 받아내던 단검이 대각선으로 긁혀 올라가며 1호기의 어깨에 달린 장갑판의 구석을 종이를 찢듯 찢어내었다.


< 성가신 녀석! >

란테고스는 두르고 있던 망토를 앞으로 펼쳐 망토를 밀랍으로 바꿔 1호기를 향해 흩뿌렸다.


- 투둑.. 둑.. 철퍽.. 파샷..!

한 쪽 장갑판과 팔에 밀랍의 덩어리가 얽히자 1호기는 그 장갑판과 팔의 갑각을 벗겨내었다.


- 푹! 푹! 푸욱..

근거리에서 튕겨져나간 장갑판은 유백의 란테고스의 몸에 박혀 밀랍의 덩어리 안에 흑철의 장갑이 굳어 꽂혔다.



휘익.. 휙..


양 팔의 갑주가 사라진 1호기의 팔 움직임이 점차 불안정하게 도는 것이 보였다.

- 철벅.. 철퍽..

근거리에서 1호기를 상대하던 유백의 란테고스도 망토와 화승총을 잃고 성체의 구성이 불안정해진 듯 점점 화려한 장식과 외장이 뭉개져가는 것이 보였다.

란테고스를 견제하던 1호기는 탄환이 떨어진 핸드건을 던져두고 양 손으로 대검을 쥐었다.

란테고스 역시 1호기를 견제하듯 양 팔을 앞으로 뻗어 1호기를 향해 밀랍을 쏠 준비를 마쳤다.


- 샤아아..!

- 철벅..철벅.. 스스스..!



1호기는 란테고스의  앞에 붙어 대검을 위로 올려쳐내자 유백의 란테고스의  한쪽이 잘려나가 바닥으로 떨어져 흘렀다.

- 철퍽..!



< 팔 하나가 없어도 나에겐 다른 팔이 남아있다! >

잘리지 않은 쪽의 팔을 1호기를 향해 겨누었으나..


뭣! >


아까 전 튕겨져나간 흑철의 장갑판이 손목 아래의 사출구를 막으며 밀랍의 덩어리가 쏘아지지 못한 채 손목에 굳어 막혀있었다.




< 하아아아앗!!! >

불발로 끝난 란테고스의 공격을 피한 1호기는 대검을 아래에서 위로 크게 휘둘러냈다.

1호기의 대검이 란테고스의 다리 사이부터 머리 옆까지 일직선으로 그어 올리며 밀랍의 덩어리가 반으로 찢겨졌다.

- 철벅.. 철벅.. 파아악..!

큰 소리와 함께 유백의 란테고스는 대검을 사이에 둔 채 두 덩어리로 갈라져 바닥을 향해 형태가 쏟아져 녹아버렸다.


< 이.. 이겼다... >


주인공군의 안도하는 목소리와 함께 전투는 종료되었다.



---



"끝났구나.. 이제 게이트가 닫히는 것만 기다리면.."

유백의 란테고스가 쓰러진 후 나는 하늘 위에 십자로 찢겨있는 게이트가 소멸되기를 기다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 까드득.. 깍.. 가각..

게이트가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순간 게이트는 십자로 갈라진 상처가 더 크게 벌어지듯 거대해져가며 넓어지기 시작했다.

- 가드득.. 득..


넓어진 게이트는 안에서 불길한 기운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세계의 것을 집어삼키려는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반으로 갈라진 밀랍 덩어리가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바닥에 흩어진 유리의 잔해나 건물의 파편이 점점 게이트 안으로 말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 .. 들리나요! 아르베넷! >


상황을 알기 위해 지휘부와의 통신을 이었다.

"수신양호. 저건 역전현상인가요?"


< 그렇습니다.. 설마 역전현상이 발생할 줄은.. >

차원 너머의 것을 보내오던 게이트가 뒤집혀  세계의 것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는  빨아들이는 현상..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지휘관님의 판단은?"

< 1호기는 즉시 후퇴. 아르베넷은 라자루스의 사용이 허가되었습니다. >




1호기는 방금 전 까지 인형사와의 결전으로 인해 상반신의 장갑이 대부분 사라져 너덜거리는 상태였다. 지금 남아있다가는 게이트에 빨려 들어가기 좋겠지.

"오늘 드디어 할 일이 생겼구나.."

여태 옆에 방치해두었던 라자루스의 포신을 감싼 테나흐의 잎을 벗겨내자 거대하고 긴 백색의 성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 ..그거로  할 생각이야? >

퇴각을 준비하던 1호기에서 주인공군의 통신이 들려왔다.


"게이트를 닫는 방법은 두 가지. 스스로 자연 소멸할  까지 내버려두거나, 압도적인 에너지를 때려박으면 돼."

평소처럼 내버려두면 되지 않아? >

주인공군은 게이트가 자동 소멸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면 되냐는 이야기를 했다.



"평소 같으면 차원수를 잡는 순간 저절로 닫힐 텐데.. 이번엔 인형사를 쓰러뜨려도 변화가 없어. 오히려 뒤집혀버렸고."


자연적으로 발생한 게이트라면 게이트를 연 대상이 사라진 순간 닫히는 게 맞지만.. 이번 게이트는 아니니까. 하지만 그 내막까지 설명해줄 수는 없었다.



"이대로 놔두면 게이트 아래는 전부 빨려들어간 후에야 게이트가 닫힐 거야.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내가 막아볼게."

< 나도 돕는 게.. >

"안 돼. 돌아가서 먼저 쉬고 있어줘. 금방 돌아올게."

도와주겠다는 주인공군을 내버려둔 채 라자루스를 들고 건물을 내려왔다.

- 쿵.. 쿵..



사도를 움직여 라자루스를 든 채 뒤집힌 게이트의 아래까지 달렸다.

중형 차원수의 코어가 미리 장전되어있으니 별도의 장전과정은 필요 없이 바로 분사할  있을 것이다.


- 구우우..

어느새 게이트의 바로 아래에 도착해 점점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아스팔트의 파편 사이에 자리를 잡은  게이트를 향해 포신을 기울였다.



"게이트 아래에 도착. 발포 준비도 끝났습니다. 주변 환경은 어떤가요 지휘관?"

재수 없게 민간시설을 날려버리는건 피하고 싶었으니 지휘관에게 주변 환경을 물었다.

포격선상의 장애 여부 확인 끝. 발포해도 좋습니다. >

금방 포격경로를 확인해준 지휘관은 발포 허가를 내려주었다.

"네 알겠습니다. 아르베넷. 라자루스를 쏘겠습니다."

- 슈우우..


하얀 포신의 끝에 포신처럼 밝은 흰색의 빛이 모였다.




"발사."

포신의 끝에 빛이 모이고 모니터 위에 라자루스의 충전율이 100%를 넘는 순간 조종간의 스위치를 눌렀다.

- 콰아아아아..!!!

포신의 끝에서 포신보다 더 넓은 빛의 기둥이 게이트를 향해 때려박혔다.

하얀 빛의 기둥은 점점 넓어져가며 붉은 게이트를 지우듯 빛의 기둥이 게이트 안을 체워갔다.



- 사아아..!!



압도적인 빛의 기둥이 게이트를 가득 채우자 게이트는 찢겨져있던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가며, 십자로 찢어진 공간이 점점 다물려 사라져갔다.


하늘위에 찢겨있던 게이트가 사라지자, 라자루스의 끝의 빛의 기둥도 사라졌다.




포격을 마친 백색의 성포는 포신의 끝에서 연기도 뿜지 않은 채 그저 백색의 사도처럼 은은하게 빛날 뿐이었다.

---

"우와아.."

라자루스의 포격을 마치자 입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만약 게이트를 향해 곧바로 쏜게 아니라 수평으로 발포하기 시작했다면 정말 큰일이 났었겠지.. 도시.. 아니 도시 너머에 있는 산마저 없애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정말 위험해 보이는 무기다.. 대체 사령관의 부인은 뭘 만들려고 했던 걸까.. 이런 위력이면 아무도 사용 못한게 이해가 갈 정도의 출력이었다.

< 게이트 소멸을 확인. 제 2종 경계태세로 전환합니다. >


게이트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지휘부에서 오퍼레이터의 통신이 들렸다.

류하연의 목소리를 확인한 나는 통신 모듈을 잠깐 껐다.

"엘. 잠깐 사도를 맡아줘."


< 네 마스터. >




- 툭

엘에게 조작을 맡긴 후 조종석 한쪽에 치워둔 테나흐의 잎을 파일럿 슈트 위에 두르고 사도의  안에서 내려 바닥 위를 밟았다.

테나흐의 잎을 눌러쓴 채 좁은 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걸어 유백의 란테고스가 쓰러졌던 곳 근처의 골목에 도착하자, 그 곳에는 사람 하나 정도 크기의 거대한 붉은 코어와 란테고스가 서 있었다.

"수고했어요 란테고스."

경계조차 하지 않고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란테고스에게 박수를 쳐주며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은 처음 뵙는군요. 성자님."

란테고스는 나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네며 거대한 붉은 코어. 유백의 란테고스의 코어 옆에 기대어 서 있었다.

"오늘의 전투는 역시 봐주셨던 건가요?"

"위작과의 전투를 봐주었던 건 처음 만났을 때 뿐. 오늘은 진심을 다해 싸웠습니다."

란테고스는 오늘 전투에서 패배했으면서도 그건 중요하지 않은 듯 가볍게 전투에 대한 감평을 이야기했다.




"고작 며칠 만에 그렇게 강해졌을 줄은. 성자님이 눈여겨 볼만하군요."

"우리 아이는 강하니깐요."

왠지 모르게 주인공군을 칭찬해주는 란테고스의 말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조금 으쓱했다.

"첫 번째 게이트는 이걸로 역할을 완수.. 이제 교단으로 돌아가실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마지막에 성체가 형태를 잃을 정도로 싸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당분간 성체로 나서는  무리겠군요."

유백의 란테고스의 코어 주변의 밀랍은 겨우 코어를 받치고 있을  이전과 같은 거인의 모습으로 변모하지는 못했다.




"성자님이 계신 덕분에.. 문이 너무 깊게 열리는걸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란테고스는 내가 게이트의 역전현상을 막아주었던 일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허리를 조금 숙였다.

"감사인사를 들을만한 일은 아니에요. 첫 날 그 아이에게 자비를 배푼게 더 고마운걸요."


게이트는 결국 닫히게 되어있다.

처음 1호기와 조우했을 때 주인공군에게 자비를 베풀어 준 것이 오히려 감사할만한 일이다. 만약 란테고스가 자비를 베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씩은  쪽 세계에도 놀러오세요.  세계에는 재밌는 게 많아요."

소속은 다르지만 란테고스도 나의 자식  하나, 그의 방문을 꺼릴 이유는 없었다.



"재미 말입니까.. 거미가 좋아할법한 이야기군요."

"나챠군 말이죠?"


"역시 알고계셨습니까.. 그 녀석이 일을 제대로 해줄지 모르겠습니다.."


나의 이야기 속에서 익숙한 이름을 들은 란테고스는 약간의 감탄을 나타냈다.

"성실한 아이니까 일을 맡으면 잘 할 수 있을거에요. 앞으로 여섯 번만 더 힘내봐요."


"여섯 번.. 지금처럼 잘 된다면 좋겠군요."


"당신의 행동은 보답 받을 수 있을거에요 란테고스. 교단의 모두와 함께 힘내주세요."


앞으로의 일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란테고스를 위로해주기 위해 발꿈치를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감사합니다 성자님."

란테고스는 허리를 굽혀 나의 손길을 받아주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네요. 타브하가 오기 전에 돌아가세요."


게이트도 닫혔으니 현장수습팀이 도착할 시간이 다가왔다.


".. 다음에 뵙겠습니다 성자님."

- 샤아아..

란테고스는 코어와 함께 밀랍으로 감싸이며 작은 게이트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

"돌아가자 엘."


란테고스가 사라진 후 건물의 사이에서 나를 기다려준 사도에 올라타 트레일러를 향해 돌아갔다.



이렇게 교단의 첫 번째 다리는 완성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