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4화 〉페이라스모스 (84/152)



〈 84화 〉페이라스모스

나의 손에 의해 손목을 붙잡힌 주인공군은 나의 열의에 가득찬 시선을 부담스럽기라도 한 것처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피하고 있었다.


어째서 피하는 거야   브 I I 가 왔다! 라고..

"지..진정해줘.. 일단 관계자 컨퍼런스라고 쓰여 있잖아.. 우리는 학생이고.."



주인공군은 손에 들고 있던 잡지를 가리켜 관계자 컨퍼런스라는 점을 상기 시켜줬다.


그게 어때서.. 아.. 학교에서는 학생이지..


"아..그러네.. 아쉽다..."


타브하 관계자라는 건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대외비이므로 다른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선 이야기하기는 힘든 내용이었다.

오래 잡은 탓에 붉어진 주인공군의 손목을 놓아주고서 아쉽다는 듯 조금 웃었다.



"미안해.. 이건 돌려줄게. 조금 좋아하는 분야라 들떠버렸나봐."


"어..아니야.. 조종 잘하니까 좋아해도 그럴 수 있지.."



왠지 나에게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남학생들에게 잡지를 돌려주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관계자 참석은 대외적으로 무리니까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가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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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소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학교는 별  없이 끝났다.

오늘은 저번 전투에 대한 분석 결과  소집을 겸해서 선배까지 다 같이 이동하게 되었다.


이제 네 명이 탑승하게 되니 뒷자리가 조금 좁아질까봐 주인공군을 보조석에 앉히고 내가 뒷자리 중 가운데에 앉게 되었다.


.. 벨트가 없는 자리라 조금 불안하긴 한데 여차하면 옆에앉은 류하연이나 서예린이 알아서 잘 잡아주겠지?




"어.. 왠지 한분 늘었슴다.. 저 분은 누구임까?"

운전대를 잡은 김하사는 나의 오른쪽에 앉은 서예린에 대해 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부 지휘관으로 임관한 서예린입니다."

"부...부지휘관.. 제..제가 경례도 안하고.."


부지휘관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김하사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운전 중인데!!


"아니에요. 부지휘관이라고 해도 아직까지 학생 신분이 더 크니까.. 그냥 편하게 대해주세요."

"아..넵.. 알겠습니다..."




학생이면서 지휘관.. 뭔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적어도 이 세계에선 당연한 상식이나 다름없었다.


괴물이 나타나고 로봇에 탑승해서 격퇴하는 세계니까 군 관련 일자리가 많이 늘었지.. 공무원보다 군무원 준비가 더 힘들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런건 어찌되든 좋았다.

설정파일에만 텍스트로  줄로 등록해둔 케루브 2가 정말로 개발이 되다니.. 그것도 차세대 주력기체로..


케루브 1 자체가 설정과 디자인에서 내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간 기체라 애착이 갔었는데 그 후속기라니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졌다.


학교 정도 하루 더 빠지고 슬쩍 다녀오면.. 히히힛..




"..묘월씨 아까부터 상태가 이상해보여.."

"왠지.. 혼자 자주 웃는거 같은데.. 원래 이런 애였니?"


..그래도 히로인들에게 생겨가는 오해는  필요가 있어 보였다.




"월말에 출장 다녀올거에요. 조금 멀리."


어딜 가더라도 미리 말하고 다녀오는 게 낫겠지?

"출장..? 곧 중간고사인데?"

"네?"

그건 무슨 소리야.


... 란테고스와 싸우던 탓에 잊고 있었는데.. 이쯤이면 중간고사 시즌이 맞았지..


나야 뭐 이미 프리랜서로 취직해서 돈도 벌고 있고.. 학교야 아무래도 상관없는 곳이지만 다른 셋은 성실하게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니까 성적이 중요할 것이다.

너무 주인공군에게만 스쿨 라이프 이벤트를 일임해둔데에 반성이 좀 되었다.. 공부는 좀 해둬야..



"..다음 주 중간고사야."


어? 다음.. 주라고..?



"..저만 지금 안건가요?"

"응.."

란테고스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던 주인공군도 중간고사 준비는 하고 있었던 건지 고개를 끄덕였다.

히로인들과의 관계에서 둔감의 극을 달리는 주인공군 조차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니.. 나만 놀고 있었네..




"..오늘부터 한가할 때  같이 스터디라도 할까요?"


"괜찮네.."

"좋아."

"응..."

시험 준비를 착실히 해온  명에게 내가 묻어가려는게 아니라 적어도 고등학교 과정은 마쳤던 어른으로써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거니까.. 괜찮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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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분석자체는 별거 없었다.


결국 현장에서 나온 물질은 전부 밀랍뿐. 부서진 인형사의 소체를 조사해도 전부 밀랍만 한가득 나왔다. 코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밀랍은 의외로 천연 밀랍이라고 밝혀져서 기지 한 쪽에 보관되어있다고 한다.


다음에 가져가서 양초라도 만들어볼까..

 외에는 인형사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자료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규격외의 능력을 발휘하는 적을 상대하는 시뮬레이션을 익혀두면 교단의 변칙적인 성체들을 상대하는데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1호기는 A3 장비를 분해하고 다시 표준 장비로 환장을 거치느라 1호기를 운용하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거미가 아직 내려올 일은 없을 테니 일반 차원수 정도는 기지 인원으로 어떻게 할  있겠지.

"..그래서 출장은 저만 가는 건가요?"


보고가 끝나고 모여 앉은 자리에서 월말에 열릴 관계자 컨퍼런스에 같이 갈 사람이 있냐고 묻자 대답은 긍정적이지 못했다..



"나는 지휘관 업무 인수인계가 바빠서.. 그리고 조종 쪽은 솔직히 잘 몰라. 직접 가서 보는건 글쎄..?"


가장 연장자인 서예린은 아직 막 부임한 참이니 바쁜 건 어쩔 수 없다..



"..조종 싫어.. 사람 많은 곳도.."

다른 과목은 평균 이상으로 잘 하고 있지만 유독 조종만 약한 류하연은 짧은 말로 거절을 표했다.

관계자 컨퍼런스라고 해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니 싫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는 이미 1호기가 있는데.. 글쎄.."

하지만 저 애매한 답변은 용서할 수 없다.

나도! 사도가! 있어!


케루브2는 커녕 1호기 + 교단의 성체들이 덤벼도 순식간에 때려눕힐 수 있는 최강결전병기가 있지만 그래도 케루브 2는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



"그러면 월말 출장은 저와 주혁군이 같이 가는 것으로 결정하겠습니다."


"뭐..?"


다른 히로인 둘은 자기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만족하는 것인지 무미한 박수를 쳐주었다.

한명은 인정하지 못하는 듯 했지만 억지로라도 끌고 갈거다.

분명 거기가면 신날텐데 혼자서 신나하는 것 보다 누구 붙잡고 듣고 싶지 않는 설명을 해주는 것도 재미다.

"나랑 같이 가는게 싫어..?"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주인공군의 교복 넥타이를 잡고 아래에서 올려보았다.

"아니..그런 게 아니라..."


이대로 몰아붙이면 데려갈 수 있겠지. 조금 더 오래 응시했다.



"... 갈게."


"잘 생각했어."


결국 패배선언을 한 주인공군의 넥타이를 놓아주었다.




"..의외로 육식계네."

그 과정을 지켜보던 서예린은 나를 보고 육식계라는 말을 했다. 언제는 토끼같다며.. 토끼는 초식계 아닌가?

- 우우웅..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에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울렸다.


[ 사령관 ]

"잠깐 전화좀 받고 올게요."

사령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 회의실을 나서 복도에 서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오랜만이에요 사령관님. 잘 지내셨죠?"

란테고스와의 결전을 거친 후 전화로 후보고를  것 외에는 오랜만에 걸려온 사령관의 전화를 받았다.

'..ㄹ만..입..다.. 잘..나요.'

통화 상태가 나쁜데..




"사령관님?"

'..시만.. 이제 잘 들리시나요?'

"네 잘 들려요. 어디 다른 데라도 계신건가요?"

이 정도로 통화상태가 나쁜 곳이라면.. 어디 외국이라도 나가 계신건가. 인형사도 해결되었으니까..




'네 그렇습니다. 2호기 가동시험을 참관하기 위해 출장 중입니다.'


"벌써 완성된 건가요?"

알고 있던 예정보다 빨라졌는데.. 5월은 되어야 완성될 줄 알고 있었다.


'네 예정보다 앞당겨졌다고 하더군요. 관계자 소집으로 급하게 출장 오느라 알려드리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면 오실  선물이라도 사와주세요"

'..공항 면세점을 둘러봐야겠군요.'


우리 사이의 시시한 농담이 지나갔다. 마치 정말 부녀 관계인 것처럼.. 나쁘지는 않나..



'학교는 잘 다니고 계신가요? 베타니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인생에 한번 뿐인 학교생활을 잘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이야기가 조금 뜸해지자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다. 이미 두 번째 학교 생활이라 그다지 소중한 느낌은 들지 않는데..

"네 잘 다니고 있어요..  사령관님. 저도 월말에 출장좀 다녀와도 괜찮을까요..?"


'출장 말입니까?'


베타니아에 소속된 뒤로 정식으로 가본 출장이라곤 폐쇄 도시가 전부였는데 또 출장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 목소리가 진지하게 바뀌었다.


1호기나 아르베넷을 꺼내야 할 정도의 일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겠지.


"아 어디 전투를 나가는 건 아니고. 월말에 조금 떨어진 도시에서 3세대 양산 컨퍼런스가 있더라구요."

'아.. 그런 일입니까. 들어본 적은 있군요. 분명 저번에 기지에 왔었던 디블라임 교수 주도로 이루어진다고..'

전투와 관련된 업무가 아닌 것을 알자 사령관의 긴장도 조금 풀린 듯 느슨해졌다.




"네. 소문의 3세대 양산기를 직접 보고 싶어서요."


'날짜가.. 금요일이군요. 등교일과 겹치지 않습니까?'

업무 관계자를 상대로 설명하는 것이니까 주말에 잡히면 괜히 근무일이 늘어나니 컨퍼런스는 금요일에 잡혀있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어떻게 좀.. 에헤헤.."

무단으로 학교 빠졌다고 혼났으니 정식으로 보호자의 허락을 받으면 견학을 핑계로 출석일을 지킬  있다.

'..업무의 일환이니 보내드릴 수는 있습니다. 단지 아까 이야기 해드렸던대로 학교생활은 소중히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싸아 허락 받았다!




"고마워요 사령관님!"

보호자의 허가도 받았으니 담임에게 정식으로 전달해야지 히히.


'제법  곳인데 혼자 가실 수 있겠습니까? 교통이야 철도를 이용하면 금방 가실 수 있겠지만 하루 숙박을 해야하실 텐데  쪽에서 수행요원을..'

거리도 제법 먼 곳이니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 보다 짧은 휴가를 겸해서 현지에서 숙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편의를 위해 수행요원을 붙여줄 수도 있다고 한다.


"아 혼자 가는건 아니에요. 같이 갈 사람이 있어요."

'친구끼리 다녀오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수행요원까지 붙일 필요는 없겠군요. 숙소만 잡아드리겠습니다.'

사령관님이 눈치가 좋네. 어떻게 보면 친구끼리 놀러가는건데 보호자가 빠져주다니.

내가 보호자역할도 하니 별 문제될  없지만.

"네. 주혁이랑 둘이 다녀올거에요."


' 툭! '


사령관님에게 주인공군과 둘이 다녀오겠다는 이야기를 전달하자 스피커 너머로 무언가 떨어뜨린 듯한 노이즈가 들렸다.

"사령관님..?"

현장에서 누구와 부딪히신 건지 핸드폰을 떨어뜨리신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났다.


'...1호기의..소년..말입니까?'


잠시  떨어뜨린 핸드폰을 주워들으신 듯 대화가 이어졌다.



"네 맞아요. 오퍼레이터나  지휘관은 가지 않겠다네요. 그래서 주혁이랑 둘이서만 다녀올거에요."


 같이 가는 것도 재밌을 텐데 단 둘이 다녀오게 되서 조금 아쉽지만. 지금 시점에선 미하일도 박사도 없으니까 어쩔 수 없나.. 박사라면 소동을 일으키긴 해도 같이 가면 재밌을거 같은데..




'... 중간고사가 곧 다가오지 않습니까. 중간고사 점수를 보고 출장 여부를 결정 드리겠습니다.'

"네??"


아까는 허락해주시는 분위기 였는데 왜 갑자기 조건이 붙은 거지.. 이 타이밍에.. 방금 부딪힌 상대랑 실랑이라도 있으셨던 건가..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우선입니다. 성적이 나쁘면 출장은 취소입니다.'

사령관님의 목소리는 방금까지 유순하던 목소리 대신 현장 회의에서 가끔 보여주시던 무뚝뚝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왠지 조금 화나신 것 같은데.. 그 화가 나한테 향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출장 가신 곳에서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신건가?




'지휘 과목도 마찬가지입니다. 훌륭한 파일럿은 지휘능력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합니다.. 출장여부는 중간고사 이후에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그것을 끝으로 사령관의 용건은 끝난 듯 통화가 끊어졌다.



왜 갑자기 조건이 걸리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타브하의 톱인 사령관이 저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적당히 주인공군과 히로인들의 공부만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케루브 2를 직접 보려면 어쩔  없어..  다음주 중간고사까지 모든 훈련은 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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