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페이라스모스
삼일 남은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토요일도, 일요일도 카페에 모여 스터디를 했다.
점장은 다행히 제대로 된 재료를 준비해와서 음료를 팔아주는데 문제가 없었고, 틴달로스는 일부러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라도 하는지 첫날 이후로 만나질 못했다.
사령관이 제시한 평균 80점을 넘기기 위해 정말 이해가 안가는 지휘과목을 몇 번이고 독파하며 기출문제집도 따로 사서 풀었다.
이 기출문제집을 잘 푼다면 정말 지휘관 임용 시험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길래 의욕이 생겼었으나.. 나는 역시 파일럿쪽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분석과 정비는 그럭저럭 점수가 나오니 괜찮고.. 기초 과목이야 예에엣날에 본 수능의 기억이 남아있어서 쉬웠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어 드디어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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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는 4일에 걸쳐 기초과목과 핵심과목으로 나뉘어 시험을 보게 되어 있었는데 첫 날 시험일정은 기초과목 몇 개와 정비였다.
기초과목이야 쉽게 풀었다. 기출 문제와 비슷하게 나와서 변별력이 없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쉽게 풀렸다.
정비는 조금.. 어렵긴했다. 설정을 잘 알고 있다고 실제 정비까지 잘 아는 것은 아니라.. 그래도 1학년 수준의 문제라 그런지 크게 어렵진 않았다.
시험이 오전에 끝난 덕분에 급식은 없어서 학교 근처 식당에 모여 점심을 먹으며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가채점 결과는 어땠나요?"
"그럭저럭.. 80은 넘겼어.."
"나도 80은 넘더라."
"1학년들은 점수 따기 쉽구나.. 뭐 나도 80은 넘겼지만."
첫 날 시험은 다들 잘 본 것같다. 나도 정비가 가장 어려웠는데 80초반을 찍은 걸 보면.. 아쉽긴 하지만 용인되는 수준의 점수였다.
정비분야의 전문가가 없어서 시험에 대한 감평을 나누지 못한 게 아쉽긴했다..
이 날도 식사를 마친 뒤 카페에서 모여서 스터디를 하다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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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둘째 날은 기초과목에 조종이었다.
기초 과목에 포함 된 외국어는 그럭저럭 잘 넘겼고. 수학도 잘 넘겼다. 원래 일하던 분야에서 두 가지를 자주 쓰다 보니 고등학교 수준은 잘 넘길 수 있었다.
조종은 엄청 쉽게 나왔다!
한번이라도 직접 기체를 몰아본 적이 있다면 틀릴 수 없는 문제들이어서 다 풀었는데도 시간이 오히려 많이 남았다.
예엣날에 운전면허를 딸 때 시험장에서 보던 필기시험 수준으로 쉬웠다.
"저는 백점입니다!"
점심식사 자리에서 시험지를 꺼내 보이며 자랑을 좀 했다. 한번 쯤 백점 맞으면 자랑하고 싶었으니까..
"대단한데.. 조종 100점 맞은 사람 2학년에서도 본 적 없어. 어렵다던데.. 나는 70.. 뭐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
서예린은 아쉽게 70점대를 찍었다고한다. 조종 자체가 어려운 과목이라 도전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여주었다.
"나는 92점정도 나왔어."
이 자리에 있는 다른 파일럿인 주인공군은 반찬을 집어먹으며 높게 나온 점수를 자랑했다.
"...조종 싫어.."
류하연은 기초 과목은 80후반 혹은 90점 초반을 달성했으나 조종만큼은 60점 초반을 기록했다. 교과서에 있는 기본적인 문제는 맞췄지만 세부절차나 실기쪽 문제에서 많이 틀린 듯 했다.
"..힘내요. 그래도 다른 과목을 잘 보셨으니까.."
실제로 그녀의 기초과목 점수는 나와 비슷한 고득점이었다. 조종만 조금 떨어졌을 뿐이지..
"..그런데 넌 왜 92점이니?"
류하연을 조금 위로해주다가 주인공군에게 물었다.
"응? 칭찬받을 부분 아니었나..?"
"현역 파일럿이 고등학교 조종 시험 문제에서 92점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현역 고등학생이기도 하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왜 틀렸는지 이해가 잘 안되었다.
"..그게.. 보기를 잘못 본게 있어서 조금 틀렸어.."
문제 자체는 맞췄지만 '올바르지 않은 것'과 '올바른 것' 을 잘못 본.. 흔한 실수를 저질렀다.
"..방심하지 말라고 했지?"
기초과목 점수가 70점 후반에서 80점 초반을 오가는데 잘 하는 과목에서 만점을 따야 평균 80을 넘길 수 있을게 아닌가..
옆에 앉은 주인공군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꾹 꾹 찍어주었다.
"힉! 다음부턴 잘할 거니까.."
주인공군은 단단한 옆구리에 가는 내 손가락이 꽂히자 조금 낮은 비명을 질렀다.
"..약속이야."
내가 잘해도 너가 못하면 출장 못 간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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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세 번째 날은 기초과목 중 역사, 특수 과목 중 분석을 보는 날이었다.
역사는 내가 알고 있던 세계관을 참조하면 쉬웠는데.. 본편 이전의 까마득한 과거 부분.. 10년 전 사건의 경우는 조금 해메는게 많았다.
내가 알고 있던 정식버전 이전의 세계관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조금 해매긴 했는데.. 다행히 80점은 넘겼다.
분석은 평범했는데 주로 위기 상황시 발령해야하는 코드나 통신규약에 대해 정의되어 있었다.
파일럿들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있는 통신코드도 있지만 지휘부에서만 사용하는 현장용어도 몇 가지 시험문제로 나와서 조금 까다롭긴 했다.
대부분 이런 느낌의 문제였다.
' 소형 차원수 발생 확인! 패턴 < ? > 입니다! '
1) 오렌지 2) 블루 3) 레드 4)그레이 5) 옐로
그냥 적당히 겉멋으로 그럴싸한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구나.. 이 문제는 잘 모르겠어서 원색 위주의 보기에서 찍었다.
"..오늘은 내가 백점이야."
점심식사를 하던 샌드위치 가게에서 류하연이 자랑스럽게 시험지를 펼쳐서 보여주었다.
"역시 제 전속 오퍼레이터! 정말 잘하셨어요!"
오늘 유일하게 백점을 따낸 그녀에게 칭찬을 해주며 옆에 앉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으앗.. 묘월씨.. 가까워.. 헤헤.."
그녀도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금방 얼굴이 풀어져서 웃는 게 보기 좋았다.
"대단한데.. 역시 현역 오퍼레이터라 그런가.. 나는 91점이야. 지휘랑 겹치는 게 많긴 해도 어려운게 있더라.."
서예린도 충분히 고득점이었다. 하지만 쓰다듬기는 100점부터 해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주혁이는..?"
부드러운 류하연의 갈색 머리카락의 감촉을 손으로 느끼며, 조용히 자기 샌드위치를 말 없이 먹고 있는 주인공군의 점수를 물었다.
"...59점."
"야!!!"
나도 모르게 바로 소리를 빼액 하고 질러버렸다.
아니 여기서 그 점수를 내면 어떻게 해.. 진짜 아슬아슬해지겠는데..
"반성좀 해. .. 설마 나랑 출장가는게 싫어서 그런 거야..?"
그런 의도로 학창시절 자기 점수를 조질 정도면 정말 고단수일텐데..
"아..아니야.. 그냥 좀 어려워서.. 절대로 같이 가기 싫다거나 그런 게 아니니까.."
주인공군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며 필사적으로 해명을 했다.
"..그러면 내일 시험 잘봐. 같이 가고 싶으니까."
"응... 열심히 할게.."
"..묘월씨는 나를 쓰다듬는데 더 집중해줘."
앗 손이 놀고 있었네.
더 열심히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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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중간고사. 목요일이 되었다.
오늘 시험은 기초과목 하나와 지휘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지휘..
지금까지 평균 점수는 85점 선인데 만약 여기서 꼬꾸라지면 정말 80 아래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최선을 다해야지.
이 문제가 뭐더라..
샤프를 쥔 나의 손이 답을 적지 못하고 애꿎은 샤프만 휘휘 돌리고 있었다.
객관식은 어떻게 찍어 넘긴다고 해도.. 특성과목들은 서술형 문제가 있어서 서술을 풀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 이 쪽은 정말 그냥 넘기면 0점처리니까..
객관식은 시험시간을 20분 남겨두고 겨우 다 풀어서 미리 답안지에 마킹해두었다.
모르는 문제는 나중에 다시 본다고 답을 적을 수 있는게 아니라 오히려 혼란만 가속될 수 있다. 이거로 된 거겠지..
남은 것은 대망의 점수 15점짜리 서술형 문제.. 엄청난 배점이다.
'보급이 끊긴 상황에서 기체 한 기 만으로 멀리서 접근중인 차원수 무리를 마주했을 때 올바른 퇴각 방법에 대해 서술하시오. (단, 기체를 버리거나 자폭시키는 방법은 허용되지 않는다. [15] )'
어렵다... 나라면 주변 기물을 부숴서라도 억지로 무기를 만들거나 격투로 가운데 한 마리를 뭉개버리고 시작할 텐데.. 상식적인 지휘관의 판단이라는게 정말 어려웠다.
그래도 이 문제는 서예린이 같이 봐주었던 서술형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배운 것을 토대로 작성하면..
"앞으로 십분 남았습니다."
겨우 초안을 썼는데 십분 밖에 남지 않았다! 미리 객관식 문제의 답안을 답안지에 마킹해두길 잘했다..
얼른 초안을 바탕으로 서술을 써야.. 손에 쥐어진 샤프가 바쁘게 답안지 위를 움직였다.
"시험 종료하겠습니다. 머리 위에 손 올려주세요."
겨우 다 썼다...
양 손을 머리위에 얹고 있자 맨 뒤에서 답안지를 걷어 교탁 앞으로 제출하였다..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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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끝났다..."
마지막 지휘 시험때 힘이 빠져서 기운이 없었다. 학교를 벗어나 바람이라도 쐬볼 겸 학교 근처의 저수지가 있는 공원에 모였다.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카페에라도 모일까 했지만.. 솔직히 커피 값이 아까워서 바람이나 쐬러 나왔다.
내가 처음 내려온 곳이 여기였는데.. 이제 그 때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게 잘 정리가 되었네.
"..그러면 이제 가채점 해볼..까요.."
시험이 끝나고 후다닥 돌아가느라 지휘 과목의 정답지는 핸드폰으로 촬영만 한 채 모였다.
"기초과목은 오케이.. 지휘는.."
채점을 하고 있는데.. 빨간 작대기가 점점 늘고있다아..
"서..서술을 제외하고 ...4..47점..? 서술을 반만 맞췄다고 해도.. 50점대.."
채점을 마친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여태 다른 시험을 다 잘봐두고 마지막 지휘에서 47점이라니..
지휘 점수를 47~57점 사이로 잡고 평균을 계산해봤다.
"펴..평균..78~79점... 80점이 안 돼.."
마지막에 와서 패배라니.. 안 돼.. 내.. 케루브 2가.. 출장이.. 설마 마지막 시험에서 미끄러질 줄은..
"난 60 넘겼어.. 평균은 아슬아슬하게 80점.."
주인공군은 다행히 낙제점을 피한 것 같았다.. 좋겠네.. 너라도 다녀와준다면..
"너무 낙심하지 마.. 이번 지휘는 상당히 어려웠다고 하니까.. 백분율로 보면 ..음.. 평균은 하지 않았을까?"
서예린이 나를 위로해주는 듯하더니 결국 아슬하게 평균점수라는 소리를 했다.. 못 봤네 결국..
"어.. 잠깐. 이거 문제가 조금 이상한데.."
"네..?"
절망에 빠져있었을 때 서예린이 내가 들고 있던 시험지를 가져가 한 문제를 유심히 살폈다.
"이거.. 정답이 애매하게 나왔네. 네가 고른 정답도 맞아.. 하필 5점짜리 문제네."
내가 틀렸다고 표시한 문제의 답안이 중복답안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학교 홈페이지에도 올라왔어.. 복수 정답으로 출제되어서 정답으로 인정.."
핸드폰으로 학교 홈페이지를 보고 있던 류하연이 공지사항으로 올라온 내용을 읽어주었다.
"그..그러면.. 지휘를 52~62점으로 잡으면.."
"..축하해. 80넘겼어."
"하..하하하..."
방금 전 까지 절망하고 있던 감정이 뒤집혀 기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엔트로피의 역전.
"주혁아아아!! 나 출장 갈 수 있데!!"
나의 풀이 꺾인 태도를 바라보고 있던 주인공군의 손을 쥐고 신나서 위 아래로 흔들었다!
"자..잘됐네!"
방금 전 까지 침울해하고 있던 내가 신나서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주인공군도 덩달아 기쁜 듯 조금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 짝 짝
"축하해."
"..축하해."
서예린과 류하연도 신나하는 나의 주변에 서서 박수를 짝짝 쳐주었다.
"추..축하해."
주인공군도 어색하게 박수를 쳐주었다.
사령관님에게 감사를!
차원수들에게 안녕을!
그리고 교단의 모든 간부들에게!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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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엔딩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커다란 이벤트가 끝난 것도 아니고 고작 중간고사가 끝난 것뿐이었다.
중간고사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곧바로 사령관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아쉽게 받지 않았다.. 지금은 바쁘신 듯 했다.
일단 점심식사 겸 중간고사 종료 겸 서예린의 취임 축하를 위한 회식자리를 가지기 위해 김하사님과 함께 기지의 중식집으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야 늘 얻어먹는 것 같슴다. 업무시간인데 회식이라니 신남다."
김하사의 카풀은 정규 업무시간에 포함되는 시간이다. 그러면 잠깐 빠져서 식사를 하는 것도 사령관의 허락이 있으면 업무로 들어간다.
미리 그에게 오늘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전달해주길 잘했다.
"아니에요. 늘 태워주시는게 감사하죠."
그는 귀중한 기지 내 운반책이니까. 솔직히 사람도 좋고 싹싹한데 왜 아직까지 중사를 달지 못한 건지 이해는 잘 안가지만.. 역시.. 족구동호회비 분실 때문에 징계를 받았나..?
조금 달려서 금방 기지 내 중식당 까지 도착해서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시켰다.
"와.. 확실히 좋아 보이긴 하네. 이런 곳이 기지 안에 있었을 줄은 몰랐어."
서예린은 처음 와보는 중식당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했다. 학교 주변의 중식집은 전부 별로니까..
"그렇죠? 이 집은 또 탕수육을 잘해요. 아 나왔다.."
늘 회식때 마다 시키던 탕수육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는데 때마침 탕수육이 나왔다.
"특이하네.. 보통 소스를 같이 볶는데 소스가 따로 나올 줄은 몰랐어."
이상하게 탕수육만 배달 표준에 맞추어 소스를 따로 내준단 말이지.. 어차피 부을 거지만.
소스 그릇을 집어 탕수육 위에 붓기 위해 손을 들어올렸다.
"앗.."
"엇.."
"아아.."
이어지는 류하연, 주인공군, 김하사님의 탄식.. 저 짧은 말 한마디가 이 탕수육의 완성재료다.
이제 평소처럼 붓기만 하면 ㅡ누구도 상처 받지 않는 부드러운 탕수육의 완성이다.
- 부..
- 탁!
소스를 부으려던 찰나 내 손목이 서예린에게 잡혔다.
"사람이 많으니까 소스를 붓는 것 보다 찍어먹는게 낫지 않을까? 붓고 싶은 사람은 자기 그릇에 덜어서 부으면 될 것 같고."
서예린은.
나의 행동을.
막아섰다.
"찍는 게.. 좋아.."
"그.. 그편이 좋지 않을까 묘월아?"
"맞슴다.. 찍어먹고 싶슴다.."
서예린이 주장하자 순식간에 다른 세 명도 동의를 던졌다..
나의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와.. 소스 그릇을 내려놓았다..
"..선배가..그렇다면.. 어쩔..수.. 없겠..네요.."
"응 그러는 게 좋겠지?"
서예린은 환하게 웃으며 쥐고 있던 나의 손목을 놔주었다.
"이야! 역시 부지휘관님! 탁월한 지휘였슴다!"
김하사는 눈치 없이 환호했다.
그러니까 여전히 하사인거야앗..
모두가 환호했는데..
나는 그 가운데에서 혼자 환호하지 못했다..
찍어먹은 탕수육은 바스러진 나의 마음처럼 바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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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먹은 뒤 사령관님에게 다시 통화를 시도해보았다.
'전화 했었군요..'
이번엔 전화가 연결이 된 건지 사령관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2호기 가동시험 참관중이라 못 받았었습니다.'
"2호기의 파일럿.. 미하일은 잘 있던가요?"
'역시 2호기의 파일럿도 알고 계셨군요.. 그는 원래부터 파일럿이라 그런지 우수한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2호기의 파일럿은 원래 시나리오대로 미하일로 정해져있는건 변하지 않았다.
"테스트가 끝나면.. 2호기도 타브하로 오겠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혹시나 달라진 게 있을지 몰라서 사령관에게 일부러 질문을 던져봤다.
'그렇습니다. 제조만 필라스티아 베이스에서 담당했으니 테스트가 끝나는 대로 타브하에 정식으로 인수인계가 진행 될 겁니다.'
"전력이 하나 더 늘었네요. .. 참 시험 결과는.."
2호기의 양도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출장에 대한 허락을 받기 위해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미 정보부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모두 약속한 점수를 넘겼더군요.. 묘월양의 지휘 점수가 아쉽긴 했지만.. 이번만 넘어가드리겠습니다.'
일개 고등학교 시험 점수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 타브하의 정보부를 썼을 줄이야.. 그만큼 나의 성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주고 계셨던 건가..
'숙소는 이미 방 두개를 잡아두었습니다. 비서실을 통해 정식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학교와의 이야기도 이미 끝났으니 내일 오전에 출발하시죠.'
역시 유능한 사령관님이라 그런지 일 처리가 빨랐다. 벌써 숙소까지 잡아주셨을 줄이야.. 학교와의 이야기도 끝났다.
"고마워요 사령관님! 잘 놀.. 아니 출장 잘 다녀올게요!"
너무 신나는 바람에 제자리에서 펄쩍 뛸 뻔했다. 내 목소리는 신나는걸 감출 수 없었지만.
'..어디까지나 출장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불미스러운 일은 없게 ..각별히 주의 부탁드립니다.'
사령관은 마지못해 허락한다는 느낌이 조금 있었다. 출장이 아니라면 무슨 다른 일이라도 생길 걸 염려하시는건가..
아 예전에 출장가서 회사 법인카드로 술 사드셨다가 걸린 임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쨌건 타브하의 위신을 떨어뜨릴 일은 하지 말란 거겠지.
"그럼요. 어디까지나 3세대 양산기를 직접 보기 위한 목적이니까요.'
'그렇다면 됐습니다.. 재밌게 다녀오세요. 오실 때 선물이라도 사와주시면 좋겠군요.'
"네 꼭 사올게요! 고마워요!"
사령관도 출장에서 돌아올 때 선물을 사 오신다고 하셨으니 나도 사와야겠지!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내일 출장 갈 준비를 해야겠다!
모두가 기다리는 식당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소스가 부어진 탕수육처럼 푹신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