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9화 〉페이라스모스 (89/152)



〈 89화 〉페이라스모스

일박 팔십만원의 방은 엄청났다.


일반 객실 세 개는 합친 듯한 넓이.. 객실 안에 현관이 있고 응접실이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드라마나 영화같은데서나 보다가 이런 곳에 직접 올 줄은 몰랐네. 결국 프리랜서라고 해도 월급쟁이라 하루 숙박하는데 팔십만원은.. 쓸  없으니까.

"넓다.."

호텔 직원이 캐리어를 옮겨 한 쪽에 놔준 후 주인공군이 방의 넓이에 감탄했다. 주인공군에게 고작 이런 거에 놀라지 말라고 할 수 없을정도로 나도 객실의 크기에 놀랐다.


깔끔한 흰 대리석 기조의 인테리어.. 하루 묵는 숙소라기보다 고급 아파트에 가까운 느낌이다. 응접실에는 손님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도  법한 소파가 있었다.

아마 단순히 하룻잠만 보내기보다 중요안건에 대해 VIP들이 회의를 거치는 용으로도 쓸  있겠지..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건.. 객실은 다 넓고 좋은데, 침대는 한 개밖에 없었다는 점이었다.


커다란 더블베드.. 내가 알고 있는 침대를 두개 합친 듯한 넓이였지만 트윈이 아닌 더블이라는 점이 걸렸다. 급하게 마련하느라 어쩔 수 없었겠지.


여차하면 내가 응접실의 소파에서 자면 되니까 괜찮다. 몸도 작으니 소파도 솔직히 넓다.

일단 급한 건 비에 젖은 몸을 씻는 것부터다. 주인공군도 나도 비에 쭐떡 젖은 덕분에 체온이 슬슬 내려가서 추웠으니까..


"주혁아. 가서 먼저 씻고 올래?"

나야 2%정도는 인간이 아니니까  정도는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100% 인간은 내버려두면 분명 감기걸릴거다. 먼저 보내는 게 낫겠지.


"아.. 난 괜찮아. 너가 먼저 씻는  나을 것 같은데. 머리도 덜 말랐고.."

응접실의 소파에 편하게 기대앉은 주인공군이 자기는 괜찮다며 말했다.


주인공군은 비가 와서 옷이 젖자 위에 걸치고 있던 셔츠를 벗어서 몸이 으슬해지는 걸 막고 머리를 수건으로 바로 닦아서 괜찮았던 것 같다.


나도 물론 젖은 가디건을 바로 벗었지만 민소매에 반바지 조합에 차가운 에어컨까지 쐬고.. 머리도 여전히 끝이 젖었으니 어떻게 보면 급한 건 나였다.

"알았어. 금방 씻고 나올게."

여기서는 서로 먼저 씻으라느니 실랑이를 벌이는 것 보다 내가 먼저 후딱 씻고 나오는 게 좋겠지..




응접실을 지나 욕실에 도착해서 불을 켜보니 욕실도 엄청났다..  거울에 세면대도 두개.. 아마 하나는 세면대가 아니라 화장대겠지.

거실과의 경계가 되는 벽도 단순한 벽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불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었다.


욕실도 샤워부스만 달랑있는게 아니라 어디 동네 작은 목욕탕에 필적하는 수준의 욕조가 있었다. 욕실 밖 창문으로 호텔 아래의 넓은 도시 뷰가 보이는 것도 괜찮았다.



욕조를 쓰고 싶지만 주인공군도 얼른 씻어야하니 지금은 못쓰겠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써봐야겠다.



아니지. 욕조에 몸을 담구고 있는 동안 주인공군에게 샤워를 시키면 지금도 욕조를  수 있지 않을까? 간만에 목욕도 하고 싶은데..

옷을 벗다가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서 욕실 밖으로 머리만 내밀었다.


"주혁아. 안에 넓은데 지금 같이 씻을래? 안춥니?"


객실 안을 아직도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던 주인공군에게 그 이야기를 건네자 욕실 문에서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던 나를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경악으로 바뀌어가는게 보였다.


"아..아니!! 괜찮아!!! 기다리고 있을게!!"

왜 저렇게 당황을.. 아... 욕조 때문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이제야 내가 무슨 소리를 한건지 알아챘다.



"미..미안해. 괜한 소리를 했네."

욕조는 내일도 쓸 수 있잖아.. 다 큰 애와 같이 씻을 생각을 하다니 나는 대체 무슨..



---




샤워기도 머리 위에 따로 샤워기가 설치되어있어서 벨브를 돌리자 머리 위로 따뜻한 물이 쏟아져 내렸다.


샤워부스도 넓은 게 진짜 둘이 같이 들어왔어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아까 했던 말을 생각하자 온수의 열기 때문인 건지 왠지 얼굴이 후끈한 기분이 들었다.


샤워에 집중하다보면 그런 기억도 희미해지겠지..


한참이나 샤워기의 온수를 맞고 있자 수증기가 퍼져서 샤워부스와 욕실의 유리벽을 뿌옇게 만들었다.

"시간이라는 금색의 잔물결은-♪"


온수를 맞다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조금 흥얼거리기도 했다.

따로 캐리어에 준비해왔던 샴푸를 꺼낼 필요도 없이 호텔의 어메니티가 준비되어 있어서 샴푸를 짜서 머리를 감기 시작했을 때..



- 위잉

욕실과 객실을 나누던 경계였던 유리벽이 투명하게 변했다.

갑자기 옆 벽이 투명해져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었을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응접실을 바라보니 소파에 앉은 채 리모컨을 들고 있는 주인공군이 보였다.


간혹 이런 매직미러가 설치된 호텔이 있다고 들어보긴 했는데 설마 그게 여기였을 줄은.. 리모컨으로 끄고 켤  있는 구조였나보다.



일부러 이런 건가 싶어 소파에 앉아있는 주인공군의 당황한 표정을 보니 고의는 아니었나보다.


어차피 온수 때문에 김이 가득 서려서 제대로 욕실 안쪽이 보일 리도 없지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보자 조금 골려주고 싶었다.


- 하아.. 꾸득 꾹 


김이  서린 유리 위에 입김을 불고 주인공군에게 보이게끔 손가락으로 글자를 거꾸로 써주었다.


'변태'



- 위잉!


드디어 정신을 차린 것인지 유리벽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비를 맞고 호텔 로비에서 실랑이를 벌이느라 제법 피곤했지만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그 피로가 가시는 듯 했다.


속옷만 갈아입은  욕실 안에 준비되어있던 가운을 걸치자 평소의 일상과는 다른 놀러온 분위기가 제법 느껴졌다.


"오래 기다렸지? 씻고 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아까의  때문인지 여전히 얼굴이 붉은 주인공군에게 씻고 오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난 누구처럼 버튼 안눌러볼거니까 보일까봐 걱정하지 마."

"미..미안해.."

갈아입을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가는 주인공군에게 한마디 던지자 곧바로 사과가 따라왔다. 뻔뻔하지 않고 솔직한 성격만큼은 정말 마음에 든다.

한쪽에 던져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사령관님에게 오늘 찍었던 사진을  장 보내드리며 문자를 덧붙여 보냈다.

[ 오늘 출장 유익했습니다. 돌아갈  선물 사갈게요. ]

- 위잉..


아까까지 주인공군이 누워있던 소파에 기대어 누워서 문자를 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진동이 울렸다.

[ 사령관님 ]


- 삑

"안녕하세요 사령관님."


'사진 잘 받았습니다. 오늘 즐거우셨다니 다행이군요.'


"유익하다고만 썼는데.. 티가 났나요? 하하.."

업무적으로 메세지를 보냈는데 사진에 찍힌 들떠있는 내 모습은 가리지 못했나보다.



'이제 귀국편 탑승할 예정입니다. 2호기 인계는 조금 남았지만 기지를 언제까지 내버려둘 수 없어서 먼저 돌아가려합니다.'

"천천히 오셔도 될 텐데.. 아직 일주일 정도는 여유가 있어요."

'..그렇습니까.'

나와 사령관과의 암시적인 대화. 교단의 다음 게이트가 열리기까지 시간 여유를 넌저시 말해주었다.


'미리 준비해둬서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 숙소는 마음에 드셨나요?'

사령관은 대화 주제를 돌리듯 숙소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말도마세요.. 직원이 오버부킹을 해버렸더라구요.."

'비즈니스 시즌이라 그랬나보군요.. 어떻게 되었습니까?'

"방 두개까지 준비하는 건 무리라고 하던데.. 대신 특실 하나로 잡아줬어요.'

'...하나 말입니까?'

"네."


'1호기의 소년과 함께..?'

사령관님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 외국에서 통화하느라 회선의 상태가 나쁜 건가..


"네. 말 나온 김에 바꿔드릴까요? 아..지금 씻고 있는데."

'그게 무슨..!'


삐! 삐!


사령관님이  이야기하시려던 찰나 하루 종일 돌아다녔던 덕분에 배터리가 소진된 것인지 경고음과 함께 통화가 종료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충전해둘걸 그랬나.. 뭐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지 뭐.


---

주인공군이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 쯤 데스크에 주문했던 룸서비스가 도착했다. 직접 돈 주고 사먹긴 그런 가격이지만 사과의 의미로 준다니 이럴 때 시켜봐야겠지.



"잘 씻었니? 저녁 먹자."


주인공군도 샤워가운을 걸쳤는데 같은 가운이 발목 가까이 오는 나와는 다르게 무릎 언저리까지만 닿는 것이 그와 나의 키 차이가 제법 크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살아온 경험은 이 쪽이 더 클 테니 별로 상관없다. 물리적 차이야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한다.

"응.."

나의 말에 객실 안에 준비된 주방과 같은 곳의 테이블에 주인공군이 앉았다.


아까 직원에게서 받아온 트레이를 밀어 그 곳에 담겨있던 접시를 그의 자리 앞에 내려주었다.

"와인도 가져다 주셨네.."

식사가 담긴 트레이 옆에 아이스 버킷에 담겨진 레드와인과 깔끔한 유리 글라스 두개가 눈에 띄었다.


미성년자  끼리 온 여행인데 보호자도 확인하지 않고, 술까지 건네주다니.. 하긴 부대에서 왔다고하면 보통은 성인인줄 알겠지.


직접 주문한건 아니지만 서비스로 내준 것이니 마셔볼까..

"한잔 할까?"

"아직 학생인데.."

"어른이 주는  괜찮아."

"너도 학생이잖아..."


듣고 보니 그러네.. 하지만 간만에 마셔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모처럼 숙소도 좋고 저녁 분위기도 좋은데 안마셔보기엔 아깝다.




"이럴 때 배우는 거야. 갓 성인이 되서 마시면 해매."


스무 살이 되고 처음 술을 마신  무리해서 쓰러졌던 예전 기억이 잠깐 떠올랐다..

- 퐁!

와인병 옆에 준비되어있는 와인 오프너로 와인병의 코르크를 따서 열었다.


"묘월아 너는 마셔본 적 있어..?"


"비밀."


주인공군의 자리 앞에 잔을 내려주고 반 정도만 따라주었다.



그리고 나의 잔을 직접 채웠다. 어린애한테 술을 받는 건 조금 기분이 그래.

"건배할까?"


잔을 채운 와인 잔의 다리를 중지와 약지사이에 껴서 손바닥으로 받치곤 조금 앞으로 뻗었다.

"그래.."

결국 잔을 직접채워줬더니  마시겠다는 소리를 하지 않곤 주인공군도 잔의 다리를 쥔 채 앞으로 뻗었다.


- 챙



"취하지 않게 적당히만 마셔. 조금 마셔보고 이상한  같으면 바로 내려놓고."

순간 한 번에 들이키려고 하던 주인공군에게 넌저시 이야기해주자 천천히 마시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후후.."


나도 잔 끝에 입을 대곤 한모금만 조금 마셨다.

객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바깥의 야경도 좋고.. 식사도 비싼 거라 그런지 맛이 좋네.




거기에 자식같이 소중한 주인공군과 단 둘이 식사를 하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와인도 서비스로  것 치곤 고급이었는지 입에 감기는 맛이 좋네.. 조금만  마셔볼까...




...



"주혀억아.. 듣고 있니..응..??"


한잔 하고 고작 한잔 더 마셨을 뿐인데 왠지 혀가 꼬였다.



"내가..다..너 잘되라고..하아는 소리니까.. 잘좀..들어봐.."


주혁이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 피가 되고 살이되에는 말이인데 드읃는태도가 그게 뭐야아.

"항상..어?.. 사내애가.. 눈치만 보지 말고..응? 좀 강하게.. 제가 하게엤습니다! 하고!"

안되엔다.. 아까부터.. 머리가 좀 어질하다...

옛날부터 술이 약해서 소주도 두 잔을  넘겼는데.. 딱히 몸이 바뀌었다고 달라진  없구나.. 새앵각이.. 정돈이..안 돼..

가운도..올 재질인가..? 올하면 예전에..  기억안나.. 더워..

- 스륵

속에 벗은것도 아니고.. 브라는 찼으니까.. 괜찮아.. 조금만 내리자..




"묘월아.. 너 취한 것 같은데."


같이 마신 주제에에.. 멀쩡하다 쟤만.. 나에게..훈수도 두고..


"그으럴리가! 없잖아! 나는 주운비..만전이라구!"


주혁이이에게 머얼쩡한걸 보여주려고! 일어! 섰는데..!




- 휘익!

망할! 대리석바닥이! 미끄럽다아! 손 미끄러지면서어 자빠진다!



- 푹


"아..."

미끄러질 번했는데.. 주혁이가 잡아줬다.. 휴..


"먼저 가서 자.. 넌  쉬어야 할거같아.."

"아..응.. 고마워.."


더운데 후끈한 십대가 잡아줘서 그런가.. 괜히  덥네.. 술기운이  날아가는 느낌이다..

부축을 받아서 침실까지 도착해 바로 커다란 배게에 몸을 던져 누웠다.

아.. 역시 큰 침대가 좋아.. 거지같은 독신자 숙소..

내가 침대에 눕는 것을 확인한 주인공군은 다른데로 가려는 것 같았다.. 쟤는 어디 가려고..


"주혁아.. 어디가?"

"난 소파에서 자려고.."

 덩치로 소파는  좁을 텐데.. 나라면 몰라도.. 근데 침대가 너무 푹신해서 바꿔주고 싶지 않다..


그러면.. 음..



"주혁아!"

"응?"


"이리로 들어오도록 해."

침대는 넓으니까 한명 더 옆에서 자도 별로 안좁을거야.

"뭐..?"

저렇게 정색하면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지는데..




"이상한 뜻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넓으니까 한명  누워도 괜찮아."


"그래도 같은 침대는..."


"안오면 사령관님한테 아까 샤워하는데 엿봤다고 말 할거야."

"아..알았어!"


짜아식이


이렇게 말해주니까 결국 옆에 눕긴 하네.



"잘 자렴.."

더 이상은 머리가 어지러워서  되겠다.. 자자..

---

... 모르는 대리석 천장이다.

분명 어제.. 컨퍼런스가 끝나고.. 숙소에 와서 씻고  먹다가.. 그 다음에 와인 한잔.. 아니 두잔을 마시고.. 횡설수설한 것 까진 기억이나는데..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시간은 오전 여섯시인가.. 늘  뜨는 시간에 저절로 눈이 떠졌나보네.

정면의 시계를 한번 쳐다보고 옆을 보니.. 주인공군이 누워있었다. 기억났다.. 내가 어제 같이 자자고.. 애한테 무슨 소리를.. 미쳤어 진짜.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자고 있는 것을 보니 취한 사이 서로 관계가 미묘해질 짓은 하지 않았나보다.. 다행이다.



이불은 내가 다 뺏었던 건지 하나 있던 이불이 내 몸 주변에 둘둘 감아져있었고.. 주인공군은 자기 가운 하나만 끌어안은  자고 있었다..

오전 일과는 딱히 정해진 게 없으니 체크아웃  까지 조금 더 재워도 되겠지.


이불 덮어주고 목욕이나 하고 있을까..

침대에서 일어나 나의 몸을 감고 있던 이불을 주인공군에게 덮어주려 하던 중..

나는 믿지 못할 것을 봐버렸다.


주인공군의 다리 사이에 그..


"라..라자루스..."


가운 위로도 뚜렷하게 솟아오른 그것은..


출력이 너무 강해 케루브 4기가 달라붙어도 감당할 수 없는.. 사도만 다룰 수 있는 성포 라자루스와 흡사한.. 그게.. 그.. 있었다...

그 위용에 너무 놀라서 바로 이불만 던져주고 욕실로 도망쳤다.



...



"후아.."


아침부터 즐기는 전신욕은 역시 최고다.


목욕은 영혼의 세탁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의도치않게 약한 숙취가 느껴지는 아침에 즐기는 목욕은 더 각별하다.

욕조가 넓어서 과장하자면 헤엄도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플라스틱이 아닌 욕조도 대리석 바닥이라 그런지 정말 목욕탕 느낌이 났다.


욕실 밖 창문으로 보이는 아침 풍경도 나쁘지 않았고.

주인공군이 일어나면 같이 조식이라도 먹으러갈까.. 분명 아홉시까지 한다고 그랬으니까..



주인공군..


아까 그거.. 분명히.. 옛날 나 보다 훨씬..  뼘보다 큰거 같던데.. 요즘 애들은 바..발육이 좋긴 하구나.. 무섭네.. 십대..


아까 봐버린 주인공군의 그게.. 괜히 생각이 나버려서 따뜻한 물에 들어가 있는데도 등 뒤에 식은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 똑 똑


"히잇..!"

내 잡념을 깨듯 유리벽 너머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안에 있니?"

"아.. 안에 있어. 목욕중이야.."

이 타이밍에 소리가 들리니 괜히 긴장해버렸네.. 시계를 보니 벌써 일곱시가 넘어간다. 슬슬 나갈까..




"그..금방 나갈게."


괜히 의식할수록 더 생각이 나는  같아서 샤워기로 찬물을 머리에 뒤집어써서 정신을 차리고 후딱 씻고 나왔다.


---


목욕을 마치고 주인공군도 씻고 나온  간단한 정리를 마치고 조식을 먹은 뒤 체크아웃 준비를 마쳤다.


충전기에 꽂은 채 잊고 있던 핸드폰을 확인하니.. 사령관님의 전화가  쌓여있었다...

다시 전화드린다는걸 까먹고 있었네.. 나중에 전화 드리지 뭐..

어제 특실을 준비해줬던 직원이 특실은 마음에 들었냐고 묻길래 좋았다고 대답해줬다.


아마 단체 연수 목적으로 타브하에서 자주 이용했던 것 같은데 계속 좋은 관계로 남으면 좋겠네. 나중에 특실  와보고 싶다.

카운터에 잠깐 캐리어를 맡긴 채 주인공군과 호텔 앞의 근처 시내를 구경나왔다.

어디 바쁘게 다닐 것도 아니니 예전에 란테고스를 만날 때 입었던 하얀 원피스를 걸치고 주인공군과 구경을 좀 했다.

"별거 없네.."

"그러게.."


숙소 근처라 그런지 대단한건 없었다.. 뭐 편의점이나 선물가게나 몇 개 있는 정도가 전부였다.



"저기 들려서 선물이나 좀 사가자."

그 중에 눈에  지역 특산물 가게에 주인공군과 함께 들어갔다.

살만한 건 지역 특산물을  과자나 과실주 정도..

미성년자라 못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독한 술도 아니고 가격이 비싸서 그런지 선물용으로 잘 팔리는  쉽게 살 수 있었다. 이런데서 미묘하게 예전 세계와 다르구나..


과실주를 두  결제한 뒤  병을 주인공군에게 건네 주었다.

"이건 개발부장님 드려."

"어..? 아니 아버지 드릴  이미   샀는데.."


계산할  같이 계산했으니 주인공군이 들고 있는 건 두병이 돼 버렸다.



"귀한 아들을 수행원으로 붙여주신데에 대한 답례야. 서로 다른 술이니 괜찮아."

"고마워.."


남의 집 아들을 공짜로 부려먹을 수는 없잖아.. 선물은 먼저 보내고 조만간 감사인사라도 직접 전해드리러 가야겠다.

다른 한 병은 사령관님에게 드리기 위해 구매하고 쇼핑백에 담아서 가게를 나섰다.. 이제 슬슬 타브하로 돌아갈까.

맡겨두었던 캐리어를 찾기 위해 호텔 로비로 들리자 로비 한쪽에 어디서 많이 본 분이 계셨다.


조금 야윈 체구의 중년 남성.. 타브하의 사령관님이었다.



"안녕하세요 사령관님."

로비의 소파에 기대듯 누운 사령관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가자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묘월양.."


사령관님은 왠지 모르게 정말 피곤한 얼굴을 하고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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