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2화 〉베레스웃사 (92/152)



〈 92화 〉베레스웃사

"타브하의 대공방어망 진입중.. 목적지까지 앞으로 30km입니다."


도심의 상공위에 떠있는 거대한 흑색의 스텔스형 수송기. 수송기의 부기장이 왼쪽 조종석에 앉은 기장에게 남은 거리를 보고했다.

< 진입중인 수송기. 이 쪽은 타브하. 식별코드  진입목적을 설명 부탁드립니다. >

수송기의 이동에 맞추어 도심 주변에 설치 된 방공포가 수송기를 향해 조준을 마쳤다.

"이쪽은 식별코드 2-SA-M6-1-15 필리스티아 베이스의 수송기다. 타브하까지 수송 임무를 수행중."

스텔스기의 기장은 멀리보이는 관제탑을 향해 식별코드와 함께 수송목적을 담아 통신을 보냈다.


< 식별 코드 확인. 필리스티아 베이스의 수송기임을 확인했습니다. >

위잉..

수송기를 겨누고 있던 방공포대의 포신이 아래로 내려오며 경계를 거두었다.




< M6-1-15기. 이쪽의 유도 시그널에 맞추어 활주로 진입을 부탁드립니다. >



수송기의 항법 모니터 위로 진입 장소인 격납고까지 남은 거리와 진입경로를 계산한 항로가 나타났다.



쿠웅..


"진입 시그널을 확인.. 관제탑. 방금 발생한 소음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시그널을 따라 착륙을 준비하던 기장은 저 멀리 아래에서 보이는 도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방금 발생한 소음에 대해 관제탑에 설명을 요구했다.


< 1200초 이전에 발생한 소형 게이트의 처리 작업 중임을 전달. 현재 지상형 차원수 1마리를 제외한 차원수는 없습니다. 진로선상에 문제없음. >

관제탑은 아래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별 문제가 되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진입을 방해할 수 있는 비행형 차원수가 없음을 알려주었다.


< 차원수? >

기장과 관제탑의 통신 사이에 끼어들듯 젊은 소년의 목소리가 기장의 통신망을 통해 들려왔다.

"1200초 이전에 발생한 게이트의 여파라고 함.  여문 애송이 파일럿은 계속 대기 바람."


기장은 대수롭지 않은 듯 관제탑의 통신망을 잠깐 닫은  방금 전 통신이 들려온 회선을 향해 무뚝뚝하게 답신을 보냈다.



< 애송이로부터 답변. 이제 다 컸으니 여기서 내리겠음. >




- 기이잉..파캉!

수송기의 아래에서 고정핀이 풀리는 소리가 나며 수송기의 아래로 검은 무언가가 떨어져나갔다.

- 삐이!


수송기의 모니터 위로 붉은 마킹과 함께 수송기에 적재된 화물이 분리되었음을 알리는 경고가 울렸다.

"2호기!! 뭐하는 겁니까!"

부기장은 모니터 위로 뜨는 경고 알림을 보고선 통신 회선을 향해 소리쳤다.




< 조..금만..! 놀..다..갈게! 먼저..가! >

수송기에서 분리 된 검은 2호기가 점점 멀어지자 통신 회선이 점점 약해지는  소리가 옅어지더니 이윽고 완전히 끊어져버렸다.


"하아.."

부기장은  멀리 멀어져가는 2호기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버려둬.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기장은 이미 익숙해진  한숨조차 쉬지 않은 채 수송기를 이끌어 목적지를 향했다..


---




검은.. 베레시트? >



공중에서 내려와 갑각형 차원수의 등을 완전히 뭉개버리곤 멈춰 서서 우리를 향해 바라보고 있던 것은 1호기와 닮은 형상을 한 검은색의 차원기였다.


식별신호가 필리스티아 베이스로 잡혀있는 것을 보면 저게 베레시트 계획의 2호기..

하지만 조금 이상하다. 분명 2호기는 붉은 색일텐데 눈앞에 보이는 기체는 검은 도장을 하고 있었다.


2호기의 양 옆으로는 바닥에 끌릴 듯 한 거대한 팔.. 사도의 팔도 표준 체형보다 큰 편이지만 저것은 크다를 넘어서 몸통에 맞먹을 정도로 무식한 크기의 팔이 달려있었다.

분명 저건 필리스티아 베이스 독자 개발 유닛.. '골야트의 팔'. 2호기에 맞춘 옵션 무장이다.

- 챙!


검은 2호기는 끝이 완전히 뭉개져버려 기다란 직선만 남은 해머의 손잡이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버렸다.

코어 웨폰도 아닌 그냥 해머로 갑각형의 갑각을 부숴버릴 줄이야.. 공중에서 내려오면서 붙은 가속도를 이용해 해머를 휘둘러 차원수를 잡을 줄은 몰랐다.



< 인사도 받아주지 않는 거냐? 아하트. >

검은 2호기에서 허스키한 소년의 목소리가 전체 통신망을 통해 울렸다.




< 아하트..? >


주인공군은 아하트라는 이름을 듣자 누구를 부르는 것인지 모르는 듯 의아해했다.


"1호기를 말하는 거야."

생소한 언어라 모르는 것 같으니 이런건 바로바로 알려줘야지.



< 이쪽이 1호기다.  쪽은 누구지? >

내 설명을 들은 주인공군이 검은 2호기를 향해 답신을 던졌다.



< 이게 1호기 파일럿의 목소리? 뭐야 엄청 약해보이는 목소리잖아. >


2호기의 파일럿은 소속을 밝히는 대신 주인공군의 통신을 듣고 비웃음을 보냈다.



< 뭐..? >


주인공군은 조금 당황하는 듯 했다.


첫 통신부터 도발해올줄은 몰랐다. 역시 히로인 강탈자라는 이명답게 히어로인 주인공군에게 엄청 까칠하게 구네.


"둘 다 사이좋게 지내야지? 같은 파일럿끼리잖아?"

이런 자리는 어른답게 중재를 해주는 게 좋겠다. 처음은 틱틱댈 수 있지만 다리만  놓아주면 친해질지도..



< 아저씨는 꺼져. >


2호기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거칠었다.


아..아저씨.. 아 그런가.. 타브하의 통신 외에는 전부 보이스체인저를 켜두고 있으니 지금  목소리는 아저씨로 들리겠구나..

< 건물 위에서 흘끔흘끔 보고 있기나 하고 말이야. 약해빠졌으니까 안전한데 박혀있는 거잖아? 애들을 전장에 내보낸 주제에. >

우와아.. 안전한 곳에 혼자 박혀있는게 아니냐는 말이 들렸다. 주인공군의 전투경험을 챙겨주려고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거였는데 남들이 보기엔 그렇게 보이나..?



< ..  말 취소해. >


< 뭐? >


내가 비아냥거림을 듣는 사이 주인공군이 2호기의 통신에 답신을 보냈다.




너가 함부로 말해도 될 사람이 아니야. 사과해. >

통신회선 너머로 주인공군의 화가 난 듯 한 목소리가 묻어나왔다.




< 싫은데? >

2호기는 주인공군의 사과하라는 말을 비아냥거리며 넘겼다.


< 내가 한 말을 취소하게 하고 싶으면 덤벼봐. >

- 슈우..!


그 순간 거대한 팔을 달고 있는 2호기가 1호기를 향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 채앵!


1호기는 자신을 향해 달려든 2호기의 주먹을 향해 대검을 들어 막아냈다.

- 까득!

주먹이 대검의 날에 닿자 대검의 날이 깨지는 소리를 내며 중간 마디가 부러져 굴러 떨어졌다.



< 아군끼리 전투라니! 제 정신이야?! 아르베넷! 중재 부탁드립니다! >

1호기와 2호기가 붙기 시작하자 공용통신망을 통해 부 지휘관 서예린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 모처럼인데 내버려둬봐요."

실제 대인 전투라곤 란테고스와의 전투만을 거쳐본 주인공군에게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가   있었다.

< 그게 말이 돼?! 사령관님..! >


서예린은 나의 결정을 인정하지 못한 듯 같은 지휘실에 있을 사령관님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 아르베넷의 말대로 내버려둬 보도록 하죠.. 1호기와 2호기의 성능을 비교해볼 좋은 기회입니다. >

< 그런..! >

하지만 사령관은 나의 결정을 지지해주는 듯 1호기와 2호기의 교전을 허가해주었다.



< 타브하의 사령관님도 허가해주셨잖아! 제대로 싸워보라고! 아하트! >


2호기는 거대한 팔로 1호기를 움켜쥐려는 듯 달려들었다.



< 만약 위험해질 경우엔..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르베넷. >

사령관은 1호기와 2호기의 대전을 허가한 대신 위험해질 경우 나의 개입을 부탁했다.




"네 맡겨두세요."


원작보다 일찍 성장한 주인공군과 엘리트 파일럿 미하일 필리스티아.  중 누가 더 강할까..




---




- 파악!


1호기는 검날이 부러진 대검의 손잡이로 가까이 붙어오는 2호기를 밀쳐냈다.




< 덤벼봐. 아하트. >


흑철색의 몸을 가진 2호기는 거리를 두고 노란 안광을 비치는 눈을 치켜든 채 거대한 팔을 당겨 이 쪽으로 와보라는 듯 손짓 했다.



< .. 정말 싸워도 되는 거지? >

푸른 몸을 가진 1호기는 잔잔한 녹색의 눈을 2호기를 향해 바라보며 손에 든 손잡이만 남은 대검을 던져버렸다.




"사령관님과 내가 허락할게. 싸워봐."

최고 지휘권자인 사령관님과 현장 감독권한을 가진 내가 허락한다면 문제될 건 없을 것이다.

- 팟!

1호기는 사이드 스커트 위에 거치되어있던 핸드건 하나를 오른손에 쥐고 2호기를 향해 거누었다.




타캉! 탕!

손에 쥐어지자마자 바로 2호기를 향해 쏘았으나, 탄환은 콕핏이나 머리가 아닌 2호기의 거대한 팔을 향해 명중했다.

< .. 일부러 빗겨쏜거냐? >

- 싸아아아악..!

2호기의 파일럿은 콕핏이나 머리를 향한 직접 사격이 아닌 팔을 노린 사격에 분노한  1호기를 향해 달려들어선 거대한 팔을 휘둘러냈다.




슈우우.. 쾅..!


1호기는 잽싸게 피했으나 방금 전 까지 1호기가 등지고 있던 건물이 2호기의 주먹에 닿자 주먹을 경계로 콘크리트의 벽면이 무너져 내렸다.




< 저 쪽은 정말 죽일 기세로 덤비는구나.. >

1호기는 건물이 무너지는 틈을 타 몸을 뒤로 빼더니 침착하게 반대쪽 스커트에 장비한 탄창  개를 2호기를 향해 내던졌다.

< 알겠냐? 그러면 제대로 덤벼보라고! >

2호기는 성가신 것을 본 것처럼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탄창을 쳐내지도 않고 있었다. 저건 분명.. 내가 저번 시연에서 보여줬던..


- 탕! 탕! 탕! 콰아아아..!

< 크윽! >


1호기는 던진 탄창을 향해 핸드건을 쏘자 던져진 탄창 중 하나에 명중하며 유폭이 일어났다. 다른 탄창들도 연달아 폭발을 일으키자. 2호기의 머리와 어깨가 폭발에 그슬렸다.






- 쿵..!


연기 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팔이 1호기가 들고 있던 핸드건을 잡아 뭉개버리며 다른 팔이 1호기의 다리 아래로 박혔다.



- 키기긱..


완벽하게 피하지는 못한 듯 1호기의 정강이 부분의 장갑이 골야트의 팔  부분에 긁힌  소리를 내었다.


2호기의 움직임은 빠르고 파괴적이었지만,  뒤에 이어지는 동작이 어설픈 게 보였다.. 아직 미하일에게는 벅찬가..


- 파샷!


핸드건을 잃은 1호기는 침착하게 허벅지 안에서 단검을 오른손에 꺼내 쥐었다.


< 대검도, 사격도 안 되는 주제에 그런 짧은 걸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2호기의 파일럿은 가지고 있는 무기를 모두 써버리고 기본 무장인 단검을 꺼낸 1호기를 보고 기가 차다는  말했다.


<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먼저 와. >


1호기는 들고 있던 단검을 거꾸로 쥐어 들어 2호기를 향해 겨누고  자리에서 멈춰 서선 다른 손으로 직접 와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 이 쪽에서 오라는 거냐?! >

- 콰 콰 콰!!


2호기는 거대한  팔을 들어 올린  1호기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 슈우우..!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1호기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 쾅!


공중으로 뛰어오른 1호기는 조금 어색하지만 그 자리에서 거꾸로  바퀴를 돌며.. 2호기의 등을 두 발로 차올려 넘어뜨렸다!


- 카각..각...!


2호기를 넘어뜨린 1호기는 곧바로 단검을 2호기와 골야트의 팔의 이음부에 쑤셔 넣었다.




< 떨어져! >

등을 잡힌 2호기는 다른 팔을 크게 휘둘러 1호기를 떨쳐내려 했으나, 아무리 거대한 팔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넘어져있을때는 대처할 수 없었다.



- 파샷! 키이이이이...!!

한 쪽 무릎으로 2호기의 등을 내려찍은 1호기는 다른 단검을 꺼내 반대쪽 팔의 이음부에도 꽂아 넣었다.



- 파직..직..!!


 팔의 이음부에 단검이 꽂히자 틈에서 푸른 스파크가 크게 뛰어오르며 소음을 냈다.

< 꺼져! >

양 팔의 이음부에 단검이 박힌 2호기는 무릎을 세워 지면을 박차 일어나며 1호기를 멀리 떨어뜨려냈다.

< 젠장!.. 이딴 단검 따위! >

지직..직.. 슈우우..

스파크에 저항하듯 팔을 크게 흔들어내던 2호기의 팔의 이음부에서 검은 연기가 새어나오며 움직임을 멈췄다.


- 기기긱.. 쿠웅..! 쿵..!


< 너 같은 놈이..  슈나임을! >


2호기는 힘을 잃은 채 늘어져있던 거대한 팔을 양 옆으로 떨쳐내자, 그 안에서 1호기와 비슷한 형상을 가진 2호기 본래의 팔이 드러났다.


그러나 골야트의 팔을 탈거한 순간 무게중심이 바뀌며 제어 구동부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2호기는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 그게 전부냐. 2호기. >


모든 무장을 소비한 1호기는 떨어져있는 2호기를 향해 자루만 남은 해머의 손잡이를 2호기의 조종석을 향해 겨누었다.




이 싸움의 승자는 명확했다. 만약 주인공군이 단검을 골야트의 팔이 아니라 조종석에 꽂아 넣었다면.. 2호기는 이미 패배했을 것이다.


정말 강해졌구나.. 주인공군. 고작  달간의 경험만 가지고 베테랑 파일럿인 미하일을 상대로 완벽한 우위에 설 줄은 상상도 못했다.


패배해야  강제 이벤트를 비틀어 승리로 이끌 줄은 몰랐다..

---



원래 시나리오에서 2호기의 등장과 함께 예정된 이벤트는 처음 등장한 갑각형 차원수를 상대로 1호기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궁지에 몰리게 된다.


그 후 공중에서 내려온 2호기가 모든 갑각형 차원수를 혼자 쓰러뜨리게 되고,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미하일의 도발을 듣고 덤비게 되나.. 그 자리에서 패배하게 되는 이벤트다.


드디어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구나 생각할 때 진짜 베테랑인 미하일과의 실력격차를 알게 되고 가출하게 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 아르베넷에게 사과해. >

2호기의 콕핏을 향해 날카로운 손잡이를 겨눈 채 여유 있는 통신을 보냈다.

< 내가 졌다고..? 내가..? >

무릎 꿇려진 2호기의 안에서 조금 떨려오는 파일럿의 목소리가 들렸다.

- 캉! 캉!

사과하라고. 말하고 있잖아. >

< 아윽..! >

1호기는 손잡이를 거꾸로 돌려 뭉툭한 부분으로 2호기의 조종석 커버 위를 두들기자 2호기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평소에 어리버리한 모습이 아닌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군이 조금 의아했지만,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조금 감각이 날카로워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 죄송.. 죄송합니다.. >


2호기의 조종석 안에서 분한  쥐어짜낸  한 사과가 통신회선을 통해 들려왔다.

"그 쯤 해둬. 이겼으면  거야. 사과도 받았잖아."


딱히 아까 들은 말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지도 않은데,  주인공군은 저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인지 모르겠다.


역시 사제관계나 다름없는 사이에서 스승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내가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기라도 한 건가? 그러면 조금 기쁠지도 모르겠다.

- 챙그랑!

<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뭐.. 일어나 2호기. >

나의 말을 들은 1호기는 2호기의 조종석을 향해 겨누고 있던 손잡이를 내던지곤 일으켜주려는  2호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령관님. 이 정도면 될까요?"


< 네. 충분합니다.. 2호기의 실력도 잘 확인했습니다. >

저렇게 말하신다면 미하일이 좀 불쌍해지는데.. 자존심 덩어리인 미하일의 마음을 상처 입힐  같은데..


이 정도면 대련을 종료해도 되겠지. 남은  현장 수습 뿐..


"일어날  있겠니? 2호기."

조금 친절하게, 그러나 절대로 멸시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끔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 .. 혼자 일어날 수 있어! >


2호기는 1호기를 향해 겨누어진 손을 쳐내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과도 했으니까.. 된 거지! 다시 붙어! 1호기! >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난 2호기는 겨우 중심만 잡고 있을 뿐 옵션 무장을 강제로 탈거한 반동을 스태빌라이저 시스템이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듯 했다.




< ..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발만 툭 쳐도 쓰러질듯한.. 싸움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았다.



< .. 제대로 움직이면 다시 싸워주는거야? >

< 뭐..? >


미하일이 왠지 무리하고 있는 것 같아서 느낌이 안 좋은데.. 슬슬 말려야  것같다..



< '하브릿' 시스템.. 개방! >

"뭐?"


나에겐 익숙한 단어지만, 지금 시점에선 들려선  되는 단어가 2호기의 통신망에서 들렸다.



- 쿠우우..!


2호기가 '하브릿' 을 입에 담은 순간 2호기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가까이 있던 1호기를 멀리 밀쳐내었다.

2호기의 조종석을 중심으로 검은 재가 휘날리며 2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일렁임이 점차 커져갔다..

그것은 재가 아니었다.

2호기를 덮고 있던 검은 도장이 떨어져 벗겨나가고 있던 것뿐이었다...

 안에서 드러난 것은 본래 내가 알고 있었던 모습.


붉은 거인의 모습. 그러나 붉은 틴달로스처럼 검붉음에 가까운 붉음이 아닌 타오르는 듯한 맹렬한 붉은 색.

붉은 2호기다.



< 2라운드.. 시작이야. >


내가 알고 있던 진짜 2호기가 등장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