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취록의 아틀락 나챠
쉬는 시간이 되자 미하일은 남녀 할 것 없이 반 아이들에게 둘러싸였다.
'어느 나라에서 온 거야?'
'우리 말 잘해!'
'두유 노..'
미하일은 능숙하게 아이들의 이야기에 답변을 해주었으나 이따금씩 나에게 도와달라는 신호를 눈빛으로 보냈지만..
사람이 모인 무리가 익숙하지 않은 나는 일부러 도와주지 않았다. 자식일에 너무 끼어들어서 도와주면 극성 부모 같잖아. 힘내렴 미하일!
뭐 정작 미하일 본인도 주변에서 띄워주니까 좋아하는 게 보였으니 끼어들지 않은게 정답이었겠지.
그 이후 이동 수업 때마다 미하일을 데리고 이동했다.
류하연은 미하일을 묘하게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히로인 강탈자가 가장 쉽게 채가는 대상인만큼 상성이 좋은 사이였을 텐데 왜 사이가 안좋은거지?
미하일과 주인공군의 사이를 겨우 보통까지 끌어올려주었더니 이번에는 미하일과 류하연이 문제가 될 줄이야..
"마마 저건 뭐야?"
그런 내 속을 알긴 하는 건지 미하일은 복도를 지나다니다가 뭔가 신기해보이는게 있었던 건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학교가 가기 싫다고 했던 주제에 막상 와보니까 자기 기준으로 재밌는 게 많이 있는 모양이다.
"남들 앞에선 마마라고 부르지 말랬지."
"힝.."
밖에서 이상한 오해를 사게 될 까봐 남들이 있는 곳에선 마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미하일은 그 약속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나를 이따금씩 마마라고 불렀다.
- 툭
나의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류하연이 제자리에서 책을 떨어뜨렸다.
"마..마마..? 묘월씨 설마.. 진짜 엄마가 된 거야..? 애 아빠는..?"
류하연은 믿지 못하는 걸 들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와 미하일을 번갈아 쳐다봤다.
류하연운 평소에 나에게 학부모 같다느니 난교토끼라느니 이야기를 꺼내도 남들 앞에서 또래를 마마라고 부르는 진짜를 보자 이길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거 아니에요!"
나의 부정만 공허하게 복도에서 울렸다.
---
학교가 끝났지만 당분간은 훈련 스케쥴이 잡혀있지 않았다.
1호기와 2호기는 어제 벌어진 전투로 인해 정비중이고 기지의 파일럿 훈련 모듈도 운용 가능한 것은 1호기용 한 개 밖에 없었다.. 필리스티아 베이스에서 공수해 온 2호기용 모듈이 있긴 하지만 타브하에 맞게 정비를 다시 해야했으므로..
며칠정도 놀 여유가 생겼다.
교단의 두 번째 간부가 나타나기 전 까지 조금 노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주인공군과 히로인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기 위한 이벤트로 거쳐도 괜찮고.
평소와 같은 집합장소인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 학교 쪽에서 서예린이 오는 것도 보였다.
"안녕하세요 선배."
"안녕.. 옆의 여자애는?"
"미하일이에요."
"뭐?"
아 서예린에게도 미하일이 여자라는 것을 설명해주지 않았구나.
"마.. 묘월. 저 예쁜 언니는 누구야?"
미하일은 서예린에게 관심이 생긴 듯 나의 옆에서 조용히 그녀가 누군지 물었다.
"타브하의 부 지휘관. 우리보다 한 학년 선배야."
어제 일 때문에 지휘부에서는 미하일이 유명해졌지만 정작 미하일 본인은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내가 한명씩 소개시켜주는 수밖에 없었다.
"안녕 언니 미하일 필리스티아야. 어제는 미안했어."
미하일은 서예린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인사를 건네고 한 손으로 가볍게 그녀의 머리끝을 쓸었다.
"슈타임 처럼 예쁜 붉은 색.."
빨간색을 좋아하니까 서예린의 붉은색 머리에 관심을 가진 듯 그 머리카락을 조금 집어 만졌다.
역시 히로인 강탈자.. 자연스럽게 히로인과의 거리를 동성이라는 이점을 살려서 줄이고 있네.
"너..너무 가까운 거 같은데.."
서예린은 갑작스럽게 다가온 미하일의 손길을 받아주고 있었지만 조금 곤란해 하는 것 같았다.
미하일이 류하연때처럼 알 수 없는 경계를 품은게 아니라 호의로 다가서는 것을 보자 안심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선배를 너무 곤란하게 하면 안 된다.
"선배를 곤란하게 하면 안 돼."
자연스럽게 서예린과 미하일 사이에 끼어들어 사이를 조금 벌려주곤 이 나라의 예절에 대해 한번 이야기를 꺼내주었다.
"죄송해요 마마.."
나에겐 곧잘 존대를 잘 쓰면서 다른 사람들에겐 너무 적당히 쓰는 것 같다.
"마마..? 엄마?"
서예린은 우리의 대화를 듣고 마마란 단어에 의문을 품었는데..
한동안은 계속 이 단어에 대한 오해를 푸느라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다 같이 쇼핑몰로 왔다.
일단 내일부터 미하일이 입을 교복을 사는 게 가장 급했으므로 저번에 들렀던 교복점에 먼저 갔다.
금방 맞는 사이즈가 있었던 듯 미하일은 곧바로 교복을 가지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2호기의 파일럿. 생각보다 착한 아이죠?"
미하일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서예린과 함께 미하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적어도 어제보단 나은 애 같긴 한데.. 착해?"
서예린은 나와 견해가 조금 다른 것인지 완전히 공감해주진 못했으나 어느 정도 이야기가 이어졌다.
- 촤악
미하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탈의실의 천막 커튼이 열렸다.
"어때?"
다리에 핏하게 붙어오는 깔끔한 검정색의 교복 바지.
그 위에 걸쳐진 하얀색의 와이셔츠는 허리 쪽을 잘 잡아주어 허리선이 잘 빠졌고 단정하게 걸쳐진 넥타이 또한 어울렸..지만.
"...남자 교복이잖아."
스타일이 좋은 미하일이 입으니 꽤 잘 어울렸지만 여자 교복이 아닌 남자 교복을 입었다는 게 문제였다.
"..어울리긴 하네."
류하연도 미하일의 모습을 보고 인정해줄 것은 인정하는지 납득은 했다.
"어울리긴 한데.. 규정이란 게 있으니까."
주인공군은 정론적인 이야기를 꺼냈고.
"다시 이거로 갈아입고 나오렴."
나는 미하일에게 다시 여자 교복을 건네주는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칭찬은 받았지만 결국 교칙이 우선되었으므로 남자 교복은 용인되지 못했다.
...
- 촥
"어..어때?"
미하일은 나와 다른 히로인들과 같은 여자 교복으로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검은 기조의 조금 짧은 스커트가 미하일의 다리가 길어서 그런 것인지 유독 더 짧게 느껴졌다.
그 위에 입은 블라우스는 남자용 와이셔츠와 달리 허리와 가슴 쪽을 잘 잡아주어서 라인이 예쁘게 보이기도 했고, 마무리로 끈 넥타이가 단정하게 목 주변에 묶여있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그냥 막무가내로 교칙을 어겨가면서 교복 바지를 입고 다녔으니 볼 수 없는 패션이었지만 직접 보게 되니 역시 여자 교복이 잘 어울렸다.
"..예쁘네."
"여자 교복이 훨씬 낫다."
히로인 둘도 아까 미하일이 남자 교복을 입었을 때 평가를 좋게 줬었지만 여자 교복으로 갈아입고 오니 그 편이 훨씬 낫다고 이야기 했다.
"잘 어울려. 역시 필리스티아 베이스의 엘리트 파일럿이야!"
모처럼 용기를 내서 치마를 입었으니 조금 칭찬해주로독 할까. 파일럿인건 별 상관없긴 했지만.
"그..그래? 조금 부끄러운데.."
우리들의 칭찬을 받자 미하일은 조금 부끄러운 듯 치마 끝자락을 손으로 쥐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스타킹을 같이 신어야하지만 시착인 만큼 스타킹을 신지 않아서 그런가 늘씬한 맨 다리가 곧게 빠졌다.
아까부터 주인공군이 조용하길래 고개를 돌려 주인공군을 한번 쳐다보니 주인공군도 미하일의 교복 모습에 시선을 뺏긴 것 같았다. 특히 저 하얀 맨 다리에 시선을 뺏긴 것 같은데..
- 쿡
"넌 눈 돌려."
왠지 아니꼽게 느껴져서 슬쩍 옆으로 다가가 옆구리를 검지로 쿡 찍었다.
"뭐?"
옆구리가 찔리자 주인공군은 몰래 무언가를 하다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조금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여자애의 다리를 너무 그렇게 빤히 보는 게 아니야."
"그..그렇구나."
나의 지적을 받자 주인공군은 시선을 옆으로 돌려 나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눈을 돌리라고 했던 거지 나를 쳐다봐 달란게 아니었는데."
말없이 주인공군의 시선이 계속 닿자 왠지 부끄러워졌다.
---
교복을 산 김에 다른 옷도 더 둘러볼까 했지만, 미하일 본인이 괜찮다고 만류했기에 쇼핑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아직 해산하기엔 시간이 제법 남았는데 그 동안 뭘 해야 할까.
적당히 시간을 때울만한 곳이 없을까 살펴보던 중 영화관이 눈에 닿았다.
"...영화라도 볼까요?"
이 세계의 영화는 내가 알고 있던 영화와 같은 건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괜찮네."
"묘월씨가 보고 싶다면..."
"영화?"
주인공군과 류하연은 나의 제안에 동의해주었으나 미하일은 조금 의아한 듯 했다. 설마 필리스티아에서 지낼 때 문화 생활도 못해보고 지냈던 것은 아니겠지..
"영화라... 그거 알고 있니?"
서예린은 상영 중인 목록을 한번 보고 생각난 게 있는 것인지 나에게 물었다.
"뭔가요 선배?"
"파일럿과 관련 된 영화라면 업무 활동비로 결제를 올릴 수 있어."
역시 지휘 계통다운 탁월한 안목!... 이건 분석쪽이 아니었나? 아무튼 공짜영화면 좋다.
지금 상영시간대에 맞는 영화를 찾아보니 파일럿 입대 장려를 위한 프로파간다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사회가 실시간으로 게이트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니 이런 장르의 영화가 제법 잘 팔리는 것 같았다.
"이거 보자! 표지에 빨간 기체도 나와. 분명 착한쪽일거야!"
미하일은 벌써부터 신난 것인지 근처에 놓여있는 영화 팸플릿을 한 부 가져와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다행히 영화를 처음 보는 건 아니구나.
제작 지원에 타브하의 로고가 작게 그려져있네.. 어디 보자 제목은..
"..역습의 케루브?"
자세히 포스터를 들여다보니 왠지 모르게 처음 보는 영화인데 내용이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올백머리를 한 금발의 중년 남자.. 그 앞에 있는 조금 젊은 남자 파일럿.. 하얀 케루브와 붉은 케루브..
설마.. 그 작품의 오마주는 아니겠지... 개발자군......
...
다행히 다른 일행들도 미하일의 영화 선정에 불만은 없었는지 역습의 케루브를 보기로 결정했다.
미리 예매한 게 아니라 현장 발권이라 그런지 자리는 두 명, 세명으로 나뉜 자리가 되었다.
"팝콘까지 활동비로 사는 건 힘들겠죠. 이 정도는 제가 낼게요."
팝콘 큰 통 두개와 음료를 골라 구매하고 일행의 손에 쥐어주고 상영관으로 들어왔다.
"자리는 어떻게 앉아야하지.."
다섯이 붙으면 그냥 쭉 앉으면 될 텐데 둘 셋 나뉘었다는게 신경이 쓰였다.
"그럼 내가 묘월씨 옆.."
"후배는 나랑 같이 앉자."
나의 옆에 앉겠다는 류하연을 서예린이 먼저 채갔다.
아마 미하일도 나의 옆에 앉겠다고 할 텐데 둘이 묘한 경쟁을 보이기 전에 막아준 서예린이 고마웠다.
남은 세 자리에 어떻게 앉아야하지...
다른 둘 보다 키가 작아서 편한 가운데에 앉아서 보고 싶지만 일단 아이들이 원하는 자리에 앉는 게 좋겠지.
"네가 가운데 앉아."
"묘월이 좋은데에 앉아."
주인공군과 미하일이 선뜻 가운데 제일 좋은 자리를 내어주었다.
어딘가의 갱스터를 구해준 경험도 없는데 꽉 찬 영화관의 가장 좋은 자리를 양보해주다니. 뭐 나야 고맙지만.
주인공군을 내 오른편에 앉히고 미하일을 왼편에 앉히자 곧 영화가 시작했다.
...
스크린 속에서 하얀 케루브가 2세대 차원기들과 함께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게이트를 연 것은 사악한 악당이라고 얼버무려져 나왔다. 원인 불명의 현상을 가지고 가상의 적을 만들어서 뒤집어씌우다니... 역시 전체 이용가 영화 다운 프로파간다 다웠다.
내용은 내가 알고 있던 '그 영화' 와 크게 다를 바가 없긴했지만, 케루브들이 멋지게 나오는 것만큼은 볼만했다.
아마도 영화 주인공의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 케루브는 케루브2와 디자인이 제법 유사했지만, 실제 전투에서 필요 없는 장식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멋지긴 하네...
다른 애들은 영화를 즐기고 있나 궁금해져서 옆을 슬쩍 바라보니, 주인공군은 영화를 제법 집중해서 보고 있었지만 미하일은 조금 지루해하는 듯 했다.
'내가 숙청하겠다는 거다!'
스크린에 포스터에 있던 금발 올백머리 남자의 붉은 차원기가 나왔다. 저것도 케루브 베이스구나...
붉은 기체가 나오자 미하일은 조금 신난 듯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 알기 쉬운 애라니까...
앗, 영화를 보러와서 영화보다 애들을 더 보고 있었네. 흠흠 팝콘이나 가져와라 로... 아니 주인공군.
팝콘통은 어차피 주인공군이 들고 있었기 때문에 오른손을 슬쩍 뻗어 팝콘통에 손을 집어넣었다.
- 툭
내 손이 들어있던 것을 영화에 집중하느라 알지 못했던 것인지 주인공군의 손이 팝콘을 가져가려던 내 손위에 닿았다.
"엇.."
손끝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주인공군은 이쪽을 한번 쳐다보더니 금방 다시 고개를 돌리고 손을 빼주었다.
괜히 민망해졌네...
...
'시간마저 넘어서-'
어느새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영화 후반부에선 커다랗게 열려 수습이 되지 않는 게이트에서 밀려나오는 대형 차원수의 유해를 아군과 적 상관없이 모두가 힘을 합쳐 밀어내는 것으로 영화가 끝났다.
결국 영화의 주제는 같은 인간끼리 싸울 것이 아니라 게이트 저 너머에 있는 차원수야 말로 진정한 적이라는 주제를 보여준 프로파간다 영화였다.
뭐 그럭저럭 볼만했다.
"영화 괜찮았죠?"
"선전 영화치고 볼만했네."
"...볼만했어."
우리와 다른 줄에 앉아있던 서예린과 류하연은 재밌게 본 것 같았다.
"파일럿이 멋있었어.. 나도 적합률이 더 올라가면 그런 장비를 다룰 수 있을까?"
주인공군은 아주 감격했던 것인지 영화 주인공 같은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그런데 영화에 나온 장비는 상상력이 가미된 거라... 적합률이 70이 넘어도 그런 건 없을 거야. 무선 빔포라니... 그런 게 어딨어.
아, 박사한테 만들어달라고 하면 비슷한 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으흑... 그 아저씨도 마마가 필요했던 거야..."
미하일은 이상한 부분에서 감격한 듯 했다. 분명 그 올백머리 붉은 제복 파일럿의 기행을 보고 감격한 것 같은데...
뭐 어쨌건 파일럿 두 명의 사기를 돋아주었으니까 오늘의 영화 관람은 대성공이었다.
"오늘은 슬슬 돌아갈까요?"
팝콘을 큰걸 산 탓에 배가 고플 일은 없었던 건지 저녁식사는 따로 하지않고 이대로 해산했다.
---
도심의 외곽 지역.
도시의 주요 지역이나 방공망만큼은 군 인력만으로 실시간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게이트에 대한 감시를 군 인력만으로 전부 확충할 수 없었으므로 일부 감시 체계는 민영화가 되어있었다.
지금 가장 외곽 쪽에 있는 이 감시소 또한 민간기업을 통해 감시 작업이 이루지고 있었다.
- 삐이!
작은 사무실안에있는 게이트 감시 장비에 달린 모니터에 녹색 광점이 나타나며 소리가 한번 울렸다.
"게이트 열렸습니다!"
게이트 신호를 발견한 감시직원 한명이 게이트 신호를 확인하자 곧바로 상급자를 불렀다.
"뭣?!"
부하 직원의 보고를 들은 상급자는 곧바로 달려와 모니터를 확인했다.
"네 여기 센서에 분명 녹색이.."
- 삑
"어? 사라졌다?"
"장비 오류 아니야?"
감시직원 둘이 바라보고 있던 모니터 위에 나타나있던 작은 녹색 광점이 짧은 소리와 함께 금방 사라져버렸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이트 포착신호를 확인. 현장 보고 바랍니다."
이상을 확인한 직원은 무전기를 통해 게이트 발생지점으로 추정되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관측소에 무전을 보냈다.
'포착된 게이트 없습니다.'
- 칙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도 게이트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보고와 함께 무전이 끊어졌다.
"제 32관측소에서도 게이트 확인된 거 없다고 합니다."
"이상하네..."
"담배나 피러 가시겠습니까?"
"그러지."
직원 둘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별 일 아니겠거니 하곤 다른 직원을 남겨둔 채 잠시나마 바람을 쐬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취록의 거미는 그 순간 이 땅 위에 확실히 내려왔다.
저 세계와 하늘 너머의 세계를 잇는 두 번째 다리를 놓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