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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화 〉★ 100회 특집! :: 내 토끼계 소꿉친구가 너무 귀여워?! (99/152)



〈 99화 〉★ 100회 특집! :: 내 토끼계 소꿉친구가 너무 귀여워?!

"...나!"


나의 이름은 김주혁.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어나!"

오늘도 어느 때처럼 침대에 누워있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는데  위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감겨있던 눈이 뜨이려 했지만, 눈을 일부러 질끈 감아버렸다.


- 훼엑!


눈을 뜨지 않으려는 나의 저항은 무의미한 행동이었던 듯 나의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이 걷어지면서 배 위에 묵직한 느낌이 얹혀졌다.

"일어나라니까아!!"


이불을 걷어지며 큰 소리가 들리자 어쩔 수 없이 뜨고 싶지 않은 눈을 뜨게 되었다.



나의 배 위에 앉아있는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지만 키가 작아서 여동생 같은 소꿉친구.


묘월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해가 묘월이의 예쁜 은색의 머리를 비추어주며 은은한 햇빛이 그 머리에 감돌았다.

"..오 분만 더 자면 안 돼?"

아침을 먹지 않으면 십오 분 정도는 더 잘 수 있을 텐데.. 눈을 뜨기 싫어져서 다시 눈을 감자 곧바로 그녀의 질책이 이어졌다.

"오분 전에도 똑같은 소리 했잖아! 안 돼! 아주머니가 깨우라고 하셨어!"


아주머니라니... 엄마가?



- 투탁! 탁!

"알았으면 얼른 일어나란 말이야!"

묘월이는 작은 손으로 나의 가슴을 꾹꾹 누르며 억지로라도 나를 깨우려는 듯 했다.




- 툭!

아프지는 않지만 조금 성가시다고 느낀 바람에 한 손으로 양 손목을 잡자 작은 손목이 내 손에 전부 잡혔다.

- 휙!

그대로 손목을 잡은 채 앞으로 당겨내자 작은 묘월이가 내 품위로 넘어지듯 눕게 되었다.



"주..주혁아?"

"..이대로 같이 오 분만 더 자자..."

시끄러운 소꿉친구를 품에 안아버리자 떽떽거리며 시끄럽게 나를 깨우려던 소리가 점점 줄어들어갔다.



"아..아직 이러기엔.. 우린 고..고등학생인데?"

"...그게  어때서.."


아침에 늦잠을 자는데 나이가 무슨 대수란 말인가. 나는 아침 졸음 앞에선 잠자는 노예다...

"무..물론 네가 원한다면 어쩔 수 없..긴한데.."

좀  자고 싶다면 자게 해준다니 결국 묘월이는 부탁에 약하다.

"아..아까부터 계속..엉덩이에 닿는 이거..조..좀.. 큰 게.."

틀렸다.. 내 소꿉친구는 너무나 따뜻해서 잠이 더 잘 온다.. 정말 한숨  자야..



"..주혁아?"


...




- 짜악!

경쾌한 따귀소리와 함께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안녕히 주무셨어요."


결국 나는 오른 뺨에 붉은 손자국을 남긴 채 잠에서 깨어나 거실로 나왔다.


뭐 때문에 화가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고 화를 내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으면 스스로 일어날 줄도 알아야지. 언제까지 묘월이한테 깨워달라고 할거야?"


부엌 식탁에 앉아 신문을 넘겨보시던 아버지가 신문을 접어 식탁위에 올려두고 나에게 잔소리를 한번 하셨다.


"아니에요 아저씨.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후우... 그렇게 착해서야 저런 덜 떨어진 놈한텐 너무 아까워."

아버지는 묘월이의 편을 들어주면서 나를 한번 흘긋 쳐다보셨다.



"그래서 진로는 정했냐?  찾았으면 일찌감치 아빠 카센터나 물려받으라니까."


"카센터요? 아버지는 개발부장이시던게..."


아버지는 진로를 정하지 못했으면 카센터를 물려받으란 이야기를 하셨는데... 아버지는 분명 개발부의...



"너희 아빠 계속 카센터 하셨는데 무슨 소리니."


엄마가 손에 접시를 든 채 주방에서 나오셨다. ...엄마?

"잘 잤어 아들? 묘월이도 매일 고생이 많아."


"아니에요 아줌마."


왠지 모르게 엄마를 봤는데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묘월이도 같이 아침먹고 갈래?"


"네."




묘월이는 바로 옆집에 살고 있지만 나를 깨우러 오면서 이렇게 같이 아침을 먹곤 한다.


아버지, 엄마, 나, 묘월이... 언제나와 같은... 4인의 식탁이었다.



...



"묘월아. 너희 아버지는?"

매일 이렇게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아침을 먹어도 되는 걸까. 묘월이도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을 텐데.


"아빠는 아침 일찍 연구소에 출근하셨어. 엄마도 같이."


"그랬구나..."

"너 깨워주러 일부러 온 거니까 좀 고마워해."

여자애 혼자서 아침 준비를 하려면 힘들 텐데 그 바쁜 시간을 쪼개서 나를 깨워주러 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금 미안해졌다.

"언제나 고마워."


"...별 말을."

자기가 고마워하라고 한 주제에 솔직하게 고맙다고 말하자 조금 부끄러워하는 묘월이였다.

학교까지는 언제나 묘월이와 둘이 같이 걸어서 등교한다. 저 멀리 보이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우리 학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을 나왔으니 이왕이면 고등학교도 같은 곳으로 가보는게 어떻냐는 아버지의 권유에 지원한 학교였다.


공부를 잘하는 묘월이와는 다르게 난 입시에 조금 애를 먹었었지만 묘월이가 도와준 덕분에 무사히 같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 사락

"어...?"

 건너에 은색의 머리를 한 소녀가 잠시 보였다가 사라져버렸다.



"왜 걷다가 갑자기 멈췄어?"

"...방금 널 닮은 애가 있었는데."


묘월이의 은색 머리는 정말 희귀한 머리색이여서 같은 머리색을 가진 사람이라곤 묘월이의 어머니 정도 밖에 없을 텐데... 방금애는 분명...

"날 닮아? 분명 귀여운 애겠지?"

묘월이는 자기를 닮은 애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자 혼자서 조금 신나보였다.


"부정은 못하겠는데... 그... 바니복이라 해야 하나? 그런걸 입고 있었어."


길 건너에 있던 은색 머리의 여자아이는 분명 수영복과 비슷한 바니복에... 토끼 귀 머리띠를 하고 망사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아침부터 정말 헛걸 본걸까...


"..."


"묘월아?"


"변태야! 길거리에서 그런 망상이나 하니까! 아침부터 그...그!"

바니복을 입은 여자아이를 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자 묘월이는 곧바로 화를 내버렸다. 아무래도 자길 닮은 애를 봤다고 했으면서 그런 야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고 하면...



"몰라! 먼저  거야!"

화가 난 듯 한 묘월이는 먼저 성큼성큼 걸어 가버렸다.



"같이가!"


묘월이의 보폭이 짧았던 덕분에 금방 따라잡았지만, 오해를 푸는데는 한참 걸렸다.



---



"하이 주혁."


 서스름없이 나에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오는 녀석은 얼마  외국에서 전학온 전학생. 미하일이다.


교복 와이셔츠를 불량하게 입은 금발의 남학생... 처음엔 불량한 녀석인 줄 알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착한 애였고, 묘하게 묘월이랑도 잘 맞는 애였다.


"아침부터 부부동반 등교야? 이야 부러운데. 나도 그 아파트로 이사 갈까?"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헛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외국인이라 감성이 다른 걸까.

"부부등교는 무슨."

기껏해야 여동생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오빠 정도로 보이겠지.

"부..부부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무덤덤하게 넘기는 나와는 다르게 묘월이는 당황한  크게 소리를 냈다. 쟤는 평소에 얌전하면서 가끔씩 과민 반응을 보인단 말이지.


"...넌 정말 여심을 모르는구나."

태연하게 묘월이의 행동을 넘기는 나의 모습을 보고 미하일은 한숨을 쉬었다.

"오늘 1교시는 뭐야? 분석인가?"

"분석? 뭘 분석해. 과탐 얘기야?"


"그야 분석이... 뭐였지?"


분명 1학년 수업에 분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리 얘기겠지. 아침부터 계속 헛소리야."

묘월이는 사물함에서 지리부도 책을 꺼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아..그랬나?"


"넌 정말 묘월이 없으면 혼자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부럽다야."

미하일은 나와 묘월이를 한번 번갈아보고 웃었다.



...

4교시까지 수업을 듣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식권 사둔게  있으니까 그냥 식당 밥이나 먹을까. 오늘 메뉴 별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주혁아!"

묘월이를 데리고 식당으로 가려고 했더니 묘월이가 먼저 와서 나를 불렀다.

"점심 같이 먹..먹을래?"

"응? 지금 식당 갈 거잖아."


"그게 아니라... 오늘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셨는데. 두 명분을 만들어주셔서..."

묘월이의 어머니는 바쁘신 데도 꼭 딸의 식사를 챙겨주시는 자상한 어머니였다.


"내 것도?"

"...응."

그러면 간만에 도시락이나 먹을까. 묘월이네 아주머니 요리 솜씨는 훌륭하니까.



교실에서 둘이 책상을 붙이고 도시락을 열자 예쁜 도시락이 드러났다. 간결해보이지만 영양 밸런스가 잘 잡힌 데다가 맛도 좋은 도시락!


맛있어어어엇!



- 챠라락..


맛있는 도시락을 즐기던  창 밖으로 뭔가 후다닥 지나간   느낌이 들었다.


"...응?"

"왜 그래 주혁아?"


"방금 창 밖에... 커다란 거미가..."


내가 잘못본 것이 아니라면 그건 분명... 창문보다도 큰 거미였다.

"힛... 거미?!"


거미 이야기를 하자 묘월이는 여자애답게 벌레는 질색인 것인지 놀라서 움츠리는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역시 잘못 본건가?"

창문보다 큰 거미라니 말도  되잖아.



"괜히 놀랬잖아...   해봐. 누나가 넣어줄게."

"누가 누나야... 아."


묘월이는 언제나 내 앞에서 누나 노릇을 하려고 한다. 키는 나보다 한참 조그만 주제에...

입안으로 따뜻한 반찬이 들어왔다.



"맛있다. 그런데 평소에 아주머니가 해주시던 거랑 조금 다른거 같은데?"


"누..눈치 챘어?"


"평소랑 다르게 조금 단게 더 맛있네."

아주머니의 도시락은 이따금씩 먹었으니까 맛이 달라지면 곧바로 눈치 채기 쉬웠다. 방금 먹은 반찬은 평소에 아주머니가 해주시던 거랑 느낌이 달랐다.


"...그거 내가 만든거야."

"정말? 잘 만들었네. 나중에 시집가면 남편이 좋아하겠다."


여자애의 요리를 맛보면 정직하게 칭찬해주라는 엄마의 이야기가 떠올라 적당히 칭찬해주었다.



"...엣."

...잘못 대답한 건가?




"에헤헤..."

잘못 대답한 건 아닌  같네.


---

"잠깐 이좀 닦고 올게."

점심식사가 끝나고 도시락을 정리한 뒤 양치를 위해 사물함에서 칫솔을 꺼냈다.



"이상한 데로 새지 말고 이만 닦고 바로 와."

"애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했지만, 잠깐 바람이 쐬고 싶어져서 학교의 구관과 신관을 잇는 구름다리로 나왔다.


묘월이와 함께하는 학교생활은 즐겁지만, 잠깐씩 이렇게 혼자서 숨 돌릴 시간 정도는 있어야한다.

화장실도 근처니까 이 근처에서 적당히 이 닦고 돌아가야지.


... 그런데 저건 뭐지.

"...묘월아?"

구름다리  가운데에 서있는 것은 흔히  수 없는 복장인... 바니복을 입은 묘월이였다.



"...드디어 눈치 챈 건가요. 얼뜨기군."

바니복을 입은 묘월이는 평소에 하지 않던 말투로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어...얼뜨기? 뭐야  말투는..."



"...이상하다는 생각해보신 적 없어요?"

"묘월아... 네가 입은 옷이 이상하지 않을까... 여긴 학교인데?"

누가 볼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쇄골과 등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은 좀... 눈을 돌려야 하는데 계속 눈이 간다...


"이 모습은 당신이 평소 생각하고 있던 마스터에 대한 모습... 그렇군요. 마스터를 이런 눈으로..."


바니복을 입은 묘월이는 나를 멸시하는  한 눈으로 쳐다봤다... 어릴 때 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도 저런 눈으로 보면 상처 받는데...


... 어릴  부터?




"잠깐만... 마스터라니 무슨소리야?"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얼뜨기라도 적합자는 적합자... 이변은 눈치 챈 것 같네요."

"...적합자?"

바니복을 입은 묘월이는 '적합자' 라는 단어를 꺼냈다.


"최근에 본 적 없나요? 건물이나 벽에 달라붙은 이런 생물."

바니복을 입은 묘월이는 양 손을 펼쳐 가운데로 모으더니, 엄지끼리 엮은 채 나머지 손가락을 꿈틀거렸다.

"거미...말이야?"


 손 움직임은 거미와 비슷했다.



"정답이에요. 커다란 녹색의 거미... 보신  있으시죠?"

거미... 아까 점심을 먹을 때도 분명...



거미...?



내 머릿속에 짧은 사진과도 같은 이미지 여러 개가 스쳐지나갔다.


'상대는.. 교단의...'

'피해! 주혁아!'



어릴 때부터 함께했지만 묘월이에게 들어본 적 없었던 이야기가 머릿속을 지나갔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 타다닷!


"얼뜨기 군!"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 학교 밖을 향해 달렸다.




---




학교 밖을 빠져 달려 나온 나는... 그대로 집까지 달려갔다.


이상해... 거미 같은건 없는데... 난 무엇을 본거지? 애초에 바니복을 입은 묘월이라니. 걔가 그런 옷을 입어줄리가 없잖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느새  옆엔 묘월이가 있었다... 어? 바니복이 아니라 교복이네.

"...바니복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변태! 죽어!"

- 슈파앗... 퍽!


"끄악!"


발톱처럼 날카로운 주먹이 옆구리에 질려졌다.

"아니... 그게..."


"아들? 무슨 일이야? 학교는?"


집 현관문 앞에서 묘월이에게 사정을 설명하려하자 엄마가 문을 열고 나왔다.


잠깐... 엄마?


엄마는 분명... 내가 일곱 살 때... 게이트 때문에...



"뭐야. 부부동반 등교에 이어서 부부동반 땡땡이야?"

내 뒤에서 어느새 미하일이 나타났다. 윗 단추를 잠그지 않아 평평한  가슴이 드러나는 껄렁한 패션...



남자 교복...? 미하일은 분명 여자가...


"너 분명 여자 아니었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하일은 나의 추궁에 어이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너... 우리 집은 어떻게 안거야... 학교는 어쩌고?"

"너야말로왜짜여진장소를벗어난거야?"

"...뭐?"


미하일은 말을 끊지 않은 채 순식간에 뱉어내듯 주르륵 말했다.

그 순간, 아파트 복도 창문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림자의 정체는... 사람보다 큰 커다란 녹색의 거미였다...


"너저게보이는거야?"


내 옆에 선 묘월이는 미하일처럼 말을 끊지 않고 순식간에 주르륵 말해버렸다.

"...묘월아?"

"아들저게보이는구나"

"엄마...?"

엄마도... 묘월이처럼 이상하게 이야기했다.


"무슨소리를하는건지모르겠는데나는남자야"

- 부드득... 부드드득...


묘월이와 엄마, 그리고 미하일의 머리가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철퍼억!


점액질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셋의 머리가 터졌다.


- 샤파악.. 츠츠츱..측..

머리가 터진 자리에서 나타난 것은 녹색의 털로 뒤덮인 채 붉은 여덟 개의 눈을 번뜩이는 거대한 거미의 얼굴이었다...


"들켰다면어쩔수없지다시처음부터꿈을꾸어라모작의소년이여"


어느새 완전히 거미로 바뀌어버린 거대한 거미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 쨍그랑!


그  아파트 복도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며 깨졌다.

"쳇! 한참 찾았잖아요! 얼뜨기군!"


"바..바니복의 묘월이!"

바니복의 묘월이가 한 손에 하얗고  나선의 창을 든 채 유리를 깨고 복도로 들어왔다.

- 샤아아악..! 철퍽!

바니복의 묘월이는 손에  창을 집어던져 묘월이였던 거미의 머리를 꿰어버렸다.



"겨우 정신을 차린 주제에! 다시 거미집으로 들어가면 어쩌잔거에요!"

"거미집이라니 무슨 소리야! 여긴 우리 집..."



내가 집이라고 생각한 곳은... 커다란 거미줄로 둘러싸인 어두운 동굴이었다.




"정신 차려요 얼뜨기군! 여기는 당신의 집이 아니에요! 현실도 아니구요!"



- 츠즈즈즛.. 파샤아아아!


엄마와 미하일이었던 거미 두 마리가 바니복의 묘월이에게 달려들었다.





"렝의 거미들..! 끈질겨! 당신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거에요! 얼뜨기군!"


"꿈...?"




- 샤아아..! 철퍽! 철퍽!

바니복의 묘월이는 어느새 손에서 다른 창을 꺼내더니 두 마리의 거미의 목을 베었다.



"네! 벌써  번째인지 모를 꿈속에 잡혀있어요! 흐으읏.. 하압!"




- 츠에에에엑..!


바니복의 묘월이는 창으로  마리의 거미를  번에 궤뚫어 벽에 찔러넣었다.

"꿈이라니 무슨소리야... 묘월아."


묘월이의 말도, 이 초현실적인 풍경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는 마스터가 아니에요! 제 이름은 □□.. 아! 왜 꿈속에서도 부를 수 없는데! 엘이에요! 엘!"

"엘이라면 그 원반..? 분명 아르베넷의.."



아르베넷..? 엘..?

이제야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 베레시트 1호기에 타고 출격했을 텐데...




"드림랜드에서! 이계의 꿈속에서 당신을 구하기 위해 마스터가 절 보내주신 거에요!"


엘의 마스터이자 타브하의 백업기관 베타니아의 유일한 파일럿 백묘월. 그녀가 나를 이계에서 꺼내주기 위해 엘을 보내주었다.


"...묘월이는 어떻게 됐어?"


"당신을 도우라고 보내주셨으면서 누구보다도 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 츠즈즛.. 쌔애애액..!!!

동굴 속에서 여덟 개의 붉은 눈을 빛내는 거미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어왔다.



"묘월이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줘 엘!"

"꽉 붙잡으세요!"




- 콰아아아아!!


묘월이의 모습을  엘은 나의 팔을 붙잡고 손에 든 창을 아래로 내려찍어 바닥을 무너뜨렸다!

우리는 취록의 거미가 만들어낸 이계. 드림랜드에서도 더 깊은 꿈속을 향해 떨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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