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0화 〉취록의 아틀락 나챠 (100/152)



〈 100화 〉취록의 아틀락 나챠

영화관을 다녀오고 며칠이 지난  이상한 소문이 도시에서 돌기 시작했다.


'밤 늦게 돌아가는 길에 골목길 사이에서 사람보다 큰 거미를 봤다.'

'차원수가 나타난  알고 신고했지만, 현장에 도착해보니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가십을 좋아하는 십대들 답게 점심을 먹는 식당에서도 주변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들렸다.



"요즘 저런 이야기가 자주 들리네..."

주인공군도 소문에 관심이 있었던 건지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를 잡아 대화로 끌어왔다.




"본부에서도 요즘 차원수 관련 신고가 자주 들어오긴 하는데... 게이트가 열린 적은 없어."


시간이 맞아 합석한 서예린 선배도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지만, 본부차원에서도 실제로 차원수나 게이트가 열린 적은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장난 제보라고 하기엔 모두 똑같은 증언을 했어..."

류하연도 관심이 있었던 듯 목격담을 정리해본 듯 했다.



" '녹색의 거미가 기어 다니고 있다.' 라고..."

"커다란 거미... 게다가 녹색이면 눈에 띄지 않았을까? 이상하네."

주인공군은 정보가 취합되자 조금 고민해보는 듯 약간 진지해 보이는 표정을 잡았다.



스쳐지나가는 소문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히로인 두 명의 정보가 덧붙여지자 우리에게도 제법 진지한 대화 주제가 되었다.


뭐 나야 신경 쓰지 않고 오늘 급식으로 나온 우동을 먹고 있었지만. 우동 맛있어.


"거미는 싫은데... 묘월은 어때?"

이야기를 곁듣고있던 미하일이 나를 갑자기 대화의 테이블 위로 끌어 올렸다.

"후릅... 음. 글쎄요. 날이 더워지니 헛것이라도 본게 아닐까요?"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게  덕분에 면을 끊고 살짝 입가를 닦은  얼버무려 말했다.




"단순 착각으로 보기엔 너무 소문이 커진 것 같은데..."


서예린은 내 대답을 수긍하지 못하는 듯 소문을 의심하고 있었다.



"원래 소문이라는 게 살이 붙으면 부풀려지기 마련 아니겠어요?"

어차피 때가 되면 알기 싫어도 저절로 알게 될 텐데 뭐.

디저트로 나온 체리도 맛있었다.


레로레로레로.




---



< 시나리오 시트의  번째 예언은 끝났다. >


< 인형극이 끝남으로써 말이지. >

< 주어졌던 유예는 잠깐뿐. 곧 세 번째 예언이 개시되려 한다. >



타브하의 깊은 지하에 있는 어두운 공동. 아겔다마라 불리우는 장소에서 그 곳에서 위원회는 지난 시나리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세 번째 예언을 위한 수행의 준비는 끝났습니다. 예언을 돕기 위한 2호기도 도착했습니다."

마치 심문을 받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사령관은 조심스럽게 베레시트 2호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 2호기? 어차피 1호기의 모조품일 뿐이다. >


< 우리는 이미 '신의 아이'의 육신에서 갈빗대를 훔친 죄를 범하였다. 훔쳐낸 갈빗대를 가지고 1호기를 주조한데 이어, 2호기에는 '성궤' 까지 넣다니 그 죄를 두 번이나 번복할 셈인가 사령관? >


위원회의 삼인 중  명의 목소리. 중년과 노인의 목소리는 사령관을 비난했다.


"2호기에 들어있는 '성궤'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흉내 낸 것일 뿐 진짜는 되지 못합니다."

'성궤' 아론 하브릿이라 불리는 것은 2호기의 안에도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것은 진실된 궤가 아니다.




예언의 자리에  번째의 역할은 크지 않다. 고작 성궤의 모조품이 들어있다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겠지. >


위원회의 삼인 중 소년의 목소리만 사령관과 2호기를 지지해주었다.



"...그렇습니다. 2호기는 어디까지나 베레시트 계획을 위한 보조일 뿐, 2호기 혼자서는 하늘을 열지 못합니다."

< 하늘의 열쇠는 정당한 궤의 계승자에게만 주어졌으니 말이지. >

 열쇠를 잠시 너에게 맡겨 두었을 뿐이다. >


< 하늘에 오르는 때 까지. 예언을 따라 그 열쇠를 잘 간직해두어라. >


예언을 언급하며 플랫폼 위에 서있던 그림자들은 사라져버렸다.

지직..

그림자들이 사라지자 어두운 공동에 조명이 들어왔다.


조명은 희미하게 지하에 누워있는 백색의 거인의 잔해만을 비출 뿐이었다.


"... 잊혀진 네 번째 신의 아이. 세 번째인 그녀와 무슨 관계 였을까..."

사령관은 바닥에 오랜 세월동안 버려진 듯 한 거인을 보고 씁쓸하게 웃을 뿐이었다.


---




"너무 실내에만 있으면 안돼요. 햇빛을 쬐지 않으면 비타민 D가 부족해져서 사람이 병들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뒤 사령부 주변을 사령관님과 천천히 걸으며 핀잔을 했다.


가뜩이나 비실해 보이는 분인데 햇빛도 제 때 쬐지 않으면 정말 비타민 D 결핍으로 병이 걸리 실지도 모르니 이렇게 억지로라도 밖으로 불러내야 할 분이다.


"...비타민 주사는 정기적으로 맞고 있습니다."


사령관님은 나의 핀잔에 머쓱한 듯 자그마한 핑계라도 내는 것처럼 내 눈치를 조금 살폈다.


"다행이네요. 사령관님의 몸도 물론 중요하지만... 할 이야기가 왔어요."

"이야기... 말입니까?"


"두 번째 간부가 내려왔어요."

사령관님은 간부의 이야기를 듣자 걷던 발을 잠깐 멈추었다.



"정보부를 통해 소문은 들으셨겠죠? 녹색의 거미가 종종 목격된다고."

"목격자를 심문해도 모두 같은 증언을 하더군요... 증거만 없다는 게 이상했습니다."

발을 멈춘 사령관님을 이끌기 위해 일부러 다시 걸으며 이야기를 꺼내자, 사령관님은 곧바로 따라오시며 대화를 받아주었다.




"전부 사실이에요. 아 도착했다."

"도착...?"


일부러 사령관실이 아닌 바깥에서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이 곳이 도시를  번에 내려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령관님. 저 도시 가운데에 뭐가 있나요?"


"시에서 세운 전망대 말곤 보이는 게 없습니다만..."

내가 손가락을 가리킨 곳의 끝에는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전망대가 있었다.


...역시 사령관님도 보지 못하시는구나.

"보이는 것만을 너무 믿지 마세요. 어떤 진실은 우리 앞에서 은밀하게 감춰지기도 해요."

손바닥을 펼쳐 보인 뒤 나의 눈을 잠깐 가리는 모양을 취하며 사령관님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드렸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아리송한 말이군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재밌었어요. 가끔씩은 이렇게 둘이 나와서 산책해요."

조금 더 걸어 처음 출발했던 사령부 앞으로 도착한 뒤 사령관님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사령부를 떠났다.




사령관님은 저 전망대 위에 자리 잡은 녹색의 거미를 볼 수 없었다.


---

그 뒤로 며칠정도 시간이 더 지나자 소문으로 인한 영향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항상 사람이 가득 타던 출근 버스나 지하철이 몇 자리씩 비어있었고, 교실도 몇 명이 비었다.




... 점점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걸까.



'그 소문 들었어?'


'거미 이야기?'

'조금 달라.'


'뭔데?'

'꿈에서 에메랄드 색으로 빛나는 거미를 만나면, 보고 싶은  만을 보게 되는 꿈을 꿀 수 있데.'


'뭔가 오컬트적인데...'


'그래서 집에서 잠만 자는 사람이 늘고 있데.'


'오늘 빠진 애들도?'

'아마 그렇겠지..?'

거미의 소문은 현실을 넘어 꿈의 경계까지 넓어지고 있었다.



-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고 평소와는 다른 교사가 들어왔다.


"담임선생님이 병가를 쓰셔서... 오늘은 제가 대신 출석을 부르겠습니다."

...

종례가 끝나고 기지로 돌아가기 전 김하사님에게 잠깐 기다려달라는 말을 전해드리고 모두를 학교 현관으로 불렀다.

"잠깐 옥상까지 따라 와주시겠어요?"


거미에 대한 소문이 2단계까지 접어들었다면 이제 모두에게 진실을 보여줘야 한다.

"무슨  이길래 그래?"

서예린은 곧바로 기지로 가지 않고 옥상 위로 불러내자 조금 의아해 하는  했지만 결국 따라오게 되었다. 물론 다른 세 명도 군말없이 나를 따라 옥상 계단  까지 따라왔다.



"보여드릴게 있어서 그래요."


거미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문을 열..


- 철컥!


옥상의 문은 얇은 잠금 장치가 걸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조금 민망한데.



"미하일. 부탁해."


"알았어!"




- 쾅!


짧게 그녀에게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치마를 입고 있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문 가운데를 거칠게 걷어찼다.


끼이익..

세게 걷어차여진 문은 가운데 잠금이 조금 밀려나며 열렸다.


"...부하를 시켜서 옥상까지 올라왔어. 진짜 불량토끼..."


"긴급피난이에요. 긴급피난. 무죄잖아요?"

"...피난할게 어딨다고."

류하연은 내 행동을 조금 껄끄럽게 여긴 듯 했으나, 정말 긴급피난이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맞겠지.

학교가 산 근처에 지어진 덕분에 옥상에 올라오면 도시를 제법 넓게 볼 수 있었다.


 곳에 데려온 목적인 전망대와의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았고...



"저기 위에 뭐가 보이세요?"

며칠 전 사령관님에게 했던 것처럼 손가락을 뻗어 근처에 있는 전망대를 가리켰다.

"...마마. 저게 뭐야...?"


 손가락 끝을 본 미하일은 곧바로 나의 팔에 조금 달라붙어서 몸을 작게 떨었다.



"...뭔가 흐릿한데. 위에 뭐가 있어..."

미하일 다음으로 두 번째로 적합률이 높은 서예린은 그 끝에서 무언가의 형체를 본 듯 했다.

"...아무것도 안보여."

류하연은 적합자가 아니니, 사령관님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주인공군은?

"나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뭐...?"


나의 예상과 다르게 주인공군도 아무것도 볼  없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하트... 너 정말로 아무것도 안보이는거야?"

내 옆에 붙은 미하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인공군에게 신중하게 다시 물었다.



"안개같은게 끼어있는데... 정확하게 보이지 않아."


역시 적합률 언더 40... 70을 넘겨 눈을 가지고 있는 미하일과는 다르게 전망대에 걸린 것을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곧바로 적합률을 올릴만한 행동이... 이 좁은 옥상에서 지칠  까지 달리게  수는 없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

갑자기 놀라면 적합률이 오른다고 했던가? 마침 시험해보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에잇."

- 푸욱.

사춘기 청소년은 갑작스러운 이성의 스킨십에 놀란다고 했던가.

주인공군의  뒤에 서서 허리 안쪽으로 팔을 넣어 몸을 끌어 안아봤다. 운동을 안 한 것 치곤 제법 탄탄하네.

"묘...묘월아?!"

예상대로 주인공군은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크게 당황하는 것 같았다.


"마마! 뭐하는 거야!!"


"묘..묘월씨?!"

하지만  갑작스러운 스킨십은 주인공군만을 놀라게 만든게 아닌 것 같았다.

"잘 붙는구나. 정말... 그런데 이유 없이 한건 아니겠지?"


서예린만 그저 덤덤하게 이 쪽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네. 이유가 있는 행동이에요. 주혁아 다시  번 저 쪽을 볼래?"


등위에 기댄 머리에 주인공군의 가쁘게 뛰는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아마도 성공한 것 같았다.



"...뭐야 저게... 차원기?"

드디어 주인공군도 그 실체를 확인한 것 같았다.

"그렇구나. 일시적인 동요에서 잠깐 적합률을 올렸던 거네..."

"역시 마마... 그런 약한 애가 좋아서 붙은건 아니었던 거야!"

"저...정말 걔랑 이상한 걸 하려던 건 아니지...?"

서예린의 설명을 듣자 미하일은 안도했지만, 류하연은 크게 동요한 것 같았다.


평소에 난교니 뭐니 험한 이야기를 꺼내도 결국 눈 앞의 이성과의 스킨십에는 당황하는 소녀였던건가.



전망대 위에 있는 것은 녹색의 거미의 무리. 한 마리 였던 거미가 소문이 깊어질수록 전망대 위의 거미는 수가 늘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가장 위에 두 발을 딛고 서있는 것은 거미의 모습을 했지만 거미가 아니었다.


거미가 아닌 그것은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붉은 수정이 박힌 거대한 여덟 개의 서브암이 등을 통해 거미의 다리처럼 뻗어나와 있었다.


"전망대 위에 자리 잡은 건... 교단의 간부야."



저 것이 교단의 두 번째 간부 아틀락 나챠의 전용기.

취록의 아틀락 나챠다.




---

"왜 아무도 몰랐던 거지? 저렇게  게 저 자리에 있는데... 아 다시 안보여..."


주인공군은 한참이나 전망대의 위를 쳐다보다가  모습이 다시 보이지 않게 된 듯 했다.

"적합률이 낮은 사람은 저 모습을 볼  없어."


존재를 각인시켜줬으면 목표는 이루었으니 더 이상 갑갑하게 뒤에서 붙어 있을 필요가 없어져서 허리에서 손을 놓아주었다.


"아..."


왠지 주인공군은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설명이 먼저다.


"타브하에서 거미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나랑 미하일이 전부일거야."

 눈으로 거미를   있는 것은 적합률이 70을 넘긴 적합자만 차원에 걸쳐진 거미의 모습을  수 있었다.

"역시 나는 마마처럼 우수해!"

"잘했어."


미하일은 나와 같은 선상에 올라간  기쁜 것인지 조금 우쭐해하길래 발꿈치를 들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면 난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아니야..?"

주인공군은 파일럿  자기만 거미를  수 없었다는 사실에 조금 우울해하는 것 같았다.




"1호기에 타면 제대로 보일거야. 기체가 적합률을 보정해 줄테니까."


맨 눈으로는 힘들어도 기체와 코어의 보정이 있다면 가능하겠지.

"거미들은 사람의 꿈을 먹고 있어. 최근에 사람들이 잠에 빠지게  것도 저 거미의 탓이야."


드림랜드와 현실 사이에 걸쳐진 렝의 거미들은 자신의 둥지를 크게 만들기 위해 사람들의 꿈을 이용하고 있다.

드림랜드를 넓혀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그래서 모두..."

비록 이 중에서 거미를 볼 수는 없었지만 류하연은 그 사실을 조금 분해하는 것 같았다.

"꿈을 이용하다니... 너무해."


미하일도 거미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자 솔직한 감상을 내놓았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주혁아."


"우리가...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좋은 자세야."


진실을 알게 된다면 이야기의 정의로운 주인공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았다.




"거미를 몰아내러 가자."

교단의 두 번째 다리는 벌써 연결 되었을 테니 현실로 나온 거미, 아틀락 나챠를 드림랜드로 돌려 보내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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