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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화 〉케필 · 레브 (113/152)



〈 113화 〉케필 · 레브

힘든 하루일과가 끝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숙소에 돌아가서 자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



"마마!"

사령부 입구에서 미하일을 만나게 되었다.


전투 현장에서 귀환한 후 늘 입고 다니는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금발의 외국인 소녀는 나를 향해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멀리서 달려오는 미하일을 보며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마마 거리는 금발의 파일럿들은 분리불안증세를 은근히 보인다는 논오피셜 통계가 있는데... 한 시간 동안 실종된 대가로 한달간 감금당하는게 아닐까...


속박계 캐릭터는 우리 오퍼레이터 한명으로 충분하다.

"잘 다녀왔어?"

나의 불안과 다르게 미하일은 나의 앞에 멈춰 서서 밝게 웃으며 물었다.

"응. 잘 다녀왔어."

미하일의 표정에도 불안함이나 걱정과 같은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걱정하게 만들었네... 미안해."


"걱정 안했어."

"응?"


생각하던 거랑 다른 답변이 들려왔다. 이건 정말 의외인데.


"마마가 그렇게 약해보이는 녀석에게 당할 리가 없잖아."

미하일은  치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처음부터 나를 믿고있었다는  여유롭게 이야기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나는 알지 못해. 그래도 돌아와줬잖아. 그걸로 만족해."

미하일은 조금 진지해진 표정을 짓곤 자신의 모국어로 이야기했다.

차라리 미하일의 언어를 몰랐더라면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저 낮선 외국어는 나에게 똑바로 들려왔다.




"계속 곁에 있어주기로 약속했잖아."

"고마워 마마."

여전히 나는 그녀의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른으로써 미하일이 낯선 타향에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너무 주인공군에게 신경이 쏠려 있다보니 미하일을 방치해두었다는 죄책감이 조금 들었다.


타브하의 인원들과 친목을 다질만한 자리를 만들어줬어야 했는데 미하일은 나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기억이 없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도 미하일 루트로 진입하는  아니라면 혼자서 겉도는 파일럿 역할인데...

미하일과 친목을 다질만한 행동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좋아 역시 친목을 다질 땐 그거 만한게 없지.

"미하일 이 뒤로 시간 있니?"

"응? 괜찮아. 왜?"

나의 질문에 미하일은 질문의 의도가 궁금한 것인지 나를 내려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같이 가줬으면 하는데 가 있는데... 괜찮니?"

"응! 같이 갈게!"




밝게 대답해준 미하일과 함께 단 둘이  기지에서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

미하일과 같이 온 곳은 타브하 안에 있는 목욕 시설.


복지시설의 일환으로 지어진 곳 치곤 제법 괜찮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예전에 얼핏 들은 기억이 났다.


목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했었는데 혼자가면 등을 밀수도 없고... 주인공군과 같이 갈 수도 없으니 동성인 미하일을 붙잡고 가기 딱 좋았다.

"흐어어... 시원하다."


제법 널찍한 탕의 따뜻한 물 온도가 오늘 하루 쌓인 피로를 풀기 정말 좋았다.


게이트 발생  생긴 문제에 대한 처리 때문에 바빠서 사람도 없고... 아니 애초에 업무시간대니까 지금 들어오는 건 비번인 사람 뿐이겠지.


하지만 비번인 사람도 굳이 오늘 씻으러 올 생각은 없었던 건지 전세를 낸 기분으로 목욕을 즐길 수 있었다.

목욕을 마치고 이대로 숙소에 돌아가서 한  자면 푹 잘수 있을 것 같았다.

외국인인 미하일은 이런 환경을 낮설어할 줄 알았지만  나라에도 목욕문화는 비슷했던   적응해서 혼자 놀고 있었다.

그러나 뜨거운 곳은 싫은 건지 넓직한 냉탕에서 혼자 헤엄을 치고 있었다.

"꺄하핫-"


다른 사람이 있었더라면 주의를 줬겠지만 지금은 나와 단  뿐이니 저 정도 놀게 하는건 괜찮다.


혼자 내버려둬도 정말 잘 놀고 있구나. 냉탕위로 이따금씩 금발이 보이며 물살을 거칠게 가르듯 헤엄치고 있었다.




뜨끈한 온탕에 등을 기댄  미하일의 헤엄을 바라보고 있자 아직 어린나이인데도 볼륨감이 좋은 미하일의 신체 곡선이 이따금씩 눈에 들어왔다.


성장 '가능성'만 있는 이 몸이랑은 다르게 히로인인 미하일은 몸이 좋구나...

"하아..."



뜨거운 물 아래로 비추어지는 나의 빈약한 가슴을 바라보자 조금 한숨이 나왔다.

젊어진 건 좋지만 이렇게 몸이 빈약해서야... 여자로써 매력을 느끼게 할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주인공군이라면 역시  쪽을 좋아할까. 하지만 서예린에게 별 관심이 없던걸 보면 나 정도의 사이즈라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 미쳤네!

- 촤악!


몸이 따뜻해져서 노곤해진 덕분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는걸 알아채곤 탕에서 일어나자 잠잠하던  위로 파문이 일었다.




- 풍덩!

해이해진 정신을 바로잡기 위해 미하일이 열심히 헤엄치고 있던 냉탕으로 한번에 입수했다.



"히이이익..."


정신을 차리겠다고 단번에 들어왔지만 생각보다 엄청 차가워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영구동토에서도 끄떡없던 몸은 어디로 간거지...


아, 지금 보니까 미하일이 찬물 밸브를 엄청 돌려놨구나... 수온은 어느새 10도 밑으로 떨어져있었다.


역시 추운 곳 출신이라 그런지 기본 온도는 미적지근하게 느껴졌었나 보다.



"마마도 수영하러 온 거야?"

내가 냉탕 안으로 들어오니 미하일은 헤엄을 멈추고 수면 위에 목만 내민  나를 바라보았다.



"그...그래 수영하러 온 거야!"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오니 느슨해진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었다.


나보다 어린 남자애인... 주인공군에게 가져버린 이상한 이 마음은 지금  자리에서 건전한 스포츠를 통해 떨쳐낼 것이다.

"승부하자! 승부!"


미하일은 자기와 같이 놀아주기 위해 내가 냉탕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나를 보고 기뻐했다.


승부를 걸어올 줄이야. 이래봬도 수영 하나는  했었다.



어디 한번 보여주실까. 필리스티아 베이스의 에이스 파일럿의 실력을.

---



미하일과  끝과 끝에서 수영을 겨루어보았으나 일방적으로 졌다.

옥상 문을 발로 걷어차서 열어버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정말 승부조차 되지 않는 일방적인 패배였다.


이것이 젊음인가...



"더 놀고 싶은데..."

"안 돼. 이제 그만 놀고 씻어야지."

승부는 졌지만 더 이상 헤엄치긴 지쳐버려서 몸을 씻기 위해 미하일을 냉탕에서 끌고 나왔다.

입구에서 일회용 목욕용품을 여러 개 팔고 있어서 따로 챙겨오지 않아도 되는 점이 참 좋았다.



"조금 간지러울 거야."

철썩!

옆 자리에 미하일을 앉힌 뒤 타올에 거품을 내서 무방비해 보이는 미하일의 등에 철썩 얹었다.



"히익!"

등 뒤에 얹힌 거품이 나는 타올에 놀란 것인지 미하일의 어깨가 조금 떨렸다.


나보다 키는 크더라도 어깨는 그렇게 넓진 않구나. 체력으로만 보면 좀 더 체격이 클 줄 알았지만 미소녀 보정에 의한 것인지 미하일의 몸은 예뻤다.


"아흐으..."


지금은 등에 얹어진 타올이 움직일 때 마다 몸을 흠칫흠칫 움직이는 게 전부였지만.

"다 됐다. 이제 나도 밀어줄래?"


갑작스러운 등밀이에 얼떨떨해하는 미하일이었지만 방금 전 까지 등을 닦아주던 타올을 건네니까 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듯 내 등을 밀어주었다.



철퍽 철퍽


"으응..."

작은 등 위로 거품이 인 타올이 부딪치는  느껴지자 입에서 조금 묘한 소리가 나버렸다.



이렇게 목욕을 같이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고 알몸의 교제를 나누어야 친해질 수 있는 거다.


물론 업무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과는 같이 오고 싶지 않지만 미하일과는 유사 모녀 관계니까 괜찮지 않을까.

...




서로 등을 밀어주고 몸을 씻은 뒤 조금  온탕에서 몸을 담그거나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밖으로 나왔다.


나나 미하일이나 머리가 길어서 말리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시간을 들여 씻으니 몸이 노곤한 게 기분이 좋았다.

"저거 하고 가자."

옷을 갈아입던 중 탈의실 안쪽에 마사지 의자 두개가 있는게 보였다.




"저게 뭐야?"


속옷을 입던 미하일은 마사지 의자는 처음 보는 것인지 신기한 듯 둘러보다가 내가 먼저 앉자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이건 이렇게 쓰는 거야."

- 짤그랑

꾸욱 

"흐으..."


동전이  기기 안으로 들어가자 의자가 조여들어가기 시작하며 몸을 압박하듯 꾹꾹 짜내기 시작했다.

전신이 감싸지는  그야말로 압박축제... 피로를 녹여주고 있었다.




"이거 눌러주는거 기분 좋아... 읏... 윽..."


미하일에겐 낮선 것이었을 테지만 부드럽게 몸을 눌러주는게 좋았던 듯 의자에 푹 기대어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마마..."

"왜 부르니 미하일..."


한참 마사지를 즐기고 있었을  미하일이 부르자 고개를 돌릴 수는 없지만 대답은 해주었다.

"그 안에서... 아하트가 발목을 잡진 않았어?"

"주혁이? 아니야 오히려 이번엔 걔가 거의 다 해결했어... "

굳이 누구와 싸웠다는 이야기는 생략했다.


"아하트...  망가져 있었는데?"


"그 애도... 하브릿 시스템을 썼어."

"그 녀석이...?"

뒤로  기대어있느라 미하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조금 의심이 담겨있었다.

처음 싸웠을 때 주인공군에게 깔끔하게 패배했으면서 아직까지 그 실력을 납득하진 못하는 것 같았다.

- 삑 삑!

괜히 주인공군을 의심하는  마음에 안 들어서 미하일의 마사지 세기를  단계 올렸다.

- 꽈아악! 꽉!

"아윽! 뭐야 이거!"

몸을  강하게 꽉꽉 조여 대기 시작하자 태평하게 마사지를 받고 있던 미하일은 놀랐지만 의자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동료를 의심하는 태도는 좋지 않단다. 미하일..."

"그... 그래도 갑자기 이러는 게 히익! 어딨어! 비겁해!"

- 삑! 삑!

미하일은 방금 전 나의 행동에 복수를 하듯 내 마사지 의자의 패널을 똑같이 조작했다.



- 꽈아아아악...! 꽉!

"꺄아악!"


어느 정도 체구가 있는 미하일과 다르게 작은 나의 몸을 꽉 쥐어 짜내자 비명이 나왔다.

편안해야 할 안마는 어느새 고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악! 이건 정말 아프다!

... 결국 마사지 의자의 시간이 끝날 때 까지 둘 다 사이좋게 온 몸을 쥐어 짜였다.

---

온몸이 얼얼해졌지만 의외로 확실하게 피로는 풀렸다. 정말 그레이트  기분이다.

미하일에게 어른답게 굴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음료수를 하나 사주기로 했다.


2호기 처럼 붉다는 이유만으로 딸기 우유를 고를 줄이야. 딸기우유는 빨간색이 아니라 분홍이긴 했지만...

자기 색상대로 고르는 거라면 난 흰 우유를 골라야 하겠지만 커피 우유를 골랐다.

복지 시설치고 물도 괜찮았고 한적한 게 다음에 다른 히로인들과 다 같이 와도 좋을  같았다.

"...나 잘 하고 있는게 맞는 걸까."

어느덧 깜깜해진 밖으로 나와 커피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있을  미하일은 짧게 푸념과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마마가 나대신 그 녹색의 차원기랑 게이트 안으로 끌려갔을 때...  아무것도 못했어."

아틀락 나챠와 함께 드림랜드 안으로 전이되었을  2호기는 차원수들을 상대하고 있었으니 어쩔  없었다.

"아하트는 마마에게 도움이 되었는데..."


기껏 기분 좋게 목욕을 하고선 미하일의 표정은 조금 우울해보였다.

"아니야. 미하일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차원수를 쓰러뜨릴 수 없었을 거야... 혼자 열 마리 넘게 잡았다고 사령관님께 들었어."

사령관님은 그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없었지만 전투 기록은 따로 읽어두길 잘했다.


"정말?  잘한  맞아?"

"그럼. 최강의 파일럿이잖아."

"내가... 최강... 에헤헤..."

조금 칭찬해주자 우울해하는 모습이 금방 사라진  같아보여서 다행이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주인공군과는 라이벌 관계라 마음을 터놓을 수도 없고, 다른 히로인들과도 연애관계가 아니면 늘 홀로 남는 외로운 아이다.


낮선 외지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이 아이를 나라도 위로해줄 수 있다면...


"미샤."


"...응!"

지금은 미하일과 나만 알고 있는 그녀의 본명을 불러주니 미샤는 밝게 웃었다.

"조만간 미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도와줄 수 있니?"


"응!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미샤는 자기가 나를 도와줄  있다는 사실에 정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표정이 솔직하게 보였다.

"중요한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데... 미샤와 모두의 도움이 필요해."

"...나 혼자만으로는 안되는 거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꺼내니 조금 표정이 불안해보였다.

"미샤가 가장 믿음직하지만  만으론 힘들 거야. ... 그리고 미샤가 모두와 친하게 지내줬으면 좋겠어."

"알았어. ...노력해볼게."


도움 요청에 이어서 친하게 지내달라는 말에 결국 미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미샤."

막 목욕을 마친 덕분에 부드러워진 고운 금발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 세계의 아이들은 정말로 순수하다.


그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지 해줄 수 있다...





---




드림랜드 사건이 일어난 같은 날 타브하와 멀리 떨어진 연구소.




연구소의 복도를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이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연구원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처럼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복도 끝에 있는 방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 쾅!

연구원이 문을 거칠게 열자 늦은 시간임에도  안에 사람은 남아있었던  밝은 조명이 들어와 있었다.



"박사님!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신 겁니까!"

밝은 조명 아래에는 단 한 개의 커다란 책상과 한 쌍을 이루는 커다란 의자가 어두워진 창가를 향해 돌아 앉아있었다.


"진정하게 조수군. 본래 과학의 발전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법이야."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발전은 노력을 수반한다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한건 3세대 양산화 계획에 맞춘 개발입니다! 박사님의 개인 연구가 아닙니다!"

"그 따분한 개발 말인가? ... 시대는 이미 창세의 단계를 넘었거늘. 쯧... 그런 구닥다리엔 관심이 없어."

연구소에 내려진 의뢰를 따분한 것이라고 일축한 '박사'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박사님이  대안은 말도 안 됩니다!"


- 쿵!

넓은 책상 위로 연구원의 품에서 두꺼운 서류더미가 내려지며  소리를 내었다.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개발 플랜! 기체에 적합한 파일럿조차 구할 수 없을겁니다!"

"그래서 재밌는 게 아닌가. 원오프 고성능 기체라니... 타브하의 제네시스 플랜에 대항하려면 이 정도는 만들어야지. 두근거리지 않는가? 하하하!"



여전히 연구원을 향해 몸을 돌리지 않은 채 즐겁게 웃는 박사를 향해 연구원은 진절머리가 난 것 같았다.

"저는  이상 이런 일은 못 따라가겠습니다! 다른 선배들을 따라서 그만두겠습니다!"



- 쾅!

서류더미 위로 한 장의 편지봉투. 사직서라 적힌 봉투를 내던진 채 방문을 거칠게 열고 나가버렸다.




- 끼이익...

연구원이 박사의 연구소장실을 나서자 의자에 앉아있던 박사는 마침내 의자를 돌려 서류더미 위에 얹혀진 사직서를 엄지와 검지 끝으로 집어 올렸다.




"이번으로 벌써 몇 번째 사직 희망이지... "

의자에 앉아있는 연구소의 탑.


과거 타브하의 베레시트 계획에 크게 관여했던 젊은 천재. '박사'는 씁쓸하게 웃으며 한숨을 흘렸다.


"기체는 완성되었지만... 파일럿을 구하지 못한 것뿐인데."

사직서 아래에 놓인 새로운 개발 계획이 담긴 청사진의 첫  위에는 [PROJECT :: KEFIR LEB] 가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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