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라파 베레시트
시모닉스 유닛의 고속비행모드 훈련을 시작한지 세 시간이 지났다.
커스텀 케루브와 주인공군의 적합률간의 조정이 잘 이루어진 듯 그 뒤로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장비의 사용법을 익히느라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그건 나도 미하일도 마찬가지였다.
아르베넷과 커스텀 케루브와 2호기간의 비행속도는 거의 비슷비슷했다.
같은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 인건지 눈에띄는 성능의 차이는 없었지만 조종 실력에 따른 차이는 조금 있었다.
두개의 코어를 전부 끌어 급가속을 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주인공군이 우세했고, 트리키한 조작이나 섬세한 움직임이 필요한 부분에선 미하일이 앞섰다.
그리고 나는 놀랍게도 그냥 둘의 평균값 정도의 실력이었다.
급가속은 주인공군보다 출력이 약하고. 섬세함은 미하일 보다는 조금 못했다. 절대로 일등은 되지 못할 이등 정도의 실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훈련도 제법 오래한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마칠까.
점심 먹은 것도 슬슬 소화가 되가는 것 같고 누워서 쉬고 싶다.
퇴근하고 셋이 목욕이라도 하러 갈까. 저번에 갔던 기지 내 목욕탕에 셋이 가면 전세내고 쓰기 좋을 텐데.
목욕생각을 하니 더 이상 훈련을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마치자는 생각이 들자마자 아르베넷을 폐건물 위에 내렸다.
"오늘은 슬슬 시마이하자."
< 시마이? >
< 무슨뜻이야? >
나의 통신을 들은 주인공군과 미하일은 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듯 의아해했다.
아 요즘 애들은 시마이치자고 하면 알아듣지 못하던가...
스메기리도 와라바시도 모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게 올바른 언어생활이겠지만. 어릴 때 부터 쓰다보니 붙은 언어는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끝내자는 이야기야. 둘 다 고생했어."
< 그런 이야기였구나... 난 찬성. >
푸른색의 커스텀 케루브가 아르베넷의 옆에 내려앉았다.
< 여기서 끝이야? >
미하일은 아쉬운 듯 말했지만 2호기를 건물 위로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으나.
- 슈우우우우!
허공을 가로지르며 미하일을 향해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 뭐 ?! >
2호기는 순간적으로 시모닉스 유닛을 역기동시켜 공중으로 솟아올라 자신을 노리는 것을 피했다.
- 쾅!
2호기가 내려오려고 했던 자리를 정확히 노리듯 아르베넷의 옆에 내리꽂히며 분진을 일으켜 시야를 가렸다.
만약 이대로 2호기가 내려왔다면 2호기는... 아니 미하일은 큰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잠시 후 분진이 걷히며 미하일을 노렸던 것의 모습이 드러났다.
땅 위에 꽂힌 백색의 구조물은 아래가 긴 마름모꼴을 하고 있었다.
방패처럼 보이기도. 날개처럼 보이기도 하는 신비한 모양새의 물건이었다.
"백색... 란테고스?"
눈앞의 것을 보고 란테고스의 소행으로 생각했으나.
자세히 보니 란테고스의 유백색과는 다르게 구조물은 순수한 ... 아르베넷과 같은 백색의 색을 띄고 있었다.
백색의 구조물은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미하일. 괜찮니?"
< 나는 괜찮... >
< 생각보다 빠르네? 느려보였는데! >
나와 미하일의 통신채널 사이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러나 이 목소리의 출처는 통신이 아니었다.
통신망의 주파수에는 전혀 잡히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는 뚜렷하게 들리고 있었다.
- 덜그럭... 덜그럭... 슈우우!
목소리가 들리는 것과 함께, 백색의 구조물은 땅에서 뽑혀 날아왔던 방향을 향해 스스로 돌아갔다.
< 흥 흐흥 >
어딘가 흥얼거리는 듯 한 허밍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미하일이나 나의 목소리보다 조금 더 높은 톤의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조물이 날아간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그 곳에는 아르베넷과 비슷하지만 전혀 닮지 않은.
어딘가 닮은 듯 한 느낌만 주는.
순수한 백색의 기체가 태양을 등지고 공중 위에 떠 있었다.
머리 위에는 백색의 고리를 띄우고.
기체의 주변에는 날개와 같은 여섯 장의 장갑판을 펼친 채 떠 있었다.
---
공중에 떠있는 백색의 기체는 자신의 주변에 우리에게 던진 것과 똑같은 장갑판을 여섯 장을 두르고 있었다.
장갑판은 몸체에 직접 붙은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간격을 둔 채 주변에 떠 있었다.
"주혁아! 미하일! 조심해!"
알 수 없는 기체를 경계하기 위해 급히 통신을 열어 두 명의 이름을 외쳤지만.
- 지지직...
"주혁아...? 미하일...?"
통신은 닿지 않았다.
무언가에 의해서 차단 된 것 처럼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엘! 통신을 수복해!"
엘을 불러 통신을 회복하려고 했지만.
"엘...?"
서브 파일럿 유닛에 장착된 엘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백색의 기체는 우리, 아니. 나를 기다리듯 가만히 아르베넷을 내려 보고 있었다.
- 삐이!
"아윽!"
그 순간 머리를 찌르는 듯 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귀 안이 울리며 잠깐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
< 그 안에 있는 건 형제야? >
잠시 후 먹먹함이 가라앉자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니터를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여전히 통신망은 차단되어 있었다.
< 안 들려? 들리지 않는 거야? 그 안에 없는 거야? >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대답을 갈구하듯 반복해서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너는... 누구야?"
조심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향해 대답을 던졌다.
< 역시 들리는구나! 넌 형제지? 그런 모습의 형제는 본 적이 없는데. 열 번째야? 아니면 열 한번째? >
내가 조십스럽게 대답을 던지자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어딘가 신난 것처럼 빠른 속도로 질문을 돌려주었다.
"잠깐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열한번째? 열 번째?"
그러나 나는 여자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여자자이가 말하는 형제와 숫자 사이의 연 관점을 알 수 없었다.
< 어라... 너 형제가 아니야? >
모르겠다는 답을 돌려주자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어딘가 가라앉은 것 같았다.
< 음 이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수 있겠지? >
"무슨 소리야? 알아듣는다니..."
[ □□□ □□□ □□□□? □□□ ]
잠시 후 여자아이는 알 수 없는 언어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 세상의 어느 언어와도 닮지 않은 듯한 이질적인 언어가 들렸다.
노래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시와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
< 천사의 말. 할 줄 모르는거야? >
대답을 하지 않자.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대답을 하지 않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마치 상식을 모르는 것을 보았을 때 처럼 의아해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 나와 같은 몸이 있으면서 어째서 모르는 거야? >
같은 몸이라는 이야기를 직접 듣자. 눈앞의 기체에 대한 정체가 어느정도 추론이 되기 시작했다.
아마 저 기체는 아르베넷과 유사한 기체... '사도'.
다른 사도가 있다는 건 꿈속에서 본 관이나 여자 덕분에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갑자기 만나게 되자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눈앞의 사도는 아군일까, 아니면 적일까?
< 넌 정말 형제가 아니야? >
사도는 계속해서 '형제'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물었다.
"몰라."
모르는 것엔 억지로 안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 삐이이!
"읏...!"
나의 대답과 함께 다시 한 번 이명이 울렸다.
< 마마! >
< 묘월아! >
이명이 가라앉으며 노이즈가 사라지자. 통신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 네 번째 처럼 기억을 잃은 형제인건지. 정말 형제가 아닌 건지 모르겠어. >
방금 전처럼 통신망이 아닌 기체 밖으로 직접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와 함께. 아르베넷을 내려 보던 백색의 사도가 팔을 뻗었다.
- 키이잉...
사도의 팔을 중심으로 백색의 장갑판 세 장이 모인 뒤 회전하기 시작했다.
< 그런 건 싸워보면 알 수 있겠지? >
백색의 장갑판 세 장은 아르베넷을 향해 날을 세운 채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카나프! >
여자아이의 짧은 외침과 함께.
세 장의 장갑판은 날카로운 끝을 세운 채 아르베넷을 향해 날아왔다.
---
- 키이이이잉!
외침과 함께 날아온 세 장의 장갑판은 곧바로 아르베넷을 노려 날아왔다.
< 어딜! >
- 탕! 탕! 탕!
2호기가 들고 있던 숏 라이플의 탄환이 날아오는 장갑판을 맞추자 장갑판의 궤도가 약간 옆으로 비꼈다.
- 카앙! 쾅!
커스텀 케루브는 대검을 휘둘러 장갑판의 옆을 걷어쳐내자 장갑판은 방향을 잃어 건물의 잔해 사이로 처박혔다.
< 너희들 성가셔! 지금 형제일지 모르는 형제랑 싸우고 있잖아! >
나를 향한 공격이 실패하자 백색의 사도 안에 탄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어린아이처럼 화를 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틈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아르베넷이 가장 앞. 커스텀 케루브와 2호기가 각각 왼쪽과 오른쪽을 노려 달려들었다.
- 파칵!
달려든 것과 동시에 사도의 주변에 떠있던 세 장의 장갑판이 우리를 막았다.
< 뭐야 이거... 스스로 움직이는 거야? >
2호기는 자신을 막은 장갑판을 떨쳐내려는 듯 힘을 다해 밀고 있었다.
< 무거워...! >
커스텀 케루브는 대검의 한쪽 날을 왼손으로 받친 채 장갑판을 밀고 있었지만. 버티고 있는 2호기와는 다르게 점점 뒤로 밀려가는 게 보였다.
아르베넷의 앞에도 장갑판 한 장이 사도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었지만.
- 콰앙!
아르베넷의 오른쪽 주먹을 크게 휘두르자 장갑판은 아르베넷을 막지 못한 채 옆으로 힘없이 밀려나갔다.
< 어? 너 어떻게 카나프를 쳐낸 거야! >
자신을 지켜주던 장갑판이 사라진 것을 본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크게 당황한 것 같았다.
방어가 풀린 사도를 향해 왼쪽 주먹을 내지르려고 했지만.
- 슈우우우!
건물에 박혀있던 세장의 장갑판이 아르베넷의 등을 노리고 날아왔다.
"쳇!"
옆으로 힘없이 밀려났던 장갑판을 붙잡은 채 공중에서 아르베넷을 한 바퀴 돌려 장갑판을 피했다.
< 우와 아아아?! >
아르베넷을 노리고 날아오던 장갑판은 지켜야 할 주인을 향해 곧바로 날아갔다.
- 콰아아아앙!
주인을 지키려고 했던 세 장의 장갑판은 도리어 주인을 붙잡은 채 날아가 버린 뒤 큰 소리와 함께 주인과 같이 건물에 박혀버렸다.
---
< 풀렸다... >
백색의 사도가 멀리 날아가자 커스텀 케루브와 2호기를 묶고 있던 장갑판의 힘이 약해지더니 주인이 날아간 방향을 향해 돌아갔다.
< 떨쳐낼 수 없었어... >
2호기와 함께 한 장의 장갑판에 고전했던 미하일의 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 쿠구구구구...!
잔해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백색의 사도가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 위험하잖아! 이런걸 맞게 하다니! >
우리를 향해 던졌던 녀석이 할 소리인가.
건물의 잔해에서 나온 백색의 사도는 세 장의 장갑판에 정통으로 얻어맞았지만 어느 곳에도 손상은 없어 보였다.
"상대는 어린애 같아! 저 이상한 걸 움직일 틈을 주지 마!"
- 탕! 탕! 탕!
나의 지시와 함께 2호기는 백색의 사도를 향해 라이플을 갈겼다.
- 파칵! 캉!
< 앗! 내가 말하는 중인데! 비겁해! >
그러나 주인을 향해 날아오는 라이플의 탄환을 백색의 장갑판이 스스로 움직여 막아내었다.
"원거리 공격은 소용없나... 주혁아!"
- 슈우우우!
커스텀 케루브가 양 손으로 쥔 대검을 치켜들고 백색의 사도를 향해 날아올랐다.
< 너희들... 성가셔! 전부 [ 떨어져 ! ] >
어린 소녀의 억지와도 같은 외침이 들렸다.
그 순간.
어린 소녀의 외침과 함께, 기체의 등에 달려있던 시모닉스 유닛의 움직임이.
코어가.
멈췄다.
- 슈우우우...
코어가 멈춘 시모닉스 유닛은 거대하고 무거운 무게추가 되어 기체의 등에 부담을 가했다.
< 어? 어어 어어! >
가장 먼저 중량이 제일 무거운 커스텀 케루브가 아래로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 우와 아아아! >
이어서 미하일의 2호기가 점점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 슈우우우!
아르베넷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가장 높은 곳에 떠있었던 아르베넷은 빠르게 지상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날개가 없어도... 이 정도 쯤이야!"
등 뒤에 달린 시모닉스 유닛의 무게에 끌려 하늘을 바라본 채 떨어지고 있던 아르베넷은.
- 파캉! 파캉!
조종간 안쪽의 버튼을 눌러 고정록을 풀어버린 뒤 시모닉스 유닛을 분리해냈다.
- 콰악!
땅으로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옆에 있었던 건물에 아르베넷의 거대한 팔을 박아 넣었다.
- 카... 가각...
건물에 박힌 거대한 오른팔은 건물을 서서히 갉아내며 아르베넷의 속도를 줄여주고 있었다.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 쯤.
- 쾅!
건물을 발로 쳐낸 뒤 백색의 사도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 뭐야! 너 어떻게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거야?! >
달려오는 아르베넷을 본 백색의 사도 속 여자아이는 놀란 듯.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듯 소리를 질렀다.
< 카나프! >
다시 한 번 아르베넷을 노려 다섯 장의 장갑판이 날아왔다.
- 슈우우우!
조종간을 바짝 당겨 아르베넷의 몸체를 돌려 날아오는 장갑판을 전부 피했다.
"으윽...!"
결코 가벼운 움직임은 아니었기에 몸의 곳곳을 누르는 듯 한 가속도가 느껴졌다.
- 슈우우!
백색의 사도를 지키던 마지막 한 장의 장갑판이 아르베넷을 막으려는 듯 넓은 면을 펼쳤지만.
- 카앙!
아르베넷의 왼 손 안에서 창을 꺼내어 던져내 장갑판을 건물의 벽에 꿰어 꽂았다.
< 아앗! 내 카나프가! >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어 보였던 백색의 장갑판은 아르베넷의 창에 꿰인 채 움직이지 못했다.
"하아앗!"
- 콰직!
모든 방어를 상실한 백색의 사도를 향해 아르베넷의 오른 손을 휘둘러 한방 먹일 수 있었다.
아르베넷의 손이 백색의 사도의 가슴을 도려내듯 긁어내었다.
"꺄악!"
새 된 비명소리와 함께.
뜯겨나간 사도의 가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르베넷과 비슷한 느낌의 조종석이었다.
그 안에는 하얀 천을 걸친 갈색 피부의 어려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여자아이의 머리는 나의 것 처럼 은빛을 받아 밝게 빛났으며.
여자아이의 눈은 나의 것 처럼 붉었다.
"저게... 사도!"
사도의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여자아이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후... 후퇴!"
그 안에 있던 여자아이는 다급하게 외쳤다.
- 키이이!
여자아이의 외침과 함께 백색의 사도의 머리 위에 떠있던 하얀 고리가 강하게 빛난 뒤, 사도가 하늘 높이 솟아 올라가버렸다.
시모닉스 유닛이 없는 아르베넷은 더 이상 공중에 머무를 수 없는 듯 사도를 붙잡지 못한 채 점점 땅으로 떨어져가고 있었다.
눈앞에 도망치는 사도를 향해 오른 팔을 뻗었지만. 손은 닿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뻗을 뿐이었다.
- 슈우우...!
"다...다음엔 가만 안둘 거야!"
곧이어 창과 함께 벽에 꿰인 한 장의 장갑판을 제외한 다섯 장의 장갑판이 사도를 향해 돌아갔고.
여자아이의 외침과 함께 사도는 다섯 장의 장갑판과 함께 도망쳐버렸다.
"아..."
이 세계에서 처음 만난 사도를.
변해버린 나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기회를.
나는 놓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