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1화 〉6 그리고 7 (141/152)



〈 141화 〉6 그리고 7

- 파아악!


백색의 사도가 팔을 잃은 2호기를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다.


< 쳇 !>


2호기의 오른팔에 겨우 뼈대만 남아있던 골야트의 팔이 달려드는 사도를 향해 휘둘러졌다.



- 콰드득...!


사도의 주먹과 골야트의 팔이 맞부딪쳤다.


< 소용없어! >

천사를 쉽게 찢어내었던 거인의 팔은 사도의 힘 앞에서 너무나 무력하게 찢겨나가며 강철의 잔해가 무너진 활주로 위로 떨어져내렸다.


정말 강해... >

2호기 안의 미하일은 재빠르게 조종간을 움직여 무너진  유닛을 분리하고 2호기의 허벅지 안에서 단검을 사출해 손에 쥐었다.

- 채앵!

단검이 사도의 주먹을 빗겨 팔 아래를 그어내자 사도의 주먹이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 >


힘이 실린 주먹이 미하일의 테크닉 앞에 흘려져 버리자 사도는 당황한 듯 했다.

미하일에게 눈앞의 적은 분명히 강하다.

고작 한번 싸워본 교단의 기체들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상대다.




< 하지만 마마보다는 약해! >

- 파칵!


사도의 주먹을 빗겨낸 뒤 벌어진 틈 사이로 2호기는 단검을 사도의  안쪽 관절 틈 사이에 박아 넣었다.

< 잔재주를! >


보통의 기체였다면 관절 이음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만으로 작동을 멈출지도 모르지만.

세상의 섭리를 넘은 육신에게 잔재주는 통하지 않았다.

팔을 가볍게 접은 것만으로 단검은 부서져 바닥 아래로 떨어졌다.

- 위잉...

골야트의 팔과 함께  무너져가던 브니엘의 등에 달려있던 작은 서브 암이 없어진 2호기의 왼팔을 대신해 사도의 몸을 붙잡았다.



< 하아 아아!... >


브니엘의 등에 겨우 남아있던 잔여 연료를 소진해 2호기는 최고 속도로 가속했다.

< 인간 주제에...! >

사도는 자신을 붙잡은  가속하는 2호기를 밀치려 했지만 곧바로 2호기의 다리가 사도의 다리 안쪽을 향해 들어왔다.

- 콰아아아앙!

2호기가 안쪽으로 다리를 걸자 사도는 몸의 중심을 잃듯 바닥으로 미끄러져 넘어져버렸다.

인간의 아이가 신의 대리인을 쓰러뜨렸다.


---



아버지도... 아버지도 인간에게 넘어진 적이 없는데 !!! >


사도 안의 어린아이는 미하일의 테크닉에 넘어진  제법 분한 것 같았다.



"잘했어 미하일!"


아르베넷을 둘러싼 천사와 대치하는 상황이었기에 2호기를 도울 수 없었지만 미하일은 혼자서 위기를 넘겼다.


사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2호기에게 덤벼들었지만 2호기는 한쪽 팔이 없더라도 사도를 요령껏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디까지나 피하고 흘려내고 있을 뿐. 2호기는 사도에게 제대로 된 데미지는 입히고 있지 못했다.

당장 2호기를 도와줘야 했지만...


- 콰아앙!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여러 갈래의 광선이 아르베넷을 노려 쏟아졌다.


여섯이 넘는 천사는 나조차도 상대하기 버거웠다.


천사의 움직임은 하나하나가 베테랑 파일럿에 맞먹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나타나는 틈을 노리면 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지만. 완전히 나타난 뒤로는 상대가 힘들었다.



코어를 통해 기체와 연결되는 우리들과는 다르게 온연한 자신의 몸으로 움직이는 것을 상대하는 건 골치아팠다.

천사들은 최소한의 딜레이도 없이 생각과 동시에 몸이 움직이는 존재였다.


- 샤악!


천사의 검이 휘둘러져 왔다.



- 콰직!


몸을 틀어 피한  비어있는 가슴 아래를 노려 코어를 일격에 잡아 터뜨렸다.


- 스스스...


코어가 한방에 파괴되자 천사는 가루가 되어 땅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파삿!


하나의 천사를 쓰러뜨린 사이 다른 천사의 코어를 노려 손등의 수정을 통해 광선을 쏘았다.

- 그 극...극... 콰앙!

광선에 가슴이 꿰뚫려 코어가 깨지기 시작하자 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사의 몸이 부풀다가 터져버렸다.


정말 성가신 적이다.

코어를 온전히 부수지 못하면 몸 전체가 폭발해버려 부수적인 피해를 입히고.

코어를 부수기 위해 가까이 접근한다면 빠른 속도로 피해버리거나 매서운 공격이 이어진다.


지금도 짧은 시간 안에 두마리를 해치웠지만.


이 사이에 사격이 세발이나 쏟아졌다.

아까 절단한 사도의 장갑판을 왼팔에 장비해둔 덕분에 직접 사격에 노출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사도와의 연결은 끊어져 비행은 못하게 된 것 같았지만 재질은 쓸 만했다.


"성가셔!"


- 콰득!

장갑판으로 천사의 머리를 뭉개버리는데도 제법 큰 쓸모가 있었다.



- ...

머리가 뭉개진 천사는 몸만을 돌려 아르베넷을 향해 라이플로 변한 오른손을 겨누었다.

눈이 없는 녀석이니 머리가 없어도 시야엔 문제가 없던 듯 정확하게 아르베넷을 노려 사격을 가했다.

"큭!"

재빨리 천사의 팔을 옆으로 밀어냈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 파사앗...


붉은 광선이 아르베넷의 가슴 옆을 스쳐 쏘아지자 상흔과 검게 그을린 자국이 아르베넷의 가슴에 남겨졌다.

 것들은 아르베넷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요! 조심하세요! 마스터! >

엘의 경고와 함께 머리를 잃은 천사를 장갑판으로 밀쳤다.



"하아...하..."


점점 몸이 지쳐가는게 느껴졌다.

계속되는 긴장감 속에서 아르베넷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상대로 오랜 시간 집중을 유지하긴 힘들었다.

그동안 속전속결로 전투를 끝낸 탓인지 장기전에서 지치게 될 줄은 몰랐다.


적어도 한명정도 더 지원이 있었더라면...




- 스슥... 슥

천사는  기가 쓰러질 때 마다 전장의 상황을 학습하듯 공격을 피하는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 콰앙!

반면 아르베넷을 향해 노려오는 공격은 점점 정밀해져갔다.

피로가 쌓여간다.



쾅!

그러나 천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냥감이 지친 틈을 노리는 짐승처럼. 아르베넷을 노려오고 있었다.


< 마스터! >

"앗...!"

엘의 부름으로 피로 속에서 정신이 겨우 들었다.



아르베넷은 포위당했다.

천사의 검과 라이플이 점점 아르베넷을 몰고 있었다.


기초적인 전술 실수였다.



아르베넷의 자세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피곤했더라도 이런 실수를  줄은... 천사의 포위망을 쉽게 빠져가가니 힘들어보였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피하는 방법도 막으려는 듯 천사는 지면에서 낮게 날아올랐다.


- 꽈악...


아르베넷의 오른손으로 창을 강하게 당겨 잡았다.

한 마리를 돌파한다면 약간의 피해만 입은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 같으면 고려할 가치조차 없는 도박이었지만 방심의 대가는 컸다.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누군가 도와준다면...

- 콰앙!

나약해진 마음과 함께 손이 떨리기 시작한 순간. 하늘에서 붉은 광선이 쏘아졌다.


"읏..."



아르베넷을 향해 노린 줄 알고 급하게 장갑판을 들어 올렸지만.


광선은 아르베넷에게 쏘아진 것이 아니었다.



- 푸칵...!


광선이 노린 것은 아르베넷이 아닌 천사였다.


가슴의 코어가 터져버린 천사는 공중에서 재가 되어 흩날렸다.



광선이 쏘아진 곳 너머에는 흑철색의 실루엣이 서 있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금속 라이플을 들고 있는 회색빛의 거인.


"주혁아...!"

새로워진 1호기.

라파 베레시트가  있었다.


---



회색빛의 라파 베레시트는 기다란 라이플을 들고 있었다.

아르베넷의 라자루스가 짧아지는 것과는 대조되게 기본 병장보다 두 배는  라이플을 견착하고 있었다.



새로운 적을 인식한 천사들은 아르베넷을 내버려둔 채 1호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 돼! 아직 새 기체에 익숙하지 않을 텐데 저렇게 많은 상대는..."


1호기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 각도로 창을 던지기 위해 준비를 마쳤지만.



"아윽..."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조종간을  손 끝이 떨리며 아르베넷이  창이 아래로 쳐졌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얼른 주혁이를 돕지 않으면...


- 콰앙! 쾅!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1호기는 부동자세로 라이플만 들어 올려 천사의 코어를 단 두발의 사격으로 정확히 폭발시켰다.



"어..."


1호기를 노리는 천사는 순식간에 제거되었다.


슈우우...


1호기의 라이플 끝에서 사격을 마친 뒤 연기가 조금 솟아 올랐다.




1호기는 나의 도움 없이도 성과를 올렸다.


내가 바라던 믿음직한 모습에 한발자국 가까워진 것 같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시한 감상을 가질 때가 아니다.

천사를 쓰러뜨렸으니 얼른 1호기와 함께 2호기를 도와야한다.

떨리는 손으로 다시 조종간을 쥐어 한쪽 무릎을 꿇은 아르베넷을 일으켰다.





< 응? >


계속해서 2호기를 노리던 사도의 안에서 의아한  한 목소리가 들렸다.



< 언니? >


사도는 움직임을 멈춘  1호기를 돌아보았다.



< 이 느낌은... 세 번째 언니? 언니지! >

사도 안의 어린아이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2호기에게 보이던 적대심을 지워낸  1호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 언니! >

사도는  팔을 들어 올려 눈 앞의 1호기가 자신에게 오는 것을 환영하고 있었다.



기이이...


그러나 1호기는.

자신을 환영하는 상대를 향해 라이플을 겨누었다.




- 콰앙!

라이플의 끝에서 붉은 섬광이 쏘아졌다.

< 어... >

사도의 조종석을 향해 정통으로 붉은 섬광이 쏘아져 나갔지만.



- 파앙!

사도의 주변을 맴돌던 장갑판이 겹쳐져 사격을 흘려내었다.



< 언니... 어째서? >


사도 안의 어린아이는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 언니가... 어째서... 나를 노리는 거야...? 응? >



< 엘 멈춰! >


사도의 장갑판이 움직여 1호기를 향해 매섭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 카앙! 쾅!

1호기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장갑판을 견제하듯 라이플을 쏘자 장갑판은 궤도를 바꿔 빗겨나갔다.




< 저것은... 사도가 아닙니다. 주인님. >

통신 너머로 이질적인 목소리가 하나 끼어들었다.

역시 저 쪽에도 엘이 있는 건가...


< 세 번째 언니! 언니가 맞다면 얼른 대답해줘! 엘이 오해를 하고 있어...! >


방금 전 장갑판을 날린 것은 어린아이의 의지가 아니었던 듯 어린아이는 1호기를 향해 호소하고 있었다.




< ...아니야. >


전장에 나타난 뒤로 침묵하고 있었던 1호기의 안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 나는... 네가 찾고 있는 사람이 아니야. >

통신망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남자의... 목소리 ? >


이제는 강해져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스스로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 있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어른이 되어가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슈욱!

 순간 눈앞에서 1호기가 사라졌다.


카앙!

시야에서 사라진 1호기는 사도의 머리 위에서 나타나 사도를 향해 푸르게 빛나는 검을 내리쳤다.

< 크읏! >

사도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팔을 올려 공격을 막는게 전부였다.



< 그리고 나는. ...너를 용서할  없어. >


계속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딘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 언니가 아니면... 됐어. >


사도는  팔을 강하게 틀어 1호기를 떨쳐넀다.

< 엘... 검을 꺼내줘. >

< ... 알겠습니다. 주인님. >



1호기와 거리를 벌린 사도는 한 손을 바닥 아래로 펼쳤다.


- 쌔애액...



사도가 펼친 오른손 아래의 바닥에서 작은 게이트가 열렸다.

게이트의 안에서 백색의 자루가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 빠드득... 득...

그 안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은 한 자루의 검이었다.


사도는 백색의 검을 손에 쥐어 게이트 안에서 완전히 뽑아내었다.



완전히 뽑아낸 검은 2호기가 휘두르던 특대검과도 비슷한 사이즈의 거대한 무기였다.



< 아론 마흐타. >

사도는 검을 높게 들어 올리며 검을 바라본  입을 열었다.




형제를 사칭해 나를 속이려던 너는. >

사도는 높게 들어 올린 검을 1호기를 향해 겨누었다.

< 아버지에게도 용서받을 수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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