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외전 : 은빛의 새
< 저게 목표에요! 대장! 선배! >
< 엄청 크잖아! >
은빛으로 빛나는 새가 거대한 날개를 펼치자 설원위로 떠오른 달빛을 받은 날개는 아름답게 빛났다.
< 확실히 차원수는 아니군... >
아무리 이 세계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차원수라 하더라도 전신을 금속으로 두른 차원수는 없었다.
이국에서 발견된 갑각을 두른 차원수도 어디까지나 생물학적인 갑피일 뿐, 저런 찬란한 빛을 띠는 갑피는 가지지 못한다.
< 저게 차원기라면 사람이 타고 있는게 아닌가요? >
< 사람이 타고 있더라도 알게 뭐냐. 상대는 테러리스트야. 대장 빨리 대응을... >
눈앞에 나타난 것이 차원수가 아니더라도 며칠간 방공시설을 여럿 파괴한 파괴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02는 지휘기인 01에게 대응을 요구했다.
< ... 대장? >
그러나 통신 너머로 01은 침묵하고 있었다.
'저건 이 세계의 기술이 아니야...'
엘리세바는 자신의 앞에서 날개를 펼친 은빛의 새를 보고 굳게 감겨있던 듯 한 얄팍한 눈을 뜬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새는 분명 다른 열두 사도와 같은 형제의 느낌이 느껴졌다.
'그 사람은 그 곳에 남겠다고 했는데 어째서? ...'
새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아버지'가 돌아올 때 까지 무너져가는 세계에서 아이들을 지키겠다고 다짐한 형제의 느낌이었다.
흑색의 거인과 은빛의 새 사이에는 먼 거리뿐만이 아니라 철갑의 격벽으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그녀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성찬을 나누어주신 건가요.'
그녀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눈앞에 있는 것은 형제의 육체를 나누어 받은 성찬식의 아이다.
< 대장! 어떻게 할 겁니까! >
- 픽
엘리세바는 잠시 다른 02와 03과의 통신을 끊었다.
[ 성찬식을 받은 분. 들리시나요? ]
그녀는 조종석의 위에 얹혀진 백색의 원반.
엘의 위에 손을 얹은 채 잔잔한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했다.
사도와 인간의 정신을 잇기 위해 기계 천사의 힘을 빌린 의사의 전달.
엘리세바는 은빛의 새 안에 존재할 성찬식을 받은 자에게 사념으로 이루어진 대화를 시도했다.
- ...
곧 대답이 돌아올 거란 그녀의 바람과는 다르게 응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 샤아아악!
은빛의 새. 형제의 아이는 오히려 01을 향해 날카로운 두 발톱을 뽑아들어 달려 들어왔다.
- 투캉!
< 뭘 하고 계신 겁니까! 대장! >
02는 달려드는 거대한 두 발톱을 철갑의 방패로 들어 막아내었다.
통신망에 응답하지 않는 01에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 사념이 아닌 목소리로. 기체 외부에 달린 스피커로 01을 불러냈다.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는 걸까요..."
엘의 위에서 손을 내린 엘리세바는 작은 한숨을 내쉰 채 굵고 투박한 조종간의 위에 다시 손을 얹었다.
형제의 아이. 형제가 사랑을 베푼 아이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성찬을 배풀어본 적은 없었지만, 그렇기에 성찬을 받은 아이를 더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 사념은 통했습니다. 저 쪽이 응답하지 않을 뿐이지요... ]
백색의 원반. 기계 천사 엘은 작게 팽그르르 돌며 자신의 주인을 위로하는 듯 말을 건네었다.
"어쩔 수 없지요. 대화에 응할 마음이 없다면..."
- 기이잉...
01의 오른 옆구리 아래에 껴있던 흑철색의 주포가 은빛의 새를 향해 겨누어졌다.
- 콰아아!!!
흑철색의 주포는 붉은 광선을 위를 향해서 달을 반으로 가르듯 하늘 위로 뻗어나갔다.
"때려눕혀서라도 대화를 이어가겠어요."
흑색의 주포의 끝이 고열로 붉게 타들어가듯 빛났다.
---
< 미안해요. 잠깐 통신에 이상이 생겼었어요. >
통신 너머로 01의 안에 타고 있던 엘리세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는 것과 함께 은빛의 소속불명기를 향해 사격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은빛의 새는 여유롭게 날개를 틀어 공중에서 자신을 향해 노려져오는 붉은 빛을 피했다.
< 첫 사격은 빗나간 건가요... 상대를 붙잡아 주세요. >
비록 첫 사격은 경고의 의미를 담아 쏘았기에 빗나갔지만 다음 사격이라면 그녀는 확실하게 명중시킬 수 있다.
이미 기체의 사격용 스코프 모니터 위에는 은빛의 새를 확실히 담고 있었다.
- 삐비빅...
삼각형의 조준 스코프 3개가 모니터의 세 좌표를 천천히 좁아져가며 은빛의 새를 향해 기계적인 조준을 끝내고 있었다.
남은 것은 그녀가 검지 위의 버튼을 누르는 것 뿐.
- 삐
그녀가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은빛의 새는 조준 스코프 위에서 사라져 버렸다.
< 목표! 사라졌습니다! >
다급한 03의 보고처럼 방금 전 까지 02의 앞에서 날고 있던 은빛의 새는 사라졌다.
< 분명 눈앞에 있었는데...? >
은빛의 새는 모두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02는 한 손에 쥔 금속의 방패를 단단히 올린 채 다시 경계했다.
< 레이더에 다시 감지되었습니다! 위치는... 선배의 뒤에요! >
- 샤아아아!!
은빛의 새는 어느새 02의 뒤에서 나타난 채 날개를 펼쳤다.
마치 이 세상에서 잠깐 사라졌던 것처럼 보이지 않았던 은빛의 새는 02를 향해 달려들었다.
< 우왓! >
- 카가각... 깡!
은빛의 새는 거대한 방패의 윗부분을 발톱으로 채간 뒤 설원 위로 뭉개어 던져 버렸다.
<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눈을 때지 않고 있었는데... >
세 기의 세라프는 은빛의 새에게서 한시도 시선을 땐 적이 없었다.
그러나 분명 은빛의 새는 세 명의 시선을 조롱하듯 눈을 피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 저게 방공시설을 파괴한 방법이겠죠...? >
눈앞에서 일어난 신묘한 일에 03은 조금 목소리 끝이 떨렸다.
< 무슨 잔재주를 부린 건지 모르겠지만, 이 쪽에서 먼저 떨어뜨리면 그만이야! >
- 쿠과아아아!
02의 등 뒤에 달린 연료탱크. 바바야가는 버니어의 끝에서 고열의 열을 뿜어 설원 위에 쌓인 눈을 녹인 채 은빛의 새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적인 고열의 추력.
잠시나마 02는 새와 같이 공중을 날아오를 수 있었다.
- 철컥!
반으로 접혀있던 거대한 대검이 공중에서 하나로 펼쳐진 채 은빛의 새를 향해 휘둘러졌다.
- 후욱!
그러나 그 순간 새는 또 다시 사라졌다. 대검의 끝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 카아아아!
은빛의 새는 어느새 02의 옆에 나타난 뒤 연료탱크를 걷어 차내었다.
- 까드득.. 득...
새의 발톱 끝에 찍힌 연료탱크는 방패가 구겨져 가던 것처럼 모습을 잃은 채 찌그러져 연료를 흘려내었다.
< 쳇! >
연료탱크를 붙잡아 02를 결박한 새의 발톱이 기체를 향해 휘둘러지려던 찰나 02는 깨져버린 연료탱크 하나를 분리해 새에게서 벗어났다.
< 접근도 안되는 거냐고... >
설원 위로 대검의 날을 끌어가며 02는 지상위로 내려왔다.
날개가 없는 인간은 하늘 위를 날고 있는 은빛의 새를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
"겨우 이 정도인가..."
은빛의 새. 은익의 비야키 안에 앉아있는 것은 은색의 자수가 놓인 성의를 걸친 남자, 비야키는 발아래에 있는 세 대의 기체를 내려보았다.
붉은 벨벳과도 같은 시트의 안쪽에 앉은 남자는 조종간 위에 손을 올리고 있지 않았다.
비야키가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체의 조종간은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이 성찬을 받은 자의 힘..."
잠깐 명상에 빠진 뒤 머릿속에 위치를 강하게 떠올리는 것만으로 성체는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는 성찬을 받은 뒤 도착한 하늘 너머의 세계에서 이 힘을 통해 많은 군사들을 물리쳤다.
성자대신 그에게 성찬을 건네주었던 남자의 말에 의하면 이 세계의 악마들은 우리의 세계를 넘어오려 하고 있다.
우리의 고향이 저 깊은 곳에 가라앉은 이유도 이들이 차원을 비집어냈기 때문에.
차원 너머에서 뒤틀린 괴수들이 나타난 것도 전부 하늘 너머의 악마들의 소행이다.
'왕' 이나 늙어버린 '무인'도 가증스러운 악마들을 내버려두고 있었다.
더 중요한 때가 올 것을 기다려야 한다며 백발이 성성한 무인은 하늘 너머를 잇는 문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전부 겁쟁이일 뿐이다.
이 세계의 악마들은 혼자만의 힘으로도 모두 물리칠 수 있다.
발아래에 있는 거칠고 조잡한 흑색의 악마들은 완벽한 성체의 모습에 비하면 녹이 슨 고철덩어리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성스러운 성자의 육체에 더러운 악마의 살결을 닿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지상에 있던 흑색의 악마가 두개의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는 신성을 질투하는 것처럼.
"성체와 같은 하늘 위에 오르겠다는 거냐!"
비야키는 강하게 염원했다.
저 악마를 벗어날 속도를.
- 파악!
비야키의 심장이 잠깐 조여 오는 느낌과 함께 은빛의 새는 하늘 위에서 사라졌다.
이공간.
세계와 하늘 너머에 걸쳐있는 사이공간을 은익의 비야키는 날아올랐다.
시간과 공간 모든 것이 모호해지는 공간 속에서 비야키는 차원의 틈바구니를 부리의 끝으로 비집어 열었다.
- 사아 아아!
차원을 비집어 연 뒤, 악마의 등 뒤에 달려있는 꼬리를 잡아 쥐어내었다.
움직일 수 없게 된 악마를 향해 단죄의 발톱을 내려찍으려던 찰나.
- 콰아!
붙잡은 꼬리가 악마의 몸에서 떨어져나간 채, 악마는 새하얀 백색의 대지 위로 떨어졌다.
"접전만이 이 성체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거라!"
양 조종간이 비틀려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은익의 비야키의 발톱 끝이 열리고 그 안에서 은백의 포구가 드러났다.
- 콰아아!
"떨어져라!"
은색의 찬란한 빛의 기둥이 하얀 대지 위로 쏘아졌다.
지상 위에 멈춰있는 흑색의 악마를 신성한 빛이 집어삼키려던 찰나.
- 콰아아아!
지상에서 쏘아진 붉은 빛의 기둥이 은의 빛을 삼켜간다.
"쳇."
붉은 빛을 쏜 것은 거대한 포를 짊어진 다른 흑색의 악마.
비야키는 포를 짊어진 흑색의 악마에게서 불길한 느낌을 느꼈다.
공간 속을 날아오를 때처럼 심장이 죄여가는 느낌.
저 악마는 불길하다.
"성체와 비슷한 힘이라니..."
은익의 비야키와 지상의 악마가 접전을 반복할 때 마다 포를 짊어진 악마는 정확하게 자신만을 노려왔다.
그가 다음에 나타날 곳이 어디인가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하는 것 처럼.
- 파악!
성체 안에 머무른 비야키는 다시 한 번 강하게 염원했다.
가라앉은 세계와 형제들을 구할 힘을.
눈앞의 악마를 물리칠 힘을.
비야키의 심장을 죄이는 느낌과 함께, 은익의 비야키는 다시 한 번 차원의 틈을 향해 날아 올랐다.
---
< 다시 사라졌어요! >
< 정말 신출귀몰 하구만! >
정확히 노릴 때 마다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와 같이.
은빛의 새는 세라프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다시 나타났다.
< 멀리 이동하진 못했을거에요. 어느 정도 제약이 있는 것 같아요. >
엘리세바는 나타남과 사라짐을 반복하는 은빛의 새에게서 약간의 패턴을 감지했다.
< 근거뿐인 추론 아닙니까? >
대검의 손잡이를 양 손에 쥔 02는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적을 향해 경계를 풀지 않은 채 대장의 발언을 의심했다.
< 이번엔 분명 당신의 오른쪽에서 나타날 거예요. >
- 후욱! 파각!
02가 자신의 오른쪽을 향해 대검을 휘두르자 어느새 나타난 은빛의 새의 발톱 끝과 부딪쳐 갈아내었다.
< 진짜잖아! 대장은 그걸 어떻게 안겁니까! >
- 샤아아...
다시 사라져가는 은빛의 새를 경계한 채 02의 감탄한 듯 한 목소리가 들렸다.
< 여자의 감이에요. >
< 그런 게 정말 있는 겁니까... >
절반은 맞고 절반은 거짓인 대답이었다.
여자가 아니더라도 열두 사도중 하나인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생명이 가라앉은 코어와 인간이 있는 이 곳에서 형제의 기운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 그 곳에서 은빛의 새는 나타났다.
그녀는 은빛의 새와 처음 조우했을 때처럼 감각만으로 그 위치를 읽어낸 것이다.
< 03! 뒤에요! >
< 네? 앗! >
- 채앵!
날카로운 두 발톱이 03의 뒤에 달린 레이돔을 잡아 찢어내었다.
< 우와 아앗! 떨어져! >
- 파바바바밧!
03의 다리 양 옆에 달린 미사일포드가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열리며 소형 미사일을 쏟아내었다.
눈앞에서 쏘아진 미사일을 미처 피하지 못한 듯 은빛의 새와 03은 흑색의 화약 연기속에 감싸졌다.
< 03! >
대검을 쥔 흑색의 기체. 02는 곧바로 흑색의 연기를 향해 달려 나갔다.
- 슈우우...
연기가 걷히고 나타난 것은 한쪽 팔이 떨어져나간 03의 기체였다.
은빛의 새는 떨어져나간 기체의 팔을 발끝에 쥐고 있었다.
하지만 03도 지지 않으려는 듯 은빛의 새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 그 녀석에게서 떨어져! >
- 파칵!
02는 거칠게 대검을 휘둘러 은빛의 새의 날개깃을 그어 내었다.
피할 수 있을 거란 생각과 다르게, 은빛의 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은빛의 새는 발에 매달린 03을 차내려고 하면서 큰 날개를 펼쳐 대검을 겨우 막아낼 뿐이었다.
< 선배! 이 녀석 붙잡고 있으면 도망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
03의 말처럼 은빛의 새는 날아오르지 않았다.
< 대장! 이 틈에 이 녀석을...! >
02는 다급한 통신과 함께 기체의 스코프에 비치는 위치 정보를 포를 짊어진 01을 향해 전송했다.
'뭔가 이상해요...'
다급한 부하의 외침과 다르게 엘리세바는 포를 조심스럽게 겨누었다.
지금 쏜다면 은빛의 새를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고열의 포격에 02와 03마저 휘말리고 만다.
'내가 부하들을 격추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지금 쏘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찬스가 올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02는 가득채운 연료탱크의 절반과 방패를 잃었고, 03은 기체의 팔과 탐측장비가 떨어져 나갔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 쏘겠습니다! >
< 얼른! 대장! >
- 콰아아아아!
붉은 광선은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하지만 쏘아진 것은 02와 03이 붙잡고 있는 은빛의 새를 향해서 쏜 것이 아니라.
엘리세바는 01의 머리 위에 펼쳐진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쏘아 올렸다.
하늘 위에 떠있는 달을 반으로 가르기라도 할 것 처럼.
- 콰앙!
허공을 향해 쏘아진 붉은 광선은 은빛의 새의 오른쪽 날개를 관통했다.
열두 사도 중 한명. 엘리세바. 그녀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공간을 넘나드는 새의 미래를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정확히 감지할 수 있었다.
- 파직 지직...
한쪽 날개를 잃은 은빛의 새는 땅 위로 몸이 기울어지듯 떨어져 내려왔다.
< 아무리 새라도 날개가 떨어진다면 더 이상 날 수는 없겠죠. >
엘리세바는 연기가 솟아오르는 포구를 지상에 내려앉은 은빛의 새를 향해 돌렸다.
그 순간.
- 끼이익... 끽
두 다리로 선 은빛의 새가 기괴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철컥... 철그럭..
땅에 발을 내린 새의 졉혀져있던 다리 관절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카앙!
금속의 거친 소리와 함께 펼쳐진 다리는 인간의 두 다리처럼 길게 뻗어나갔다.
- 파카악!
한쪽 날개를 잃은 양 날개가 몸의 안쪽으로 꺾였다.
그 뒤에 날갯대의 끝에서 인간과 같은 두 손이 뻗어 나왔다.
- 으드득...
다리와 날개가 뒤틀린 새의 날카로운 부리가 달려있던 머리가 거꾸로 돌았다.
- 콰앙!
꺾여버린 새의 목 안에서 타오르는 듯한 두 눈이 나타났다.
녹색 빛으로 빛나는 인간과 같은 두개의 눈.
눈을 가진 것은 영혼을 가진 형태이니.
공간마저 넘어드는 자유로운 새의 형태에서.
죄를 짊어진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은익의 비야키는 변화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