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초코바도, 운동화도 모르는 모르드레드의 베이스캠프가 자신의 것과 같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가람이 조심스레 물었다. 모르드레드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별거 없어. 여기랑 거의 비슷하지 뭐.”
“저, 모르드레드 씨는 여기가 처음 연 차원이세요?”
“뭐, 비밀도 아니니 말해 주지. 나는 벌써 차원을 세 번 바꿨어.”
가람이 놀라 입을 꾹 다물었다. 세 번. 전에 얼핏 들은 말로 미루어 보면 차원을 바꾸는 데 드는 패스가 적지는 않을 것 같았다.
“왜 바꾸셨는지 물어봐도 돼요?”
“그냥 질려서 바꿨어. 좀 더 신기한 세상을 보고 싶기도 했고.”
“모르드레드 씨는 베이스캠프를 이미 활성화시키셨나요?”
“아니.”
“왜…….”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모르드레드는 무기물 같은 시선으로 가람을 바라보았다. 그 무감정한 눈동자는 일체의 도덕적 비난이나 양심, 감성으로 호소하려는 사람의 입을 단숨에 다물게 하는 힘이 있었다.
모닥불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모르드레드의 얼굴은 기이하게 아름다웠다. 가람은 차마 그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고 라면으로 관심을 돌렸다.
“다 불겠네요. 드실 거죠?”
모르드레드는 이미 한 번 몸을 바꾸어 먹지 않아도 죽지 않고,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으며, 절대 늙지 않는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의 냄새가 썩 괜찮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벌건 국물에 지렁이 같은 누런 면이 둥둥 떠 있는 것이 시각적으로는 그리 아름답지 않았지만,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거 이름이 뭐지?”
“라면이에요.”
“귀한 음식인가?”
“아니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천해 보이는 음식이군.”
그럼 처먹지 말던가. 모르드레드의 태도는 정말로 아니꼬웠기에 가람은 울컥 치솟는 한마디를 참느라 꽤 고생했다.
저 남자는 길바닥에 누워 자는 주제에 왜 귀족 놀이를 하고 난리인지. 그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르드레드는 은인이었다.
그녀가 면발을 후루룩 빨아 올리며 마음을 다스리는 동안, 모르드레드는 포크로 면발 한 가닥을 길게 말아 올렸다.
“너는 여자가 이게 징그럽지도 않나? 지렁이 같은 걸 잘도 먹는군.”
저 입을 막기 위해 가람은 잠시 ‘처’를 빼고 그다음을 말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하고 고민했다.
모르드레드는 면발을 한참이나 노려보더니 결국 입 안에 넣었다. 혐오와 호기심 중에 호기심이 승리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한 그릇 더.”
결국 그날 밤, 새침한 얼굴로 라면 두 개 분량의 3분의 2와 국물을 모조리 들이마신 모르드레드 덕분에 가람은 위장의 울음을 초코바로 달래야 했다.
* * *
숲의 아침은 이르게 시작된다. 야행성 새가 잠이 들면 밤새 목숨을 부지한 벌레들이 안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러면 부지런한 아침 새가 비웃듯 그 벌레들을 입 안에 욱여넣는 것이다.
그러나 가람의 잠을 깨운 것은 가엾은 벌레들이 내지른 비명이 아니었다. 날카롭게 긴장된 정신과, 축축하게 젖은 산의 새벽 공기는 늦잠을 허용하지 않았다.
옆으로 누운 가람의 눈꺼풀이 살짝 열렸다. 그리고 힘없이 닫혔다. 다시 열린 눈은 단호했다.
졸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단단하게 맑은 눈은 그저 앞을 보고 있었다. 딱히 볼 것이 없어 초점을 잡지 못하던 눈이 곧 한 점에 멈췄다.
이슬.
여린 풀 끝에 매달린 이슬은 터무니없이 비대해 보였다. 세상을 거꾸로 담은 이슬은 안간힘을 써서 풀잎을 잡고 있었다.
가람은 떨어질 듯 말 듯 아등바등 매달려 있는 이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눈을 깜빡인 사이, 이슬은 사라져 버렸다.
지나던 개미 한 마리가 갑작스런 봉변에 화들짝 놀랐을 뿐.
가람은 그대로 계속 누워 있었다.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근래 들어 가장 몸을 힘들게 만든 것이 재작년에 졸업한 대학교 MT였던 이 아가씨에게 최근 8일간의 격렬한 산행은 가혹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처음 4일 정도는 정신력으로 버텼으나, 하루 종일 산을 오른 후 취할 수 있는 휴식이 겨우 바닥에서 추위에 떨며 자는 일이라는 사실은 그녀의 몸을 빠른 속도로 갉아먹어 가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맨몸도 아니라, 등에 멘 커다란 배낭도 여간 애물단지가 아니었다.
오늘로 산을 헤맨 지 8일이 지났다. 금세 찾을 수 있을 거라던 모르드레드의 말과는 달리, 가람은 지금 9일째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패스의 바늘은 매우 짧아져 이제 색마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지만 도통 정확한 위치를 찾기가 힘들었다.
거리상으로는 이틀이었으나 길이 너무 험했다.
산을 반으로 쪼갠 커다란 벼랑을 마주한 둘은 간신히 나무를 쓰러뜨려 벼랑을 넘어왔지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고,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돌며 아무리 뒤져 봐도 패스로 보이는 것을 찾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했던 주제에 끼니때마다 꼬박꼬박 제 몫을 요구하는 모르드레드 덕분에 가람의 피로는 두 배로 쌓이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모르드레드는 가람의 베이스캠프 음식들을 크게 맛있어하지는 않았다. 그저 새로운 종류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모르드레드가 하루 중 가장 친절해지는 시간은 식사 시간이었으므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은 그녀로서는 모르드레드의 끼니를 챙길 수밖에 없었다.
누워 있던 가람이 몸을 일으켰다. 한껏 기지개를 켠 가람은 이제 완전히 익숙해진 베이스캠프로 가는 문을 열었다. 앞으로 먹을 이틀 치 식량을 가지러 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배낭 가득 음식을 담아 왔던 가람이지만 모르드레드가 무거운 배낭을 대신 들어 준다거나 하는 친절을 발휘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알고 난 후부터는 딱 이틀 치 먹을 음식만 그때그때 문을 열고 가서 가지고 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둘이 먹는 양이 적지 않아 부담이 되는 건 여전했지만 말이다.
가람은 마치 방문을 열듯 손쉽게 차원 문을 열어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부엌을 뒤져 라면과 스팸, 햇반과 반찬들을 챙겼다. 간식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것들은 가람이 몇 번이나 가지고 갔어도 이틀 만에 집을 방문하면 마치 누가 새로 사다가 채워 놓은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가람이 물건을 가지고 차원 문 너머로 아무리 가져간다 해도 그녀가 문을 닫는 순간, 다시 모든 것이 고정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덕분에 가람은 8일 동안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
이틀 만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기름이 거의 다 떨어진 라이터를 새것으로 바꿔 챙긴 가람은 다시 차원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가지.”
가람이 베이스캠프에 다녀온 잠깐 사이, 모르드레드는 일어나 있었다. 사실 모르드레드는 처음부터 잠이 든 적이 없었다.
그의 몸은 잠을 잘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가 밤에 누워 있는 이유는 밤하늘이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아침 인사도 안부 인사도 주고받지 않는다. 가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미 몸을 돌려 앞서 걷고 있는 모르드레드를 뒤따랐다.
기계적인 걸음이었다. 축축 처지는 발걸음은 첫날의 사뿐함을 완벽히 잃어버리고 있었다.
가람은 지친 얼굴을 굳이 갈무리하지 않았다. 집에서 한껏 자고 이곳으로 오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적막한 집에 혼자 누워 있다 보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곳에서 잠드느니 벌레가 기어 다니고 냉기가 올라오는 이곳의 흙바닥이 더 나았다.
가람은 걸으며 가방에서 모카빵을 하나 꺼내어 반으로 갈라 한쪽을 모르드레드에게 건네었다.
그리고 가장 작은 꼬마 흰 우유도 두 개 꺼내어 하나를 건넸다. 가람은 말없이 건네었고, 모르드레드도 말없이 받아 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모카빵을 다 먹어 치우고 해가 중천으로 떠오를 때까지, 패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뭘 그리 주워 먹나?”
가람이 산딸기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그것을 입에 넣는 순간, 귀신같이 그것을 본 모르드레드가 물었다.
주워 먹다니? 그 말투가 곱게 들리지 않았던 가람이 불퉁하니 대답했다.
“금방 배가 고프단 말이에요.”
“이제 겨우 정오가 지났는데?”
“아침에 빵 먹고 점심도 못 먹었잖아요. 게다가 계속 걷고 있고.”
거친 산행은 사람을 쉽게 허기지게 만든다. 가람의 투덜거림에 모르드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고픔의 감각을 100년 전에 잊어버린 그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말이었지만, 어쨌거나 허기가 지면 움직이기 힘들다.
슬슬 가람의 걸음도 늦어지고 있으니 잠깐 쉬었다가 가는 게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럼 여기서 잠시 쉬지.”
모르드레드는 자연스럽게 근처의 넓은 바위에 걸터앉았다. 가람은 그 옆에 슬쩍 앉아 가방에서 캔 음료와 작은 물티슈를 꺼내 얼굴을 닦고 목을 축였다.
그리고 허기진 배는 비엔나소시지로 채웠다. 소시지는 꽤 좋은 식품이다. 목이 그리 메지도 않고, 열량도 충분하다.
하지만 벌써 일주일째 점심을 소시지로 먹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간 무슨 결핍증이라도 걸릴지 모른다.
빨리 패스를 찾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은 것이 가람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모험은 좋지만 고생은 싫은 게 사람이니까.
9일 노숙 논스톱 산행은 모험이라기보다 고행에 가까운 것이었다.
자려고 누우면 벌레가 버석거리며 돌아다녔으며, 야행성 짐승들의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나마 하늘이 아름답긴 했지만 밤바람은 매서웠다.
딱딱한 바닥에서 자고 일어나면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팠다. 침낭을 좀 더 좋은 것으로 챙겨 오면 나아질까?
이번 패스를 찾고 나면 스포츠 용품점에 가서 좋은 것으로 하나 가져와야겠다.
그래도 며칠 고생했다고, 몸이 제법 익숙해졌는지 가람은 쉬는 사이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가질 수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쉰다고 하면 그저 숨을 몰아쉬거나 허기진 배를 기계적으로 채우는 것이 전부였는데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던 가람은 바로 옆, 바위틈으로 힘겹게 핀 꽃송이를 발견했다.
마치 장미처럼 보이는 꽃은 반짝이는 가루를 꽃잎에 섬세하게 바르고 있어서,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빛 가루가 날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예쁘다.”
저도 모르게 손이 가 꽃을 만지려는 가람을, 모르드레드가 재빨리 제지했다.
“잠깐, 만지지 마. 그거 만지고 눈 비비면 실명할 수 있다. 먹으면 혀가 마비되지.”
모르드레드의 주의에 가람은 깜짝 놀라 손을 회수했다. 모르드레드의 친절은 이런 식이었다.
말투는 아니꼽고 딱딱했지만 언제나 가람에게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예의 없는 언동에도 가람은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아, 고마워요.”
가람이 감사 인사를 했지만 모르드레드는 그 인사를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대신, 다른 것에 집중했다.
가람은 어느 한 점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를 깨닫고 그가 보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다 뭔가를 발견했다. 수풀과 키 작은 잎사귀 사이에서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슬처럼 보였지만, 그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빛깔이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본 가람은 그 빛이 무언가에 반사되어 빛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패스, 어느 방향이야?”
“네? 아, 이쪽이요.”
빛이 빛나는 방향. 모르드레드는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걸었다. 가람은 다 먹지 못한 소시지를 급히 챙기며 그의 뒤를 따랐다.
손가락을 휘젓는 것만으로 수풀의 키를 단숨에 줄여 버린 그는 자신이 잘라 낸 수풀 위로 걸었다.
마침내 그 빛 앞에 도착했을 때, 가람은 그것이 주는 기이한 느낌에 말을 잊어버렸다.
그림 속에 실재가 있다면, 혹은 현실 속에 애니메이션이 돌아다니거나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 빛은 수풀 사이에서 빛나고 있긴 했지만 잎사귀에 매달려 있지 않았다. 그저 허공에 떠 있었다.
금빛의 작은 구슬. 가람의 눈에 그것은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무게도 없고, 온도도 없었으며, 보통 사람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실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이 패스는 오로지 여기 있는 두 패스파인더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이게 패스다.”
모르드레드가 그렇게 말하기 한참 전부터 가람은 그것이 패스임을 알고 있었다. 우습게도 가람은 감격하고 있었다.
그 감격은 신이나,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위대한 인물, 혹은 불가사의한 신비를 목도했을 때와 닮아 있었다.
말을 잃은 가람을 흘끔 쳐다본 모르드레드는 패스 가까이 다가섰다. 가람이 꺼낸 소시지의 냄새에 이끌린 것들이 기척을 숨긴 채 이곳을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가람은 저 허술한 은신에 홀딱 넘어간 모양이었지만, 모르드레드는 그것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지도에 표시한 것처럼 다 보였다.
“찾은 패스는, 이렇게.”
황금빛으로 빛나던 빛의 구슬이 모르드레드의 손등으로 흡수되어 사라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패스에 홀려 있던 가람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 그렇군요. 저도 해 볼게요. 다시 꺼내 주세요.”
가람의 말에 모르드레드는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그 모호한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모르드레드 씨?”
그에 불안해진 가람이 물었다. 설마, 하는 의혹에 마음이 살짝 들썩였다.
“다시 꺼내는 방법 따윈 없어.”
“네?”
두어 번 눈을 깜빡인 가람은 뒤늦게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뭐라고요?”
“그런 방법 같은 건 없다고.”
모르드레드는 친절하게 다시 말해 주었다. 그 능글맞은 태도에 가람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갑작스레 모르드레드의 나쁜 남자다운 성향에 반했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가람은 분노했다.
“지금 제 패스를 가로채신 거예요?”
모르드레드는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살짝 허공에 몸을 띄웠다. 저런 것도 할 수 있는 주제에, 절벽에서 나무를 쓰러뜨려서 건너가자고 했겠다!
내가 그 아래를 보면서 얼마나 떨었는데! 가람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바람을 내뱉었다. 하!
“가로채다니. 말은 똑바로 하자고. 이건 싸게 먹힌 거야. 내가 너한테 알려 준 지식들, 내가 패스로 샀을 때는 얼마였는지 알아? 설마 내가 그걸 공짜로 알려 주기라도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
“우린 동료였잖아요!”
“이봐, 동료? 동료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그냥 내 패스가 충전되는 동안 너에게 수업을 해 주고 수업료를 받은 거야. 그것도 아주 저렴하게. 지금은 멋몰라서 내가 원망스럽겠지만, 나중엔 나에게 감사할걸? 그나저나, 네가 지금 걱정할 건 이깟 작은 패스를 내가 가졌다거나 하는 그런 게 아니야.”
모르드레드의 몸은 이제 허공에서 거의 1미터가량 떠 있었다. 돌이라도 던질까 하고 고민하던 가람은 그의 말에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뭐, 곧 알게 될 거야. 죽으면 더 좋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모르드레드는 허공중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첫 패스를 가로채인 허탈감에 헛웃음만 짓던 가람은 순간 귀를 어지럽히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모르드레드의 말의 의미를 ‘곧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