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패스파인더-17화 (17/256)

17화

“라분 씨는 무슨, 라분 아저씨라고 불러. 뭐, 손해야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끝이 없는 법이야.

그리고 나는 작은 아가씨한테까지 욕심을 부릴 정도로 돈에 미치지 않았어. 가끔 이곳에 들를 때 신기한 게 있으면 보여 주기나 하게.”

그렇게 말한 라분은 가람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카운터 뒤쪽 벽에 난 문으로 들어가 주머니 하나를 들고 나왔다.

라분은 주머니에서 주화 하나를 꺼내어 가람에게 보여 주었다.

“미스릴 주화야. 자, 한번 봐.”

미스릴은 ‘진은’이라고도 불리며 지니고만 있어도 악마와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성스러운 힘이 담긴 금속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은처럼 생겼지만 어두운 곳으로 가면 은은하게 스스로 빛을 내기에 다른 금속과 차별이 된다.

가람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면 딱 그 정도 크기일 것 같은 동전을 받아 들어 살펴보았다.

“여기, 앞쪽에 1만이라고 적혀 있지? 이건 마법이 걸려 있는데, 은행에 가서 보여 주고 일정 금액을 찾겠다고 말하면 이 앞의 숫자가 줄어들어. 9천 골드니 뭐니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그냥, 1만 골드 쳐줄게. 다만 어디 가서 말하지 말고.”

미스릴 주화의 앞쪽에는 두 장의 비둘기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

그 정중앙에는 하얀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보석의 안에는 마치 연기와도 같은 푸른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 착각인가 싶을 만큼 희미했지만, 분명히 있긴 있었다.

금화의 뒷면에는 빛의 문자로 10000의 숫자가 적혀 있었는데 아주 약한 푸른빛과 보라색, 그리고 조금 검은색에 가까운 자주색을 오가고 있었다.

“이 빛의 문자 색 보이지?”

라분은 마치 홀로그램처럼 동전에서 볼록이 튀어나온 숫자를 가리켰다.

“네. 보라색이랄까, 남색이랄까, 좀 이상한 색이네요.”

“이게 동전의 기분이야. 도난 방지 에고라고도 불리지.”

가람은 잠시 라분의 말이 어떤 시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유추했다. 묘해진 얼굴의 가람에게 라분은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미스릴 주화에는 보다시피 마법이 걸려 있지. 그리고 위조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약한 에고도 걸려 있어. 주인이 아니면 완전히 검은색, 주인이면 녹색으로, 아주 기분이 좋을 때는 밝은 녹색으로 변하거든.”

“지금 이거 검은색인데…….”

“끝까지 들어 봐. 일단 내가 너에게 이걸 넘겨주고 이 동전에게 네가 주인임을 납득시키면 돼.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어. 동전의 기분이 나쁠 때는 붉은색으로 숫자가 변하는데, 그러면 돈을 못 찾아.”

“왜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마법사가 아니니까. 참고로 이 동전은 조금 따듯한 물에 담가지는 걸 좋아하는 것 같더군. 싫어하는 건 거친 천에 문질러지는 걸 싫어해. 그것 외에는 딱히 신경 쓸 것 없을 거야.”

그렇게 말한 라분은 자신의 손과 가람의 손 사이에 동전을 끼우고 ‘파락스!’ 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동전의 숫자색이 노란색으로 변했다.

동전은 가람의 손 안에서 천천히 황녹색으로 변하더니 곧 뚜렷한 연둣빛을 띠었다.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지 거기서 더 밝아지지는 않았다.

“이걸로 이 동전과 너는 연결된 거야.”

“동전 비위까지 맞춰야 하다니.”

어처구니없어하는 말에 라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까다롭진 않아. 나도 화가 난 상태는 한 번도 못 봤어. 그냥 금화로 줄까 하다가 혹시 도둑맞을까 봐 이걸로 주는 거야. 만약 잃어버리면 은행에 가서 찾아 달라고 하면 추적 마법으로 찾아 주거든. 이걸 만드는 데도 2골드가 드니까. 아차, 보석점 문 닫겠군. 어서 가 봐, 어제 보석점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

물끄러미 동전을 바라보던 가람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잡화점을 나왔다.

손까지 흔들며 가람을 배웅한 라분은 흐뭇하게 웃으며 가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영업 종료 푯말을 떼어 내고 가게 안으로 돌아갔다.

보석점은 라분의 잡화점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태양의 눈이라는 보석점은 보석점이라 그런지 그 분위기부터 라분의 잡화점과는 판이했다.

먼지가 풀풀 날리던 라분의 잡화점과 달리 이곳은 그야말로 반짝반짝하다.

건물은 돌로 지었고, 안쪽을 매끄럽게 다듬어 놓았다. 보석이 내뿜는 빛이 그 반질반질한 벽에 반사되어 가게 안은 무척 화려한 느낌이었다.

보석점은 잡화점과는 달리 점원이 여러 명 서 있었다. 그중 누구에게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망설이던 가람은 결국 중앙에 앉은 아무 점원이나 붙잡고 말문을 열었다.

“저기, 라분 씨의 소개로 뭘 좀 팔려고 왔는데요.”

점원은 가람의 빈티 나는 옷차림을 흘긋 내려다보았다.

보석점 안에는 가람 외에도 다른 손님들이 이미 있었는데, 평범한 튜닉과 바지를 입은 가람과 달리 드레스나 아니면 고급스러워 보이는 자수가 놓인 옷을 입고 있었다.

덕분에 가람의 옷차림은 매우 빈곤해 보였고, 점원은 가람이 어머니의 유품 같은 구질구질한 사연이 있는 값싼 반지나 어디에서 훔친 물건을 판매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팔려는 게 뭡니까?”

퉁명스러운 점원의 말에 가람은 기분이 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었다.

대충 잡히는 대로 꺼내고 보니 매우 다양한 각도로 컷팅이 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이거요.”

가람이 대수롭지 않게 꺼낸 다이아몬드 반지를 본 점원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순식간에 가람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웬 잡손님인가 했더니 대어도 이런 대어가 없었다.

점원은 목소리가 떨려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며 자신이 크게 무례를 범하지는 않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라분 씨의 소개로 오셨다고 하셨죠? 제가 메르딘 씨를 데려오겠습니다. 베틴! 이분을 귀빈실로 모셔.”

갑자기 돌변한 점원의 태도에 가람은 얼떨떨했으나 베틴이라는 점원을 따라 걸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내민 반지의 가치가 보통이 아님을 깨달았다. 조금만 가지고 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보석점의 귀빈실답게 가람이 안내된 방은 화려했다. 무엇 하나 투박한 것이 없는 데다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카펫이 주욱 깔려 있었다.

마치 중세의 어느 왕이 앉을 것 같은 커다란 소파가 돌 탁자를 사이에 두고 배치되어 있었는데, 가람이 의자에 앉자 베틴이 매끄럽게 질문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면 메르딘 씨가 오실 겁니다. 혹시 좋아하시는 차가 있으신가요?”

“아뇨, 딱히…….”

“제비꽃차가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네, 그걸로 주세요.”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베틴이 고개를 숙인 후 문밖으로 나가자 가람은 응접실에 혼자 남게 되었다.

아직 낮인데도 불구하고 방 안에는 화려한 촛대에 꽂힌 초가 밝혀져 있었다.

매끄러운 돌벽에 붉은 빛을 일렁이며 타오르는 초를 잠시 바라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와 정중히 인사했다.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메르딘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메르딘은 가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재빨리 저지하곤 예의 바른 몸놀림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준비된 다과가 나왔고, 차를 권한 메르딘은 직설적으로 본론을 꺼내었다.

“드워프제 반지를 판매하려고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좀 볼 수 있을까요?”

드워프라는 말에 가람은 의아했지만 순순히 반지를 꺼내었다. 제비꽃차의 맛이 썩 괜찮았기에 가람의 표정은 많이 풀려 있었다.

상큼한 꽃향기와 꿀을 탔는지 달달한 맛이 꽤 중독성이 있는 차였다.

“여기요.”

가람은 주머니를 뒤집어 손바닥에 대고 탈탈 털었다.

하나인 줄 알았던 드워프제 반지와 장신구가 우수수 쏟아지자 메르딘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그,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메르딘은 떨리는 손으로 장신구를 하나하나 집어 들어 확대경을 끼고 자세히 살폈다. 투명도나 컷팅 방식, 금속을 마치 종이처럼 얇게 세공해 화려하게 장식한 기술들은 오로지 드워프들의 기술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보석은 그 원석의 질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어떻게 세공을 했느냐에 따라서 질이 확연히 변한다.

이 투명도와 매끄러움은 인간의 기술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인간 최고의 장인이 세공한 보석은 가장 투명한 것도 드워프의 보석과 비교하면 마치 먼지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였다.

“모두 진품이군요. 순금이 아닌 것 같은데, 이 반지는 은이고, 이건 백금이군요.”

“네에.”

가람은 차를 한 모금 들이켜며 그 말을 받았다. 메르딘이 보석을 관찰하는 동안, 가람은 메르딘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가 어떤 물건을 살필 때 가장 조심하는지, 그리고 놀라는지 꼼꼼히 관찰했다.

메르딘은 심플한 진주 반지에 가장 무덤덤하게 반응했고, 금속을 복잡하게 세공한 물건에 가장 놀랐으며, 보석이 박힌 물건들에 두 번째로 놀라는 것처럼 보였다.

“보석의 알이 조금 작긴 하지만, 별문제는 안 될 수준인 것 같습니다. 임시 감정가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진주 금반지는 드워프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평범하지만 진주의 질이 좋으니 100골드, 이쪽의 보석 금반지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군요. 하지만 알이 작으니, 임시 감정가는 다이아가 1만, 에메랄드가 1만 2천, 루비가 1만 5천입니다. 괜찮으십니까?”

일반 진주 금반지와 보석 반지의 가격 차는 정말로 어마어마했다. 가람은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마 흥정한다면 더 올릴 수 있겠지만, 그가 처음 부른 가격부터가 너무 어마어마해서 흥정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왜 그렇게 가격 차가 나는 거죠?”

가람의 질문에 메르딘은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의 약지에는 에메랄드로 보이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왜 ‘에메랄드’가 아니라 ‘에메랄드로 보이는’이냐면 보석의 색이 녹색이긴 했지만 마치 녹옥처럼 뿌옇게 흐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옥보다는 투명했지만 그래도 가람이 가져온 에메랄드와는 우유와 물처럼 투명도에 차이가 났다.

“제 반지도 꽤 좋은 것인데, 에메랄드입니다. 다른 건 세공 기술의 차이죠. 이렇게 투명하게 세공할 수 있는 것은 드워프뿐입니다.”

“그렇군요.”

적절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가람은 적당히 납득했다.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옥 반지와 보석점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브랜드 옥 반지와의 차이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았다.

“나머지 물건들의 임시 감정가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여기 사파이어가 박힌 은반지는, 사파이어의 크기가 너무 작지만 그래도 세공은 아주 좋군요. 보석의 값을 생각하면 3천 골드입니다.

보석이 박히지 않은 것은 그냥 평범한 은반지군요. 15실버 정도 쳐드릴 수 있습니다.

이쪽의 팔찌는 보석의 수도 많고 세공도 뛰어나니 10만 골드, 보석이 박히지 않은 것은 1천 골드, 이쪽 목걸이는 펜던트에 박힌 보석이 제법 커서 3만 골드, 박히지 않은 것은 3천 골드입니다.”

잠시 종이에 적은 금액을 계산한 메르딘이 말했다.

“전부 해서 17만 4천100골드 15실버군요.”

그렇게 말한 메르딘은 가람의 말을 기다린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람은 그 순간 침대 아래에 숨겨 두고 온 수많은 보석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지금까지 가람이 체험한 이곳의 물가로 보아 혼자서 뿌리고 다녀도 평생 다 못 쓸 금액 같았다.

이제 돈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그 금액에 팔게요.”

“정말이십니까?”

가람이 얼마를 올려 부를지 걱정하던 메르딘은 흔쾌한 말에 깜짝 놀랐다.

보석을 사랑해서 보석상이 된 그는 아름다운 보석의 가치를 자신의 입으로 깎아내려 값을 깎는 일이 싫었다. 상인이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가람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대신, 원래 정상적으로 판매하면 얼마 정도인지 알려 주세요. 알려 주셔도 아까 부른 그 가격에 넘길 테니 걱정 마시구요. 전 그저 이 보석들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할 뿐이에요. 17만 골드만 해도 제가 혼자서 다 못 쓸 큰 금액이니 돈을 올릴 생각은 없어요.”

진짜일까? 메르딘은 고민했다. 구두 계약이라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가람이 마음이 바뀌었다며 가격을 올리자고 들어도 그는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가람이 보석을 들고 나가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신의 양심과 계산속을 저울질하던 메르딘은 눈을 질끈 감고 이야기했다.

“다섯 배입니다.”

“지금 부른 가격의 다섯 배가 원래 가격이라는 거군요. 말해 줘서 고마워요.”

일반 진주 금반지가 100골드임에 비하면 거의 사기에 가까운 가격 차이였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나 명품은 존재하기 마련이었고, 그것은 가람이 살던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계에 비유하자면 별 볼 일 없는 세공의 진주 반지가 5천 원짜리 시계라면 드워프제 반지는 억대를 호가하는 명품 시계나 마찬가지다.

구매 고객이 주로 황족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가격이었다. 대륙에 몇 개 없는 보물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럼, 돈을 챙겨 오겠습니다.”

잠시 후 메르딘은 가람이 알고 있는 미스릴 주화를 들고 돌아왔다. 라분이 준 것과 달리 그 주화는 네모반듯한 모양이었고, 앞에는 17만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메르딘은 미스릴 주화를 가람에게 인계한 후 다른 금화들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내밀었다. 1천 골드 주화는 네모진 형태, 100골드 주화는 세모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살펴 가십시오.”

가람은 주머니를 확인한 후 보석점을 나왔다.

들어올 때와는 달리 전 직원이 깍듯하게 허리를 숙이며 배웅하자, 가게 안의 손님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곧 점원들의 매끄러운 영업에 보석들로 시선을 옮겼다.

가람이 보석점을 나오니 해가 산등성이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느라 식어 빠진 아침밥 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배가 쓰리도록 고팠다.

길거리의 음식 마차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가람을 유혹했지만, 가람은 서둘러 말 시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러다가 말 시장이 문을 닫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다른 말을 구입해도 되었지만, 가람은 이미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 말이 아니면 싫었다.

혹시나 자신이 늦게까지 오지 않아 톨란이 다른 누군가에게 말을 팔아 버릴까 봐 가람은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말똥 냄새를 헤치고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린 덕분에, 가람은 말 시장이 파장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거리가 꽤 있는 길을 내내 달려온 덕분에 가람의 머리칼과 호흡은 엉망이었다.

달려오느라 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앞머리가 아직도 그 여운에 늘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톨란은 타박도 하지 못하고 쩝 하며 입맛만 다셨다.

“뛰어왔는데 안됐네, 아가씨.”

그 말에 가람이 철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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