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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24화 (24/256)

24화

잠깐 눈을 뗀 사이 벌써 가격이 그렇게나 올라갔었나.

가람은 자신이 경매에 참가했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고, 그 가격에 두 번 놀랐지만 입찰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노예 아가씨의 새카맣게 죽은 눈동자가 가람을 발견하곤 희망으로 차올랐기 때문이다.

“32번 손님! 3만 2천500골드! 39번 3만 3천!”

희망도 잠시, 다른 손님들이 서둘러 경매에 참가하자 노예의 얼굴이 초조함으로 물들었다.

가람은 그 매달리는 것 같은 시선을 외면하지 못했다. 가격이 3만 7천 골드까지 올라가자 서서히 포기하는 사람들이 출몰했다.

마지막으로 낙찰 받은 남자는 꽤 고위 귀족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귀족다운 미형의 얼굴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82번 손님! 3만 7천 골드 나왔습니다. 지금부터는 단위가 1천 골드입니다. 다음 입찰가 3만 8천 골드! 3만 8천 골드, 더 없으십니까?”

경매장은 일순 침묵했다. 노예 아가씨는 하얗게 질려 가람과 남자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 82번 입찰자인 남자가 가람을 돌아보았다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 동양인은 그만한 돈을 갖고 있지 않다. 많은 돈을 갖고 오더라도 대륙에 도착하는 순간 사기를 당해 빈털터리가 되거나 환전하는 과정에서 돈을 모조리 잃기 때문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으니 사기당해도 어디 호소할 수도 없다.

가람은 노예 아가씨에게 안심하라는 의미로 살짝 웃어 주었다. 그리고 패널을 들어 올렸다.

“88번 손님! 3만 8천 골드 나왔습니다! 아름다운 동양의 아가씨군요! 친구인가요? 많은 사연이 있어 보이는 둘입니다!

아, 82번 손님 3만 9천 골드 나왔군요! 88번 손님 4만 골드! 4만 골드입니다!

다시 82번 4만 천! 88번 4만 2천! 불꽃 튀는 접전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다시 82번 4만 3천!”

남자가 패널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다시 가람이 패널을 들었다. 번갈아 가며 가격이 널을 뛰었다. 순식간에 5만, 6만, 8만 골드를 돌파했다.

주머니에 18만 골드 미스릴 주화가 있긴 하지만 혹시나 모자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람은 트리거를 돌아보았다.

“트리거, 저 현금이 18만 골드밖에 없는데 여기 현물로도 계산되나요?”

“된다. 뭣하면 즉석에서 경매를 해도 되고, 전문 상인을 불러서 팔아도 되지.”

트리거는 승부욕에 불타는 가람의 얼굴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 경매장에 들어오기 전 자신의 태도를 떠올린 가람이 민망한 헛기침을 했다.

절대 참가하지 않을 것처럼 해 놓고 경매장의 그 누구보다 열심인 자신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손은 기계적으로 패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88번! 10만! 10만 나왔습니다!”

사회자가 거의 절규했다. 저 중 0.1퍼센트가 자신에게 떨어지니 흥분할 만도 했다.

82번의 귀족 남성은 잠시 가람을 돌아보았다가 그녀의 단호한 얼굴을 확인하곤 패널을 내려놓았다.

아무리 동양인이 돈이 많다고 해도 귀족보다는 적을 터다. 무리한다면 이기긴 하겠지만, 어쩐지 악역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찜찜했다.

82번이 포기하자 노예의 표정이 꽃이 핀 듯 환해졌다. 만개하는 것 같은 그 얼굴에 82번 귀족 남자가 씁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대륙 간 무역에 이용하면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부를 걸 그랬나.

그러나 후회해도 이미 거래는 끝났다. 다음 노예가 단상에 오르고 있었다.

“축하한다. 나갈 때 계산하고 나가면 돼.”

“그래요. 아, 근데 웃지 마요. 왜 자꾸 웃어요.”

“그냥.”

가람은 빙글빙글 웃는 트리거의 얼굴에 헛기침을 했다. 다음 노예는 전직 기사인 검사였다. 무심한 얼굴은 세상의 모든 풍파를 다 겪은 것처럼 초연하기만 하다.

새파란 눈동자와 빛바랜 금발은 마치 아무렇게나 다뤄진 명화를 보는 것 같았다.

“주인에게 배신당한 모양이군. 법에 저촉되는 주인의 명을 수행하다가 저런 꼴이 되기도 하지. 뒤에 가문이 없는 평기사라면 드문 일은 아니야.”

계약 노예는 계약 기간이 길고 능력이 우수할수록 비싸고 비계약 노예는 기본적으로 계약 노예보다 다섯 배 이상의 가격이었다.

어느새 그 기사의 가격은 2만 골드로 뛰어올라 있었다.

버려질 정도로 하급이긴 해도 기사의 가격이 2만 골드임을 감안하면 가람이 구입한 10만 골드의 동양인 노예는 어마어마하게 비싸게 주고 산 것이다. 보통 거래되는 가격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가람은 그 기사가 돈 많은 상인에게 팔려 가는 것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씁쓸하긴 하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여전히 거북하긴 했지만 이 노예 제도라는 것은 지금의 그녀에게 매우 유용한 것이었다.

“다음 노예는 2년 기간 노예입니다. 기초적인 물 마법을 다룰 수 있습니다. 사실 마법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고 하는군요. 부업으로 음유 시인 경험도 있다고 합니다. 이 특이한 마법사 노예는 여행 경험이 풍부한 29세 남자입니다. 1천 골드부터 시작합니다. 단위는 500골드입니다.”

은발에 가까운 백금발과 상냥해 보이는 녹색 눈이 인상적이다.

남자는 입찰자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여유까지 보이며 이 경매를 즐기고 있었다.

은행에서 봤던 마법사들은 모두 딱딱한 표정에 농담이라고는 통하지 않을 정도로 퉁명스러워 보였는데, 꽤 새로웠다. 현재 남자의 가격은 5천 골드였다.

“저걸 사라.”

“네?”

“살 거면 저걸 사. 마법사라기보다 여행자에 가까워 보이는군. 전투적인 능력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여행길에선 유용할 거다. 저런 마법사는 드물어. 살 거냐?”

뭐든 처음이 어렵다고 했던가. 이미 동양 아가씨를 구입한 가람은 별달리 거부감도 들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패널을 들어 5천500골드로 입찰에 참가한 가람은 자세히 남자를 살펴보았다.

남자는 가람이 패널을 들자 눈을 휘며 빙긋 웃어 보였다. 그 얼굴이 꽤 준수해서 가람의 뺨이 조금 붉어졌다.

“5천500골드! 더 없습니까? 오, 6천 골드 나왔습니다! 동양 아가씨가 6천500골드! 이런, 포기하시는 모양이군요! 88번 손님에게 6천500골드에 낙찰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람은 쏟아지는 시선을 받으며 묵묵히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사람을 돈으로 사 버리다니. 그래도 영구적인 노예를 구입하지 않은 게 다행인가.

그 후로 몇 명의 노예가 더 지나갔지만 가람과 트리거의 눈에 차는 노예는 없었다.

가람의 몸이 피곤함으로 슬슬 늘어질 무렵 물로 목을 축인 사회자가 흥분이 사그라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의 마지막 물품입니다. 전직을 알 수 없는 2년 기간의 계약 용병입니다. 벌써부터 여성분들의 탄성이 들려오는군요. 예, 그렇습니다. 정말로 잘생겼죠?

하지만 그게 그의 전부가 아닙니다. 여기 보이는 이 노예는 무려, 와이번 슬레이어의 칭호를 갖고 있는 실력 있는 검사입니다.

이런 검사가 용병으로 나오는 일은 정말로 드물죠? 네, 나가려다가 자리에 앉으시는 남자분들이 보이는군요. 대련용으로도, 호위용으로도 그만입니다!

다만 계약상 성적인 내용의 명령은 받을 수 없다고 하는군요. 여성분들은 아쉽게 되셨습니다. 이 실력 있는 노예의 가격, 1만 골드부터 시작합니다.”

성적인 용도로 이용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노예로 나온 남자는 경멸 어린 얼굴로 그들을 흘긋 바라본 뒤 열을 올리고 있는 남자들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와이번 슬레이어라는 말에 피가 끓는지 검투 노예를 사러 온 남자들과 기사로 보이는 남자들이 경쟁적으로 경매에 참가했다.

1만 골드가 2만 골드, 3만 골드로 훌쩍훌쩍 뛰었다. 계약 노예치고는 이례적으로 높은 가격이었다.

트리거조차 흥미 어린 얼굴로 노예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 가람은 질문했다.

“와이번 슬레이어가 뭐예요?”

“와이번을 잡은 사람이지. 말 그대로.”

“잡기 어려워요?”

“엄청나게 어렵지. 가죽은 돌보다도 단단하고, 질기기가 보통이 아니다. 크기는 너 정도면 한 발로 잡고 날아갈 수 있을 정도야. 혼자 와이번을 잡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와이번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검사면 굉장한 실력이지. 귀족이었다면 황제의 옆에서 일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가람은 그 설명을 듣고 남자의 실력에 감탄하기보다 그런 생물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에 질려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안전에 대해 새삼 깊은 고찰에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그 바퀴벌레 같은 것도 그렇고 이 세계에는 괴물들이 많이 사는 모양이다.

고찰은 깊었으나 결정의 시간은 짧았다. 그녀는 패널을 집어 들었다. 그런 위험한 생물이 살고 있다면 그 생물을 잡았다는 사람을 고용하면 되는 문제였다.

“현물로도 가능하다고 했죠?”

가람은 복대 속의 보석 반지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반지들을 다 팔면 못해도 100만 골드는 넘을 거다. 트리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로도 충분할 거다. 네가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그 정도의 반지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귀족이라고 해도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가격이니까.”

“아, 맞다. 여기 사람들은 월급이 얼마나 돼요?”

“보통 평민들은 한 달에 1골드에서 10골드, 하급 귀족 가문에 들어갈 만한 기사는 50골드에서 100골드, 그 이상으로는 실력에 따라 받지. 황궁 근위대 소속 기사는 3천 골드 정도라고 들었다. 그래도 보통 그 정도 되면 귀족이니, 영지에서 나오는 세금이 있어 월급에 딱히 신경 쓰지 않지.”

이곳의 1년은 열 달이니 연봉 3만 골드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가람이 지금 갖고 있는 금액은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평민 1만 명의 한 달 급여를 동양인 아가씨를 구입하는 데 써 버린 것이다.

가람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실감하고 잠시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8만 골드째의 패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지름신이 그녀의 한 손에서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람은 결국 12만 골드에 그 남자를 낙찰 받았다. 마지막까지 그녀와 경쟁한 남자는 굉장히 화려한 옷을 입은 귀족 남성이었다.

남색 머리칼의 그는 가람을 수상쩍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경쟁하는 사이 경매장에 있던 사람의 상당수가 빠져나갔기에 남아 있는 사람은 스무 명도 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가람과 경쟁하던 남자는 텅 빈 좌석을 지나 가람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가람은 남자가 가까이 오고 있음을 깨닫고 조금 당황했다.

“그를 어디에 쓸 생각이오? 성적인 용도의 명령은 받지 않는다고 했지 않소.”

어두운 남색 머리칼에 깊은 바다색 눈동자가 매우 아름다웠다. 굳이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남자는 이목구비 그 자체만으로 미형이었다.

그의 외모에 잠시 정신이 팔려 있던 가람은 남자의 질문을 깨닫고 울컥했다.

“실례되는 질문이네요. 호위로 쓰려고 하는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신 거죠?”

남자는 가늘게 뜬 가람의 눈을 마주하곤 얼굴을 붉히더니 곧 사과했다. 자신이 너무 넘겨짚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사과가 좀 의외였던 가람은 얼떨떨하게 사과를 받았다. 귀족이라고 해도 그렇게 권위적이거나 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릴 수가 없군. 그가 나를 선택할지도 모르니. 갑시다.”

계약 노예는 상위 입찰자 세 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었지.

가람이 아무리 높은 가격으로 낙찰 받았어도 계약 노예가 가람보다 한 단계 낮은 가격의 입찰자를 선택한다면 그가 입찰 받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구입하지 못해도 좀 아쉬울 뿐이라 가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 걸었다. 그녀의 뒤를 트리거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가람은 걸으며 슬쩍 복대 안에 손을 넣어 반지 두 개를 꺼내었다. 사람들 앞에서 꺼내기는 좀 민망하니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배를 긁는 척하며 꺼낸 것이다.

가람은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손을 옷소매 안으로 감추었다. 손끝만 드러난 탓에 반지는 눈에 띄지 않았다.

어느새 가람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몸에 밴 것이다.

남자는 이 경매장에 자주 온 모양인지 안내인도 없이 성큼성큼 잘도 걸었다.

경매장 옆의 비상구처럼 보이는 문을 열자 마치 커다란 호텔 복도 같은 길이 드러났다. 은은한 램프의 빛에 세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일렁였다.

“아, 88번 낙찰자님! 이쪽입니다. 모시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먼저 오셨군요!”

복도를 두어 걸음 걷자 갑자기 오른쪽 문에서 웬 남자가 튀어나왔다.

기다렸다는 듯 반가운 태도다. 싹싹하게 인사말을 건네는 남자는 약 서른 정도 되어 보였다.

그는 가람을 이끌어 자신이 튀어나왔던 문 안으로 안내했다.

문 안은 소박하지만 센스 있게 꾸며진 응접실이었다.

응접실 안에는 가람이 구입한 세 명의 노예와 조금 나이가 있는 중년 남성 한 명, 마법사 같은 학자풍의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미인이시군요! 하하, 우라늄 차 좋아하십니까?”

무슨 늄? 가람은 설마 방사능을 우려내어 주겠나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가람을 안내한 남자는 준비하겠노라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가 자리를 비우자 대표인 듯 마법사 같은 남자가 자리를 권해 왔다.

가람과 트리거, 그리고 가람과 경쟁하던 남자가 한편에 앉고 그 맞은편에는 경매장 측 사람과 노예 세 명이 주르륵 앉았다.

각자 자리에 앉자 마법사가 나서서 통성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는 결제 마법사 메이른입니다. 이 친구는 감정사입니다. 현물 결제를 하시는 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혹시 현물이십니까?”

“네.”

대답하는 가람의 앞으로 차가 놓였다. 약간 거무튀튀한 색깔의 차는 지금까지 맡아 본 적도 없는 기이한 향을 피워 내고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연기와 모기향, 담배 냄새를 조금씩 섞어서 구운 빵 냄새 위에 올려 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건조하고 약간 고소한 향으로, 딱히 손이 가는 향은 아니었다.

“간식으로 슬라임 말랭이를 준비했습니다.”

진짜 이상한 거 먹는구나. 가람은 단순히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슬라임 말랭이는 마치 묵을 말린 것 같은 반투명한 재질의 꼬들꼬들한 젤리 같았다.

마찬가지로 손이 가는 외양이 아니라 가람은 떨떠름하게 거래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럼 결제 전에 이쪽 45번 고객님께서 오셨으니 이쪽 계약 노예가 선택한 후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죠. 그럼, 선택해 주시죠.”

마법사의 말에 가람은 처음으로 노예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동양 아가씨는 같은 동양인에게 낙찰되어 잠시 안도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노예로 팔린 것은 사실이기에 불안한 얼굴이었다.

나머지 두 남자 노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하나는 무뚝뚝한 얼굴이었고 하나는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긴 했지만 역시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검사 노예는 가람과 가람의 옆에 앉은 남자를 한 차례 번갈아 본 뒤 질문했다. 깜짝 놀랄 만큼 낮은 목소리였다.

“나를 무슨 용도로 쓸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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