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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35화 (35/256)

35화

그 순간 마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는지 점점 흔들림이 심해진다 싶더니 쾅 하고 튀어 올랐다. 돌부리에라도 걸린 모양이었다.

가람은 엉겁결에 마차 천장에 머리를 박을 뻔했지만 간신히 어떻게 박지는 않았다.

“더럽게 험하게 모는군.”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투덜거렸고 여기저기서 동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값도 눈 튀어나오게 비싸면서.’, ‘아, 혀 깨물었어.’ 하는 불만들이었다.

팀팀은 마땅찮은 얼굴로 그들을 지그시 노려보다가 혀를 찼다. 애도 있는데 말조심하지 않고. 이래서 이방인들이란!

“오늘따라 마차가 좀 험하구나.”

“걷는 것보다는 낫죠.”

가람이 어깨를 으쓱하자 팀팀이 작게 웃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사실 가람은 아까부터 조금 토기가 올라오던 참이었다.

배가 고팠을 때엔 괜찮았는데 무언가 먹고 나니 속이 메슥거렸다. 그나마 공기가 차가워서 낫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 그렇지. 착하구나. 그런데 찾는다는 건 뭐니? 아저씨는 크페타인 토박이야. 뭐든 물어봐도 된단다.”

팀팀은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의 선량함과 유순함을 얼굴에 가득 바르고 말했다. 가람은 이제 그가 처음처럼 그리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친절함이 트라키아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라, 그녀는 최대한 아이인 척하기로 했다.

순식간에 친절을 벗어던지던 그 번들거리던 눈동자를 떠올리면 아직도 소름이 돋았다.

“그냥, 저만의 보물이에요.”

팀팀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래그래, 꼬마 아가씨의 비밀 보물은 묻지 않으마. 그런데 크페타인은 처음이니?”

가람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겠구나. 크페타인 안쪽은 안전하지만 밖에는 무서운 곰 아저씨가 돌아다니면서 착한 아이를 잡아먹는단다.”

크페타인 근처에 곰이 많나 보군. 이제 아이 취급이 완전히 적응된 가람은 그 말에서 정보만 뽑아내어 정리했다.

토박이라는 말에 들어 두면 좋을 것이 많겠다고 판단한 가람은 그 후로도 이것저것 팀팀에게 질문했다.

팀팀이 주는 정보는 생활 상식도 있었고, 크페타인의 주민에 대한 일화도 있었으며, 주변의 동물들에 관한 것도 있었다.

무엇 하나 쓸모없는 이야기가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바로 팀팀의 노숙 노하우였다.

얼어붙은 눈산에서의 주의할 점이나 잠을 자는 법, 맹수를 피하는 법 등은 지금의 가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보였다.

체온을 잃는다는 말이 목숨을 잃는다는 말과 이음동의어인 산에서, 잠을 청하다가 혈압이 떨어진 상태로 냉동 인간이 되어 버렸던 한 애송이 여행자의 일화는 정말로 인상 깊었다.

가람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였으니까.

엎드린 상태로 눈에 은신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여행자의 발목을 잘라 내고 발목부터 씹어 먹는다는 흰곰이나 자고 일어났더니 동료가 죽어 있더라 같은 이야기를 생활 팁에 섞어 듣자 도저히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마차 안의 대부분이 팀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닌 척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깨달은 팀팀은 한 번 가볍게 웃고는 다시 특강을 시작했다.

팀팀의 강의가 무르익을수록 크페타인 또한 가까워지고 있었다.

팀팀은 제법 이야기꾼에 소질이 있었기에 마차에서의 시간은 빨리 갔다.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적절하게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결말 부분에서 짧게 정적을 만들어 내며 긴장을 끌어내었다.

어느새 사람들은 감출 생각도 없이 팀팀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팀팀의 부리부리한 눈이 과장되게 뜨이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가늘게 뜨이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크페타인의 주변에 돌아다니는 무서운 살인 곰들로 시작한 그의 이야기는 크페타인 북쪽 산에 있다는 아름다운 얼음나무 숲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가, 크페타인 전통 민담으로 끝을 맺었다.

크페타인의 산맥에는 별의 호수라고 불리는 얼어붙은 호수가 하나 있다.

크페타인 토박이들은 이 호수에 아름다운 별의 여신이 잠들어 있다고 굳게 믿었다. 민담의 내용은 대충 이랬다.

칠흑 같은 밤하늘의 여신에게는 수많은 별의 딸들이 있었다.

별의 딸들은 길 잃은 여행자를 마을로 인도하기도 하고, 즐거운 환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사람들은 착하고 아름다운 별의 딸을 숭배했고, 몹시 아끼며 섬겼다고 한다.

밤하늘의 여신은 그것이 못마땅했다. 자신은 이렇게나 검고 어두운데, 그녀의 딸들은 언제나 찬란하게 빛이 났다.

어느 날 별의 여신 중 하나에게 사랑에 빠진 청년이 나타나서 절절히 찬양했다.

‘보이지 않는 새카만 여신보다 찬란한 그대가 더 밤하늘의 여신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대의 눈부심에 밤하늘은 더 이상 칠흑 같은 밤하늘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별하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고, 축제를 벌였다. 그에 칠흑 같은 밤하늘의 여신은 하늘이 떨리도록 진노했다.

그녀는 딸들을 붙잡아 일부는 구름에 가두고, 청년의 찬양을 받은 딸은 호수 속에 가두어 버렸다. 그리고 절대로 나오지 못하도록 차가운 분노로 얼려서 봉인했다.

여신의 분노는 혹독했고, 크페타인의 모든 온기를 새카맣게 집어삼켰다.

그때부터 크페타인은 영원히 차가운 분노가 몰아치는 혹한의 땅이 되었다고 한다.

하늘이 황금빛으로 보일 정도로 찬란했던 별들은 여신의 어둠에 파묻혀 작은 빛만을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호수에 갇힌 별의 딸은 자매를 그리워하며 어머니에게 용서를 비는 뜻으로 가끔씩 빛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호수에서 빛이 날 때마다 크페타인 사람들은 함께 사죄하며 제사를 지내지.”

팀팀이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기다렸다는 듯 마차가 멈췄다. 그리고 잠시 뒤 마차 문이 덜컥 열렸다. 그 사이로 마부가 나타나더니 덤덤히 선언했다.

“도착했소.”

딱히 내리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서둘러 내렸다. 내리고 보니 도착한 마차들로 빼곡했다. 마차와 말이 뒤섞이고, 타려는 사람과 내리는 사람이 마구 섞여 있었다.

가람과 함께 마차를 탔던 사람들은 어느새 그 인파에 묻혀 뿔뿔이 흩어졌다. 그중에는 팀팀도 있었다.

팀팀은 가람이 마차꾼에게서 뽀삐의 고삐를 건네어 받는 사이, 커다란 손으로 머리카락을 두어 번 쓰다듬어 준 후 순식간에 성큼성큼 걸어서 사라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제법 아늑한 느낌으로 팀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내리고 보니 갑자기 시장통 같은 곳이라 가람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리로.”

마차를 타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의 틈에서 웨이크가 재빨리 가람을 빼내었다. 팀팀의 뒷모습을 황망히 바라보던 가람은 그 손에 잡혀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과 흙이 뒤섞인 차가운 진창이 말똥과 섞여 절퍽인다.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조금 한산한 곳으로 나오고 나자 가람은 그제야 크페타인을 좀 살필 수 있었다. 가죽을 가득 실은 수레나 말이 길도 없이 사람과 섞여 대로를 걷고 있었다.

도시를 이룬 집은 대가족이 살 법한 커다란 것들뿐이었다. 그런 커다란 집들을 두꺼운 나무를 엮어 만든 방책이 커다랗게 감싸고 있었다.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이 커다란 방책의 나무들은 하나하나가 가람의 몸통보다도 굵었다.

분명 차콘다보다 북쪽인데, 신기하게도 차콘다보다 춥지는 않았다. 아마 방책이 칼바람을 막아 준 덕분인 것 같았다. 기온은 낮았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다.

세련되거나 멋진 마을은 아니었다. 아름답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투박했고, 옷이라기보다 가죽에 가까운 것을 걸치고 살았다.

요리 대신 커다란 치즈 덩어리나, 고깃덩어리를 씹으며 돌아다니는 사냥꾼들은 노린내가 풍겼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크페타인은 사냥꾼의 마을이었다.

사냥꾼들이 태어나서, 사냥꾼으로 살다가 사냥꾼으로서 죽는다.

털가죽의 노린내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없었고, 무기를 들고 있다고 범죄자 취급하는 사람도 없었다.

피 칠갑 좀 하고 나타났다고 기절할 듯 비명을 지르는 귀부인 같은 것도 없었다.

맛이 어떻고 저떻고 까다롭게 구는 사람들도 없었으며, 대부분 솔직하고 실리적이었다.

“내일 출발하는 게 좋겠습니다.”

산에 걸쳐 있는 해를 보며 웨이크가 말했다. 가람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일단 숙소를 좀 알아보고 장비를 좀 사야겠어요.”

세 사람은 조금 더 걸어서 마차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도시 안쪽으로 조금 더 걷자, 줄 지은 교역소의 거리가 나타났다.

커다란 저울의 한쪽에 이름 모를 짐승의 가죽이나 뼈가 올라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치즈나 야채가 올라간 풍경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거리는 흥정하는 목소리로 소란스러웠다.

소금, 빵, 치즈, 무, 양파, 술, 곡식 가루, 절인 생선 등 교역소의 품목들은 다양했다.

상인들이 싣고 온 물자들은 모두 가죽이나 크페타인 특산품으로 바뀌어 차곡차곡 마차에 쌓였다.

제법 볼만한 구경거리라서 가람의 시선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 그녀의 뒤통수에는 크페타인 토박이들의 흐뭇한 시선이 따라붙었다.

“일단 뽀삐부터 맡겨요.”

가람 일행이나 뽀삐나 무언가 먹고 좀 쉬어야 했다. 특히 뽀삐는 오늘 하루 종일 익숙지 않은 동토를 달리느라 매우 지쳐 있었다.

그녀의 말에 반색한 뽀삐가 재빨리 가람의 옆에 따라붙어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떨었다.

“알았어, 알았어. 그나저나 내일 뽀삐는 두고 갈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람의 질문에 웨이크는 짧게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눈산은 말이 가기에 그리 좋은 곳이 아닙니다. 만약 데려간다면 먹을 풀도 없으니 말의 식량도 챙겨야 할 겁니다. 그러면 짐의 양이 너무 많아집니다.”

“웨이크의 말이 맞습니다. 여관에 두고, 필요한 물건과 장비만 챙긴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뮐러도 동의했기에 만장일치로 이번 산행에 뽀삐는 데려가지 않기로 했다.

일반 산이라면 몰라도, 자칫 잘못했다간 뽀삐가 얼어 죽을지도 몰랐다.

“그럼 결정됐군요. 마구간이 있는 여관을 찾아야겠네요.”

“저쪽에 있는 것 같습니다.”

눈 좋은 웨이크가 커다란 3층 건물을 가리켰다. 제법 깨끗하고 좋아 보이는 여관이었다. 유명한 여관인지 드나드는 사람이 꽤 많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얼음딸기 여관’이라는 목제 간판이 달랑달랑 흔들리고 있었다.

차콘다와 마찬가지로, 대낮인데도 여관 안은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가득했다.

딸기코의 산적 같은 남자들이 가람의 머리통만 한 나무잔으로 독한 술을 연신 마셔 댔다.

커다란 벽난로 위에는 가람이 들어가서 목욕을 해도 좋을 정도로 큼직한 솥이 끓고 있었는데,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풍채 좋은 여자는 돈을 받고 그것을 한 국자씩 퍼 주고 있었다.

딱히 요리랄 것도 없이, 내용물이 줄어들면 재료를 좀 더 넣어 끓이고, 싱겁다 싶으면 소금을 넣고, 너무 뻑뻑하다 싶으면 물을 좀 넣는 식으로 양을 보충하며 끓이는 스튜는 그렇게 대충 끓이는데도 맛있는 냄새가 났다.

스튜 향과 녹은 치즈 냄새, 술 냄새와 가죽 냄새가 뒤섞여 온기와 함께 여관을 흘러 다녔다.

“비켜!”

갑자기 뒤에서 불쑥 나타난 남자가 가람을 사납게 밀쳤다. 얼굴뼈가 도드라지는 성마른 인상의 사내였다.

웨이크가 잡아 준 덕분에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기분은 나빴다. 항의하려는 가람에게 매서운 시선을 던져 위협한 그는 그대로 여관 주인에게 성큼 다가섰다.

“방 하나.”

남자의 말에 여관 주인은 흘긋 시선을 던지더니 냉랭하게 대답했다.

“없어.”

순간 남자의 얼굴이 확 구겨지더니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굉장히 다혈질이었다.

밀쳐져서 화가 나긴 하지만, 엮여서 좋을 게 없겠다 싶어진 가람은 잠자코 뒤에서 기다렸다.

“나는 문스킨이다. 다시 말하지, 방 하나.”

‘남쪽에서 꽤 영향력 있는 상인입니다. 연줄이 칼츠버그까지 닿아 있다더군요.’ 뮐러가 슬쩍 귀띔했다. ‘그런데 그거랑 저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가람이 덩달아 소곤소곤 묻자 뮐러가 노골적으로 남자를 비웃으며 말했다. ‘일종의 권위 의식이죠. 크페타인으로서는 한창 호황기로 상인들과 척을 지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상인이 저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니 별로 아쉬울 것도 없습니다.’

“없어.”

어디 개가 짖나 하는 여관 주인의 태도에 문스킨이 노성을 터뜨렸다.

“이 일은 크페타인 공작에게 항의하겠다!”

“하시던가요. 꺼져.”

문스킨은 말이 안 통하는 빌어먹을 곳이라며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나기가 무섭게 조용히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저기서 이방인을 비아냥거리는 농담과 조롱이 터져 나왔다. 그 상황 속에 서 있던 가람은 뒤늦게 깨달았다.

방이 없으면 가람도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방이 있는 다른 여관을 찾아 돌아서려는데 순간 귀에 익은 목소리가 가람을 불러 세웠다.

“꼬마 아가씨! 무슨 일이니?”

여관 주인이었다. 방금까지 냉랭하던 그녀는 동일 인물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친근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지키고 있던 스튜도 팽개치고 가람의 앞까지 순식간에 다가선 그녀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했다.

“저기, 방 있나요?”

방금 없다는 걸 알았지만 대답 삼아 그렇게 묻자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까지 없다고 들었는데?

“잠시만 기다리렴.”

주인은 그대로 뒤에 난 방들 중 하나로 들어갔다. 가람이 어리둥절하게 서 있는데 뮐러는 무언가 눈치챈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기다리자 주인이 들어간 방에서 실랑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가람은 살금살금 문 가까이로 다가서서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엿들어도 되나 싶어 슬쩍 뒤를 돌아보다가 손님 중 하나로 보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소도둑놈 같은 남자가 어울리지 않게 앙증맞은 동작으로 손가락을 세워 입술을 막는 시늉을 한다. ‘쉬잇.’

아무래도 괜찮다는 뜻인 것 같았다.

“잠깐, 난 오늘 밤까지 있겠다고 했잖아.”

“나가.”

“갑자기 왜 이래, 앗, 내 가방 내버려 둬!”

“어린아이가 길거리를 전전하고 있다고. 나가.”

길거리를 전전하는 어린아이라는 건 혹시 나를 말하는 건가? 가람은 당황스러운 기분에 미간을 모았다.

“어린아이? 잠깐, 난 어떡하라고! 빈방도 없을 텐데!”

“원래 다 큰 놈들은 길바닥에서 좀 자고 그래야 건강해져.”

“무슨 그런 소리를!”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여관 주인이 우람한 팔로 짐을 가득 들고 나왔다. 그 뒤를 커다란 남자가 징징거리며 따라나섰다.

그의 짐을 대충 적당히 방 밖으로 치워 낸 여주인은 호빵처럼 웃으며 가람에게 말했다.

“자, 방이 생겼단다. 이리 오렴.”

가람은 말없이 여주인을 따라 방으로 들어섰다. 두런두런 대화가 오갔다. 몇 살이니? 열두 살이요.

아이구! 열두 살치고는 좀 작구나! 아줌마가 밥 많이 줄 테니까 다 먹어야 한다?

네. 그런데 밖에 제 말이 있어요. 검은 흑마고 이름은 뽀삐예요.

그래, 우리 꼬마 아가씨 친구는 아줌마가 잘 돌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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