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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61화 (61/256)

61화

가람이 결론을 내리는 순간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제법 익숙한 목소리라고 생각하며 가람이 뒤돌자 그곳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반갑게 다가서는 로아나가 있었다.

“로아나?”

가람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고작 4개월이다. 베록을 떠난 지 고작 4개월 만에 로아나는 외모적으로 꽤 많이 변해 있었다.

그래도 가람만큼은 아니었다. 가람을 훑어보는 로아나의 눈과 입은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어머, 어머, 어머, 세상에. 정말 가람 씨잖아? 인상이 확 바뀌었네요. 처음에 정말 가람 씨인가 하고 한참 망설였잖아요. 더 멋있어졌네요! 나는 살이 좀 쪘죠? 호호, 옆에 두 분은 전에 그분들이네. 아직 같이 다니는군요. 잘 지냈어요? 잘 못 지냈구나. 얼굴 수척해진 것 좀 봐. 멋있어지긴 했지만 그럼 못써요. 밥은 잘 먹고 다녀요? 아, 내 정신 좀 봐. 밥은 먹었어요?”

속사포 같은 말은 여전했다. 가람은 잠시 대화에 끼어들 때를 찾지 못해 넋을 놓고 그 말들을 들었다. 그리고 로아나의 1절이 끝났을 때 얼떨떨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가람이 멍하게 인사하자 싱글싱글 웃던 로아나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 숨이 넘어갈 듯 웃었다.

높은 웃음소리에 가람은 다시 정신이 나갈 것 같았지만 가까스로 멍해지지 않았다.

“너무 반가워서 그만, 인사도 못 했네. 미안해요.”

가람은 그저 싱긋 웃었다. 어쩐지 가슴께가 따듯해지는 기분이다. 정말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그녀의 입장에서 자신은 잠깐 가게를 스쳐 갔던 손님 중 하나일 뿐인데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도 고마웠다.

“잘 지냈나요, 로아나?”

“물론이죠. 이제 완전히 돌아온 거예요?”

“아……. 다시 떠나야 해요.”

“아…….”

갑자기 로아나가 입을 다물었다. 쏟아지는 측은한 시선에 가람은 몹시 당황했다. 사실 로아나가 가람을 그렇게 볼 이유는 없었다.

이제 더 이상 가람은 어리버리하게 불량배에게 길을 묻다가 강도를 당하는 여행자도 아니었고, 라이터를 단돈 50쿠퍼에 팔아넘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가람은 눈사태에서도 살아남았고, 에녹사를 구할 생각을 했을 정도로 강해져 있기도 했다.

그리고 여관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가람은 가진 것이 많다. 그 사실은 로아나도 알고 있을 텐데.

가람은 자신을 걱정하는 로아나의 시선이 불편해서 괜히 눈을 피했다. 이렇게나 걱정해 주는 사람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에 새삼 마음이 따끔거렸다.

“일단 가요. 밥 많이 줄게.”

그렇게 말한 로아나는 서슴없이 가람의 손을 잡아끌었다. 웨이크와 뮐러는 조금 당황하다가 말들을 챙겨 뒤따르기 시작했다.

로아나는 부둣가에서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뱃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어육이 든 상자를 옮기는 짐꾼, 술 마시는 선원, 뭔가 장부에 적고 있는 사람, 돛을 수선하는 사람 등 인사를 나누는 사람은 다양했다.

가람은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로아나를 관찰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살이 조금 찌긴 했다. 하지만 얼굴이 워낙 밝아 오히려 더 예뻐진 것 같았다.

두꺼워진 팔뚝이나 통통한 허벅지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그레한 뺨은 행복에 물들어 있었다.

가람은 그 뺨을 바라보며 직감했다.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로아나.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요?”

가람이 넌지시 묻자 나무를 자르던 남자와 인사하던 로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눈치가 귀신이네. 어떻게 알았어요?”

“더 예뻐져서요.”

“아이, 참.”

로아나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더니 곧 웃음을 억누르는 얼굴로 작게 속삭였다. 뺨의 홍조에서 행복이 데굴데굴 굴러 나와 바닥을 굴러다닌다.

“사귄 지 이제 한 달이에요.”

“어떤 남자예요?”

“비밀. 자, 다 왔네요.”

비밀이라고 말하는 로아나의 얼굴은 마치 악동 같았다.

가람은 더 묻지 않고 로아나가 떠미는 대로 여관 안으로 들어섰다. 오랜만의 휴식의 요정은 정말로 좋았다.

바랄라인이나 크페타인처럼 경계하듯 일제히 쳐다보는 시선도 없었고, 창살만 있는 창문에서 들어온 노을 덕분에 가게 전체에 훈훈한 붉음이 감돌고 있었다.

아직 술을 마시기에는 일러서 그런지 손님은 적었지만, 횃불을 켜지 않아 약간 어두운 실내와 맞물려 평화로웠다.

“아참, 제 말들에게 줄 밥은 강아지 당근과 산포로 해 주세요. 실컷 먹도록 해 주시구요.”

잊어버릴까 봐 가람이 재빨리 당부하자 로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뭔가 가늠하더니 가격을 이야기했다.

“한 1골드 정도면 될 거예요.”

사실 여관에 없는 말먹이를 주문할 경우 수고비가 10실버 정도 붙고, 실제로 다 큰 말이 실컷 먹을 만큼의 산포와 강아지 당근을 사려면 1골드보다 돈이 조금 더 들었지만, 로아나는 흥정으로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을 알았다.

가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2골드를 꺼내었다.

“1인실 세 개, 1인당 하루 10실버 90쿠퍼로 식사까지 가능했죠? 세 명이니까 거의 하루 33실버. 일단 3일 묵고 거스름돈은 괜찮아요.”

계산해 보려던 로아나는 그것을 그만두고 가람이 내미는 대로 돈을 받았다. 언뜻 계산하기에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오셨으니 목욕은 서비스예요. 식사도 방으로 가져다드릴까요?”

가람은 고개를 저었다.

“저 두 사람과 함께 먹어야 하니 내려와서 먹을게요. 그런데…….”

가람은 목소리를 낮추고 손짓으로 로아나의 귀를 빌렸다. 로아나는 흥미로운 얼굴로 순순히 귀를 내어주었다.

“혹시 배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 있을까요?”

“배요? 동대륙으로 돌아가려구요?”

“아뇨, 그게. 어느 위치에 가야 하는데 방향만 알고 있거든요. 음, 데려다 달라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배가 있을까 해서요.”

“흐음, 잘 모르겠어요. 제 손님은 대부분 상선에서 일하는 선원들이라서. 그래도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으니 씻고 내려오면 소개해 줄게요.”

“고마워요.”

로아나는 미소 짓는 가람의 등을 떠밀었다. 조금 있으면 손님이 아주 많이 몰려올 거다.

꾸물거리다간 자리가 없을 수도 있었다. 얼른 씻고 내려오지 않으면 홀에서 먹을 수 없을 확률이 높았다.

등에 닿는 따듯한 손에 떠밀린 가람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방으로 올라와 짐을 풀고 씻었다. 근 한 달 만의 뜨거운 목욕이라 밀려드는 행복감이 보통 아니다.

냄새가 나면 나는 대로, 머리가 뭉치고 굳어도 찬 개울물로 가끔 씻을 뿐이라 여관에 도착할 무렵에는 늘 이만큼 더러워져 있었다.

하지만 냄새 따위는 이제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다만 병이 생길까 봐 손만은 자주 씻었다.

가람이 씻고 나오니 두 남자는 이미 말쑥하게 씻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서두를 걸 그랬나 하던 가람은 그래도 오랜만의 목욕을 그렇게 빨리 끝내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너무 오래 씻어 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딱 적당한 때 내려왔는지 주점에는 맥주 방울이 적당히 흩날리고 있었다.

나무잔이 부서지도록 부딪혀 가며 연신 마시기를 권하고, 별것 아닌 것에도 소녀처럼 까르르 웃는 바다 사나이들을 바라보던 가람은 어쩐지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이곳이 집은 아니지만, 마침내 돌아왔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로아나는 술에 취해 소녀처럼 깔깔거리는 남자들을 헤치고 멀대처럼 서 있는 가람 일행에게 다가왔다.

커다란 나무 쟁반을 들고도 날렵하게 허공에 휘저어지는 술잔을 피하는 모습은 숲의 다람쥐를 떠올리게 한다.

고개를 살짝 꺾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귀 옆을 스치는 나무잔을 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베테랑의 그것이었다.

“왔어요?”

가죽옷을 벗어 버린 터라 가람은 지금 가죽옷 안에 입던 천 옷에 두르는 형식의 치마를 허리에 묶어 입고 있었다.

훨씬 가벼워진 차림에 로아나가 흡족한 표정을 짓더니 은밀하게 다가서서 주점 한쪽을 턱짓했다.

“저쪽, 보여요?”

코까지 뻘겋게 달아오른 남자들은 대부분 다 비슷하게 보여서 가람은 잠깐 로아나가 가리키는 것이 누구인지 헤매었다.

그녀가 ‘저기 붉은 수염을 가진 사람이요.’라고 말하고 나서야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 근방에서 제일 아는 것이 많고 성격 좋은 선장이에요. 사실 대부분의 선장들은 그다지 엮이고 싶은 성격이 못 되거든요. 그나마 친절하게 대답해 줄 거예요.”

턱 주변의 꼬불꼬불한 수염에 맥주 방울이 매달려 줄줄 흐른다.

어딘가의 산 도적 같은 형상에 가람은 떨떠름한 기분이었지만 로아나가 친절하다고 권하니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좀 험악해 보이긴 하지만 음험하거나 잔인해 보이는 사람은 아니다. 커다랗게 웃는 입이나 껄껄거리며 젖혀지는 머리가 호쾌한 인상을 풍겼다.

“그럼, 건투를 빌어요.”

로아나가 등을 툭 치며 눈을 찡긋거렸지만 가람은 어떻게 나서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선장은 홀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탁자에는 비슷하게 생긴 남자가 둘이나 앉아 있었고, 죽이 잘 맞는지 분위기가 끈끈하다. 그 사이를 비집고 앉으려면 많은 숫기가 필요했다.

“술이라도 한잔 사겠다고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고민하는 가람에게 뮐러가 조용히 조언했다.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 가람은 일단 돌격하기로 했다. 설마 잡아먹기야 하겠는가.

“안녕하세요? 제가 술을 한잔 사도 괜찮을까요?”

세 사람이 술로 목을 축이는 사이, 가람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으음?”

선장의 부리부리한 눈이 게슴츠레하게 뜨이더니 한 차례 가람을 훑어본다. 그 시선이 웨이크와 뮐러에게도 이어지더니 곧 가람의 팔목에 있는 노예 계약 인장을 스쳤다.

코까지 벌겋게 되어 고주망태가 된 것이 아닌가 했는데 생각보다 멀쩡한 얼굴이었다.

선장은 취기가 가신 얼굴로 턱을 괴더니 턱 끝으로 빈자리를 가리켰다.

“앉아.”

대단히 고자세라 가람은 조금 움츠러들었다가 웨이크가 어깨를 툭 두드리자 가슴을 펴고 앉았다.

의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두 남자는 마치 호위라도 하듯 가람의 뒤를 지키고 섰다.

“나한테 볼일이 있나?”

“네. 물어볼 것이 있어서요.”

“왕년에 해적이었냐거나 그런 질문은 아니길 바라네, 아가씨. 뭐, 난 죄지은 것 없으니 뺄 건 없지.”

그래도 그렇게 호의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일을 하면서도 흘긋흘긋 지켜보고 있던 로아나가 재빨리 맥주잔 네 개를 내려놓았다.

한 손에 각각 커다란 잔을 두 개씩 들고 술 방울이 튀지 않도록 날렵하게 내려놓는다. 그녀는 빈 술잔을 수거해 가며 슬쩍 덧붙였다.

“제 친구니까 그렇게 딱딱한 표정 짓지 말아요.”

“로아나는 다 친구잖아?”

그 말에 붉은 수염의 왼쪽에 앉았던 주먹코가 웃었다. 오른쪽에 앉은 회색 머리도 맥주를 맛보며 슬쩍 웃었는데, 머리색은 바닷바람에 탈색이 된 것 같았다.

“친구끼리 잘 지내면 좋죠! 어쨌거나 까탈스럽게 대하지 말고 잘해 줘요!”

흥흥하며 말한 로아나는 가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강조했다.

“특별하게 친한 친구라구요.”

“나는?”

주먹코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댁은 특별하게 친한 아저씨고!”

너무한데. 두 사람이 웃으며 말하자 붉은 수염이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산 도적 같은 얼굴이 그런 표정을 짓자 의외로 대단히 불쌍한 모습이 되었다.

“나는 상처받았어.”

“푸하핫!”

가련한 비련의 주인공처럼 중얼거리는 붉은 수염의 말에 주먹코가 탁자를 두드리며 박장대소했다.

로아나는 미간을 모으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주문한 오리 훈제는 제일 큰 것으로 가져다드릴게요.’ 하고 자리를 뜬다. 그 뒤로 ‘로아나 사랑해!’ 하는 외침이 이어졌지만 ‘필요 없거든요!’ 하고 단칼에 잘렸다.

“음, 로아나 친구라고? 그래. 궁금한 게 뭐지?”

웃음을 수습한 붉은 수염의 표정은 대단히 친절해져 있었다.

가람은 이 도시에서 가장 유용한 신분은 로아나의 친구가 아닐까 잠깐 생각했다. 어쨌거나 뱃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잘 통하는 듯하다.

“제가 동쪽 어딘가로 가야 하는데 목적지를 몰라도 함께 가 주는 배가 있을까요?”

붉은 수염은 황당한 소리에 농인가 싶어 가람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그녀가 진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배는 타 본 적 있나?”

수학여행 때 유람선 같은 배는 타 본 적 있지만 돛과 바람으로 가는 배는 처음이다.

“아니요.”

“타 본 적도 없어? 여기에 올 때는 뭘 타고 왔지?”

실수했다. 가람은 혀를 깨물고 싶은 기분에 쩔쩔매다가 간신히 적당한 대답을 골라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워낙 오래되어서 잠시 잊어버린 것 같아요. 또 너무 힘들었거든요.”

변명을 하느라 말이 줄줄이 길어졌다. 붉은 수염은 지나치게 당황하는 가람을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흠, 하고 턱을 쓰다듬더니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베록에서 구할 수 있는 배는 여객선, 화물선이 보통이지. 군함은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니 제쳐 두고. 간혹 탐험선이 있긴 한데 어쨌거나 어딘지도 모를 동쪽으로 항해하려는 미친 배는 없을걸.”

“탐험선은요? 탐험선은 가 주지 않나요?”

“탐험선은 탐험대가 타는 배야. 그런 용도가 아니지. 목표를 위해 조직된 탐험대가 아니면 끼워 주지도 않아. 물론 여자라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래도 힘들어.”

“여자라는 게 왜 환영할 만한 일이에요?”

“세이렌의 목소리는 남자만 홀리니까. 홀린 남자 선원들을 갑판에 묶고 구하는 것은 여선원의 일이고 아주 중요한 일이지. 뭐, 한가한 선장이 있으면 붙잡고 사정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야기를 듣자 하니 꼼짝없이 배를 사는 수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배를 처음 사서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항해한다는 것은 굉장히 거창한 자살 방법과도 같으리라.

굳이 죽고 싶다면 더 편한 방법도 많았다. 그러나 가람은 어쩔 수 없었다. 바늘이 그곳을 가리키므로.

“저기, 배를 사서 베테랑 선원들과 함께 출발한다면 어떨까요?”

“무리야.”

생각보다 훨씬 단호한 대답이었다.

“왜요?”

“외국인은 배를 소유할 수 없어. 외국인에게 배를 판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 대륙법상 그래.”

외형이 이 모양이니 외국인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다. 척 보기에도 이쪽 사람이 아닌지라, 가람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암담해지던 가람은 문득 웨이크나 뮐러에게 대신 구입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싶어 슬쩍 뒤돌아봤지만 뮐러는 눈빛만 읽고도 고개를 휘휘 저었다.

노예는 배를 살 수 없다.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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