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남자는 손을 들어 평화적인 몸짓을 취해 보인 뒤 친근한 어조로 말했다.
그 때문일까. 가람은 남자의 인상이 조금 달라 보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 웨이크를 제지했지만 여전히 권총을 잡은 상태로 그를 대했다.
“저는 돛새치 용병대의 밀본이라고 합니다. 아가씨가 찾고 있는 용병선을 가진 해상 용병대죠. 일을 구하러 여기를 기웃거리는 중이었는데, 솔깃한 이야기를 들어서 말입니다.”
가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이 남자가 많이 수상했다.
“기본 의뢰금만 100골드라고…….”
“그렇죠.”
사실 100골드는 거액이었지만 그럴듯한 용병대를 고용하기에는 좀 적었다. 보통 용병대는 적으면 네 명, 많으면 천 명도 넘는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100골드라면 그럭저럭 실력이 좀 괜찮은 열 명 정도의 용병대를 한 달 정도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해양 용병대라면 거기에 배를 빌리는 값까지 추가되니 보통 더 비싸다.
“저희가 도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마침 저도 의뢰를 찾아서 여기에 왔던 참이라. 아, 의심 좀 그만하세요. 여기, 제 용병패입니다.”
남자는 구리로 만든 작은 패를 보여 주었다. 가람은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힘들었으므로 뮐러가 대신 나서서 감정했다. 돛새치 용병대 삼등 조타수 밀본. 19세.
“진짜군요.”
이 남자가 진짜 용병이고 일을 맡기를 원한다면 가람도 환영이었다.
하루라도 더 빨리 패스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싶은 것이 가람의 마음이라, 일의 진행이 빠를수록 그녀는 반가웠다. 여기 서서 얘기할 게 아니라, 차라도 한잔 하며 제대로 용병대의 규모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좋아요. 밀본 씨.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죠. 일단 자리를 옮겨서…….”
“잠깐.”
갑자기 밀본이 말을 막아섰다. 가람의 의아한 표정에 밀본은 조금 곤란한 얼굴로 멋쩍게 웃어 보였다.
“저는 대장이 아니라서 본격적인 의뢰에 대한 이야기는 나눌 수 없어요. 일단 대장이 계신 곳으로 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대장이라는 분이 이쪽으로 오셔도 되지 않나요?”
“그게, 사정이 좀 있어서…….”
가람의 시선에 다시 의심이 깃들기 시작하자 밀본은 대단히 부끄러운 어조로 말을 꺼내었다.
가람은 잘 익은 족발 같은 색의 뺨에 검붉은 물이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든 설명이 끝났을 때, 가 주실 거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아예 듣지 않았다면 모를까, 치부를 듣고도 모른 척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감옥으로 같이 갑시다.”
돛새치 용병대의 용병대장은 감옥에 있었다. 그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감옥에 갇힌 이유는 밀본이 부끄러워할 만큼 비참한 것이었다.
무전취식. 돛새치 용병대의 대장을 감옥에 가둔 죄명은 바로 그것이었다.
어느 집단이나 그러하듯 방종한 몇몇은 있기 마련이고, 용병대의 이름으로 외상을 달아 놓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을 지고 대장은 감옥에 갇혔다.
물론 외상값을 지불했다면 갇히지 않았겠지만, 돛새치 용병대의 재정난은 심각한 수준이라 이미 배도 저당 잡힌 지 오래였다.
“불쌍한 처지이긴 하지만 실력을 믿을 수 있을지가 문제군요.”
웨이크의 말에 길을 안내하던 밀본이 슬쩍 뒤돌아보며 말했다.
“저기, 의심하는 건 괜찮지만 좀 안 들리게 해 주실래요.”
웨이크가 입을 꾹 다물자 이번에는 가람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의뢰 내용은 먼저 듣는 게 좋지 않아요? 딱히 목적지도 안 정해진 데다 동쪽으로 가는 것 외에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는 의뢰인데요.”
“그건 대장님이 알아서 하겠죠.”
태평한 밀본의 말에 가람은 갑자기 그 대장이라는 인물이 몹시 불쌍해졌다.
어쨌거나, 부하 대신 감옥에 갇혔다는 말을 들어 보면 인성은 괜찮은 인물 같았다. 부디 실력도 있는 용병이었으면 좋겠는데.
가람은 감옥에 와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그리 기분이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감옥은 지하에 있었고, 통풍이 되지 않아 냄새가 지독했다.
오가는 간수들은 면회인들을 예비 범죄자 취급이라도 하듯 날카롭게 주시했다. 달가운 시선은 아니었다.
“돛새치 용병대의 용병대장 브라한을 만나러 왔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던 간수는 밀본을 익히 아는 듯했다. 조금 지친 인상의 중년 남자다. 그는 창대를 지팡이 삼아 일어나더니 따라오라는 듯한 몸짓을 해 보였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경계가 대단히 삼엄할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가람의 의문에 뮐러가 눈치 빠르게 답해 주었다.
“아마 극악한 범죄자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서 그럴 겁니다.”
이곳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감옥은 냄새가 나고 어둡고 습한 데다 벌레가 많았지만 그럭저럭 쾌적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고문실의 시체 썩는 냄새가 나지도 않았고, 고문실이 있지도 않았으며, 죄수들의 손가락이 굴러다니는 일도 없는 데다, 토사물과 오물이 흙 대신 바닥에 깔려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람은 쥐똥이 뒹구는 이곳이 절대 쾌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요. 이봐, 브라한! 면회다.”
철창을 캉캉 소리가 나도록 두드린 간수는 한 발짝 물러서더니 창대에 기대어 면회 현장을 주시했다.
부름을 듣고 감옥 안에 누워 있던 커다란 덩치가 움직인다. 키가 거의 2미터가 넘는 것 같았다. 팔뚝 하나가 어린아이만 하다.
그러나 얼굴은 묵묵하고 눈빛도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가장 어둡고 깊은 심해를 보는 것 같았다.
“대장! 의뢰인 데려왔어!”
밀본이 촐랑거리며 말하자 브라한은 천천히 가람과 웨이크, 그리고 뮐러를 돌아보았다. 그저 시선을 받았을 뿐인데 한 발짝 물러설 뻔했다. 위압감이 있었다.
가람은 스스로를 다잡으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지하 감옥의 악취가 풍기는 공기지만 일단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몸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가람입니다.”
“브라한입니다.”
말투는 매우 정중했으나 그것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인 목소리였다.
으르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녹슨 쇠를 긁어 대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묵직하고 낮은 목소리.
가람은 문득 이 감옥과 부하 대신 갇혀 있는 그의 신세가 몹시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뢰금을 받아서 벌금을 지불하면 감옥에서 나올 수 있어요, 대장.”
밀본이 대단히 들떠 있는 것과 달리 브라한은 별로 흥미가 없어 보였다. 가람은 브라한의 그림자 속에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짙은 남색 눈동자는 어두워서 그런지 새카맣게 보였다. 무거운 사람이다. 체구가 커서 무겁다거나 그런 뜻이 아니다.
그는 묵직하게 공간을 장악하는 존재감을 지닌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밀본을 잠시 바라본 브라한이 이야기했다.
“엑, 이야기를 듣다니요! 맡아야 해요, 대장! 무조건 맡아야 한다고요! 기껏 의뢰인을 데려왔는데!”
갑자기 떠들어 대는 밀본을 브라한은 시선만으로 입 다물게 한 뒤 조용히 고백하듯 말했다.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용병대는 지금 용병대라고도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배는 저당 잡혔고, 대원들은 대부분 떠났을 겁니다. 무슨 의뢰를 맡기려는지 모르겠지만 적절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람은 이 용병대가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브라한이 자신의 사정을 생각해 매달리며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면 가람은 그를 불신했을 것이다.
“맡기려는 의뢰는 동쪽으로 가 달라는 거예요. 동쪽 어딘가에 찾고 있는 것이 있어요.”
“며칠 정도 가야 합니까?”
“그건 아직 알 수 없어요.”
패스의 바늘은 원 끝에 닿아 있었다. 가까워질수록 점점 짧아질 거다.
원 안에 있을 때라면 어느 정도 거리를 가늠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알 수 없었다. 가람의 대답에 그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결론 내렸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 용병대를 원하는 겁니까?”
“맞아요.”
위험도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의뢰다. 확실히 어지간히 절박한 용병대가 아니라면 맡지 않을 의뢰였다.
브라한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밀본의 초롱초롱한 눈을 마주 보았다.
확실히, 절박하긴 하다. 이 의뢰를 받지 않으면 돛새치 용병대는 그대로 공중분해 되어 사라질 판이다.
자신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밀본 같은 어린 용병들은 다시 용병대에 발붙이기 힘들어진다. 그는 결정 내렸다.
“좋습니다. 맡도록 하죠.”
가람은 벌금 30골드를 지불하고 브라한을 석방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저당 잡혔다는 돛새치 용병대의 배는 돛 하나와 작은 보조 돛 하나가 전부인 바사였던 것이다.
간신히 열 명 정도는 탈 수 있겠지만 먼 바다 항해는 무리였다. 고기잡이나 하면 딱일 듯싶었다.
브라한도 배가 이것밖에 남아 있지 않을 줄은 몰랐는지 조금 황당한 기색이었다.
보아하니 이 배는 원래 용병선단의 보조선 같은 것이고, 원래 함선은 용병대원 중 하나가 챙겨 달아난 것 같았다.
가람은 아무리 봐도 고깃배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배 앞에서, 보수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총 인원은 몇 명이죠?”
가람은 앞에 놓인 과일주스를 마시며 질문했다. 다섯 명이 지금 앉아 있는 곳은 항구 앞의 노천카페로 오가는 선원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가람은 부두의 거대한 함선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고깃배라니.
“두 명입니다.”
밀본의 말에 가람은 다시 할 말을 잃었다. 밀본은 애써 웃으며 장난스럽게 ‘선장님이랑 저요.’ 하고 이야기했지만 가람은 웃을 기분이 들지 않았다.
“두 명으로 항해가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저 배로 다섯 명이 출항했다가는 정말로 딱 죽기 좋을 테니까요. 배가 작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원이 두 명밖에 되지 않는 것은 조금 걸리는 일이었다. 가람은 고민하다가 해결책을 정리해서 제안했다.
“일단 배를 살 돈을 제가 지불할게요. 그리고 의뢰가 끝나면, 그 배는 보수로 가지셔도 돼요. 물론 의뢰가 완수될 경우에만 배를 가진다는 사항을 계약서에 적을 거예요. 그리고 선원에 관한 것도, 항해에 대한 것도 모두 맡길게요. 일일 용병이든 뭐든 원하시는 선원을 고용해서 필요한 만큼 인원수를 채워 주세요. 지휘만 해도 좋아요. 전 항해해서 동쪽으로 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배를 말입니까?”
밀본의 탐탁잖아하는 표정에 가람은 웃어 주었다. 자고로 거래란 현물보다는 현금을 선호하는 법이다.
가람이 사 봐야 경카락 정도를 구입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얕보는 기색이 역력했다. 19세라고 했던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표정을 감추는 법이 없다.
“네.”
“배는 100골드, 200골드로는 안 될 텐데요.”
가람은 미소 지으며 브라한 쪽으로 계약서를 밀었다. 계약의 주체는 밀본이 아니라 브라한과 가람이다. 브라한은 가람이 고친 계약 사항을 주욱 읽다가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그리고 밀본이 방정맞게 ‘으앗, 대장!’ 하고 소리치는 것을 묵묵히 무시했다.
계약서의 중간에 인장을 찍고, 그걸 반으로 갈라 나눠 가지면 끝이다. 중간에서 계약서에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살피는 것은 뮐러의 몫이었다.
그가 계약서를 챙기는 것을 잠시 기다린 가람은 남은 음료를 모두 들이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조선소로 가죠.”
제법 큰 항구 도시에는 반드시 조선소가 있다. 배를 만들기도 하지만 사고팔기도 한다.
바다와 항구 도시의 주민은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었다. 조선소를 찾는 사람들은 이름난 거대 상단의 선장도 있었지만 고기잡이로 연명하는 어부가 대부분이었다.
가람은 조선소에서 배를 사고파는 것을 담당하는 사람을 물어물어 찾아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제법 호기롭게 말했다.
“여기서 가장 크고 좋은 배를 사고 싶어요.”
조선소 주인은 50세 정도 된 기운찬 여자였다. 우람한 팔뚝과 근육은 남자와 비견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그녀는 몹시 바쁘게 이런저런 지시 사항을 외치다가 가람의 말을 듣고 뚝 멈춰 섰다. 조선소의 모든 직원들이 일순 일손을 멈춘 것은 착각이 아니다.
“외국인이잖아?”
“소유권은 이분이 가질 거예요. 하지만 돈은 제가 내게 될 거예요.”
가람이 으쓱이자 조선소 주인은 해가 지고 있는 먼 산을 바라본 뒤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팔랑팔랑 넘겼다.
“돈만 낸다면 상관없지. 어디 보자. 무조건 크다고 좋은 배가 아니야. 노 저을 선원은 있나?”
가람이 당황하자 브라한은 그녀가 배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가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신 나섰다. 그리고 다시 대화를 시작하려다가 멈칫, 가람에게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먼 바다까지 나갑니까?”
“일단은 그렇다고 생각해 주세요.”
먼 바다의 기준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가람은 대충 대답했다. 연안보다는 멀리 나가는 것에 대비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브라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선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가람과 나머지 남자들은 한 발짝 물러서서 그것을 관람했다.
“항해 기간이 길어질 것 같으니 갤리온류로 보여 주시오.”
“그것보다 카락은 어때? 길이 잘 든 놈이 들어왔는데.”
턱짓을 따라가니 제법 근사한 배가 정박해 있었다. 돛이 아주 많았다. 브라한은 잠시 생각하다가 가람에게 질문했다.
“속도가 빠른 것과 안전한 항해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합니까?”
두말할 것 없이 안전한 항해이다. 가람의 말에 브라한은 다시 조선소 주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역시 갤리온이 좋겠소.”
“쳇, 갤리온이면 저것밖에 없어. 선회가 빠르긴 한데 마스트가 둘뿐이라 좀 느려. 적재량에 따라서 좀 다르긴 하지만 발리스타가 스무 개 설치되어 있고, 선실 열둘에 선창 용적량은 술통 오백 개들이야.”
가람이 보기에 배들은 큰 배, 작은 배, 돛이 많은 배, 적은 배, 뚱뚱한 배, 길쭉한 배 정도로밖에 구분되지 않았다.
조선소 주인이 가리키는 배는 제법 크고 그럴듯해 보였고 적어도 돛새치 용병대의 배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가람은 브라한의 눈치를 살핀 후 그가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얼굴이라고 판단되자 가격을 물었다.
“아, 저거? 60만 골드만 줘.”
비싸다. 바가지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배를 사 본 적이 없어서 보통 갤리온이 얼마 정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브리한의 표정이 굳은 것을 봐서 저렴한 가격은 아닌 듯싶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가 가람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가람은 간신히 고꾸라지지 않고 뒤를 돌아보았다. 붉은 수염이었다.
“여, 생각보다 말짱하군. 용병선을 고용하러 간 줄 알았는데 여긴 무슨 일이야? 외국인은 배 못 살 텐데.”
그 말을 하는 붉은 수염이 더 말짱해 보여서 가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었다. 바짝 긴장했던 웨이크와 뮐러도 경계를 늦추었다.
보아하니 오늘은 혼자 돌아다니는지 어제 함께 마셨던 두 인물이 곁에 없었다.
“좀 적당한 배도 사려구요. 전 돈만 낼 거예요.”
“그래? 골랐어?”
“네. 저거요. 60만 골드라고 해서 조금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시선을 따라간 붉은 수염은 배를 확인하고 실소했다. 2마스트 갤리온이 60만 골드라니.
“이봐, 다이라. 괜찮은 녀석이긴 한데, 60만 골드라니, 너무 남겨 먹는데. 로아나 친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