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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파인더-82화 (82/256)

82화

가람은 신전을 보며 유폐된 성녀가 정말 고생스러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전은 건축물이 아니라 마치 고인돌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아니, 고인돌이라기보다 거대한 파르테논 신전처럼 생겼다. 아주 옛날 교과서에서 봤던 그리스 신전 같다.

거대한 크기의 넓고 판판한 둥근 돌을 지붕 삼아 기둥들 위에 얹어 놓은 형상이다. 그리고 떠받쳐진 돌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쪽, 돌 위로 올라가요.”

가람의 말에 레미스는 허옇게 탈색된 얼굴로 영혼의 찌꺼기까지 쥐어 짜내어 간신히 두 사람을 돌 위에 착륙시켰다. 동시에 쓰러지듯 널브러져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으로 파업을 선언하는 레미스를 웃으며 본 가람은 이제 쉬어도 된다는 말로 그에게서 천사라는 평가를 받아 냈다.

레미스는 그대로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고, 가람은 허리를 펴고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일단, 신전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곳이 성녀가 머물렀던 곳이긴 한가 싶을 정도로 황량했다.

지붕도 없어서, 비가 오면 비를 그대로 맞아야 하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바람을 다 맞아야 하는 곳이었다.

덕분에 시야를 막는 곳은 없어서, 가람은 그 자리에 선 채로 신전 위쪽에 패스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손을 들어 확인해 보니 바늘이 이번에는 아주 조금이지만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설마 신전 안쪽 허공 어딘가에 떠 있는 건가 싶어 가장자리로 걸어가 살펴보려는데 뮐러가 기겁하고 붙잡는다.

“그러다 또 떨어집니다. 최소한 레미스가 일어난 뒤에…….”

“그럼 뮐러가 나 좀 잡고 있어요.”

“예?”

가람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성큼성큼 걸었다. 뒤에서 뮐러가 뭐가 그리 급하냐며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뮐러가 가람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왜 이리도 마음이 급한지 말이다.

한 톨의 패스도 없는 이 상황에 모르드레드 같은 미친놈이 뒤를 쫓아오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마음이 급해지지 않을 수가 있나.

가람은 기어코 몸을 뒤집어 신전 아래를 살폈다. 신전 아래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언뜻 확인하기에 오백 명은 넘어 보인다. 유명한 관광지라더니 확실히 그래 보였다.

가람은 뮐러에게 발목을 잡게 하고 꼼꼼히 신전의 허공을 모두 살폈다. 그러나 패스는 없다. 혹시 신전의 바닥에 있는 걸까?

“레미스. 한 번만 더 힘써 줘요. 신전 안쪽으로 내려가고 싶어요.”

별로 오래 걸리는 요구가 아니라서 그런지 레미스는 선선하게 그 요청을 들어주었다.

곧바로 흙바닥에 다시 널브러지긴 했지만 가람은 바닥에 내려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늘이 위쪽을 가리킨다.

신전의 안에서는 위를 가리키고, 신전의 위에서는 아래를 가리킨다면 위치는 명백하다. 가람은 굳은 얼굴로 패스가 있으리라 짐작되는 위치를 노려보았다.

바늘은 신전의 기둥이 떠받들고 있는 거대한 돌 지붕, 그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매일 오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중요 관광지이자 문화재인 이 신전의 돌 지붕 안쪽에 패스가 있었던 것이다.

가람은 서울 한복판에서 경복궁에 불을 질러야 하는 상황에 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수많은 사람들이 감시하듯 바라보는 그 시선 안에서.

고민은 해도 선택지는 한정되어 있었다.

첫째, 만약 이곳의 영주이자 저 문화재의 주인이 부패한 사람이라면 막대한 돈으로 저 유적지를 구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뮐러, 여기의 주인이 저에게 저 신전을 판매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뮐러는 깜짝 놀라서 가람을 돌아보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시선의 의미는 말보다 더 뚜렷했다. 혹시 미치기라도 했냐는 뜻이다.

몹시 불쌍한 바보를 보는 것 같은 시선은 가람이 진지한 태도로 일관하자 곧 사라졌다.

“맙소사, 진심이군요.”

가람은 뮐러의 반응을 보고 첫 번째 방법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하긴, 자신의 생각에도 불가능할 것 같긴 했다.

이 땅에서 자신은 이방인이다. 자국민도 아닌 지나가던 여행자가 수천 년간 내려온 역사적 유물을 돈으로 사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 그것이 모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란 정말로 힘든 일일 것이다.

자신의 혀가 춤사위마냥 현란한 놀림을 보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겠지. 그리고 가람 스스로도 자신에게는 언어적인 재능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영주에게 자신이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한국으로 치자면 지나가던 제3세계 외국인 하나가 시장에게 다가와 숭례문을 사 가고 싶다고 제안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만약 정말로 진지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면 황궁으로 가야 할 것이다. 제국, 바랄라인.

가람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다른 방법은, 아주 막 나가는 방법으로 그냥 부수고 이 도시에서 떠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당연한 장애물이 있었는데, 일단 가람은 저 거대한, 과장을 좀 보태어 학교 운동장만 한 바위를 부술 만한 괴력이 없었고, 두 번째는 저걸 부순다고 해도 사방 오백 명의 관광객이 인형처럼 가만히 있어 줄지가 의문이었다.

부족한 상상력을 끌어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반응이 타오르는 불길 같을 것임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거기에다 가람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뽀삐와 감옥에 있는 웨이크까지.

세 번째 방법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몰래 드릴 같은 것으로 패스가 있는 부분만 뚫어 내어 가지는 것인데, 사실 이 방법이 가장 현실성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그 전에 주변에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가람은 별이 떠오르기 시작한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그 자리에 털버덕 앉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깊은 밤이 되어 사람들이 떠나기를. 만약 사람들이 떠나면 재빨리 드릴을 가져다가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뮐러와 레미스는 적당히 내려보내고 혼자 남으면 그때 일에 착수해 볼까.

그러나 가람의 노력은 정말로 쓸데없는 짓이었다. 사람들은 산맥을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그 위에 자리를 펴고 앉아 이 야영을 즐기기 시작했다.

드러누운 상태로 저 별은 내 별, 저 별은 자기 별 하며 별을 헤는 연인들도 있었다. 가족끼리 왔는지 신전 기둥을 뱅글뱅글 돌며 술래잡기를 하는 부모와 자식도 있다.

완벽한 관광지의 분위기 속에서 가람 혼자만 팔짱을 끼고 신전을 사냥감이라도 된 듯 노려보고 있었다.

“저기, 가람? 배 안 고픕니까? 밥도 안 먹고 나온 걸로 아는데.”

가람과 함께 침묵을 공유하던 뮐러는 배 속의 울음을 참지 못하고 넌지시 말을 꺼내었다. 함께 도매금으로 굶고 있던 레미스도 밥이라는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사방의 가족들이 공수해 온 도시락을 까먹고 있는 것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레미스는 그 말을 정말로 오랫동안 기다렸다.

“안 고파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가람의 먹성을 알고 있는 뮐러로서는 심각하게 걱정이 될 만한 대답이었다.

웨이크나 자신만큼은 먹지 않지만, 그래도 체구에 비해 많이 먹는 그녀는 마을에 들를 때면 과장을 좀 보태 입에 먹을 것을 달고 살곤 했다.

“그래도 뭔가 먹어 두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레미스는 그녀가 먹지 않는다면 그냥 우리끼리라도 먹자고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눈치가 있어 그 말을 참았다.

뮐러의 부드러운 제안에 가람은 그제야 신전을 바라보며 짓고 있던 심각한 표정을 지워 버리고 뮐러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곧 뮐러가 순수하게 배가 고프다는 것만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산맥의 형태적인 특징 덕분에 모자 산의 정상은 아이들이 뛰놀 수 있을 만큼 평평한 지형을 가지고 있었고, 덕분에 이색적인 소풍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어쨌든 관광지인 것이다. 한데 사방에서 까르륵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그 장소에서 떡하니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팔짱을 끼고 신전을 죽어라 노려보고 있었으니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다.

벌써 몇몇은 가람 일행들을 보고 수군거리며 화젯거리로 삼고 있었다. 패스에 너무 정신이 팔려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가람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뺨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먹을게요.”

뮐러는 빙긋 웃으며 챙겨 온 가방을 열고 음식들을 꺼내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작은 가방 안에는 생각 외로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는데, 향초 소금으로 구운 송어 두 마리와 고기와 두툼한 치즈를 끼운 부드러운 밀빵, 망고와 포도 같은 과일을 잔뜩 넣어 구운 파이에 바랄라인 리큐르와 컵 세 개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설마 모자산맥으로 올라오게 될 것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풍에 어울리는 식단이라 가람이 황당해하는데, 먹을 것을 주섬주섬 늘어놓던 뮐러가 멋쩍게 말했다.

“사실 마법사의 탑 꼭대기에서 먹으려고 싸 온 건데, 이것도 나쁘지 않군요.”

하늘은 높고 바람은 청명하다. 별까지 총총히 매달려 있으니 정말로 소풍이라도 온 것 같았지만, 가람의 표정은 밀빵을 씹고 바랄라인 리큐르를 마시면서도 어두웠다.

레미스와 뮐러는 영문을 몰라 답답해하며 조용히 각자의 음식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소풍 도시락을 까먹으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였다. 어떤 대화도 없는 그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높은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와, 진짜 이상하게 생겼다!”

일곱, 여덟 살은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표정에는 장난기가 줄줄 흐르고 주근깨와 얼굴에 자잘하게 난 상처들이 부모님 속을 꽤 썩였을 것 같은 느낌이다.

얼굴은 아주 앳된데도 팔다리는 마치 어른처럼 근육이 잡혀 있었다. 이 모자산맥을 올라와야 했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가람은 꼬마의 시선이 똑바로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깨닫고 어색하게 손가락을 들어 확인했다.

“나 말이니?”

“우왓, 말을 한다!”

아이가 화닥닥 튀어 오를 듯이 놀란다. 통통 튀어 오르는 것처럼 가벼운 몸놀림이다.

가람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다가 저만치 멀어졌던 꼬마가 슬금슬금 호기심을 드러내며 가까이 오자 슬쩍 웃어 주었다.

장난기도 많고 부끄럼도 많은 모양인지 햇볕에 탄 꼬마의 얼굴이 거의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확 붉어졌다.

“이름이 뭐니? 아주 잘생긴 꼬마 신사네.”

“웨이크요.”

“웨이크?”

가람이 놀라 되묻자 웨이크라 자신을 소개한 꼬마가 불퉁하니 뺨을 부풀렸다.

“알아요. 흔한 이름이라 이거죠? 뭐, 내 친구 중에도 웨이크가 두 명은 있으니까.”

가람은 짚이는 데가 있었다. 거의 확신에 가깝다.

“혹시 베녹사스 출신이니?”

꼬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심술기와 장난기가 싹 가셔서 제법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아이의 얼굴이 되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진짜 신기하다. 우리 동네 망하고 여기로 이사 왔는데, 여기 완전 끝내줘요! 전에 살던 데는 솔직히 완전 시골 동네였거든요. 매일 나무 패고, 나무 꺾고, 나무 심고. 조금만 더 살았으면 나무가 돼 버렸을지도 몰라요. 반면에 여긴 완전, 별세계라니까요!”

“베녹사스가 그립진 않아?”

꼬마 웨이크는 무슨 소리냐는 듯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혀를 쭉 빼고 토악질하는 시늉을 했다.

“웩― 전혀요. 솔직히 처음엔 그 용이 완전 개자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렇게 돼서 잘됐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해요.”

그 말에 가람은 자신도 모르게 뮐러를 돌아보았다. 뮐러는 쪼그만 것이 잘도 날뛴다는 얼굴로 보고 있다가 가람의 시선을 받고 찔끔했다.

“왜, 왜 그럽니까?”

“아뇨, 갑자기 뮐러가 예전에 도시로 어쩌다가 오게 됐는지 말해 줬던 게 생각이 났을 뿐이에요.”

그러고 보니 뮐러도 한때 꿈이 큰 꼬마였다. 마법사가 되겠다며 다짜고짜 마을을 박차고 나왔을 정도니까.

어쨌거나 꼬마들이 도시를 좋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가람의 세계에서도 아이들은 언제나 새롭고 번화한 것을 사랑했더랬지.

“누나 용 본 적 있어요?”

꼬마는 이제 아주 자리를 펴고 앉아 거침없이 가람을 누나라고 부르며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넉살이 참 좋은 꼬마였다.

가람은 이 아이의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둘러보다가 꼬마가 손을 뻗어 잡아당기자 어쩔 수 없이 다시 고개를 내렸다. 꼬마 웨이크는 저를 좀 보라며 불평하곤 다시 으스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용 본 적 있는데. 누나는 그런 거 못 봤죠? 완전 커다란 게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물론 가람은 본 적 있다. 그 배 속에서 패스까지 꺼내지 않았던가.

하지만 가람은 아이가 완전히 흥이 돋아 신나게 이야기하자 슬그머니 속으로 웃으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러면서 슬쩍 드는 생각이, 아이의 부모가 참 고생이 많겠다는 것이다.

“날개도 완전 산처럼 크고, 진짜 태어나서 살다 살다 그런 건 처음 봤다니까요! 꼭 모험가가 될 거야. 그리고 그런 놈을 잡을 거예요! 잡아서는 타고 다닐 거야! 남자의 가치는 탈것으로부터 나온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기껏해야 7년 정도 산 것 같은데 말하는 것은 이미 한 수십 년 산 어른처럼 한다.

맹랑한 것이 귀여워 그래그래 하고 맞장구를 치는데, 처음에는 신이 나서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아이는 곧 가람이 저를 재롱부리는 똥개마냥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사나이의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순간이었다.

“누나,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죠?”

기분이 매우 상한 듯 눈매를 찢고 노려보는데, 달래 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웃음만 나왔다.

뒤늦게 가람이 아니라며 대답했지만 그 말에 묻어나는 웃음기를 날카롭게 포착한 꼬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킁, 하고 거친 콧김을 내뿜었다.

“따라와요. 내가 여기서 찾아낸 걸 보여 줄 테니까. 그걸 보면 누나도 날 얕볼 수 없을걸요?”

“그보다,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겠니?”

“지금 주무세요. 제가 자는 척했더니 부모님도 주무시더라고요.”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잖게 하는 말에 가람은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아이의 부모가 정말로 고생이 많겠다고.

“형들도 따라와요. 어서요!”

가람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뮐러에게 턱짓했다. 그 와중에 끝까지 숭어를 먹고 있던 레미스도 얼떨떨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세 사람은 꼬마의 종종걸음을 따라 걸었다.

커다란 어른 세 명이 쪼끄마한 아이의 뒤를 따라 걷는 모습은 퍽 우스꽝스러운 광경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이미 잠든 사람이 많아 그걸 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깨어 있는 나머지 사람들도 잠들 준비를 하느라 바빠 별것 아닌 그 광경에 눈길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가람은 꼬마의 위대한 발견물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사실 발견이라고 하기도 뭣한 물건이었다.

바로 눈앞에 떡하니 서 있는 거대한 일곱 개의 기둥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것을 발견이라고 한다면 가람도 아침마다 하늘을 발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꼬마를 실망시키고 싶진 않아서 가람은 과장되게 놀라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와, 대단한데? 아주 잘 찾았구나.”

그러나 꼬마는 몹시 기분 나쁜 태도로 인상을 구겼다.

“놀리지 마세요. 아직 보여 주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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