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패스파인더-127화 (127/256)

17화

애완동물이라곤 뽀삐 정도밖에 키워 본 적이 없는 가람은 이 강아지가 대체 자신에게 뭘 바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당황하는 가람에게 솜이 다시 왕, 왕! 두 번 짖는다. 운화가 조용히 웃었다.

“선물이에요. 먹으라는 거지요.”

가람이 뜨악한 표정으로 운화를 돌아본다. 진짜로? 확인하는 듯한 표정에 운화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가람은 그제야 놀림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발끝으로 메뚜기를 툭 쳐서 보내 주었다.

주춤주춤 움직이던 메뚜기는 살았다는 듯 기다란 다리를 가누어 펄쩍펄쩍 뛰어 달아났다.

그 장면을 끝까지 다 본 솜은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저거 맛있는데, 거절당했다. 입맛이 까다로운 손님이구나.

선물을 받아먹었다면 오히려 경악스러웠을 일이지만, 지금까지 선물 받은 손님들은 솜이 실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먹는 시늉만 하고 은근슬쩍 가져다 버렸다는 것을 모르는 이 순진한 강아지는 가람의 입맛에 대해 불평했다.

잔뜩 삐쳐서 팩 돌아서는 솜을 보고 운화가 배를 잡고 웃는다.

가람은 조금 어정쩡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토라진 솜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가람이 쓰다듬어 줘도 솜은 여전히 가람에게서 등 돌린 상태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바닥에 대고 앉은 그 말랑말랑한 하얀 엉덩이의 하얀 꼬리가 바닥을 쓸어 낼 기세로 흔들리고 있다. 그 광경은 결국 가람조차 가볍게 미소하게 만들었다.

“이제 몸은 좀 괜찮으세요?”

“아, 예.”

대답한 가람은 조금 민망한 표정이었다. 운화는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듯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방 안에서 열사병에 걸리다니.”

가람의 고개가 조금 숙여진다.

“큰일 날 뻔했지요.”

조금 부끄러운 일이지만, 가람은 오늘 아침 거의 실신에 가까운 탈수 증세에 빠졌다.

운화가 베푼 과도한 친절은 가람이 머문 방의 아궁이가 터질 만큼 장작을 쑤셔 넣는 형태로 나타났고, 가람은 두터운 비단 이불과 뜨거운 방바닥 사이에서 반쯤 구워지고 말았다.

가람이 흘린 땀으로 옷과 값비싼 비단 이불이 흥건하게 젖고 말았는데, 거의 바삭바삭하게 되기 직전의 가람을 구출한 것은 시간이 늦었는데도 일어나지 않는 손님방에 조심스레 찾아든 유가였다.

처음에 유가는 가람이 오랜만에 뜨거운 방에서 잠을 자게 되어 묵은 피로를 푸느라 오래도록 잠들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문을 여는 순간,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높은 방 안의 온도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가람이 깔개도 없이 바닥에 누워 두터운 이불에 짓눌려 있음을 발견했고, 그녀가 입술이 희어 버석버석하게 말라붙고 머리가 축축해지도록 땀을 흘리고 있는 것에 매우 당황했다.

처음에는 몹쓸 병에라도 걸린 게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였다. 다행히 유가는 곧 현실을 직시했다.

“그래도 유가가 급히 씻기고 물을 먹여서 다행이에요. 가람, 너무 고생에 익숙해진 것 아니에요? 따듯한 방에서 잠을 잔 것 정도로 열사병에 걸리다니.”

가람은 굳이 그 따듯한 방이 자신의 등을 살짝 구워 내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계속 말하다 보면 결국 불편한 주제가 나오고 말 것이다.

그녀는 말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뭔가 적당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는데, 그보다 빠르게 운화가 선수를 쳤다.

“게다가 너무 재밌잖아요. 실신했던 사람이 정신을 차리자마자 한 말이, 화장실에 가야 한다니.”

운화가 곱게 눈을 접고 웃는다. 그랬다. 눈을 뜨자마자 가람은 주머니를 찾았다.

열에 들떠 헛소리처럼 내뱉는 말을 듣고 운화가 가람의 손에 주머니를 쥐여 주었고, 가람은 칼자루를 허리에 차고 옷매무새를 다듬은 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요강을 가져다주겠다고 하인들이 권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람은 완고한 태도로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말을 마치 전쟁터에 가는 사람처럼 비장하게 하는 가람은 꽤 웃겼다.

운화가 다시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나중에 변소에서 목뼈가 발견되어도 웃을 수 있을까 하고 가람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미안해요. 부끄러울 텐데 너무 웃어서. 하지만 너무 우스웠는걸요.”

가람은 대답하지 않았고 운화는 가볍게 자신을 책망했다. 너무 놀렸나.

운화는 조금 시무룩해졌다가 솜이 메뚜기보다 더 좋은 사냥감을 찾아 화단으로 뛰어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열심이구나, 솜. 힘내렴. 돌아다니다 보면 참새 한 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거야. 참새라면 가람도 먹어 주겠지! 그렇게 응원하는데, 가람이 불쑥 질문했다.

“저건 뭘 끓이는 거예요?”

이곳은 마당 곳곳에 정체불명의 아궁이와 가마솥이 많았는데, 그 용도는 낙엽을 모아 태우거나, 혹은 자체적으로 숯을 만들거나, 겨울에 고구마나 과일 따위를 구워 먹으며 별을 바라볼 때 온기를 나누거나 하는 용도였다.

꽤 멀리 있어서 사용하고 있는지 몰랐는데, 하인 하나가 다가와 가마솥 뚜껑을 열자 김이 확 솟는 것을 보고 뭔가 끓이고 있음을 알았다.

“아, 오늘이 엿 만드는 날이군요. 가람도 구경하러 가겠어요?”

질문이 아니라 채근이었는지, 운화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마루 아래로 풀썩 내려가 섰다.

가람도 운화를 따라 마루 아래로 내려섰다. 부츠가 아니라 꽃신을 신은 탓에 신이 자꾸 벗겨져 걷기 불편하다.

그래도 운화가 사다 준 이 하늘거리는 치마에 부츠를 신을 수는 없어서 권하는 신발을 신었더니 이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운화의 표정은 못마땅했다.

“그 허리에 흉물스러운 주머니 좀 방에 두고 오면 안 돼요?”

“안 돼요.”

이보다 더 단칼에 자를 수는 없을 것이다. 운화의 뺨이 불만으로 불룩해졌다가 그래도 은인에게 잔소리를 할 수는 없었는지 한숨을 내쉬어 불만을 내뿜었다.

그래도 한마디 해야겠다는 듯 결국 덧붙이길,

“옷차림을 다 망치고 있잖아요. 그 흉물스러운 주머니랑, 칼이랑, 총이.”

운화는 가람이 바퀴벌레라도 허리에 매달고 있다는 듯이 혐오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그에 가람은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할 뿐이다.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음을 깨달은 운화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고심 끝에 고른 옷과 신발이 저런 신세가 되다니. 한숨이 땅바닥을 뚫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죠. 가요.”

가람과 운화가 다가가자 엿을 만들던 하인이 고개를 숙여 보인다. 엿은 솥 안에서 팔팔 끓고 있었다.

아직 조청의 상태였는데, 이것을 꺼내어 적당히 식힌 뒤 쭉쭉 잡아당겨 늘이고 접어 가며 공기를 넣으면 점점 색이 새하얗게 변해 엿가락이 되는 것이다.

하인 둘이 달라붙어 엿을 잡아당겨 늘여 가는 것이 꽤 재미있어 보인다. 흥미로운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는 가람에게, 운화가 슬쩍 권했다.

“해 보실래요?”

“아뇨. 괜찮아요.”

가람이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운화의 얼굴이 다시 불만스럽게 변했다.

더 권하면 성가시게 만들 뿐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엿을 잡아당기는 하인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숨소리가 침묵 사이로 파고든다.

“한 덩이 드세요.”

보고 있던 가람에게 하인이 아직 굳지 않아 따끈따끈하고 말랑한 엿을 한 덩이 내밀었다.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하인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주름투성이에 굳은살이 박여 있는 손.

지저분하다고 생각한 걸까. 하인의 고개마저 떨구어지는데, 가람이 급히 엿을 받아 입에 넣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는 것이 어색해서 망설였을 뿐이다.

하인은 땀투성이 얼굴로 싱그럽게 미소 짓고 다시 엿을 당기러 떠나 버렸다.

입 안의 엿은 너무 달다. 그리고 너무 컸다. 씹으면 되겠지만, 입 안에서 굳으면 이빨이 뽑힐지도 모른다.

이도 저도 못 하고 반쯤 입을 벌린 채 엿 조각을 내보이며 입을 우물거리는 가람을 보고 다시 운화가 웃는다.

“그걸 그렇게 한입에 털어 넣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렇게 말한 운화는 하인에게 받은 엿을 길게 늘여 원하는 만큼 작게 떼어 먹고 있었다.

가람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이미 입 안에 있는 엿을 뱉기가 곤란하다.

가람은 멀뚱하게 서서 엿을 우물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떠났다.

어쩐지 갑자기 얼굴로 열이 확 올랐기 때문이다. 운화는 엿 만드는 하인에게 지시할 것이 있다며 가람을 따라오지 않았다.

마루에서 비로소 혼자가 된 가람은 입 안의 엿을 녹이기 위해 집중했다. 한참 동안 그러고 있다가 고개를 드니, 마루 바로 앞에 노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허연 수염에 둥근 모자. 하지만 귀티 나는 차림은 아니다. 아마 하인 중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인이 넘치도록 많은 이 저택에서 하인 같다는 점은 그리 이목을 끌 만한 점이 못 된다. 가람이 그 노인에게 주목한 이유는, 노인이 하고 있는 기묘한 행동에 있었다.

노인은 바닥에 은전 하나를 떨어뜨리고 말했다.

“아니, 이런 곳에 돈이!”

노인은 매우 기뻐하며 그 은전을 들고 즐거워하더니, 곧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그리고 시치미 떼며 근처 경관을 한 번 돌아보더니, 다시 은전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따라 공돈을 많이 줍는군!”

노인은 다시 은전을 주웠고, 다시 떨어뜨렸다.

“돈을 주웠어!”

또다시, 은전을 떨어뜨리고.

“오, 돈이다. 돈!”

다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가람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한참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사이 노인은 몇 번이나 스스로 돈을 떨어뜨리고, 발견한 척하는 짓을 반복했다. 노망이 난 노인인가 하여 외면하고 싶었지만 가람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운화 아가씨가 데려온 손님이시오?”

노인이 대단히 아무렇지 않게 가람에게 질문했기 때문이다. 미친 노인이 아니라면, 가람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왜 돈을 떨어뜨리고 남의 돈을 주운 것마냥 구는 것인가?

입고 있는 옷이 비단이 아닌 것을 보니 운화의 가족 중 한 명은 아니다.

노인을 조금 더 관찰한 결과 가람은 그의 옷깃에서 하인들이 주로 달고 다니는 작은 노리개를 발견했다. 노인은 이 집안의 하인인 모양이었다.

운화의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이라면 일단 위험인물은 아닐 테고, 눈가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주제에 뺨이 뽀얗고 발그레한 얼굴이 선해 보여서 경계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노인이 하던 행동이 워낙 수상한 터라, 가람은 그가 앓는 소리를 내며 능청스럽게 제 옆에 걸터앉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말수가 적은 아가씨구먼.”

그 말에 가람은 노인의 질문을 상기해 냈다. 운화의 손님이냐고 했던가?

“제가 운화의 손님이냐고 물으신 거라면, 맞아요.”

“도련님의 손님이기도 하고?”

가람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노인은 소리 없이 빙그레 웃고는 굽은 등을 펴며 끙, 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나이가 드니 이 근처 다니기도 힘이 들어. 그래도 이 쓸모없는 노친네를 꼬박꼬박 밥 먹여 주고 거두어 주니 여간 고마운 집안이 아니지. 그래서 복이 따르는 모양이야.”

노인의 혼잣말인가. 가람은 멍하니 담장 너머에 걸린 꽃나무를 바라보았다. 어딜 봐도 참 예쁜 집이다.

밤에는 몰랐지만, 담장 곳곳에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 풍경을 장식하고 있다. 밤에는 등, 낮에는 꽃에 둘러싸이는 저택.

“심지가 곧고 의젓하다고 젊은이 혈기가 어디로 가는 건 아니라, 달랑 편지만 남기고 두 후계가 서대륙으로 떠났을 때는 온 집안이 초상집 분위기였네. 한 1년 안 되어 운화 아가씨가 상거지 꼴이 되어 돌아와서 잠깐 웃고 울다가, 장남이 내내 돌아오지 않자 금세 집이 컴컴해졌지. 그때는 참, 매일매일 주인어른들도 운화 아가씨도 우느라 바빴어. 이만큼 연락이 없으면 죽었다 싶었지.”

그 시점에서 가람은 슬슬 노인이 하고 있는 말이 혼잣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노인은, 가람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었다. 길고도 긴 감사 인사를.

“도련님 돌아왔을 때, 정말로 나는 복받았다 싶었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은인 아가씨를 칭찬하는데. 도련님, 처음 돌아왔을 때 부둥켜안고 엉엉 울고 나서 자초지종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세상에, 어떻게 같은 사람에게 또 구함을 받았는지.”

가람은 어쩐지 좀 근질근질해지는 기분이라 괜히 노인을 피해 담장의 꽃을 보았다가, 개구리를 노리고 있는 솜이의 뒷모습을 보다가, 엿 한 조각 얻어먹으려고 솥 옆에서 헥헥대는 다른 강아지를 보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월에 긁혀 거칠어진 손이 가람의 두 손을 붙잡아 왔다.

덕분에 더는 외면할 수 없어진 가람이 어색하게 노인과 얼굴을 마주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이 늙은이 어릴 때부터 이 집에 살면서 도련님이랑 아가씨를 내 손녀, 손자나 다름없이 아꼈거든. 그래서 변을 당했을 때는 이대로 울다 죽는가 싶을 정도로 울었네. 굳이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랬어. 아가씨가 정말 큰일 했어. 여러 사람 살렸네.”

노인의 눈에 금방 흘러내릴 것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른다. 가람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왜 이렇게 민망하고 부끄러운지, 운랑에게 대뜸 총부터 쏴 버렸던 일은 왜 지금 기억이 나서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지.

예전에는,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알고 있었던 것도 같은데.

“별거 아니었어요.”

말하고 나서 가람은 바로 후회했다. 입 밖으로 나간 말이 바람에 식은 듯이 차고 가볍다. 꽉 잡힌 손이 부담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빼어 내자 분위기가 더 차게 변하는 것 같았다.

노인은 늙어서 주책을 부렸다며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했고, 가람은 더 당황했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저, 제 이름은 가람이에요. 할아버지 이름은 어떻게 되세요?”

“나는 그냥 복 노인이야. 복 노인이라고 부르게. 복 할아버지라고 해도 좋고!”

노인은 젖은 목소리로 흔쾌히 자신을 소개했다. 가람은 그의 눈이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슬쩍 질문했다.

“그런데 아까 보니 계속 동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가 주웠다가 하시던데, 뭔가 이유라도 있으신 거예요?”

“아, 그거? 별거 아니야. 그냥 노인네 취미라네.”

가람은 잠시 자신이 치매를 취미로 들은 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취미라고? 정말이라면 그만큼 개성적인 취미도 없을 것이다. 어디 가서 말하기도 힘든 취미였다.

그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가람은 추측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가람은 무의미한 고민을 하는 대신, 담백하게 질문했다.

“어째서 그런 취미를 갖고 계신 거예요?”

복 노인은 가람을 잠시 바라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스며든 환한 구름 때문에 눈이 부신지 눈가의 주름이 깊어진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던 복 노인은 대뜸 가람에게 질문했다.

“아가씨, 한가하지?”

어디로 튈지 모를 노인이다. 실제로 이 집안에서 가장 한가한 것은 가람이었다. 그래도, ‘너 놀고먹고 있지?’ 하고 묻는데 냉큼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찜찜했다.

추궁하는 건가 싶어 그 질문의 저의를 살피던 가람은 노인의 얼굴에서 악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냥 순수한 질문인가?

“뭐, 그런 편이죠.”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게. 늙은이 말년의 지혜를 공으로 알려고 하면 못써. 내 부탁 들어주면 알려 줌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