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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불펜생활-21화 (21/190)

21화. 특집

한성 위너스와의 3연전은 2승 1패로 위닝 시리즈를 가진 것에 만족해야 했다.

첫 경기를 드라마틱하게 이기고, 다음 날은 지고 그다음 날은 이기고.

갈 길이 바쁜 와중에 최약체와 만나 2승 1패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창 순위 경쟁 중인 위와 아래 팀들은 모두 1승 2패씩을 만들며 우리 간담을 안심시켰다.

위아래로 2경기 차씩에서 위로는 1경기, 아래로는 3경기. 게다가 이번 3연전 또한 경쟁팀들은 각각 현재 리그 1위와 2위와 붙지만 우린 또 리그 약체로 평가받는 7위 팀과 붙는다.

주중 3연전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4위와는 승차가 없어지는 4위가 되고 6위와는 4게임 차로 안정을 찾게 된다. 게다가 현재 4위인 비스코와의 상대 전적은 9승 1무 6패로 상대적 우위. 아직 남아 있는 비스코와의 남은 2게임을 모두 져도 9승 1무 8패로 4강 확정.

행복 회로를 돌리는 걸 수도 있지. 그렇지만 전년도와는 다르게 희망이라는 게 보인다. 그것 하나만 해도 엄청난 차이다.

오후 6시. 언제나와 똑같은 시합 전의 풍경. 라인업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정도. 비교적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라인업 직전 있는 짤막한 미팅,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의 마무리까지 생각한다면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약 10분 정도. 물론 선발 멤버들을 뺀 나머지는 비교적 여유가 있긴 하지만.

그 여유가 있는 인원 중에는 나도 포함되었다. 불펜 투수니까. 그래서 널널하게, 후배들이랑 정겹게 놀고 있는데, 평소 익숙한 구단 직원이 이상한 카메라를 들고 다가왔다.

“…뭐예요?”

“아, 저희 이번에 새로 미튜브 시작했거든요.”

“은서 씨가요?”

구단 프론트 직원 중 한 명인 박은서 씨. 한창때 나이답지 않게 항상 밑에는 청바지, 위에는 구단 점퍼를 입는다.

근데 그게 또 어지간히 어울린다. 꽤나 귀염뽀짝하게 생긴 이유로 구단 선수들 사이에선 구단의 아이돌과 같이 떠받들어지는 존재 중 하나.

“아뇨, 아뇨, 구단 차원에서 하는 거예요.”

은서 씨는 카메라를 들지 않은 왼손을 휘휘 저으며 부정했다.

“언제 시작했는데요?”

“한 달 정도?”

“생각보다 꽤 됐네. 은서 씨가 담당하는 거예요?”

“네. 찍는 것도 다 제가 찍구요, 편집도 제가 하구, 업로드도 제가 직접 다 해요!”

저건, 그거다. 내가 어지간히 언론에 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알아서 해라.

처신 잘하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놓는다면 편집 잘해 드리겠습니다.”

역시나.

“구독자는 몇이나 되는데요?”

“지금요? 한 5만 명 정도 될걸요?”

“오. 생각보다 꽤 많이 보네.”

“생각보다라니, 말넘심.”

“흐흐. 근데 이거 다른 구단에서도 해요?”

“오피셜로 하는 건 우리 원하가 처음일 거예요.”

“나쁘지 않네.”

일 잘하기로 소문난 원하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도 꽤나 좋은 평판을 받을 것 같다.

“…근데 난 왜 처음 보지. 한 달이나 됐다면서.”

“지금까지는 약간 티저 같은 느낌이었어요. 선수들 인터뷰나 직캠 같은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지금까지는 중계 영상 편집 위주였구요. 앞으로 이런 식으로 자주 들이댈 거예요.”

“오메.”

생각보다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한다.

“일단 오늘은 시합 전 우리 구단 선수들은 뭘 하나, 이게 주제예요.”

“뭐 하긴. 훈련하고 미팅하지. 그게 뭐 재밌다고.”

“근데 팬분들은 그걸 원하셔서요.”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전 뭘 하면 되죠?”

“한울 씨가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으니 팝콘이나 가져오시죠.”

“근본 없는 드립은 안 받아요.”

“아, 아아 한울 씨이.”

“어디서 앙탈이야!”

끈덕지게 달라붙는 은서 씨를 내팽겨 두고 슬슬 집합하는 덕아웃으로 향했다. 잠시 감독님의 한 말씀. 이전과는 다르게 카메라 하나 들고 쪼물딱쪼물딱하는 사람 하나가 신경 쓰여서 솔직히 감독님이 뭐라 하는지 잘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부담은 가지지 않아도 돼. 유지. 유지만 하면 돼. 알겠나!”

예!

성인 남정네 한 30명 언저리가 한 번에 똑같은 목소릴 내는 건 생각보다 위압감이 느껴질 법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 쪼물딱이는 압박감 따위는 느끼질 않는 건지, 실실거리기만 할 뿐. 해산되고 난 뒤 카메라를 들고 쫄랑쫄랑 돌아다니는 게 신기한지 모두 한 번씩 돌아가며 이게 뭐예요? 를 시전하는 중이다.

“…저기, 은서 씨.”

“이거 이제 유튜브에 올라갈 거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름 말고 PD님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저기 뭐야, 피디님.”

“네!”

“오늘 뭐… 제 특집이에요?”

“네, 맞아요.”

“예?”

진짜로? 진짜 내 특집이라고?

“네. 진짜로 김한울 선수 특집이에요, 오늘.”

“어… 왜요?”

“가장 요청이 많았으니까?”

“아니… 우리 팀에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나를… 아니, 그렇잖아. 성현이도 있고 혁준이도 있고 규진이 형도 있고 명진이도 있고 태웅이에… 많잖아. 근데 왜 나를…….”

…워워.

“…선택해 주신 팬분들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푸하하하!

누구나가 깜짝 놀랄 법한 태세 변환에 주변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자본주의를 받아라.

“아니, 근데 진짜 궁금한데, 진짜 왜 나지.”

“올해 원하에서 가장 핫한 선수니까 아닐까요?”

“음. 그건 맞지.”

“그건 인정하시네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오, 그럼 올해 원하 성적 상향은 모두 김한울 선수 덕이다?”

“그렇…….”

워워…….

“…지만은 않은데.”

“방금 망설였죠.”

“기분 탓이에요.”

“아닌데.”

“맞는데!”

“…….”

정신 나갈 것 같아.

내 특집이라는 소리는 거짓말이 아니었나 보다. 화장실 갈 때만 빼고 은서 씨는 정말로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것마냥, 시합에서 점수가 나서 하이파이브를 하면 그 모습을 내 시점에서 찍었고 옆에 앉아 있는 동료 선수와 농담 따먹기 하는 모습도 모조리 찍고 있었다.

오늘 선발로 나섰던 신인 투수가 5이닝 3실점으로 나름 준수하게 이닝을 마감할 동안 타선은 6점을 뽑아주었다.

비록 6회에 불펜 투수들이 두 점을 헌납하며 한 점 차까지 쫓겼지만 타선이 다시 한 점을 내어 7 대 5로 앞서 있다.

7회 초 수비가 끝나고 7회 말 공격이 시작되려고 한다. 슬슬 부르지 않을까 싶어 글러브를 집어 들었다.

“불펜 가냐?”

“예.”

“이젠 타이밍 아네. 풀고 있어.”

“예이. 9회에 이효재 선배 등판합니까?”

“어.”

“넵.”

가는 길에 신영준 투수 코치님과 짤막한 대화. 그것까지 모두 은서 씨의 카메라에 담겼다. 불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겨주는 건 건영이를 위시한 불펜 포수들과 따로 할 짓 없는 투수들.

비어 있는 플레이트 뒤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어깨, 손목, 발목, 허리, 가슴, 골반 정도 대충 휘두르는 느낌으로 풀어주고 글러브를 꼈다.

옆에서 던져주는 공을 받아 실밥을 확인했다. 이상 무. 플레이트 뒤에서 아직 마스크를 쓰지 않은 건영이에게 가볍게 던진다.

“형, 저거 카메라는 뭐예요?”

“우리 구단 미튜브.”

“오.”

“건영 씨, 손 한번 흔들어주세요!”

“안녕하심까아!”

목청 참 좋다. 20m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그 기세가 느껴진다. 가벼운 캐치볼이 끝나고 플레이트를 밟았다. 건영이도 마스크를 쓰고 홈플레이트 뒤에 앉았다. 시작은 당연히 가볍게 직구부터.

“직구!”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글러브로 사인을 내면 건영이가 알아서 복창해 주니 어딘가 괜히 시원시원해진다.

“커브!”

“첸쟙!”

“씽카!”

몇 가지 구종을 던져보고 전광판을 확인했다. 한 점 더 내서 8 대 5. 그리고 주자 상황은 2사에 1, 2루. 타석엔 규학이. 금방 올라가겠다.

“지꾸우!”

펑!

대략 공 세 개 정도 더 던졌을 무렵, 불펜의 문이 열렸다.

“가자, 한울이.”

“예이.”

찬찬히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그러다 문득 뒤에 따라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마운드까지 따라오시게요?”

“아, 맞다.”

아, 맞다?

“화이팅!”

“…예.”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피식 웃으며 마운드로 향했다. 이전 공격 마지막 타석이 규학이였기 때문에 장비 다 차고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다.

그사이에 전광판으로 타순을 확인했다. 4번부터. 내가 셋, 혹은 네 타자로 막으면 이효재 선배는 7번이나 8번 타자부터 시작. 그럼 좀 부담이 덜하시겠지. 깔끔하게 막자. 때마침 홈플레이트 뒤에 앉은 규학이에게 직구 사인을 내며 연습 투구가 시작됐다.

* * *

시합 종료. 내가 세 명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그 뒤를 이은 이효재 선배가 또 세 명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타선이 점수를 더 내지는 못 했지만 그 덕분에 나와 이효재 선배는 각각 홀드와 세이브를 하나씩 기록할 수 있었다.

홈 경기였기에 환호하며 팀 응원가를 연호하는 홈 팬들에게 인사를 한 뒤 덕아웃을 지나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따라오는 한 명.

“옷 갈아입는 것까지 찍으시게요?”

“오, 돼요?”

쾅!

되겠냐.

대충 떠들썩했던 정리마저 끝나고 다시 퇴근길로 나섰다. 그사이에 심심했는지, 퇴근하는 선수들 중 만만한 몇 명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는 게 보였다.

“츤데레에요, 츤데레.”

“츤데레 인정!”

“안 해줄 것 같으면서도 다 해준다니까요?”

“그럼 김한울 선수한테 평소 불만 같은 건 없으신 거예요?”

“어…….”

“있구나!”

“아,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괜찮아요, 편집해 드릴게요.”

근데 주제가 왜 이래.

“뭔데? 나도 궁금한데 말해 봐.”

“음… 딱히 없는데.”

“말하면 안 되는 건 뭐였는데?”

“그냥, 올해는 이상하게 그 형 마운드 올라가면 너무 잘해서 좀 재미가 없다는 정도와알왁아!!”

혁준이가 꽤나 놀랐나 보다.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아아, 이게 운동선수의 피지컬이라는 것인가.

“허억… 허억… 형 언제 왔어요.”

“츤데레 어쩌고 할 때부터.”

어지간히 놀랐는가 보다. 오른손으로 심장께를 부여잡고 심호흡을 잇는다.

“은서… 아니, 피디님은 집에 안 가요?”

“한울 씨 퇴근하는 거 찍고 가려구요. 한울 씨 특집이니까요.”

“헤에… 그럼 빨리 가야징.”

헤헤 하고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 경기 어떠셨는데요?!”

이미 조금 멀어진 뒤에서 들려오는 마지막 질문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따봉을 들어 보였다.

아, 겁나 카리스마 있었어.

* * *

원하 챌린저스 첫 직캠! 그 주인공은 바로……!

다다음 날 원하 챌린저스 공식 미튜브 계정에 올라온 약 10분 정도의 영상. 지금까지는 시합 중계 영상 편집이나 어디 사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구단 윗분들의 짤막한 인터뷰가 전부였던 계정에서 처음으로 선수들의 날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시점은 시합의 직전 즈음. 슬슬 훈련을 마무리하는 선수들.

튜빙 밴드를 케이스에 넣는 투수, 러닝을 마무리하고 옷을 갈아입는 선발 투수, 배트에 이상이 없나 땅에 툭툭 쳐보는 타자,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는 선수.

각양각색의 모습이었다.

이후 소집된 감독님의 호출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 훈화 말씀을 듣기 시작했다. 요새 기세가 괜찮기에 모임 분위기 또한 좋은 편이었다. 소집이 해제되었음에도 카메라는 집요하게 한 선수만을 쫓는다.

“피디님.”

“네!”

“오늘 뭐… 제 특집이에요?”

“네, 맞아요.”

“예?”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선수는 얼을 가득 탄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네. 진짜로 김한울 선수 특집이에요, 오늘.”

“어… 왜요?”

“가장 요청이 많았으니까?”

“아니… 우리 팀에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나를… 아니, 그렇잖아. 성현이도 있고 혁준이도 있고 규진이 형도 있고 명진이도 있고 태웅이에… 많잖아. 근데 왜 나를…….”

거기서 잠시 말을 고르고,

“…선택해 주신 팬분들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푸하하하!

주변에 있던 선수들의 웃음소리가 전부 카메라에 담겼다. 이런 날것을 원했던 거다.

“진짜 궁금한데, 진짜 왜 나지.”

“올해 원하에서 가장 핫한 선수니까 아닐까요?”

“음. 그건 맞지.”

“그건 인정하시네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오, 그럼 올해 원하 성적 상향은 모두 김한울 선수 덕이다?”

“그렇…지만은 않은데.”

“방금 망설였죠.”

“기분 탓이에요.”

“아닌데.”

“맞는데!”

“…….”

이후의 시점도 변하지 않았다. 김한울 선수가 덕아웃에서 하는 모든 것이 카메라에 담겼다. 선배랑 농담 따먹기를 하거나 후배에게 애정을 빙자한 폭언을 하거나.

심심하면 공 가지고 노는 모습들까지. 팀에 점수가 나면 가장 먼저 나서서 들어오는 주자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까지.

7회 초 수비가 끝나고 7회 말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 전광판을 슬쩍 보더니 제 글러브를 집어 들었다.

“불펜 가냐?”

“예.”

“이젠 타이밍 아네. 풀고 있어.”

“예이. 9회에 이효재 선배 등판합니까?”

“어.”

“넵.”

투수 코치와 짧은 대화 후 스트레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이리저리 몸을 휘두르다가 글러브를 끼고 공을 던지기 시작한다. 불펜에서 고생하는 구단 직원들과도 인사. 살짝 중간이 편집된 뒤 불펜의 문이 열린다.

출격 명령!

마운드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이 어딘가 든든하게 느껴진다.

“…마운드까지 따라오시게요?”

“아, 맞다. 화이팅!”

피디의 해맑은 목소리에 김한울 선수는 피식 웃고 플레이트를 밟았다. 이후 시합은 꽤나 재미가 없었다.

[??? : 그 형이 공 던지면 재미가 없어요.]

자막의 내용처럼, 재미없게 4, 5, 6번 타자를 깔끔하게 막았다. 9회 초 수비, 덕아웃 시점에서 바라본 이효재 선수 또한 재미없게 7, 8, 9번 타자를 깔끔하게 막으며 경기 종료.

잠시 소요가 있고 나서 화면이 암전된 후, 퇴근하는 선수들을 붙잡고 인터뷰가 시작됐다. 대부분의 질문이 오늘 영상의 주인공인 김한울과 관련된 질문들.

꽤나 재미있는 답변들이 지나간 후, 팀의 1선발인 황혁준의 차례.

“김한울 선수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그 형 진짜 웃긴 형인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몰라요.”

“재밌어요?”

“입담만 보면 나중에 은퇴하고 연예인 해도 될걸요?”

“맞아, 그렇기는 하지. 그럼 황혁준 선수는 얼른 김한울 선수가 은퇴하고 연예계 데뷔하길 바라시는 거예요?”

“아뇨. 그 형은 연예인보다는 투수 코치 해야 돼요.”

“갑자기요?”

“그 형이 하루라도 빨리 코치를 해야 제가 좀 더 잘나갈 것 같은데.”

“이거 김한울 선수가 들어도 괜찮아요?”

“…….”

“김한울 선수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츤데레에요, 츤데레.”

“츤데레 인정!”

“안 해줄 것 같으면서도 다 해준다니까요?”

“그럼 김한울 선수한테 평소 불만 같은 건 없으신 거예요?”

“어…….”

“있구나!”

“아,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괜찮아요, 편집해 드릴게요.”

언제 나타났는지, 슬쩍 황혁준의 어깨에 손을 두르며 나타난 오늘의 주인공.

“뭔데? 나도 궁금한데 말해 봐.”

“음… 딱히 없는데.”

“말하면 안 되는 건 뭐였는데?”

“그냥, 올해는 이상하게 그 형 마운드 올라가면 너무 잘해서 좀 재미가 없다는 정도와알왁아!!”

기함을 하고선 0.2초 만에 3m를 떨어졌다. 황혁준이 놀라서 황급히 달아나는 모습은 슬로우로 다시 잡아주고.

“허억… 허억… 형 언제 왔어요.”

“츤데레 어쩌고 할 때부터. 은서…아니, 피디님은 집에 안 가요?”

“한울 씨 퇴근하는 거 찍고 가려구요. 한울 씨 특집이니까요.”

“헤에… 그럼 빨리 가야징.”

어?! 아직 인터뷰 남았는데?!

“오늘 경기 어떠셨는데요?!”

이미 10m 정도 멀어진 김한울이 머리 위로 따봉을 들어 보이며 영상이 마무리되었다.

해당 영상은 업로드되고 하루 만에 50만 뷰를 찍으며 인기 급상승 동영상 목록에 자리했다. 이걸 보고 오, 이런 채널이 있었네? 하며 원하 계정을 구독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또 그들이 주변에 추천을 하고. 이런 선순환이 계속되며 영상은 며칠 만에 100만 뷰를 넘겼다.

제일 수혜를 본 건 당연히 영상의 주인공이었던 김한울. 근 10년간 쩌리 투수로만 활약하다 올 시즌 불펜 에이스로 화려하게 부활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원하 팬뿐 아니라 야구 팬 모두가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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