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평화로운 불펜생활-24화 (24/190)

24화. 가지 말아요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겠습니다!]

팀의 4위를 확정 짓자마자 어디선가 커다란 현수막이 우리 선수단 앞에 세워졌다. 현수막의 문구를 보자마자 생각났다.

졌으면 어떡하려고.

뜬금없이 그런 걸 생각하는 건 나뿐이었던 모양이다. 6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로 인해 들떠있는 선수들. 고양된 기분을 애써 진정시키는 코칭스태프분들.

경기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구장을 떠나지 않고 남아 선수들의 응원가 하나하나를 떼창하는 팬들.

시즌 마지막 경기이자 홈에서의 마지막 경기. 팀을 포스트 시즌 진출로 결정지은 너무나도 값진 승리.

항상 패배에 찌들어 있고 보살에 가까운 우리 편이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었다.

“이어서, 정규 시즌 구단 MVP를 발표하겠습니다!”

주님… 아니, 구단주님의 치하 말씀. 감독님의 훈화 말씀. 주장님의 짧은 한마디가 지나갔다.

구단 내 각 타이틀을 획득한 선수들을 향해 약소한 상금과 함께 수상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마지막.

“김한울 선수!”

“와아―!!”

“한울이 형!!”

구단 MVP에까지 선정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발표에 두 눈만 껌뻑거리고 있자 승주가 옆구리를 툭 밀며 단상 쪽에 향하게 되었다.

단상으로 향하게 되는 동안 구단 아나운서가 올해 내 활약상과 그로 인해 받게 되는 내역을 공개했다.

“야구가 팀 게임이라고 해도, 단 한 명이 팀을 바꾸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올해 원하 챌린저스에서 그 역할을 해낸 것이 바로 김한울 선수죠.”

와……. 내가 그랬다고?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무려 58경기에 등판해 71이닝 동안 방어율 1.47로 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리그의 제일 불펜 에이스로 떠올랐습니다.”

58게임 71이닝 1.47 10승 1패 35홀드 10세이브 71삼진 36볼넷 0사구 WHIP 1.16.

단상에 서서 구단주님께서 메달을 걸어주시는 동안 전광판으로 슬쩍 시선이 향했다. 올 시즌 내 성적. 지금까지 6점대였나, 7점대 방어율로 허덕이던 게 믿기지가 않는다.

리그 홀드왕. 리그 불펜 투수들 중 최소 평균 자책점 1위, 다승 1위, 삼진 1위, WHIP 1위.

내가 따낸 타이틀들이었다.

“…하여, 김한울 선수의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뭐라뭐라 하기는 했는데, 딱히 듣지는 않고 있다가 내게 마이크가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집어 들었다. 소감 어쩌고 했으니, 올 시즌 소감 같은 걸 바라는 거겠지.

욜럽 이저 와!! 알드 칻! 폴딩 이저 할!! 팔!!

내 등장곡을 목이 터져라 떼창하는 홈 팬들.

한국인이 영어를 목 놓아 부르는 발음은 솔직히 처참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 그러나 그 기분만은 십분 이해되었다.

“그… 감사합니다. 딱히 이런 시상식 있는지도 모르고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받으니까 기분이 좋네요. 포스트 시즌에 처음 진출하게 되는 건데,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됩니다.”

주변에서 나를 지켜보는 팀원들, 관객석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팬들.

모두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내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해 주었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찍 떨어진다고 해도 다음이 있습니다. 거기까지는 아닐 거예요.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준비라고는 전혀 안 되어 있었기에 해놓고도 뭔 소린가 싶을 말을 주저리주저리 떠들고선 쑥스럽게 구단 MVP라 적혀진 판넬을 머리 위로 들었다.

판넬엔 구단 MVP라는 큼지막한 글자와 아래 상금 5백만 원이라는 글자가 날 설레게 했다.

헤헤, 5백만 원.

5백만 원에 기분이 좋아져선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번 시즌 내 연봉이 4천5백인데, 내 연봉 10분의 1이 넘는 금액을 보너스로 받았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구단 직원인 은서 씨가 카메라를 들고 달려왔다.

“김한울 선수우!”

“아, 왜요오. 나 기분 좋은데.”

“올 시즌 본인을 평가한다면 몇 점을 줄 수 있나요!”

“진부하게.”

“팬분들의 질문이에요.”

“진부한 게 가장 좋은 거죠.”

나란 녀석은 자본주의를 막을 수 없는 녀석이다.

“100점 만점에 몇 점?”

“3만2천 점 정도.”

“예?”

“왜요.”

“…….”

그렇게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면…….

* * *

정규 시즌이 모두 끝났다. 포스트 시즌은 상수, 동성, KP, 그리고 우리 원하까지 네 팀이 진출하게 되었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난 9월 30일로부터 5일을 쉬고 난 뒤인 10월 6일, 부산의 사직구장을 연고로 하는 KP 스타즈와의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중간에 휴식일들이 나름 빠방하게 채워져 있었기에 1차전 선발은 당연히 혁준이의 몫이 될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 등판에서 타구에 얻어맞은 곳은 다행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약하게 멍이 든 정도. 기적적이다.

내 입장에서도 정규 시즌에 꽤나 많이 던졌던 피로를 모처럼 확정적으로 5일씩이나 풀 수 있게 되었다.

“진짜… 멋있었어요…….”

반짝반짝.

고작 5일이었지만 그동안의 계획은 생각보다 빠르게 정해졌다.

마지막 5일째의 오후엔 미리 부산으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잘 예정. 따라서 실질적인 휴식은 4일.

“어떡해…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초롱초롱.

첫째 날은 푹 쉬었다. 전날 경기가 끝나자마자 구단은 다 같이 회식을 진행하였다. 회식이라고 해도 강제성은 없고, 강압적인 분위기도 없는 모두가 즐거운 회식.

모두가 즐거운 회식?

세 단어의 조합된 결과물은 통상적으로 불가능이라고 생각했지만 가능했다. 무려 6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희망 아래에 모두가 술잔을 들고 건배를 외쳤지.

“확실히 원하가 일은 잘해요. 전 구단 MVP 다른 선수한테 주면 어쩌나 했어요.”

이글이글.

그렇게 술을 처먹고 힘겹게 집에 기어들어가서는 푹 잤다. 모처럼 알람도 다 꺼놓고 늦잠을 퍼질러 잤다. 그리고 오후 4시에 일어났다.

오랫동안 잠들어 뻐근한 목, 동시에 술 처먹고 잠들어 따가운 목의 겉, 그리고 속을 풀어 주며 하루가 시작되었다.

“다른 선수들도 잘하긴 했어요. 강성현 선수랑, 황혁준 선수랑, 한규진 선수랑, 이효재 선수도 진짜 고생 많았네요.”

헤실헤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야구 게임 풀카운트에 접속해 화끈하게 불사질렀다.

10판 정도 내리 플레이하는 동안 ‘나’를 쓰는 상대를 7명이나 만났다는 게 기분이 묘했다. 내가 나를 상대하는 기분이란.

또 하나의 나, 내 라이벌은 나, 이런 건가. 으.

“그래도, 전 한울 씨예요. 다른 선수들이 못 했다거나 부족하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작년과 무엇이 가장 달라졌냐고 하면 아무래도 한울 씨가 가장 달라졌고, 또 그로 인해 팀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니까요.”

이글이글.

그리고 셋째 날인 오늘.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무렵, 민영 씨와 점심을 먹고 조금 떨어져 있는 카페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로 이야기 자체는 민영 씨가 하고 나는 들어주는 쪽. 풍부한 감정 표현에 얘기를 듣고 있자면 묘하게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인터뷰하실 때…….”

“네.”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말씀하셨었잖아요?”

“제가 그런 소릴 했어요?”

“네.”

민영 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음… 진짜로 냉정하게. 어디까지 가능할 거라고 보세요?”

“민영 씨는요?”

“음…….”

5판 3선승제로 실시되는 준플레이오프.

3위 팀의 홈구장에서 두 경기, 하루 휴식을 갖고 4위 팀의 홈구장에서 2경기, 마지막으로 5차전까지 가게 되면 다시 상위 팀의 홈구장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하게 된다.

홈구장이 이점은 대단히 크다. 후공, 홈 팬들의 응원, 홈구장 그라운드의 익숙함, 원정팀 측의 이동에 의한 피로 등등.

“준플에서 광탈만 안 당하면 만족스러운 정도?”

“에?”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실력.

1위 팀이 8위 팀 홈구장에서만 시합한다고 해서, 8위 팀이 1위 팀을 넉넉하게 잡을 수 있을까?

“2승 3패로 지면 대만족. 1승 3패면 그럴 수 있지. 스윕이면 에고… 그 정도죠.”

“그래도 너무 짜게 보시는 거 아니에요?”

“이것도 넉넉하게 보는 거예요.”

자조적인 미소가 지어졌다.

“저도 올라가고 싶죠. 올라가면 보너스에 다음 시즌 계약에 이것저것 인센티브 많은데. 근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거죠. 현실적으로.”

“왜요……?”

그렇게 울먹거리실 것까진…….

“실력이 안 돼요. 냉정하게. 우리 팀은 몇몇한테만 의존하는 게 커요. 투수에선 혁준이, 규진이 형, 저, 이효재 선배. 타격에선 성현이랑 진형이랑 승주. 아 기성이도. 수비에서는 성문이랑 규학이. 자, 말고 누가 있죠?”

“그…….”

모태 원하 팬이기에 너무나도 잘 아는 구단의 상황. 민영 씨는 내 말에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지쳤어요……. 솔직히. 주전 멤버들은 지쳐서 안 그래도 없는 제 실력도 제대로 못 낼 거고, 애들 지쳐서 빠지면 그 자리 메꿔줘야 될 유망주라는 애들은 실력이 아직까지 영… 글쎄요, 아마 혁준이 나오는 1차전에서 이기고 나머지 3패하고 끝날 거 같은데.”

“힝…….”

“올해는 포기하세요. 그러면 맘 편해요.”

“그, 그치만……!”

어딜 감히 킹치만을 시전하려고.

“차라리 다음을 보세요.”

“다음이요?”

“네. 그 왜, 각 팀마다 특징이 있잖아요? 그중에서 원하가 담당하는 특징이 뭔지 아세요?”

절대 강자 상수. 콩라인의 동성. 화끈한 타격의 KP. 불펜의 비스코, 도둑들의 소굴인 가야, 우석이 혼자 하드캐리하는 성운, 걍 아무것도 안 되는 한성.

이처럼 KBO의 팀들은 각자들의 색을 가지고 있다.

선발하면 어디지! 타격하면 어디지!

우리 원하도 그런 게 있다. 무려 두 개씩이나.

“어… 뭐죠?”

“뭘 거 같아요? 퀴즈. 맞추면 내 사인볼. 이거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 승리 확정 볼.”

“아, 아! 아! 아아!”

갑작스럽게 상품이 걸리자 민영 씨는 발작을 일으켰다. 머리를 부여잡고 뭐지? 뭐지? 뭐지? 하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자… 10, 9, 8, 7, 6, 5…….”

실패.

“헝…….”

정말로 맞추고 싶었는지 눈물까지 그렁그렁 매달고 날 올려다봤다. 연상의 여인임에도 그 모습이 꽤나 귀여워 실실 웃으며 가방에서 공 하나를 꺼냈다.

“어?”

“어차피 선물로 드리려고 했어요.”

“와, 와아…….”

글썽거리지 좀 말라니까.

이쯤 되면 광신도가 아닐까. 공 하나에 기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답이 뭐예요?”

“수비. 그리고 애들이 어리다는 거.”

“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두 가지. 야구를 즐기는 스포츠로 좋아하면 알 수 없다.

다만 야구를 하나의 학문으로 본다면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강팀의 제1조건, 수비. 수비가 약하면 절대 강팀 못 돼요. KP 봐요. 강팀 강팀 소리 듣는데 왜 중간에서만 노는지. 공격에서 10점 따면 뭐해요. 수비에서 15점 주는데.”

“수비에서 15점 줬으면 공격에서 16점 따면 되잖아요?”

“점수라는 건, 얻는 것보다 안 주는 게 더 쉬워요.”

“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새다.

“3할 치면 좋은 타자고, 4할 출루면 A급 타자잖아요.”

“그쵸……?”

“반대로 얘기하면 암만 잘 치고 암만 잘 나가는 타자도 7할, 6할은 실패한다는 소리잖아요.”

“그렇네요?”

“게다가, 나간다고 끝이 아니라 나가서 1, 2, 3루를 돌고 나서 홈으로 와야 1점이에요. 점수 하나 따는 게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에요.”

“아…….”

야구에 대해 꽤나 아는 민영 씨였기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금방 이해한 것 같았다.

“그럼 선수들이 어리다는 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곧장 프로에 입단하고, 입단하자마자 바로 1군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게 된 29살이라면 프로에서만 10년을 구른 셈이다. 꽤나 베테랑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통상적인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고졸은 20살, 대졸이라 봐야 24살. 만약 유급한 대학생이라면 25살에 입단한다. 그런 선수가 29살이 되어도 고참은커녕 중견급에도 끼지 못한다.

야구는 반복의 스포츠다. 경험의 스포츠라고도 하지. 똑같이 한 점 차에 2사 만루, 상대 타자가 4번 타자인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세부적으로 보면 모든 상황은 다 다르다.

투수와 타자 간의 상성, 수비수들의 수비력, 주자들의 주력, 감독들의 생각, 구장의 상태 등등.

별의별 상황들을 모두 경험하며 선수는 성장한다.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움직여야 진정한 1군 선수가 되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 똑같은 바운드가 날아와도 어제는 1루에 던졌지만 지금은 3루에 던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게 야구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팀은 참 어리다. 아직 29살인 내가 팀에서 중간 이상의 고참급이니까.

생각보다 내 위로 선배가 거의 없다. 암흑기 시절 동안 끌어다 모은 선수들이 슬슬 자라나는 시기인 것이다.

“전 생각보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걸 빨리한 거 같은데요? 오히려.”

“빨리하면 좋은 거 아니에요?”

“좋죠. 나쁘다는 게 아니라. 다만 전 내후년은 지나야 4위 걸치나 했거든요. 근데 올해 올라갈 줄은 몰랐지. 해서, 포스트 시즌 경험을 해봤으니. 이제 애들도 알 거예요.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

1점만 앞서면 된다. 1점으로 이기나, 10점으로 이기나 똑같은 1승이다.

거기서 사소하게 또 파고들면 끝도 없지만 겉만 일단 보자.

9회 말 동점 공격 상황에서, 10점을 내려고 할 필요가 없는 거다. 한 점만 내면 경기는 승리로 끝난다. 우리 애들은 그걸 잘 모른다.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될 거다.

“음…….”

민영 씨는 내 설명이 만족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이해는 하는데, 그래서 더 맘에 안 드는 것 같다.

그렇겠지, 눈앞에 응원하는 팀의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목표는 한국 시리즈 우승입니다! 는 못할망정 냉정하게 팩트로 후드려 패고 있으니.

“그건 그거구…….”

“네.”

뾰로통해졌던 입으로 할 말이 더 남았나 보다.

“내년은요?”

“내년이요?”

“올해 끝나면 다시 FA되잖아요.”

“음…….”

아, 이게 또 있지.

계약하고 시즌에 들어갈 시 30살이 될 리그의 제1 불펜 에이스. cm 단위의 컨트롤까지 가능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맞춰 잡는 스타일.

투수 수비 스케일도 구단 내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10점. 주자 견제 능력도 꽤나 준수한 편. 근데 연봉은 겨우 4,500만 원.

하지만 앞선 9년 동안은 WAR 음수의 불펜 투수. 수술도 세 번 겪었으며 앞선 9년 동안 매년 50이닝 이상을 던져왔다.

직구 평균 구속은 2017시즌 130km대 초중반 정도로 빠른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구위가 뛰어난 것도 아닌, 그냥 딱 그 구속대 정도.

FA 자격을 채웠지만 자진해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신청해 봐야 새될 거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가만히 있었다. 따라서 자동으로 계약은 1년 연장되었고 그 계약이 끝난 올해, 다시 FA 신청이 가능하다.

“가지 마요…….”

“저라고 가고 싶겠어요.”

자조적인 미소가 다시 지어졌다. 조금 전과는 다른 느낌의 자조.

“근데… 팀에서 안 보낼 거 같은데요.”

“오!”

문득 날 항상 챙겨주던 영진 씨가 생각났다. 이 사람은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아마 남을 거예요. 구단에서 의외로 절 이쁘게 봐주거든요.”

마침 일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되자 컵들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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