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처음엔 다 그렇지
1차전에서 승리했다. 그것도 혁준이의 이보다 더 완벽할래야 완벽할 수가 없는 완투승으로.
안타 두 개와 볼넷은 하나만 허용했고 삼진은 무려 12개나 뽑아냈다.
만루 홈런을 포함해 6타점이나 뽑아낸 승주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아무래도 혁준이의 활약이 조금 더 화려해 보이기는 했다.
하여 1차전 MVP는 혁준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 MVP로 선정되며 상금 100만 원을 받았고 이 인터뷰에서 뜬금없이 나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완봉승에 혹시 가장 고마운 분이 있다면 누굴까요?”
“어, 그… 한울이 형이 참 고맙습니다.”
“조금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는데요. 같은 팀의 김한울 선수가 맞나요?”
“네네. 맞아요.”
“마침 김한울 선수도 올 시즌 본인의 활약상에 대해 황혁준 선수를 제일 공신으로 언급했는데요. 황혁준 선수는 김한울 선수의 어떤 점에 고마움을 느끼신 건가요?”
“아, 이거 한울이 형한테도 얘기 안 했던 건데.”
얘기해도 되나.
카메라에 잡힐 듯 안 잡힐 듯 작게 중얼거리고 다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왜, 한울이 형이 저 보고 뭐 연습했다 그랬잖아요? 저도 한울이 형 보고 제구에서 좀 따라 해보려고 그… 연습 좀 했어요.”
“김한울 선수는 공공연히 황혁준 선수의 폼을 참고하여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나왔다, 그게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고 이야기해 왔는데요. 황혁준 선수도 이와 비슷한가요?”
“네. 형이 저한테 힘 빼라는 말 자주 하거든요. 그래서 힘을 빼니까 제구가 더 잘되네요.”
“힘을 뺐는데 오늘 159km가 나왔어요?”
“제가 볼 때 한울이 형은 빨리 투수 코치 해야 돼요.”
“이거 김한울 선수가 들어도 괜찮아요?”
“아.”
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렇게 1차전이 마무리되었다. 팀의 사기는 단연 최고.
좋은 결과를 위해선 우리 팀의 강점을 그대로, 약점은 보완해야 하고 상대 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상대 팀의 강점을 억제해야 한다.
그렇게 했다. 그래서 이겼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하기는 어려운 걸 해냈다. 그래서 더 기뻤다.
하지만 시리즈 시작 전 가지고 있던 괜한 불안감은 날 가만 놔두지 않았다.
“…한울아. 컨디션 체크 겸 올라가자.”
“예.”
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나선 규진이 형은 6이닝 동안 2실점을 한 후 내려왔다.
그것 자체로도 아주 잘 던진 거라 볼 수 있는데 상대 타선이 리그에서 최강 타선을 자랑하는 KP임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크게 박수를 쳐줘야 하는 성적인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쉬이 이길 줄 알았다. 규진이 형이 2점만 허용할 동안 타선은 또 한 번 6점을 대거 뽑아내며 6 대 2, 4점 차로 앞서고 있었으니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7회. 투구 수가 100개를 넘은 규진이 형이 내려온 뒤 팀의 나 말고 다른 불펜 투수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사실 내가 올라가는 게 맞지 않나, 싶기는 했다. 내 시선을 확인한 감독님께선 고개를 저었다.
충분히 막아줄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만 시합이 아니다, 다음 시합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글쎄.
첫 번째 투수, 네 타자 상대해서 볼넷, 안타, 뜬공, 안타.
두 번째 투수, 세 타자 상대해서 볼넷, 2루타, 3루타.
세 번째 투수, 네 타자 상대해서 안타, 2루타, 뜬공, 안타.
네 번째 투수, 두 타자 상대해서 홈런, 뜬공.
이게 무려 하나의 이닝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하나의 이닝 동안 무려 13명의 타자를 상대해 9점이라는 점수를 주고 말았다. 6대2로 이기던 점수는 6대11로 화끈하게 넘어갔다.
8회 초 공격이 세 타자로 허무하게 끝난 뒤 8회 말 수비, 거진 일주일 정도 등판이 없었기에 내가 올라올 상황이 아님에도 컨디션 점검이라는 이유로 마운드에 올랐다. 적당한 명분이었고 좋은 이유였다.
프로에 데뷔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10년 동안 쩌리 투수로 굴러다니다가 처음으로 리그에서 에이스 소리를 들으며 성장했다.
그래, 그렇게 ‘내’ 덕에 팀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올랐다. 나한텐 첫 가을 야구. 하지만 내 첫 경험은 생각보다 의욕이 올라오지 않았다.
8회 말 9번 타자 하은민부터.
확실히 KP 타선이 무섭구나, 생각이 드는 게… 9번 타자의 타율이 3할 1푼을 넘긴다. 홈런도 8개. 이런 타자가 9번이라고? 새삼 어이가 없다.
대신 9번 타자에 어울리지 않게 발은 살짝 느린 편인지라 당겨치는 느린 땅볼을 유도해 보려는 것 같았다. 초구에 바깥쪽 커브를 걸치게 던져보았지만 볼 판정을 받았고 이어 던진 같은 코스의 직구는 어설프게 건드려 파울이 나왔다.
“파울!”
몸쪽 직구에 한 번 더 파울이 나온 뒤,
“페어!”
같은 곳에서 말려 들어가는 싱커에 원했던 대로 땅볼 타구가 3루 쪽 파울라인을 타고 올라갔고 라인 쪽에 붙어 깊이 자리 잡았던 성훈이 형이 백핸드로 잡아 1루로 강하게 때렸다.
1루에서 빡! 소리가 나며 1루심은 아웃 콜을 내며 아웃 카운트 하나가 올라갔다.
이후 1번 타자 안병국이 등장했다. 흔히 1번 타자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발 빠르고 컨택 좋고 파워는 비교적 떨어지는, 그런 타자가 아니었다.
그리 커다란 키는 아니지만 누가 봐도 좀 후덕하다 싶은 체구. 이 선수의 장점은 바로 출루. 악착같이 살아나간다.
“볼!”
“하이 볼.”
“파울!”
“로― 볼.”
“스트라잌!”
볼은 침착하게 골라내고 본인이 칠 수 없다 판단되는 건 놔두고 본인이 칠 수 있는 공에만 정확하게 배트가 나간다. 그렇게 볼카운트가 3-2. 여기까진 괜찮아. 이 선수가 진짜 무서운 건 이제부터.
“아이고, 머리야…….”
슬슬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아 인상을 쓰고 규학이의 사인을 기다렸다.
“파울!”
“파울.”
“파울!”
“파울!!”
몸쪽 낮은 직구, 몸쪽 싱커, 바깥쪽 슬라이더, 몸쪽 높은 직구.
모두 커트해내며 10구째를 맞이했다. 아무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한 사람한테만 공 10개를 연속으로 던지는 건 지친다.
체력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타자라면 욕심이 날 법도 한데, 2스트라이크가 되면 배트를 두 손가락만큼 짧게 올려잡고 ‘그’ 놀이가 시작된다.
“파울―”
지금처럼.
“파울.”
X발!
“볼, 베이스 온 볼.”
이어 두 개를 더 커트한 뒤 너무 높은 공을 유유히 지켜보며 12구째에 결국 걸어서 1루로 나갔다.
야구 조까치 하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 찬찬히 장비를 풀고 1루 쪽으로 향해 걷는 안병국을 몰래 째려보다가 규학이가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받은 공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괜한 심통이 나 공이 맘에 안 든다고 바꿔달라고 사인을 보냈다.
덕아웃 옆, 볼보이가 있는 쪽으로 바로 공을 던지고 규학이가 던지는 공을 다시 받았다.
흠. 맘에 드네.
1루에 주자를 두고, 2번 타자 류승훈이 등장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끝내고 싶다. 만약 내보내게 되면 다음으로 만날 3번 김기윤이 너무 무섭다.
어제 혁준이한테 홈런도 쳤지, 오늘 앞선 다섯 타석 중 볼넷이 하나요, 2루타가 두 개다.
주자의 발이 그리 빠르지는 않기 때문에 비교적 마음을 놓고 셋포지션을 둘 수 있었다. 몸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자, 하고 던진 공은 살짝 깊었는지 지켜보며 볼.
규학이도 굳이 다음 타자를 만나고 싶지는 않은지 요구하는 사인의 대부분이 병살타를 위한 사인들이었다.
바깥쪽 싱커, 아래로 떨어지는 스플리터, 몸쪽 직구.
파울 타구 두 개와 잘 골라낸 하나까지 더해져 카운트가 2-2가 되었다. 여기서 나온 규학이의 사인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
꽤 괜찮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 스트레치에 들어갔다. 정지 동작 이후, 숨을 두 번만 쉰 뒤 빠르게 리프팅이 끝났다.
틱―!
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는 빠르게 1루 쪽으로 향했다.
“아!”
아, 맞다. 멍 때리면 안 되지.
타구가 내 왼쪽으로 흘러나가는 걸 보고 얼른 1루로 뛰었다. 달리기에 속도가 붙은 후 기성이를 보자 엎드려서 2루로 공을 던진 뒤였고, 이내 시선은 2루로 향했다. 명진이가 내 쪽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시작하고 몇백 번, 몇천 번은 뛰었을 이 각도, 이 거리는 몸이 기억하고 있다. 보고 뛰지 않아도, 정확하게 딱 찍을 수는 없지만 그 언저리까지는 갈 수 있다.
근데,
“야악!”
좀 비껴 나간 것도 모자라 낮게 깔리기까지 하는 송구.
“왁!”
오른발 끝으로 1루를 걸친 상태에서, 앞으로 굴러 넘어지듯이 숏바운드를 낚아챘다. 글러브 안에 공이 들어온 충격이 느껴지자마자 1루심에게 글러브 속을 보였다.
“아웃!”
1루심은 곧장 아웃 콜을 보냈다. 하지만 이에 불만족스러운 KP 덕아웃은 두 검지 손가락으로 네모 사인을 보냈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모양이었다.
“후…….”
“죄송함다.”
“아니, 그럴 수도 있지 뭐. 됐어, 됐어. 타이밍은 아웃 맞지?”
“예. 타이밍은 확실히 아웃입니다.”
“발 떨어졌냐?”
“좀 애매한데. 받고 떨어진 걸로 보긴 했는데.”
이내 구장 전광판에는 비디오 판독 중…이라는 텍스트가 뜨며 어딘가 심오하고 의미심장한 분위기의 노래가 깔렸다.
쓸데없는 데까지 공을 쓰는구나, 생각하며 4명이 심판들이 모여있는 곳을 노려보았다.
“아웃 맞어. 걱정 마요.”
“뭐 그리 급하게 던지냐 너는.”
“아니, 발이 베이스에 좀 걸렸어영…….”
“내가 봤을 때 이거 기성이였으면 못 받았다.”
“에에 형.”
나와 기성이, 명진이 셋이 모여 판독을 기다리는 동안 잡담이 오갔다.
왜 이렇게 결과가 안 나오지.
그러다 생각보다 판독이 안 나오자 괜히 불안해졌다.
괜한 불안을 느끼고 5초 정도가 더 지나자 생각보다 더 길어질 것을 감지하고 규학이를 홈플레이트 뒤에 앉혔다. 어깨가 식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가볍게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팡―!
공 던지고, 심판들 보고.
이 행동을 네 번 정도 반복했을 때, 헤드폰을 내려든 구심의 오른손이 주먹을 말아쥐는 걸 보았다.
“예쌰!”
번복 없이 아웃. 우리는 다시 서둘러서 덕아웃으로 향했다. 멋진 플레이 하나 나왔다, 하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전광판의 점수를 보고는 이내 다시 내 안의 분위기는 멋대로 다운되었다.
* * *
“야! 생! 야! 사!”
화면이 스튜디오를 비추고 아나운서가 큐카드를 공중에 콕콕 찍으며 프로그램의 이름을 외쳤다.
“안녕하세요, 야구팬 여러분, 야생야사의 손초희입니다. 오늘은 KP 스타즈와 원하 챌린저스 간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있었는데요. 1차전과 2차전에서 각각 1승과 1패씩을 나눠 가진 뒤 잠실에서 만난 3차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바로 만나보시죠!”
바로 화면이 넘어가고 화면에는 원하 챌린저스의 3선발인 배준혁이 연습 투구를 하는, 또 이어 KP 스타즈의 3선발인 구자환이 연습 투구를 하는 모습이 비춰 졌다.
MBS의 간판 캐스터인 권명훈이 1, 2차전의 흐름을 간략히 설명한 뒤 바로 3회 초의 상황으로 넘어갔다.
8번 타자 이경무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9번, 1번, 2번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고 내려오는 배준혁. 그다음 3회 말의 공격도 3회 초와 같았다. 8번 타자 문규학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9, 1, 2번 세 명의 연속 삼진.
선취점은 5회 초에 터졌다. 또다시 8번 타자 이경무가 선두 타자로 나와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9번 타자 하은민의 희생 번트로 진루, 1번 타자 안병국의 우익수 플라이로 2루 주자가 태그업한 뒤 어이없는 폭투에 3루 주자가 그대로 홈으로 들어왔다.
이후 타석에 있던 2번 타자 류승훈이 그대로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3번 타자 김기윤의 연속 안타, 4번 타자 김성수의 2타점 2루타까지 내주었다. 그렇게 총 3점을 헌납하고 나서야 배준혁의 투구가 끝났다.
선발진이 내려간 이후 원하의 불펜진은 처참했다. 남은 수비는 4번, 그 4번의 수비 동안 무려 12점을 내주며 투수진들은 총 15점을 내주는 치욕을 겪었다. 공격에서도 단 3점만을 얻어내는 완패.
승리 투수 구자환, 패전 투수 배준혁.
“원하는 좀 머리가 아프겠는데요.”
VCR이 끝나자마자 김형철 해설위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1차전이 원하가 본인들의 장점을 완벽히 발휘해 낸 경기라고 한다면 2차전은 본인들의 약점을 드러낸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3차전은 그걸 넘어서, 본인들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인 경기라고밖에 평할 수가 없네요.”
서두가 끝나자마자 VCR로 화면이 넘어갔다. 배준혁이 3실점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닝을 마무리하고 내려간 뒤, 팀의 불펜진이 가동된 이후의 상황이 재생되고 있었다.
“자, 배준혁 선수가 3실점을 하긴 했어요. 그래도 5이닝 동안을 던져준 후 내려갔죠. 문제는 이다음이었습니다. 남은 4이닝을 일단 끌고 가야 하는데, 원하의 약점이 뭔가요? 바로 불펜진이죠.”
안타, 볼넷, 2루타, 홈런. 대환장 파티.
“원하가 강력한, 확실하게 상대 타선을 억제할 수 있는 불펜 카드 한 장, 혹은 두 장을 가지고는 있습니다. 바로 김한울 선수와 이효재 선수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두 선수를 쓰기는 아깝죠.”
긴 대사에 목이 말랐는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이 두 선수를 아끼기 위해 다른 선수들이 투입되었지만 결과는 보셨다시피구요. 안 그래도 약한 불펜진과 리그의 최강 타선이 만났다고 하면? 그나마 원하의 수비진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 실점으로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김형철 해설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는데요.”
VCR이 끝남과 동시에 김형철 위원의 발언이 끝났다. 바로 이어, 옆에 있던 최수현 해설이 말을 받았다.
투수 출신으로서 주로 투수의 시점으로 해설을 하는 해설위원이었다. 또다시 VCR이 이어졌다.
“원하의 약점이 불펜진인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서까지 김한울 선수와 이효재 선수를 아꼈어야 할까요? 저는 글쎄요. 이게 정규 시즌이라면 당연하지만, 포스트 시즌이지 않습니까?”
VCR은 팀이 얻어맞는 걸 구경하는 김한울을 보이고 있었다.
“일단은 김한울 선수, 혹은 이효재 선수를 바로 6회에 투입해서 어떻게든 끌고 갔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한울과 이효재는 아끼고 3차전을 내줄래, 김한울과 이효재를 쓰고 3차전을 어떻게든 끌고 가볼래? 저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이어 3차전의 MVP에 대한 인터뷰, 3차전 내에서의 주요 시점들, 4차전에 대한 프리뷰가 진행되었다. 그중 단연 화제가 되는 것은 4차전에 예고된 양 팀의 선발들.
“지금 제가 잘못 본 게 아니죠?”
최수현 해설의 좋은 리액션에 아나운서가 꺄르륵 웃었다.
“아마 올 시즌 초반 즈음에 김수찬 해설위원께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셨던 것 같은데요. 네, 보고 계신 게 맞습니다.”
이 또한 당연히 예정되어 있던 이야기.
“시리즈 4차전의 선발로 KP 스타즈는 김무중 투수를, 원하 챌린저스는 김한울 선수를 예고했습니다.”
“조금 전 최수현 해설이 말씀하셨던, 김한울 투수를 아낀 게 이걸 위한 거였을까요?”
“글쎄요, 그렇다기엔 2차전의 등판이 좀 걸려요.”
“이한주 감독의 큰 그림이라고 하면 2차전 등판은 불펜 세션 정도로 넘길 수는 있어요. 억지로 넘기려면.”
“두 분께선 김한울 선수의 선발 등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
주제가 원하 쪽, 특히 김한울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KP팬들로서는 조금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라이트한 팬들의 이야기였고, 조금 하드한 팬들은 오히려 이 이야기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들었다.
“최수현 해설이 이야기한 내용도 어느 정도 포함이 되어 있다고 봐요. 3차전까지 내준 이상 4차전에서 지게 되면 그대로 시리즈가 끝나잖아요? 이한주 감독이 배수의 진을 친 게 아닐까 싶네요. 이게 말도 되지 않는 내용은 아닙니다.”
VCR로 넘어가서 김한울이 정규 시즌에서 KP 스타즈를 상대했던 모습들이 재생되었다.
“김한울 선수가 올해 선발로 등판했던 경기가 세 경기 있는데요, 각각 5이닝 무실점, 6이닝 2실점, 6이닝 1실점으로 모두 호투했었습니다. 일단 김한울 선수가 선발로 나서서 호투를 해서 어떻게든 흐름을 만들어야 그다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게 무리수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만약 김한울 선수를 중히 쓰고 싶었다면 3차전에서 6회에 바로 올리거나, 아니면 4차전에서 선발이 5이닝만 어떻게든 막아주면 나머지 4이닝을 맡기는 식으로 가는 게 맞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되면 오히려 5차전에 대한 생각이…….”
야구 리뷰 겸 프리뷰 프로그램은 한 선수의 깜짝 등판 이야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